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하는 것을 금하라 

2018. 2. 27 ~6. 24

수원시립 아이파크미술관

http://sima.suwon.go.kr


윤정미, <핑크 프로젝트_서우와 서우의 핑크색 물건들>, 라이트젯 프린트, 122x122cm,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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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여성’이라는 단어에 포함된 다양한 역할과 위치를 생각할 때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여성은 태어나는 건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2018년은 정월 나혜석 타계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나혜석은 여성의 권리와 지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주저하지 않은, 시대를 앞서나간 여성 미술가다. 그의 발언과 주장은 당시 사회에서 규정한 여성의 역할에 반하는 ‘금기된’ 행동이었다. 여성의 권리 찾기에 앞장서 왔던 선구자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나혜석의 작품과 활동은 현재 사회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금하는 것을 금하라>는 정월 나혜석 타계 70주년을 맞이하여 여성과 관련한 ‘금기’와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에 대한 금기와 차별에 저항했던 나혜석의 시대 이후 변한 것은 무엇인가. 그가 타계 한지 70년이 지났지만 당시 그가 주장했던 문제는 동시대에 여전히 유효하다.

 정은영, <정동의 막>, 단채널 비디오, 15분 36초,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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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는 정해진 규칙과 주어진 역할을 벗어나 그에 반하는 행동 혹은, 해서는 안되는 것을 의미한다. 금기는 학습을 통해 내면화되고 억압을 통해 지켜진다. 남성성과 여성성 등 사회적으로 규정된 성 역할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일반적인 합의를 거스르는 이탈적인 행위로 여겨지며, 금기에 대해 말하고 표현하는 것 또한 금기시된다. 따라서 암묵적으로 규정된 금기를 드러내고 질문 하는 것은 낯설고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너무나 익숙해서 의심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불편함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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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현, <프렐류드>, 캔버스,장지,중국지에 연필, 아크릴릭, 354x582cm,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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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크게 두 섹션으로 나누어진다. 1층 3전시실에서는 금기에 대해 저항했던 나혜석의 생애를 서사적으로 돌아보며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당시나 지금이나 여성에게 주어진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금기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때문에 3전시실은 여성으로서 권리 찾기에 앞장섰던 나혜석의 용기 있는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2층 4, 5전시실에서는 나혜석 이후 현대미술에서 여성의 역할, 금기, 저항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소개한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그에 대한 저항, 포용의 방식을 다양하게 시각화 한 작품들은 보편된 일상에서 볼 수 없었거나 외면했던 금기와 고정관념의 문제를 마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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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여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또 다른 차별과 배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시선과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차이’가 차별이 아닌, 진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여성주의를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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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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