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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진사 인사이드 아웃, 1929~1982》

멀티홀 전시 전경
새로 개관한 뮤지엄한미 삼청 건물 외경

뮤지엄한미 삼청의 새 출발
노재민 기자

2022년 12월 21일 뮤지엄한미 삼청이 개관했다. 건축가 민현식은 물의 정원을 중심으로 세 채의 건물을 연결하여 관람객이 정해진 동선 없이 자유롭게 흐르며 작품을 관람하는 구상을 실현했다. 뮤지엄한미 삼청 측은, 월간미술에 그동안 한미사진미술관이 사진사를 선형적으로 촘촘하게 채워왔다면, 앞으로는 동시대의 작품들을 많이 다루며 양방향으로 메우는 형태를 만들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따라서 보다 다양한 매체를 수용하기 위해 멀티홀의 사운드도 신경을 썼다고. 기존 삼청 별관은 신진 작가의 포트폴리오 전시 혹은 실험적인 작품을 위주로 전시할 계획이며, 방이동의 한미사진미술관은 아트북 라이브러리와 관련된 전시를 위주로 선보일 예정이다.
특기할만한 것은 수장고이다. 뮤지엄한미 삼청은 사진 소장품들을 보존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려고 했던 열망에서 시작됐다. 스태프들은 해외 기관들을 7~8년가량 견학하며 국내에서 샘플링할 수 있는 사진 수장고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실질적인 공사 기간만 3년 이상이 걸린 끝에, 뮤지엄한미 삼청은 저온수장고와 냉장수장고를 구축하여 사진 작품의 열화 현상(외부적인 영향이나 내부적인 영향에 따라 화학적 및 물리적 성질이 나빠지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수장고는 저온수장고와 냉장수장고로 나뉘어 전자는 15℃에 상대습도 35%를 유지하고, 후자는 5℃에 상대습도 35%를 유지한다. 냉장수장고에는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폴라로이드, 컬러 사진, 빈티지 사진 위주로 보존하고 있고 저온수장고에는 프레임이 된 사진 작품들을 보존하고 있다. 미술관 측은 저온수장고를 개방해서 그동안 많이 보여준 적 없었던 대한제국 시기의 소장품 사진들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는 흥선대원군의 초상 및 고종 황제의 초상부터 대한민국 1호 여성 사진가 이홍경의 사진까지 만나볼 수 있다.
개관전인 《한국사진사 인사이드 아웃, 1929~1982》은 4월 16일까지 진행되며, 정해창의 《예술사진 개인전람회》(광화문빌딩, 1929)부터 《임응식 회고전》(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석조전, 1982)까지의 주요 사진전의 자료로 그 흐름을 아우른다. 먼저 정해창은 개인전을 통해 본인의 미학적 역량을 보여준 한국 최초의 사진가로, 이전의 사진가들은 기사를 통해 단편적으로 작품을 발표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개인전은 중요한 시작점으로 간주된다. 또한 전시가 임응식의 회고전까지를 다루는 이유는 그의 회고전을 계기로 미술관에서 사진 작품이 소장되기 시작해 사진 매체가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 인정받게 되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뮤지엄한미 삼청은 임응식이 한국 사진사에 관련된 아카이브를 연대기별로 모은 33권의 스크랩북과 빈티지 프린트의 취득을 시발점으로 삼아 각종 공모전 (일제강점기의 공모전, 1950년대부터 1960년대의 해외 사진공모전, 동아사진콘테스트,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일명 국전 등)의 당선작과 개인전 출품작을 연대별로 소개한다.

배상하 〈수녀 수산나〉젤라틴 실버 프린트 57×40.3cm 1962 개인 소장
개방 수장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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