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아스 레베르거 Tobias Rehberger :
Truths that would be maddening without love 

2020. 3. 18 – 5. 13

갤러리바톤

gallerybaton.com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 토비아스 레베르거 작품 설치 전경, 2009. | 사진: Wolfgang Günzel

갤러리바톤은  5월 13일까지 독일 출신 현대 미술가 토비아스 레베르거(Tobias Rehberger, 이하 레베르거)의 개인전 < Truths that would be maddening without love >를 개최한다. 레베르거는 2009년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전세계 명망 있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아왔다. 그의 작업은 이미지, 오브제, 설치 등 다양한 방식을 넘나들며 특유의 감각적이고 화려한 색과 패턴으로 보는 이의 눈을 현혹한다. 레베르거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유희에만 머물지 않으며 ‘예술’ 자체에 관한 개념적이고 다층적인 고찰과 질문을 담고 있다. 작가는 조각-설치-건축, 미술-디자인, 예술-일상, 미학-기능 등 예술의 장르와 역할을 둘러싼 이분법적인 위계를 넘나들거나 혹은 그 사이를 끊임없이 탐구한다. 특정 장르에 국한하기 힘든 그의 작업은 진지하고도 유쾌한 동시에 추상적이고 시적인 개념적 혼성체에 가깝다.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레베르거는 ‘대즐 카머플라주(dazzle camouflage,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전함의 위장 무늬에서 차용)로 꾸민 실제 카페를 자르디니 비엔날레 파빌리온에 설치했다. 현란한 색상과 패턴으로 마감된 이 독특한 공간은 현실과는 구분되는 또 다른 리얼리티를 가졌으며, 카페라는 일상 장소의 기능과 융합되는 동시에 충돌하는 ‘사이의 장소’가 됐다. 즉 그는 작품을 통해 예술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경험 폭을 확장하고 예술의 미학적 개념과 기능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갤러리바톤  < Truths that would be maddening without love > 전시 전경, 2020. | 사진: 임장활

한국에서 펼치는 이번 개인전에서도 레베르거는 갤러리 공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활용하는 대형 설치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전시는 이미지와 오브제 그리고 설치로 이루어진 세 개 공간으로 구성되며 관람객은 먼저 동선을 따라 거대한 5개의 이미지 벽을 차례로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일상을 촬영한 이미지를 거대하게 프린트해 설치했는데 ‘평범함’은 크기와 대비되며 오늘날 ‘이미지 시대’의 시각적 경험을 스펙터클하면서도 능동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제시한다. 거대한 이미지 벽을 거친 뒤 다음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작은 오브제들은 이전 공간의 규모와 대조를 이루며 멀리 조망하던 관객의 시각을 가까이 들여다보도록 이끈다. ‘재떨이’로 명명된 오브제들은 인터넷에서 무작위로 찾아낸 이미지를 토대로 만든 추상 오브제다. 작가는 단지 작은 구멍이 있는 이 오브제들이 작가로부터 재떨이로 명명될 때, 각기의 추상 형태가 어떤 식으로 그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수행할 수 있는지 묻는다. 마지막으로 레베르거 작업 특유의 네온과 세라믹 조각의 조합이 뿜어내는 다채롭고 강렬한 에너지가 충만한 별도 공간에 이르기까지 관람객은 예술을 둘러싼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작품을 통해 시각적인 즐거움과 개념적 깊이를 함께 느끼며 보다 능동적인 방식으로 각자의 감상과 경험을 하게 된다.

이번 전시 제목 ‘Truths that would be maddening without love’는 예술을 향한 작가의 태도를 알려주는 중요한 힌트와 같다. 제목에서 진리(Truth)는 ‘개념’을, 사랑(Love)은 ‘감정’을 의미한다. 지성과 신중함 없이 예술 작품은 존재할 수 없지만 동시에 작품은 의도하지 않은 것, 감정적인 느슨함 없이 만들어질 수 없음을 의미하는 문구다. 진지한 개념적 질문을 던지되, 관람객들로 하여금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감각적인 유희의 순간 또한 선사하는 레베르거의 다층적인 작업 세계를 알 수 있다. 

자료제공 : 갤러리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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