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미술제의 활기찬 기운을 화랑 전시까지

서진수

강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술시장연구소 소장

지난 2월 마지막 주에 열린 서울옥션의 2021년 첫 메이저 경매 결과인 낙찰률 90%, 낙찰총액 110억 원에 이어 3월 첫째 주 코엑스에서 열린 화랑미술제가 관람객수 4만8000명으로 역대 최다, 판매액 예년의 2배인 72억 원의 기록을 세웠다. 2019년의 약세에 이어 1년여 계속된 코로나 상황 속에서 오랜만에 미술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며 4월의 부산국제아트페어(BAMA)에 참석할 화랑수가 10년 역사에서 가장 많은 170개에 달할 전망이다.

화랑미술제의 실적이 좋았던 이유는 첫째로 코로나19 확산과 지속으로 대형 오프라인 행사들이 취소된 상황에 2년 연속 타이밍을 맞춰(백신 접종 시작 등) 개최한 행운을 들 수 있다. 2020년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 등이 온라인상에서만 운영되어 직접 작품을 보고 구매하지 못한 컬렉터들이 오프라인 미술시장 재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대면해서 벌이는 거래 상담과 빨간색 판매 딱지에 고무된 미술 애호가와 신진 컬렉터 그리고 투자자들이 구매에 열을 올려 좋은 결과를 낳았다.

둘째는 미술품 2차 시장인 경매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정보 생산과 세계 유수 경매에서 들려오는 렘브란트 등 유명작가 작품의 최고가 경신 뉴스, 심지어는 이우환 위작 보도를 통한 미술품 관련 정보 확산이다. 2015년부터 김환기 작품의 최고가 경신 릴레이 보도로 미술품 가치의 자기 증식에 대한 이해가 확산하고, 블록체인 기술과 자본시장의 투자 방식이 미술시장에 도입되어 거래 안전성이 커졌다. 탄탄한 김환기 작품 시장, 위작 보도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우환 작품의 판매 호조,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 활동과 전시 및 SNS 활동 소식 등 각 분야의 정보 축적은 대차대조표를 펀더멘털로 하는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미술시장의 펀더멘털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는 집콕 생활로 인한 소비 감소와 여행비 절약, 저축의 증대와 투자자금 마련, 집값 폭등에 의한 자산 증가, 또한 재난지원금, 기업과 자영업의 손실보전금 지급 등에 따른 재정지출 확대로 통화량이 증가해 있고, 거액의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아 떠돌고 있다. 즉 단순한 욕망뿐인 수요가 아니라 지불능력을 갖춘 유효수요가 존재하는 것도 큰 요인이다.

넷째는 투자 시대의 도래를 들 수 있다. 기본소득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많은 사람, 특히 젊은 층에 퍼졌다. 이에 세칭 ‘영끌 투자’*까지 하는 1980년대 초 이후 출생자인 MZ세대의 현실적이고 과감한 풀(full) 대출-포트폴리오(분산) 투자가 확산하고 있다. 열심히 전공 공부만 하던 부모 세대와 달리 전공 외에 개인적인 투자 학습, 투자 동아리 활동 등으로 무장한 MZ세대는 투자에서 성공한 사람을 ‘인정’하고, 투자 노하우 커뮤니티를 찾으며, 파티를 즐긴다. MZ세대에게는 명품, 미술품 등 컬렉션에 대한 지식, 투자, 소유가 ‘핫한 것’ 중 최고로 인식된다.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이들이 열광하고 따르는, 인기 연예인(혹은 작가)과 관련한 상품을 ‘Flex(과시)’하는 경향과 팬클럽과 추종자들이 이른바 ‘기절각을 세우는’ 요소들을 연구하여 증가하는 젊은 세대 미술품 컬렉터의 실체를 파악하고 미술시장으로 이동하도록 방향을 설정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다섯째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불황, 경기침체에 대한 학습 효과와 투자 측면에서 미술시장에 접근하는 회사들의 출현이다. 1998년과 2008년 불황 이후의 경제 변화를 경험하고, 자본과 자본 동원 능력, 마케팅 노하우를 갖춘 신설 미술품 투자회사들은 국내외 경매-아트페어 시장 분석, 투자 대상 작가 분석, 금융과 부동산 시장의 비교 분석과 함께 경제, 문화산업, 미술시장의 각종 데이터와 지식을 앞세워 미술품 투자 가치를 강의하고, 클럽을 만들어 최신 방식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봄을 맞아 서울에서 히트한 화랑미술제의 열기가 부산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술시장이 조금 좋아지면 많은 사람이 미술품 구매에 관심을 보이나, 위작, 거래자 간 분쟁 사례가 불거지면 곧바로 미술품 거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현실이다. 마치 우리 몸속 장(腸)에서 활동하는 중간균들이 장내 환경에 따라 유익균과 유해균 사이에서 강한 쪽으로 쏠리는 것처럼 말이다. 항상 그렇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미술시장과 관련된 긍정적인 뉴스가 지속해서 나오도록 계속 혁신하고 노력하는 일이다. 아트페어, 경매시장의 좋은 소식이 화랑 전시에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및 대출을 한다는 신조어로, 현 2030세대가 빚을 내서라도 자산에 투자하려는 경향과 그 현상을 이른다.

사진: 박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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