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한글실험프로젝트- 한글디자인: 형태의 전환
2019. 9. 9 – 2020. 3. 8
국립한글박물관
한글은 세종의 철학과 예술성이 반영된 문자로 조형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오늘날 예술가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2016년부터 국립한글박물관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 한글실험프로젝트 >는 한글의 이러한 특징에 주목해 한글 창조 원리와 조형성 연구를 바탕으로 디자인 주제와 대상을 발굴해 한글디자인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글 창제 원리가 가진 조형적 특성 중 ‘조합’과 ‘모듈’의 개념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글자와 사물을 연관시켜 한글을 유희의 대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동시대 디자인 · 예술 현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이 선보이는 실험적인 작품들은 한글에 내재한 고유의 질서, 규칙, 기하학적 형태를 재해석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제3회 한글실험프로젝트에서 주목할 점은 한글이 가진 상징성을 넘어 상용화 가능성을 실험하는 방식으로 패션 분야를 도입하고 분야별 협업(그래픽×제품)을 진행한 점이다. 협업의 대표적 예로 유혜미, 박철희 디자이너가 함께 진행한 작업인 ‘한글 마루’가 있다. 한글의 모아쓰기 구조를 이용해 글자 표현(lettering)을 개발하고 이를 ‘마루’에 적용해 실용디자인 소재로서 한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박신우 디자이너는 모아쓰기 원리를 이용한 그래픽 패턴 작업을 진행하고, 프래그 스튜디오(을지생산)와 협업하여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여 선보인다.
세종의 디자인 철학
세종의 한글 창제 동기와 과정에는 자연과 우주 질서의 모방, 인간 중심의 민주정신, 실용정신 등 현대적 디자인의 사상적 특징이 드러난다.
첫째, 우리말의 자주성과 고유성에 대한 근거로 ‘다름’에 관한 깨달음이 있었다. 중국 문자를 빌려 쓰는 것이 아닌 고유의 문자를 통해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만들고자 했다.
둘째, 세종은 실용주의적 태도를 지녔다. 세종이 시행한 천문 기기의 제작, 농사 기술의 보급과 수차 개발, 의서 간행, 조세법 제정 등을 보면 실제적인 쓰임을 중요시하고 이를 실천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한글도 실용 정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세종은 한글을 만들 때 성리학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었고 기초·실용 학문인 음운학에서 소리의 근거를 찾아 음성언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누구나 쉽게 배워 편히 쓸 수 있도록 만든 한글은 그 창제 목적에 맞게 모양이 매우 단순하고 글자의 수가 적었다.
셋째, 남을 살피고 배려하는 마음은 디자인의 기본 정신이다. 나라의 주체인 백성의 문맹의 상태를 “어엿비 여기는 마음” 곧 인본주의적 생각이다. 당시 조선은 중국의 한자를 빌려 문자 생활을 하였고 한자는 모양이 어렵고 외워야 할 글자 수가 많았기 때문에 글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 문자가 권력인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한 나라의 왕이 백성을 위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문자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자료제공: 국립한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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