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정: 회화적인, 너무도 회화적인

2020. 3. 19 – 5. 16

OCI미술관 

ocimuseum.org


OCI미술관은 이달 19일부터 5월 16일까지 샌정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독일 뒤셀도르프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는 샌정은 회화의 본질에 대해 오래도록 고민하며 평면 작업에 천착해 왔다. 노스탤지어와 멜랑콜리한 감수성을 기반으로 낭만적인 회화를 보여준 그는 최근 몇 년 전부터 구상에서 반추상, 기하학적 추상으로 작업 세계를 변모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변화의 경향이 더욱 뚜렷하며 원시적으로 여겨질 만큼 자유롭게 채워진 몇 가닥의 색과 선은 형상의 틀에서 벗어나 내밀함을 강조한다.

이번 개인전 제목은 < VERY ART >로, 작가의 사유가 어떻게 캔버스 안으로 수렴되는지 그리고 회화 세계가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망라해 보여준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이렇게 규정한다.

“ VERY ART “
회화의 심미적 영역과 관련해 미적 판단 안에서 그려지고 ART적이며 너무도 ART적인 생각의 궤적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세계를 흐릿하게 관조의 중심축으로 자리하는 형상을 추상적 노스텔지어와 멜랑콜리아로 표현한 전시

샌정의 회화에서 거리 두기, 즉 관조의 태도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림을 그리는 창작자이자 그림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감상자로서 관조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화가에게 캔버스는 주관성과 보편성이 마주하고 충돌하는 장(場)인 동시에 중립을 지키는 중성적 공간이다. 캔버스 안에서 물질과 작가의 정신은 상호 교환되며 그 과정에서 작가의 고유한 호흡이 생겨난다. 

샌정의 작업을 들여다보면 얼핏 모노 톤으로 균질하게 정돈된 듯하지만 물감의 두께감, 선 갈라짐, 색의 충돌 등 회화적 요소로 인해 긴장감이 가득 차 있다. 작품마다 지닌 리듬감 속에서 색과 선은 뭉쳐지고 흩어지며 미끄러진다. 미세하지만 분명한 긴장과 균열은 그의 작품에 섬세하게 파문을 일으키는데, 이 잔잔한 운동에서 어느 쪽으로도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는 미묘함이야말로 샌정 작품의 주요 분위기다. 

이런 감각을 작가 본인은 ‘부유감’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달리 말하면, 창작 활동 중 끊임없이 감각과 사유의 상호 탐색과 침투가 벌어지며 그 지난한 과정이 마침내 가라앉을 때 비물질적인 사유가 떠다니다가 캔버스 위에 침전하며 작업이 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마치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듯 사유를 펼쳐내는 샌정의 작업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자료제공: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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