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천 : 탱크

아트선재센터

2019. 11. 29 ~ 2020.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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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천, < 탱크 > 아트선재센터 전시전경, 2019. 사진: 김연제

아트선재센터는 내년 2월 9일까지 김희천 개인전 < 탱크 >를 개최한다. 전시 제목과 동명인 신작 < 탱크 >에서 김희천은 잠수부들을 만나 깊은 물 속으로 내려간다. 그는 물속으로 내려가기 전에 부유 탱크에 들어가 시뮬레이션 잠수를 경험한다. 감각 차단 탱크(sensory deprivation tank)라고도 알려진 이 탱크는 말 그대로 시각, 청각, 후각을 모두 차단할 수 있다. 탱크에 들어가면 신체 감각이 사라지고 정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운동선수들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위해 이 탱크를 사용한 바 있다. 그러나 훈련이 계속되면 자신이 시뮬레이션 속에 있는지 실제 잠수 중에 있는지 헷갈리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물리적인 현실 의식이 명확하지 않게 되는 동안 다른 감각의 자극이 가속을 얻는다. 여기서 ‘탱크’는 실재와 실재가 아닌 감각 사이의 경계를 흐리거나 동시에 그 경계를 강조할 수 있는 일종의 프레임이다.

김희천, < 탱크 > 아트선재센터 전시전경, 2019. 사진: 김연제

김희천은 영상 매체를 통해 자신의 서사를 구축하면서 패턴을 적용하고 검증 과정을 거친다. 그는 다큐멘터리적 푸티지로 실제 상황을 기록함으로써 자신이 세운 가설을 뒷받침한다. 촬영한 푸티지에 GPS, VR, 페이스스왑, 게임 등의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데 이는 현실적인 상황에 비현실적인 레이어를 더하는 도구가 된다. 그의 작업에서 이러한 디지털 어플리케이션은 주요한 수사이자 현실에 대한 다른 감각을 촉발하는 매개로 기능한다. 작가는 이렇게 인류가 가상의 감각과 실재를 구분하지 못하는 순간과 가상과 실재의 경계가 사라지며 나타나는 기이한 상황을 제시한다. 기술이 발달해 기술의 존재가 비가시화되는 현상을 목도하며, 이런 현상이 인간이 계산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렇게 일견 ‘미래적인’ 디지털 기술과 이미지를 사용해 작품을 제작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미래적인’ 서사는 미래를 상상하는 일반적인 기대에서 벗어난다.

김희천, < 탱크 > 아트선재센터 전시전경, 2019. 사진: 김연제

인간에게 인지와 의식은 물리적인 상태만큼이나 현실적일 수 있다. 우리는 때로 어떤 인지가 비대해져 현실 감각이 흐려지는 것을 경험한다. 현실에 관한 이론과 개념은 의미가 없어지고 순간 자신이 감각하는 상태만 중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의 시간성에는 역사적인 시간이 적용되지 않아 어느 시점으로, 어떤 속도로도 갈 수 있다. 김희천의 서사는 이런 시간성을 기반으로 전개된다.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사이에 다른 시간의 세계인 ‘탱크’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전지적 시점에서 비추는 렌즈와 같다.

자료제공: 아트선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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