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ppongi Crossing 2025:
What Passes Is Time. We Are Eternal.
일본 서사의 새로운 쓰기 가능성
김주원 큐레이터, 한빛교육문화재단 이사
World Report |LA

《롯폰기 크로싱 2025: 시간은 덧없는 것, 우리는 영원하다》
모리미술관 설치 전경 2025~2026
Photo: Takehisa Naoki
3년마다 동시대 일본 미술의 지형을 가로지르며 새로운 좌표를 제시해온 모리미술관의 일본현대미술 정기전인 ‘롯폰기 크로싱’의 2025년 《롯폰기 크로싱 2025: 시간은 덧없는 것, 우리는 영원하다》는 사적 기억에서 지질학적 시간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병치하고 충돌시키며, 동시대 세계가 직면한 복잡한 조건들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세계화 이후 더욱 첨예해진 경계와 불균형 속에서 전시는 ‘일본’이라는 로컬을 고정된 정체성이 아닌 유동하는 서사로 재구성한다. 전시는 3월 29일까지 진행됐다.
시간은 덧없는 것, 우리는 영원하다:
매 순간을 주워 모아 꽃처럼 엮는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시간은 덧없는 거잖아요?”
라고 당신은 묻는다. 우리는 영원하다.1
인도네시아의 시인 사파르디 조코 다모노(Sapardi Djoko Damono)의 시 「시간(Time)」에 등장하는 구절 “시간은 덧없는 것, 우리는 영원하다(What Passes is time, we are eternal.)”는 일본 모리미술관의 《롯폰기 크로싱 2025》의 전시 제목이다. ‘롯폰기 크로싱’은 2003년 10월 모리미술관의 개관 이듬해인 2004년 첫 회를 시작한 이래, 3년마다 공동 큐레이션 형식으로 일본 현대미술을 조명해 왔다. 8회째인 이번 전시는, 모리미술관의 큐레이터 2인(토쿠야마 히로카즈, 야하기 마나부)과 야마구치미술관(YCAM)의 큐레이터 레오나르드 바르톨로메우스(Leonhard Bartolomeus)와 싱가포르미술관(SAM)의 수석큐레이터 김해주가 함께 기획했다. 전시 제목이 시사하듯 ‘시간’을 주제로 한 전시는 국적과 관계없이 ‘일본에서’ 활동하거나 해외에서 활동하는 ‘일본 출생’ 작가 21명의 개인/팀의 작품을 소개하였다.
눈에 띄는 것은 ‘시간’이라는 개념과 ‘일본’이라는 로컬/장소의 병치다. 세계화3.0 이후를 살고 있는 지금, 전 세계적인 전쟁으로 갈등의 격화, 정치적 우경화, 인종 차별, 경제적 격차, 인권 유린, 기후 재난 등 심각한 문제들의 가시화와 분열로 세계는 들끓고 있다. 이러한 전지구적 상황 속에서 다소 느슨하고 진부해 보이는 듯한 ‘시간’이라는 주제와 ‘일본’이라는 로컬/장소의 병치, 혹은 교착을 시도하는 전시 《롯폰기 크로싱》은 어떤 의도로 기획되었을까?
우리는 현대 사회가 강요하는 압도적인 속도와 시간적 억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사적인 시간, 보편적인 시간, 타인과 함께하는 시간, 공공·사회·지정학적 맥락에 내재된 시간, 동식물의 시간, 그리고 지질학적 시간까지 다양한 시간의 축이 존재한다. 기획팀에 따르면 이번 전시의 테마 설정 동기는 예술 작품에 나타나는 다층적인 시간성의 교차를 통해, 세계와 사회의 복잡성을 다각도로 해석하도록 독려하는 데 있다고 한다. 그 같은 이유에서 전시에 국적과 무관하게 “일본에서” 거주하는 작가뿐만 아니라 이주민 배경을 가진 작가, 해외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일본에서” 태어난 작가 등 다문화적 배경을 지닌 예술가들이 대거 포함됐다.2 사실 그 정점이 지난 세계화는 어떤 차이도 용인하지 않으면서 우리 모두의 삶을 하나로 통합하고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압도적 보편성을 가리킬 것이다. 아마도 전시는 이 같은 압도적 보편성에 가려졌던 ‘일본’이라는 차이를 다층적으로 교차하는 ‘시간’들을 통해 재고하고자 하는 것 같다.

와다 레이지로 〈MITTAG〉 유리, 황동, 청동, 브랜디 238×212×79cm 2025
Production support: SCAI THE BATHHOUSE, Tokyo
Courtesy: SCAI THE BATHHOUSE, Tokyo
Installation view: Roppongi Crossing 2025: What Passes Is Time. We Are Eternal., Mori Art Museum, Tokyo, 2025-2026
Photo: Takehisa Naoki
전시는 주제인 ‘시간’의 관점에서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섹션은 ‘다양한 시간의 척도(Scales of Time)’로서 중첩된 사적/ 보편적 시간을 주목하는 켈리 아카시, 쇼지 아사미, 오키 준코, 쿠와타 타쿠로, 히로 나오타카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켈리 아카시(Kelly Akashi)는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본계 미국인 작가이다. 그녀는 ‘모노노아와레’(物の哀れ)나 ‘와비사비’(わび さび) 등 일본 전통의 시적 미학에 깊게 뿌리내린 예술세계가 특징적이다. 예컨대, 입으로 불어 만든, 투명하게 슬픈 듯 아름다운 유리꽃 오브제는 덧없음과 애틋함 등을 드러내고 있으며, 청동으로 본을 뜬 자신의 손이 고통스러운 가족사와 관련된 죽은 나뭇가지를 쥐고 있는 작업은 시간과 기억을 말하고 있다. 결코 시들지 않는 유리 꽃들과 늙음을 멈춘 청동 손들은 환상적인 불멸을 노래하는 것 같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죽음을 상기시킨다. 이 같은 덧없음에 대한 울림은 그녀의 작업에 담긴 고통스러운 가족사의 흔적과 기억이 더해지며 복잡하게 흔들린다. 켈리 아카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포스턴 강제수용소에 억류되었던 부친의 가족사를 바탕으로 전쟁의 상처와 기억을 탐구한다. 그녀는 수용소 현장의 나뭇가지 등을 활용한 작품을 통해 억압되어 침묵했던 개인의 경험이나 트라우마를 공동체의 기억 및 역사로 이행시킨다. 자수를 매개로 삶의 흔적과 기억을 기록하는 오키 준코(Oki Junko)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입거나 가족을 위해 만들었던 오래된 옷, 골동 천 등을 주재료로 한 대규모의 작업을 전시장 벽면 가득 설치하였다. 40세를 앞둔 시점인 2002년부터 본격적인 예술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낡은 천이 지닌 시간성 위에 마치 생명의 흔적과도 같은 추상적 자수를 새김으로써 (일본 소시민의 경험과) 과거 위에 (예술가의) 현재 시간을 겹쳐 놓거나 덧씌웠다. 그녀의 이와 같은 작업은 파편적인 사적 경험과 취향이 ‘예술’이라는 보편성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편, 일본의 전통 도예와 현대적 감각을 경계 없이 융합해 온 쿠와타 타쿠로(Kuwata Takuro)의 대형 세라믹 조각〈무제(Untitled)〉는 뒤틀리고 생생한, 화려한 색채와 질감으로 전시장 전체를 압도하였다. 그의 작업은 ‘투박하고 조용한 상태’를 가리키는 일본의 전통 미의식 ‘와비사비’의 현대적 재해석이라 평가받는다. 2m 안팎의 높이와 투박한 볼륨을 지닌 작품들은 자기(Porcelain), 금, 유약, 강철, 안료, 옻칠 등의 재료로 작가 특유의 ‘파괴적 아름다움’을 보인다. 점토에 커다란 돌가루를 섞어 굽는 전통기법인 이시하제(石爆, Stone Blast)를 변형해 가마 안에서 돌이 팽창하며 도자기 표면을 뚫고 터져 나오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시각화하였다. 그의 작업은 자연스러운 결함과 시간의 흔적을 통해 내면의 충만함을 추구한다.

A.A.무라카미〈The Moon Underwater〉
강철, 알루미늄, 맞춤형 로보틱스, 맞춤형 여과 시스템, 기포, 물, AI 기반 로보틱 시스템 407×807×485cm 2025
Production Support: Anthropic
Installation view: Roppongi Crossing 2025: What Passes Is Time. We Are Eternal., Mori Art Museum, Tokyo, 2025-2026
Photo: Takehisa Naoki
두 번째 섹션으로 이동 하기 전, A.A.무라카미, 즈가코사쿠 & 쿠리에이토, 미유 호소이, 와다 레이지로 등의 흘러가는 ‘시간을 감지하는(Sensing Time)’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런던과 도쿄를 오가며 활동하는 A.A.무라카미(A.A.Murakami)는 일본의 무라카미 아즈사(Murakami Azusa)와 영국의 알렉산더 그로브스(Alexander Groves)로 구성된 부부 듀오 작가이다. AI로 제어되는 이들의 버블 설치작품 〈더 문 언더워터(The Moon Underwater)〉는 일본의 전통적인 달맞이(츠키미(月見/つきみ)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한다. 물 위에 비친 달과 같이 슬프고 애잔한 덧없음의 미학인 모노노아와레를 환기시키는 작품은 비눗방울이 생성되고 터지기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달이 차고 기우는 시간의 순환을 상징하고 있다.
즈가 코사쿠(Zuga Kousaku) & 쿠리에이토(Kurieito)는 키시카와 노조무와 오카모토 와카로 이루어진 아티스트 듀오로 2009년 효고에서 결성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롯폰기 힐즈 모리미술관에 위치한〈지하철 출구(Subway Exit)〉는 ‘롯폰기역’ 출구나 주변 거리풍경을 실물크기로 구현하였다. 골판지 등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해 실제 존재하는 풍경을 재현하고 있지만 어딘가 어긋난 듯한 어설픈 표현 등으로 유머를 자아낸다. 지상 250m 상공에 설치된 지하철 출구는 관람객에게 다른 시간과 시각적 인식이 공존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호소이 미유(Hosoi Miyu)는 소리를 통해 포착된 인간 경험을 탐구하는 사운드아티스트다. 그녀의 ‘인간아카이브센터’시리즈는 인간의 경험을 특정한 시간의 소리로 기록한다. 이번 신작 〈네넷(Nénette)〉 (2025)는 금속판에 매달린 작은 스피커를 사용하였다. 금속판은 거울처럼 희미하게 빛을 반사하는 동시에 소리를 반향시키는 장치로 작동한다.
파리 자르댕 데 플랑트(Jardin des Plantes) 동물원의 최고령 오랑우탄 ‘네넷’을 모티프로 한 이 작업은 동물원에서 녹음한 사운드 작업이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사운드는 50년 넘게 동물원에서 살아온 ‘네넷’의 우리 앞에서 수집되었다. 작가는 동물원 우리 너머로 ‘네넷’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주변 소리를 채집하고 재구성했다. “네넷은 나랑 똑같아?”, “조용히 하세요” 등 관람객들의 무심한 말들과 환경음, 그리고 새소리 등이 섞여 있다. 인간과 비인간의 겹쳐진 소리를 통해 이들 간의 관계성을 새롭게 주목하는 이 작업은 시간이 단순히 직선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주름지고 반복되며 겹쳐지고 사라지는 것일 수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주가코사쿠 & 쿠리에이토〈Subway Exit 1a〉(부분) 판지 위 수성 페인트 가변 크기 2025
사진: 김주원
두 번째 섹션은 ‘함께하는 시간(Time Together)’을 다루는 작가들, 키타자와 준, 미야타 아스카, 아메프라시, 히가 레오, 멀티플 스피릿츠 등이 소개되고 있다. 도쿄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활동하는 기타자와 준(Kitazawa Jun)은 일본 국내외의 다양한 커뮤니티와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며 ‘커뮤니티-스페시픽(Community Specific)’이라 부르는 실천을 전개해 왔다. 그의 대표적인 프로젝트인 ‘깨지기 쉬운 기프트’는 2021년 시작해 진행 중인 장기 프로젝트이다. 그 계기는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의 아디 수마르모 공군기지에 보존되어 있던 일본제 군용기 ‘Ki-43 전투기’의 발견에서 비롯되었다. 이 비행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사용했던 것으로, 이후 인도네시아 독립전쟁 시기에 재사용되는 복잡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작가는 일본인으로서 이러한 역사와 마주하고, 지역 장인들과 협업하여 대나무와 천 등으로 실물 크기의 비행기 모형을 제작하였다. 관련한 기억과 증언을 기록하였으며 2023년에는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시험 비행도 진행하였다. 프로젝트의 최신 단계인 〈깨지기 쉬운 기프트 팩토리(Fragile Gift Factory)〉(2025)에서는 제작과정, 영상기록, 자료들을 공개하며,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일본-인도네시아 간 서로 다른 기억과 시간, 즉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화해와 대화를 촉진하고자 한다.
히가 레오(Higaleo)는 메이지유신 이후인 1879년 일본에 완전히 합병되기 전 옛 오키나와의 역사적 독립왕국이었던 ‘류큐(琉球)의 전통인형 컬렉션’을 통해 오키나와의 지정학적 역사와 특징을 주목하고 있다. 주로 전후 여성들이 기념품으로 제작했던 인형들은, 오키나와의 과거와 현재를 반영하는 다양한 의상과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오키나와의 서사를 대변한다. 사라져가는 전통인형 공예를 통해 작가는 오키나와 섬의 다층적인 문화와 역사,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경험과 시간들을 되돌아본다.

김인숙 〈Eye to Eye, Side:E, Mori Art Museum Ver.〉 4채널 비디오 설치 4K / Full HD 사운드 13분 23초 2025
Installation view: Roppongi Crossing 2025: What Passes Is Time. We Are Eternal., Mori Art Museum, Tokyo, 2025-2026
Photo: Takehisa Naoki Photo courtesy: Mori Art Museum, Tokyo
세 번째 섹션은, ‘생명의 리듬(Rhythms of Life)’으로 역사적, 지질학적 시간을 살피는 슈시 술라이만, 캐리 야마오카, 마야 와타나베, 김인숙, 토모 키하라 등의 작가들로 구성되었다. 예컨대, 슈시 술라이만(Shooshie Sulaiman)은 말레이시아 태생으로 말레이시아 무아르와 일본 히로시마를 오가며 10여 년을 생활하고 있다. 이 같은 두 도시의 경험은 그녀와 그녀가 속한 공동체 사이에 독특한 관계를 만들어냈다. 슈시는 철새처럼 편히 쉴 수 있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둥지〉를 상상하며, 일본의 버려진 집에서 기와를 모아 작품을 설치했다. 조각처럼 보이는 작품은 사람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던 건물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수많은 서사를 담고 있다. 햇빛, 비, 이끼, 그리고 부패와 같은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기와는 집의 표상이자 오랜 세월과 시간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물리적 기록 보관소이다. 페루 리마에서 출생한 마야 와타나베(Maya Watanabe)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비디오 작업 〈Jarkov〉은 러시아의 특정 지역에서 발견된 매머드 뼈와 관련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간의 흐름, 역사적 파편, 그리고 물질이 변해가는 과정을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그녀는 실제 아카이브 자료와 연출된 영상을 뒤섞으면서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얼어붙은 퇴적물 속에 보존된 매머드의 부분적으로 드러난 몸체를 통해 존재와 부재, 생명과 멸종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모호함을 드러낸다. 지질학적, 행성적 시간과 대비되는 인간의 시간성과 기억의 한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왼쪽 기타자와 준 〈Fragile Gift Factory〉 프로젝트 2025
Installation view: Roppongi Crossing 2025: What Passes Is Time. We Are Eternal., Mori Art Museum, Tokyo, 2025-2026
Photo: Takehisa Naoki
오른쪽 호소이 미유 〈Nénette〉2채널 스피커, 미디어 플레이어, 스테인리스 플레이트 15분 27초 191.5×80×57.3cm 2025
Production Support: Seki Manami, Guillaume Piccarreta, Honji Yoshikazu (Yamaha Corporation), Sano Tsunenori (Yamaha Corporation), Shirai Mizuyuki(Yamaha Corporation)
Courtesy: Gallery 38, Tokyo
Photo: Takehisa Naoki
전시장의 출구에서 “지나가는 것은 시간일 뿐, 우리는 영원하다”는 시인의 시구를 되뇌어 본다. 동일한 국제기준시간이라는 보편적 지배 아래 우리의 삶은 세계를 빼앗긴 지 오래다. 세계화라는 자본주의적 보편성이 지배하는 하나의 글로브(globe)에 살게 된 우리는 외적 현실을 경험하고 인식하는 지평으로서의 세계를 빼앗겼다. 이 전시가 지목하는 로컬/장소로서의 ‘일본’은 자본주의의 보편성이라는 동일한 ‘시간’에 의해 경험하고 인식해야 할 우리의 현실이자 빼앗긴 세계일 수 있다.
우리는 거의 한시도 쉴 틈 없는 지각의 충격 속에 놓여있다. 손에서 떠나지 않는 휴대전화와 꺼질 줄 모르는 TV는 우리의 주목을 얻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미지와 사운드를 24시간 내내 쏟아낸다. 그것이 생산하는 지각적 충격에 우리는 종일 얼이 빠져 허우적댄다. 이는 급기야 그러한 지각적 충격에 홀린 채 깨어있는 상태를 부정할 최후의 보루일 잠이라는 판매하려는 문화상품이 융단폭격처럼 쏟아붓는 끝없는 지각적 충격에 식민화 되어버린 잠의 위기를 의미한다.3 이같이 그럴듯한 겉모습과 다른 비관적 현실은 지배적 서사나 하나의 역사에 저항할 또 다른 서사를 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법의 언어처럼 유포된 ‘세계표준’이라는 전지구적 차원의 세계화가 간과했던 다른 ‘시간’, 다른 서사로서의 ‘일본’을 지목하는 《롯폰기 크로싱 2025》전의 과감하며 용기있는 시도는 로컬/장소로서의 ‘일본’의 지금, 뉴서사 쓰기의 가능성을 연다. 그래서 “시간은 지나갈 뿐, 우리는 영원하다”는 시인의 통찰력 있는 시구가 의미하는 바는 우리의 영원성은 지나가는 시간 속에 있다는 뜻이지 않을까.
1 “Yang fana adalah waktu. Kita abadi: / memungut detik demi detik, merangkainya seperti bunga / sampai pada suatu hari / kita lupa untuk apa. / “Tapi, / yang fana adalah waktu, bukan?” / tanyamu. Kita abadi.” 사파르디 조코 다모노(Sapardi Djoko Damano)의 시 「시간(Waktu)」의 원문 및 영문은 찾지 못했으나, 어쩌면 같은 시일 수도 있는 시 「시간은 덧없다(Yang Fana Adalah Waktu)」의 원문은 https://www.zenius.net/ 참고. 챗GPT 번역 2026.03.10 접속. 동일한 시 여부와 번역 내용의 정확도는 확신할 수 없음을 밝힌다. 어쩌면 구글링을 통한 이 같은 서치 및 번역 행위가 이 전시가 제시 는
동시대 미술의 ‘지금’일 수도 있지 않을까?
2 큐레이터 4인의 공동 에세이 Curator‘s Essay 「Roppongi Crossing 2025: Time Passes, We Are Eternal」 제공: 김해주
3 서동진 「지구화 이후의 세계 그리고 서사」 『창작과비평』(52권 제1호, 2024.3,) pp.17~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