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JOURNAL

김태호 작가 별세

축적된 색면의 층에 내면의 질서로 파고들다

김태호 작가가 지난 10월 4일 작고했다. 향년 74세. 작가는 1948년 부산에서 태어나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1987년부터 2016년까지 홍익대 회화과 교수로 재직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독일 등지에서 40여 회의 개인전을 열고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작업을 이어왔다. 고인은 1977년 미술협회전 금상, 1982년 공간판화전 대상, 2003년 부일미술대상을 수상했다. 더불어 ‘김태호 조형연구소’의 대표로서 미술계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왔다. 특히 올해 5월 열린 제18회 월간미술대상에 출연기금을 후원해 학술비평, 전시기획, 특별부문 수상자들을 독려하며 미술계의 발전에 일조했다.
김 작가는 물성과 추상에 대한 탐구를 내재하는 단색화의 대표주자 중 한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그의 초기작은 형상의 표현으로부터 시작됐다. 1977년 그의 첫 번째 개인전이 있었던 해 발표된 〈Form 77〉 연작에는 건물에 내려진 셔터와 그 뒤에서 움직이는 인영(人影)을 암시하는 이미지가 두드러졌다. 그의 작품이 추상과 물성의 실험으로 향한 시점은 1986년도이며 1993년경 ‘내재율(Internal Rhythm)’을 주제로 한 거대한 평면 작업이 드러났다.
이후 〈내재율〉 연작은 두꺼운 물감의 지층을 칼로 긁거나 도려내어 불규칙한 색의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표면에 닿은 작가의 손이 만들어낸 그리드로 규칙적인 ‘리듬’을 드러냈다. 근래인 2021년까지 이어졌던 〈내재율〉은 작가의 수행과 몰입, 물성과 추상, 앎과 무의식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며 단색화의 범주 안에서도 독자적인 형식을 갖춘 작품으로 알려져 왔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차려졌으며, 하종현 화백 등 그와 예술적 동료로 활동했던 이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작가의 유고전이 된 개인전 〈질서의 흔적〉은 9월 15일부터 10월 27일까지 표갤러리에서 열렸다. 《월간미술》은 고인을 추모하며 김복영 평론가의 〈故 김태호 화백 회고론(가제)〉을 12월호에 수록할 예정이다.

김태호 개인전 〈질서의 흔적〉표갤러리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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