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란 Ah-ran Cho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 ②
조아란, 팬덤이 된 출판사_읽는 문화를 기획하다

심지언 편집장

The Interview

출판사는 책을 만드는 곳이지만 민음사는 그보다 넓은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고전이라는 뿌리 위에 유튜브, 굿즈, 멤버십 커뮤니티, 브랜드 협업이라는 새로운 가지들을 뻗으며 확장하는 변화의 중심에 17년간 민음사의 언어를 만들어 온 조아란 부장이 있다. 그는 출판사가 독자와 만나는 방식을 재설계하며 ‘읽는 문화’를 일상의 라이프스타일로 번역해 왔다. 월간미술 창간 50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인터뷰 시리즈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두 번째 주인공으로 책보다 재미있는 책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조아란 부장을 만났다.

18년 차 출판 마케터로 민음사 콘텐츠기획팀을 이끌고 있다. 책으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모든 시도를 환영하며 첫 직장인 민음사에서 쭉 일하며 도서 마케팅부터 ‘워터프루프북’, ‘인생 일력’ 등 다양한 상품들을 기획했다. 유튜브 채널 민음사 TV에 출연 및 운영 중이다 사진: 아인아 아카이브 이미지 제공: 민음사


민음사라는 세계

민음사는 ‘세계문학전집’을 만드는 고전적인 출판사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마케팅 담당자로서 민음사의 정체성을 정의한다면요?
민음사는 ‘좋은 책을 만들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제안하는 출판사’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고전이라는 단단한 뿌리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감각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민음사는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았습니다. 유서 깊은 브랜드의 ‘전통을 지키는 것’과 ‘전통을 깨는 것’ 사이의 밸런스를 어떻게 유지하고 있나요?
마케터로서 초창기에 민음사의 책들이 좋지만 어렵다는 점에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세계문학전집 등 대표 시리즈가 쌓아온 신뢰와 권위는 민음사의 핵심 자산이지만, 동시에 변화에 대한 부담이기도 했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전통을 부정하기보다 그 역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민음사의 견고한 헤리티지가 있기에 역설적으로 더 과감한 도전이 가능했습니다. 결국 좋은 브랜드가 되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같다는 생각으로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최근의 민음사 열풍의 배경은 민음사의 예상치 못했던 재기 발랄함, 친숙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민음사 ‘답지 않음’ 으로 민음사라는 브랜드에 새로운 감각을 쌓아 가고 있습니다.
전통 있는 출판사로서 젊은 독자들에게 소구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있었는데, 우리가 출판사 직원이기도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독자이기도 하기에 스스로를 소비자의 관점에 두고 재미와 의미를 생각하며 시도한 기획들이 지금의 민음사 이미지를 만들어 왔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민음사가 가진 단단한 기반입니다. 세계문학전집을 비롯해 오랫동안 쌓아온 고전과 양서라는 토대가 있었기에, 새롭고 파격적인 마케팅 시도가 본질을 흐리는 것이 아닌 의미 있는 시도로 받아들여 졌다 생각합니다. 결국 민음사라는 탄탄한 출판 브랜드의 신뢰도 위에서 젊은 마케팅팀이 독자의 시선으로 소통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마케팅 담당자에서 브랜드 설계자로

출판사 마케팅 업무를 시작하던 시절과 지금을 비교해볼 때, 본인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해 왔나요?
출판사에 입사한 이후 출판 산업이 변화하는 여러 국면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했습니다. 처음 입사했을 당시에는 서점을 담당하는 영업 인력에 가까운 역할이었고, 실제 업무의 상당 부분이 오프라인 서점을 찾아다니며 책을 소개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었습니다. 이후 유통 환경이 변화하고, 온라인 채널과 SNS의 중요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역할 역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어요. 굿즈 기획, 프로모션, 콘텐츠 제작 등 출판사 마케팅이 요구하는 영역이 점점 넓어졌고, 지금은 개별 도서 홍보를 넘어 브랜드 전체의 방향성과 콘텐츠 전략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콘텐츠 기획팀을 별도로 구성하게 되었고, 팀을 이끌며 출판사에서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형식의 기획을 실험하며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마케팅하는 사람’에서 ‘콘텐츠/브랜드를 설계하는 사람’으로 전환해 왔는데, 그 전환점은 언제인가요?
역할의 전환에는 플랫폼 변화의 영향이 가장 큽니다. 시장과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최적화된 마케팅을 펼치다 보니 구조적으로 브랜딩 활동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민음사의 경우 세계문학전집 중심의 오랜 베스트셀러가 매출을 견인하는 구조여서, 신간에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도 효율이 낮은 경우가 많았어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딩이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고, 민음사 전체 혹은 시리즈 단위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었습니다. 이제 마케터는 한 권의 책을 홍보하는 사람이 아니라, 민음사라는 세계관을 설계하고 그 안에서 독자들이 놀게 만드는 사람으로 역할하고 있습니다.

민음사에서 1998년부터 발간하기 시작한 세계문학전집. 현재까지 476권을 간행했다

최근 민음사의 마케팅에서 팬덤 형성이 돋보입니다. 유료 멤버십인 ‘민음 북클럽’을 통해 책을 매개로 한 소속감 있는 커뮤니티 경험을 제시했는데요, 이 커뮤니티는 민음사에 어떤 의미이며 유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민음 북클럽’은 저희의 가장 강력한 우군이자 팬덤으로 단순한 혜택 제공 프로그램이 아니라 민음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하나의 커뮤니티로 묶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2011년 시작한 ‘민음 북클럽’을 15년째 운영하고 있는데요, 취향이 극도로 세분화된 시대에 책마다 독자를 찾아가는 방식은 점점 효율을 잃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신 책 중심이 아니라 브랜드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했습니다. 민음사를 좋아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장을 만들고, 그 안에서 독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구조를 설계한 것입니다. 초기에는 할인 혜택을 중심으로 접근했지만,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독자를 숫자가 아닌 구체적인 얼굴과 목소리를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었어요. 이 경험이 북클럽을 멤버십에서 관계 기반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콘셉트의 굿즈와 한정판 에디션을 기획해 “나는 민음사 북클럽 회원이야”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의미있게 체크하는 마케팅 데이터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독자들의 연령대를 주의깊게 보고 있어요. 민음사 독자의 연령대가 아주 젊지는 않았는데, 유튜브를 하면서 10대 구독자가 많이 늘었습니다. 초반 25~30세 중심에서 17~25세 구독자가 크게 늘었고, 댓글에서 “수능 끝나면 책 많이 볼 거예요” 같은 반응을 보며 10대들이 우리 채널을 본다는 새로운 경험을 했죠. 독자층이 넓어진 것을 가장 의미있게 봅니다.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댓글 한 줄이나 반응의 온도 같은 정성적인 지표도 유심히 살핍니다.

본인이 꼽는 성공적 마케팅의 사례는 무엇인가요?
민음사 TV와 더불어 일력 시리즈를 꼽고 싶습니다. 연말마다 나오는 ‘세계문학 일력’과 ‘인생 일력’을 매해 언제 나오는지 기다리는 독자들이 생기면서 하나의 상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즌에 맞추어 민음사를 떠올릴 만한 무언가를 제시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일력이 그런 사례죠. 특히 ‘인생 일력’은 동양 고전을 바탕으로 만든 기획으로 독자들이 논어, 맹자 같은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접근하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완독이 아니라 하루 한 문장 정도라면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기획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세계문학 일력’을 앱으로 만들었는데, 10만 카피 이상 판매될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이런 식으로 포맷을 바꿔가면서 계속 이어간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마케팅 사례로 생각합니다.

최근 도서전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큰 화제입니다. 도서전은 출판사에 어떤 의미의 행사인가요?
도서전은 출판사에 1년에 한 번 있는 축제 같은 현장이에요. 편집자와 마케터가 독자를 직접 만나고 책을 판매할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도서전이 딱 그런 자리죠. 업계 동료들도 1년에 한 번 만나 같이 고생하면서 함께하는 현장이죠. 최근 도서전 자체가 화제가 되면서 도서전에 맞춰 기획되는 굿즈나 처음 공개되는 신간들 위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도서전이 6월에 열려 저희에겐 일 년의 흐름을 나누는 기준점과 같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콘텐츠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재미를 넘어 행동으로 이어지는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민음사 TV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할 때도 항상 염두에 두는 지점인데 영상을 보고 난 뒤 “아, 재밌네”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 책 나도 한번 읽어보고 싶다”거나 “나도 저 편집자처럼 말을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와 같이 관객을 고민하게 만들고,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하거든요. 분야를 막론하고 미술관에 가고 싶게 만들든, 책을 집어 들게 만들든 결국 생각의 전이와 행동의 변화를 끌어내는 지점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민음사 TV를 보고 책을 한 권도 안 읽던 제가 독서를 시작하게 됐어요”라는 피드백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연결의 기술: 콘텐츠와 협업이 만드는 팬덤

민음사 TV는 출판사가 운영하지만 책 광고하지 않는 채널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책 소개에 주력하지 않고 가장 주목받는 출판사 채널이 된 비결은 무엇인가요?
채널을 시작하기 전에 대표님께 요청드렸어요. 어떤 책을 노출해야 한다는 간섭이 없다면 재미있게 만들어 보겠다고요. 다행히 동의해 주셨고 지금 까지도 그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게 채널 운영의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됐다고 생각해요. 결국 무엇인가 팔려고 하면 사람들이 모이질 않아요. ‘여기 재밌는 게 많다’고 느껴야 모이고, 모인 다음에야 뭔가를 팔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광고는 완전히 내려놓고 가장 재밌는 걸 만들자는 생각으로 플랫폼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민음사에서 제작한 인생 일력. 일상을 다스리는 고전의 365 명문장이 담겨 있다

2019년부터 민음사 TV 채널을 운영해 왔는데 주요 콘텐츠와 그 변천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크게 보면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출연자와 코너를 바꿔가며 운영해 왔습니다. 처음부터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시리즈로 기획했습니다. 그리고 초창기부터 두 라인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했는데, 한쪽은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에 가까운 콘텐츠를, 다른 한쪽은 결국 출판사 채널이기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깊이 있는 고전 해설 콘텐츠였어요. 쉽게 말하면, 예능스러운 콘텐츠로 ‘여기 재밌는 거 있어’라고 사람들을 끌어오고, 채널 안으로 들어오면 ‘진짜 출판사 채널 맞네’ 싶은 깊이 있는 콘텐츠도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 했어요. 지금도 그 두 축의 변주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요. 초기에는 내부 직원 중심의 콘텐츠로 시작했지만, 이후 ‘책장 구경’ 코너를 통해 외부 게스트를 초대하면서 채널의 결이 확장되었어요. 아이돌 그룹 미야오 멤버의 출연이나 배우 박정민과의 만남은 출판사 채널의 가능성을 넓혀준 사례죠.

민음사 TV는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직원들의 일상 컨텐츠를 통해 책을 만드는 사람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브랜드의 일관성을 위해 출연진 간에 공유하는 ‘민음사다움’의 원칙이 있을까요?
출연자 모두가 민음사 직원이라는 정체성, 그게 최소한의 기준인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데 어떤 편집자가 출연하면 요즘 재밌게 보는 것, 해보고 싶은 것 등을 먼저 물어봐요. 본인의 관심사나 하고 싶은 것에서 출발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거죠. 초창기부터 출연자가 숙제를 해오지 않아도 찍을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큰 기획 방향인데, 보시는 분들이 그걸 느끼는 것 같아요. ‘회사 채널에 끌려 나온 것 같다’가 아니라 ‘그 순간만큼은 진짜 재밌게 찍고 있구나’라는 느낌으로요.

민음사 TV의 성공 이후, 실제 도서 판매량 등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실질적인 판매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체감하는 변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단기적으로는 편집자가 유튜브에서 추천한 책들이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다만 출판하는 책이 워낙 많다 보니 유튜브 효과를 딱 연결 짓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가장 확실한 지표는 북클럽 멤버십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회원 수가 두세 배 가까이 늘었고, 멤버십 매출 성장도 채널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성과입니다. 또 하나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외부에서 먼저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편집자나 마케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외부 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민음사랑 함께하고 싶다는 제안이 늘어나고 있어요. 새로운 걸 추진하려는 순간마다 좋은 파트너들이 먼저 찾아온다는 것, 그것이 브랜딩의 성과를 보여주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댓글이나 반응은 어떤 것이 있나요?
가장 뿌듯한 댓글은 채널의 기획 의도를 정확히 알아봐 주시는 반응들이에요. “책을 거의 안 읽던 사람인데 작년에 20권을 읽었다” 등의 댓글이 생각보다 많아요. 물론 그 20권이 다 민음사 책은 아니겠지만 오히려 뿌듯합니다. 직접적인 판매 전환보다, 독서와 출판사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줄었다는 체감이 크죠. 민음사라는 작은 회사가 책을 좋아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재미’를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항상 독자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요. 제작하는 입장에서 편하고 의미 있는 방식을 먼저 고려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재미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뒷 단의 복잡한 사정은 일단 내려놓고, ‘내가 독자라면 이게 재밌을까? 의미가 있을까?’ 이 질문을 항상 먼저 해요. 결국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원칙은 철저하게 소비자의 시선을 잃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CJ 햇반부터 예일(YALE), 키이스 등 패션, 리빙, 식품 업체들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협업에서 선택의 우선순위, 기준이 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협업 제안에서 가장 먼저 보는 건 민음사에 대한 이해도예요. 민음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제안하는 경우는 일단 제외하고, 하고 싶은 게 명확한 곳과 함께 하게 됩니다. 기준을 하나 더 꼽자면 ‘의외성과 연결점’이에요. 뜻밖의 조합이지만 어딘가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브랜드와의 협업을 지향합니다. 안경 브랜드 윤과 함께 한 리더스 안경이 좋은 사례인데요, 저희 워터프루프북과 여름 시즌 협업으로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는 라인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수영복 브랜드와의 협업도 준비 중입니다.

출판업계에서 다양한 굿즈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굿즈는 출판사에 어떤 존재인가요?
출판 분야는 도서정가제로 할인 경쟁이 쉽지 않아 굿즈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책을 사면 사은품으로 주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스토리가 있고 책과 연결되는 방식, 즉 브랜드 경험의 일부로 기능하는 굿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굿즈는 책의 내용을 활용해서 출판사에서 만들 수 있는 또 하나의 상품군으로 확장되고 있죠. 요즘은 굿즈 자체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할 정도로 인식이 달라졌다고 느낍니다.

민음사 TV 촬영 장면.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이 출연한 콘텐츠는 조회수 8.1만회를 기록했다

마케터의 태도

마케터로서 트렌드를 포착하는 본인의 방식은 무엇인가요?
평소에 많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구매하는 성향 자체가 트렌드를 포착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걸 먼저 접하고 ‘요즘 이런 게 있네, 왜 반응이 좋지?’ 하고 흥미를 느끼는 거죠. 그러다 보니 제가 재미있게 소비하는 것을 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조아란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향후 도전해보고 싶은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나 플랫폼이 있는지요?
새로운 플랫폼이나 콘텐츠에 대한 제안은 늘 열려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확장보다 밀도를 높이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당분간은 마케팅이라는 본업 안에서 독자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넓히는 시기가 아니라, 다지는 시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책보다 재미있는 책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는데요, 미술을 애호하는 독자들께도 책을 추천해주세요.
첫 번째는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2019)입니다. 처음 읽었을 때 충격이 꽤 컸는데요,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바뀌는 시기에 예술가들의 고민과 시선을 이렇게 멋진 글로 쓸 수 있구나 감탄했어요. 미술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특히 더 깊은 울림으로 읽으실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최혜진의 『에디토리얼 씽킹』(2023)이에요. 저도 예술작품을 보면 좋긴 한데, 그게 내 일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늘 막연했거든요.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현대미술과 작가들의 작품이 어떻게 깊은 통찰로 이어지는지,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감각을 예술 안에서 어떻게 찾아낼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필 수 있었어요. 마케터나 기획자 입장에서도 정말 흥미롭게 읽히는 책입니다.

지금의 민음사는 ‘출판사’라는 단어 하나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와 있는 듯합니다. 민음사의 다음 정체성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요?
좋은 책을 만드는 출판사라는 정체성은 유지되겠지만, 그 기반 위에서 더 다양한 시도들이 펼쳐질 것 같습니다. 책이라는 상품을 활용해서 독자를 만들고, 만나는 활동이 더 많아지는 방향으로요. 책을 활용한 IP 콘텐츠를 여러 방면으로 전개하는 플랫폼에 가까워지는 방향으로요. 출판과 콘텐츠의 비율이 반반까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민음사 TV가 그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처음엔 ‘출판사에서 유튜브를 한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유튜브를 먼저 접한 독자들이 생겨나고 있거든요. 앞으로는 책과 콘텐츠를 같은 층위에 두고 고민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아란은 “좋은 브랜드가 되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거창한 마케팅 전략을 앞세우기보다 스스로도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그리고 팔려는 마음보다 일의 재미와 진심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그가 지키는 단순하고도 강력한 원칙이다. 민음사 TV가 직접적인 책 광고를 지양하면서도 독보적인 독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러한 긴 안목의 접근에 있다. 당장의 판매 수치에 매몰되지 않고 독자가 즐겁게 머물 수 있는 판을 짜는 것, 즉 책 읽는 문화 자체를 라이프스타일로 제안하는 태도가 강력한 팬덤을 만들어낸 것이다.

2026년 3월호 (VOL.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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