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경 : 모임 Gathering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9. 10. 26 ~ 2020. 2. 23
박찬경, < 모임 >, 디지털 사진, 80×80cm, 2019. 국립현대미술관 설치 전경. 사진 홍철기
박찬경은 이번 전시에서 대표 작품 < 늦게 온 보살 >을 비롯해 총 8점의 신작과 구작 1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액자 구조’로 시작한다. 전시장 입구 쪽에 설치된 < 작은 미술관 >은 이번 전시의 액자 역할을 하며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미술사와 미술관이 인위적으로 주입된 틀이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을 제시한다. 미술제도에 대한 작가의 비판과 성찰은 ‘재난 이후’라는 주제 아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석가모니의 열반 등을 다룬 작품으로 이어진다.
박찬경, <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 >, 2019. 작가 제공
<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 >는 원전 사고 피폭 현장인 마을을 촬영한 박찬경의 사진과 방사능을 가시화하는 일본 작가 카가야 마사미치의 오토래디오그래피 이미지가 교대로 보이는 작업이다. 이 작품은 < 세트 >작품과 나란히 전시되는데, 서로 다른 소재의 유사성에 주목해 접점을 찾는 박찬경 특유의 작업 태도가 잘 드러난다.
박찬경, 해인(海印), 시멘트, 5×110×110cm, 20×110×110cm, 2019. 국립현대미술관 설치 전경. 사진 홍철기
이어서 전시실 중앙에 넓게 펼쳐진 < 해인(海印) >은 다양한 물결무늬를 새긴 시멘트 판, 나무 마루 등으로 구성된다. 이곳에서는 5주간(11월 8일~12월 5일) 전시주제와 관련된 각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과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미술을 “미술에 관한 대화”라고 규정하는 작가의 예술관처럼, 비어있지만 실제로 다양한 ‘모임’이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박찬경, < 늦게 온 보살 > , HD 영화, 흑백, 4채널 사운드, 55분, 2019. 국립현대미술관 설치 전경. 사진 홍철기
<해인>에 이어서 55분 분량의 영화 < 늦게 온 보살 >을 만날 수 있다. 영화는 ‘석가모니의 열반’이라는 종교적 사건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동시대 재난을 하나로 묶는다. 흑백 반전으로 찍은 장면은 보는 이에게 후쿠시마의 방사능 사진을 연상하게 한다. 산속을 헤매는 한 중년 여성과 방사능 오염도를 조사하며 산을 다니는 여성을 교차하며 줄거리를 이끌어 나간다. 전시실 후반부에 설치된 < 맨발 >과 < 모임 > 등의 작업은 영상 속 소재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전시실 마지막에는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 5전시실의 1:25 배율 축소모형 < 5전시실 >이 놓여있다. 작품은 ‘액자 속 스토리’에, 즉 미술관 관람 관습에 익숙해진 관객을 다시 액자 밖으로 강제로 끌어낸다. 이로써 작가는 관객에게 미술과 미술관이 같아 보이는지 묻는다. 강요된 권위와 틀에 저항하면서 각자의 방식대로 깨어있는 관객들이 곧 이번 전시의 제목인 ‘모임’에 초대받은 이들임을 의미한다. 전시는 내년 2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5전시실에서 펼쳐진다.
자료제공: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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