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격변기의 영국, 그리고 40년 간의 사랑 <에델과 어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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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눈사람 아저씨>로 잘 알려진 영국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Raymond Briggs)는 1998년 자신의 부모님을 주인공으로 한 그래픽 노블을 선보이게 된다. 1999년, 이 작품은 ‘올해의 영국 도서상’에서 ‘올해의 최우수 그림책 상’을 받았고 영화로 탄생하게 되었다. <에델과 어니스트(Ethel & Ernest>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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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에델과 어니스트> 원화 (우) <에델과 어니스트> 영화 캐릭터 스케치. 이번 영화에서 미술팀은 손느낌 나는 묘사를 위해 100% 핸드 수작업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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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의 세월을 담은 하나의 이야기
사실 이 책은 레이먼드 작가가 부모님께 바치는 책으로, 그에게는 아주 소중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겪은 20세기의 시대상과 한 편의 러브 스토리가 어디 한 둘 뿐이랴. 하지만 이 책이 발표되고 나서, 사람들은 시대와 개인 그리고 믿음의 결속력 사이에서 태어난 그 이야기에 흠뻑 매료되었다. 줄거리는 런던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에델과 우유배달원인 어니스트의 이야기다. 1928년, 그들은 처음 만났고 1934년 아들 레이먼드(작가)를 낳았다. 이후 1971년 부터 이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영화는 그들 삶의 여정을 담았다. 유명 작곡가이자 이번 영화에서 음악을 담당한 칼 데이비스는 이렇게 답했다. “책을 사려고 얼른 서점에 갔는데 문 닫기 직전이었어요. 간신히 들어가서 딱 한 권 남아 있는 걸 살 수 있었죠. 집에 와서는 책을 단숨에 다 봤어요. 굉장한 이야기였고,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일평생이 담긴 이야기잖아요. 자연스러운 이별까지의 삶이 이 이야기에 담겨 있죠. 그래서 이런 작업은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제가 즐겁게 작업을 할 거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20세기 영국은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책이 나오고 나서 영화로 만들자는 제의는 빗발쳤지만 작가는 고사했다. 책임감 때문이었다. 어쨌든 시간이 흘러 루퍼스 필름이 영화의 판권을 획득했고, 작가는 작품의 초기 단계부터 함께 투입되었다. 영화는 2016년 ‘제60회 BFI 런던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되었고, 같은 해 12월에 영국의 텔레비전 채널인 BBC One에서 방송되었다. 비평가들은 만장일치로 찬사를 보냈고, 이브닝 스탠더드 필름 어워즈의 최우수 작품상 예비후보작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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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로 쌓은 완성도, 제작 비하인드
<에델과 어니스트>는 원작이 탄탄하기도 했지만 영화를 제작하는 스텝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모두 프로젝트의 기획에 이끌려 참여한 이들이다. 배우로는 짐 브로드벤트와 브렌다 블레신, 루크 트레더웨이가 연기를 맡았고, 유명한 작곡가인 칼 데이비스와, 폴 매카트니가 곡을 만들고 노래를 했다. 영화에서 음악 또한 필수적인 요소인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곡가인 칼 데이비스가 만들고, ‘체임버 오케스트라 오브 런던(Chamber Orchestra of London)’이 연주한 곡이 담겼다. (칼 데이비스는 애니메이션 작품 작업이 처음이라고 한다) 또한, 1920년대부터 1960년대 사이의 노래가 삽입되었는데, ‘그레이시 필즈’, ‘찰스 펜로즈’, ‘더 섀도스’, ‘데이브 베리’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노래가 포함되었다.
프로듀서인 카밀라 디킨은 이번 작품의 제작 과정에 대해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각색하는 건, 언제나 정말 긴장되는 일이에요. 스크린에 그 삶을 그려내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라, 감독님과 저는 제작 초반부터 걱정을 많이 했죠. 그런데 레이먼드가 각본과 스토리보드를 보고 괜찮다고 해서, 승인을 얻었다는 생각에 기뻤어요”라고 술회했다. 원작자가 제작 과정에 참여하면서 그 과정은 매우 까다롭고 엄격했을 것이다. 오죽하면 그림 배경 속 벽돌의 디테일에 집착하는 그에게 스텝 중 하나가 ‘Raymond Briggs(레이먼드 브릭스)’에게 ‘Raymond Bricks(*Bricks: 벽돌)’라고 별명을 붙였겠는가. 영화의 감독인 로저 메인우드와 미술 감독 로빈 쇼, 애니메이션 작화 감독인 피터 도드와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이 세 사람은 영화 속 인물의 움직임과 모습, 그리고 집의 세부적인 묘사를 아주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레이먼드의 작품과 과거 사진, 부모님의 유품이나 기타 참고 자료를 섭렵했다. 그렇게 해서, 집 앞에 놓인 개개의 벽돌부터 부엌의 그릇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부 사항을 꼼꼼하게 조사하고 재현했다.
100여 년 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업이기에 디테일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필수로 동반되었다. 집 내부의 모습은 레이먼드가 가지고 있는 사진을 보거나 그 당시 집 중에 비슷한 집을 조사하는 등의 방식으로 만들었다. 배경으로 보이는 벽지 등은 수작업으로 색을 칠했고, 바닥 타일은 프로듀서인 카밀라 디킨이 살고 있는, 에드워드 7세 시대(1901~1910년)에 지어진 런던 집의 바닥을 모사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술팀은 수작업으로 색을 칠한 100개의 애니메이션 수채화 물감 견본과 20개의 애니메이션 텍스처 견본, 수작업으로 그린 러그와 벽지, 소파 무늬 등 62개의 텍스처, 309가지의 의상 색채, 손으로 그려 만들어낸 686가지의 배경 그림과 손으로 그리고 색깔을 칠한 소품 디자인까지, 이 모든 것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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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마찬가지였다. 영화의 편집자인 리차드 오버올은 “<에델과 어니스트>에서는 사운드에서의 세부적인 부분에 요구되는 수준이 매우 높아요. 특히 왜냐하면 특정한 시대를 나타내야 하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죠”라며 실감나는 표현하기 위해서 실제 스핏파이어와 당시 운행되었던 런던 버스, 그 시대의 특징적인 자동차와 스쿠터 그리고 심지어는 옛날 우유병 소리까지 녹음했다. 집 내부 여러 공간마다 표면이 다른 점을 반영하기 위해서 인물의 발소리도 정성 들여 녹음했다. “관객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영화에 표현된 모든 요소를 정확하게, 진짜와 같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에델과 어니스트>는 그렇게 174명의 전문가 투입, 제작 기간 9년에 걸쳐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100여 년 전, 평범한 런던 사람이었던 에델과 어니스트의 시선으로 본 시대의 격동기 그리고 삶은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가져다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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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이소진 (sojin.chloe.lee@gmail.com)
도움 |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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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과 어니스트> 시사회에 월간미술 독자를 초대합니다.
세계 10대 에니메이션 페스티벌 ‘아니마문디’ 대상을 수상하며 월트 디즈니, 픽사, 스튜디오 지브리 등 애니메이션 거장들이 극찬한 <에델과 어니스트>. <눈사람 아저씨>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 원작으로 1920년대 영국 런던의 격변기 속 러브 스토리를 잘 담아낸 작품입니다.
월간미술 독자들에게 <에델과 어니스트>를 먼저 만나볼 기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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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2018년 5월 3일 (목)
- 시간: 20:10
- 장소: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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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첨자 발표: 5월 1일 (화) 개별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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