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ARTWEEK

키아프와 프리즈 이후, 갤러리들의 이야기

PKM Gallery, Cylinder, Hakgojae Gallery, Wooson gallery, Kukje Gallery,
Thaddaeus Ropac, G Gallery, One and J. Gallery, A-Lounge

이번 주 우리는 도시 전체에서 엄청난 지지를 받았고, 그 분위기는 열광적이었습니다.
his week we have seen tremendous support from the whole city, and the atmosphere has been electric.
– 프리즈 서울 이사 패트릭 리Patrick Lee

프리즈에 참가한 갤러리들의 성공을 축하하며 프리즈 서울 이사 패트릭 리Patrick Lee는 만족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키아프 역시 늘어난 방문객과 세계에서 온 유력 관계자들 간 교류를 가치 있게 평가하며 한국 대표 아트페어로서의 위치를 재확인시켜주었다. 미술시장의 부흥은 한국 미술계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었고, 동시에 작가와 갤러리의 성장을 위한 도전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숫자로 가늠하는 평가를 떠나, 페어의 열기로 가득했던 서울에서 미술인들은 곳곳에서 열린 특색있는 행사에 참여하여 즐거운 축제를 만끽했다. 그 중심에는 단연 갤러리가 있었다. 미술계를 전율시킨 파동 한 가운데에서 갤러리는 어떻게 아트페어를 맞이하였을까? 페어 참가와 부대 행사로 바쁜 시간을 보냈을 갤러리들의 성과와 뒷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에디터가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 키아프와 프리즈에 모두 참가했던, 또는 서울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곳 위주로 선정하여 아트페어와 갤러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하였으며, 동일한 7개의 질문 중 갤러리가 선택하여 응답한 내용을 정리하였다.

PKM Gallery

갤러리를 소개해주세요.

PKM 갤러리는 2001년 개관 이래 국내외 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요 작가들의 전시프로그램으로 고유의 입지를 다져왔다. 국내 작가로는 단색화 거장과 더불어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미술사적 가치의 재발견과 국제적 평가의 확산에 주력하였고, 국제 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하며, 동시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해외 작가들의 대규모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범세계적 미술의 흐름을 담아내는 공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작가들의 인큐베이터로서 백현진, 구현모, 이원우, 정영도, 토비 지글러, 브렌트 웨든, 헤르난 바스 등의 작품전을 기획하고 이들이 차세대 미술 주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

행사 동안 인상적인 이벤트가 있었다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벤트는 9월 2일부터 9일까지 Konrad Fischer Galerie와 PKM 갤러리가 공동 개최했던 특별전 «Bruce Nauman | Cody Choi» 였다. 국내에서 자주 만날 수 없는 브루스 나우먼은 인터렉티브한 환경을 조성하거나 동물 또는 인간 신체에 기반한 작업을 통해 존재와 소외 심리적·신체적 불안을 드러내며, 몸과 정체성에 관념을 지속해서 탐구해왔는데, 해당 전시에서도 고대 이래 젊음과 신체적 활력을 대표해온 고전적 자세의 전통적 이미지를 뒤집고 예측 불가한 감정을 선사했다. 이와 더불어 코디 최는 1960년대 후반 브루스 나우만의 ‘신체 미술’에서 영향을 받은 조각, 사진, 네온 아트 등,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몸을 매개체로써 강조하고, 실험적 퍼포먼스의 초기 작품을 통해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으로 느꼈다.

갤러리가 주시하고 있는 작가를 한 명 소개해주세요.

‘동등성’이라는 화두를 드로잉, 자수,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의 매체를 통해 수면 위로 끌어 올리며, 주변에 산재한 수직의 위계 구조를 유연하게 허무는 작업을 지속해온 홍영인 작가를 소개한다. 그의 작업은 아시아 여공의 저임금 노동인 ‘바느질’ 또는 순수미술에서 배제된 ‘공예’ 기법으로 제작되거나 익명의 대중이 참여하는 집단 퍼포먼스로 연출됐다. 이를 통해 작가는 거대 서사에서 누락된 개별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예술가와 예술작품의 권위를 느슨히 한다.

준비 중이거나 진행중인 전시를 알려주세요.

현재 PKM 갤러리는 9월 6일부터 2024년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단독 작가로 선정된 구정아 작가의 국내 네 번째 개인전 «공중부양»을 개최 중이다. 오감을 사로잡는 섬세한 작업으로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 온 구정아는 이번 전시에서 드로잉, 프린트, 포스터, 책 등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의 흐름을 보여주는 다양한 매체의 작업과 더불어 새로운 대형 회화, 부유하는 마그넷 조각 등 작품을 갤러리 전관에 걸쳐 입체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본 전시에서 구정아는 느슨하면서도 긴밀하게, 비선형적으로 관계를 맺는 작업을 통해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현실 너머 또 다른 가능성의 공간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질문 외에 이번 행사와 관련하여 자유로운 의견 부탁한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린 프리즈에서는 작년의 경험을 통해 한국 미술 시장을 파악한 갤러리들이 이에 해당하는 규모의 부스를 꾸려, 그들의 적응력을 보여줬다. 전년의 경우 초고가 작품으로 컬렉터의 관심을 모았다면, 올해의 경우 수십억 원대의 작품으로 구성해 실질적인 판매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프리즈 필름·뮤직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아트페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듯하다.

더불어 키아프는 전년의 우려가 무색할 만큼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동시대 작가를 위한 홍보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작가군과 함께 신진·중진의 비중을 높여 차별화했다. 사실상 일정에 따른 공동 개최였을 뿐 두 번째 해가 되면서 두 아트페어의 차이는 더욱 선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프리즈&키아프가 협력과 경쟁을 통해 만들어낼 색다른 장면들을 기대한다.

Koo Jeong A & Édouard Glissant FLAMMARIOUSSS (Yvon Lambert Éditions) 2006 Book 34.9 x 26.9 x 8 cm Courtesy of the artist & PKM Gallery.

Installation view of PKM Gallery booth (COEX Exhibition Center Hall C, A14) in FRIEZE SEOUL 2023. Courtesy of PKM Gallery.

Cylinder

갤러리를 소개해주세요.

실린더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갤러리로서 관악과 용산에 위치한 두 공간을 통해 국내외 작가들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아트페어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는지? 대표적인 실적을 알려주세요.

실린더는 이번 프리즈 포커스 아시아섹션을 통해 유신애 작가의 전시 ‘Post Truth’를 선보였고, 부스의 메인 작품이자 동명의 제목을 가진 회화 작품 ‘Post Truth’가 국내 미술관에 소장되었다.

행사 동안 인상적인 이벤트가 있었다면?

실린더는 자체적으로 오늘날의 제단화 형식을 취한 작품 ‘Post Truth’의 개방형 문, 그리고 커튼을 사용하여 작품을 감췄다 드러내는 방식의 주기 없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였다.

내년 아트페어에 개선하거나 뭔가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아직 계획 중으로, 가능하다면 큰 규모의 실험적 부스를 구성해보고 싶다.

갤러리가 주시하고 있는 작가를 한 명 소개해주세요.

유신애 작가를 소개한다. 이번 프리즈를 9개월간 함께 준비하면서 작가가 가진 다양한 상상력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작가의 집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추진력이 조화롭게 맞물려 예측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을 하는 유신애 작가와의 첫 협업은 실린더에게 소중하고 큰 의미였으며, 우리는 다방면으로 펼쳐질 작가의 한계 없는 여정을 기대한다.

준비 중이거나 진행중인 전시를 알려주세요.

현재 류성실 작가의 《대왕에어 엔진 복구 기금 마련 전시회》가 용산 실린더2 (CYLINDER TWO)에서 진행 중이다.

실린더 부스 전경 ‘Post Truth’ Frieze Seoul Focus Asia F6

Hakgojae Gallery

갤러리를 소개해주세요.

1988년 아시아의 경제 중심지 서울에서 문을 연 학고재(學古齋)는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 미술시장의 중심에서, 한국 미술이 동시대 세계 문화 속에서 어떻게 어우러지고 성장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해왔다. 학고재라는 이름은 논어(論語)의 ‘옛것을 배워 새것을 창조한다(學古創新)’라는 이념에서 따왔다. 학고재는 시대의 변화와 추세를 통찰하며 현대미술의 새 장을 열어가는 이 시대의 개척자들에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학고재의 예술가 중 일부는 베니스비엔날레나 광주비엔날레 등 세계적인 비엔날레에 초대되어 호평받았고, 아시아와 유럽 등지의 중요한 미술관에서 전시했거나 예정되어 있다.

아트페어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는지? 대표적인 실적을 알려주세요.

학고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프리즈 마스터즈와 키아프에 동시에 참여했다. 올해 프리즈에서는 변월룡, 포킴, 이준, 류경채, 이상욱, 하인두 등 6명의 작고 작가들과 윤석남, 강요배, 박영하 등 3명의 작가를 포함한 9명의 작가를 선보였다. 키아프에서는 강요배, 김재용, 김현식 등 15명의 한국 작가와 뒤셀도르프대학 교수이기도한 토마스샤이비츠 포함 16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특히 처음으로 프리즈마스터즈에서 소개한 이준 작가의 작품이 아주 반응이 좋았고, 프리즈마스터즈와 키아프에 동시에 참여한 강요배 작가의 작품이 양쪽에서 모두 판매가 이뤄졌다. 같은 시기에 진행된 갤러리 개인전에서 작품을 선보였던 지근욱과 이우성작가의 작품도 현장에서 좋은 반응이 있었고, 모두 판매되었다.

행사 동안 인상적인 이벤트가 있었다면?

작년에 이어 진행된 청담, 한남, 삼청 나이트가 한국을 방문한 외국 컬렉터와 미술관계자들에게 한국의 다양한 매력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학고재는 삼청 나이트에 참여했고, 갤러리에서 전시 중이던 이우성, 지근욱 작가와 여러 미술관계자 및 컬렉터가 만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갤러리가 주시하고 있는 작가를 한 명 소개해주세요.

9월 13일에 전시가 끝난 지근욱 작가를 소개하고 싶다. 지근욱은 색연필로 새로운 추상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그 모색은 잠재성에서 구체적으로 현실화하며, 현실은 이번 개인전 《하드보일드 브리즈》를 통해서 더욱 굳건해졌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임시의 테Inter-rim〉와 〈상호-파동Inter-wave〉, 〈교차-형태Inter-shape〉 연작은 캔버스 화면에 색연필로 연한 색의 심층과 짙은 색의 표층의 다른 층위를 만들며 미묘하게 화합하는 경지를 그려냈다. 이는 어떠한 미학적 수식이나 철학적 담론을 배제하고, 오로지 좋은 그림을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하드보일드’이면서 산들바람처럼 온유하고 부드러운 화면과 곡선, 운율을 잘 살린 ‘브리즈’였다.

준비 중이거나 진행중인 전시를 알려주세요.

학고재는 작년부터 80~90년대 작가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올해의 마지막 80년대 출신 작가로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동시대 청년들의 불안감을 자신만의 붓질로 구현하고 있는 박광수의 개인전이 4년 만에 학고재에서 진행된다. 전시 기간은 11월 8일부터 12월 9일까지다. 2021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작가의 다색 작품과 검은색만 가지고 그려낸 단색 유채작품이 다양한 크기를 통해 선보여질 예정이다. 11월에 펼쳐질 강렬한 붓질과 색채감이 감동이 벌써 기대된다.

Wooson gallery

갤러리를 소개해주세요.

우손갤러리는 국내외 주요 거장뿐만 아니라, 해외 유망한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신진 작가를 양성함은 물론 국제적인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그들의 해외 활동 또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국내외 미술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수준 높은 전시를 기획함으로써 애호가들에게 풍부한 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제공하고, 그들이 스스로 작품을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예술과 인간과 문화’가 만나는 새로운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아트페어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는지? 대표적인 실적을 알려주세요.

올해 키아프 서울에서는 참여 갤러리 작가 중 20명을 선정해 홍보와 지원을 해주는 ‘키아프 하이라이트’가 신설되었다. ‘키아프 하이라이트 아티스트 20인’에 포함된 이유진 작가는 심사위원단의 현장 심사와 관람객 온라인 투표를 통해 `키아프 하이라이트 어워드`의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투표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갤러리가 주시하고 있는 작가를 한 명 소개해주세요.

앞서 말한 이유진 작가는 한국 태생으로 20살에 독일로 건너갔다. 작가는 동양의 장지에 목탄과 유화를 사용하여 작가적 상상력을 드러낸다. 작품은 모티브의 심상을 은유적으로 드러내어 관람자에게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각자의 이야기와 다양한 소리를 발견하게 한다.

Untitled 00911, 2009, ballpoint pen and pencil on newspaper, 54 x 40 cm (each)

Leopard Laundry, 2023, acrylic, oil, oil pastel on canvas, 200 x 160 cm

Kukje Gallery

갤러리를 소개해주세요.

1982년 설립된 국제갤러리는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내외 미술의 교두보가 되겠다는 비전으로 컬렉터와 미술애호가들에게 수준 높은 현대미술을 전파해왔다. 네 개의 전시장으로 이루어진 서울점은 카페, 레스토랑, 웰니스K와 함께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되었고, 2018년 개관한 부산점은 하종현, 줄리안 오피, 문성식, 이기봉 등 여러 국내외 작가의 뜻깊은 전시를 선보이며 현대미술에 대한 현지 인식을 드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현재 갤러리 소속 작가는 50여 명으로, 한국인과 외국인의 비율이 절반 정도로 운영되고 있다. 국제갤러리는 소속 작가들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전시뿐만 아니라 연 10회 이상 국내외 페어에 참가하며 전 세계 컬렉터들과 교류하고 있다.

아트페어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는지? 대표적인 실적을 알려주세요.

올해 특히 유의미했던 점은 갤러리를 대표하는 박서보와 하종현과 같은 단색화 작가들의 작업뿐만 아니라, 이기봉, 함경아, 양혜규, 강서경, 이광호, 장-미셸 오토니엘, 엘름그린 & 드라그셋, 수퍼플렉스와 같은 국내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인기리에 판매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국제갤러리는 미술시장이 건재함과, 프리즈-키아프의 협업을 통해 아시아의 아트허브로 급부상한 서울이 세계적인 명성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대가 외의 국내 중견작가의 작고 큰 작품이 판매되는 것을 보면서 지속해서 높아져 가는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국내외 컬렉터들의 탄탄한 관심 역시 실감했다.

행사 동안 인상적인 이벤트가 있었다면?

‘도시 전체를 예술로 물들인다’라는 표현에 걸맞게 한남·청담·삼청동 갤러리들이 자정까지 문을 열어두고 그야말로 ‘파티’를 개최했다. 그중 아무래도 국제갤러리가 참가한 삼청나이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갤러리 내 카페는 물론 외부에 보쌈, 떡볶이, 아이스크림 등을 제공하는 푸드트럭을 갖추었고 덕분에 많은 분이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아니시 카푸어 전시장(특히 3관)과 양혜규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었던 한옥 앞에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페어 관련 행사라고 하면 VIP 혹은 업계 관계자 위주로 기획되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외 시장을 대표하는 국제갤러리에서 캐주얼한 분위기의 행사를 아트위크를 즐기고자 하는 모두를 위해 기획한 것이 개인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정숙한 분위기의 전시장에 펼쳐진 빨갛고 파란 포장마차 테이블에 앉아, 7080 음악을 들으며 나눈 즐거운 순간을 통해 현대미술과 더욱 친근해지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준비 중이거나 진행중인 전시를 알려주세요.

서울점에서는 10월 8일까지 양혜규 프레젠테이션이, 10월 22일까지 아니시 카푸어 개인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부산점에서는 10월 22일까지 최욱경 개인전이 진행된다. 이렇게 초가을을 맞이한 후 11월에 미국의 로니 혼, 12월에 이광호의 개인전 개최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

질문 외에 이번 행사와 관련하여 자유로운 의견 부탁한다.

내년에는 올해 삼청나이트 때 못 먹었던 체리 아이스크림(줄이 제일 길었음) 꼭 먹어보리! 

국제갤러리 삼청나잇 전경, 사진: 이승민 국제갤러리 디렉터

Thaddaeus Ropac

갤러리를 소개해주세요.

현대미술을 전문으로 60명에 넘는 작가를 선보이고 있는 타데우스 로팍은 매년 6개의 역사적인 갤러리에서 40개 이상의 전시를 개최하며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들을 지원하고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아트페어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는지? 대표적인 실적을 알려주세요.

갤러리는 이번 아트페어에서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의 여러 작품을 402,290달러에, 토니 크랙Tony Cragg의 작품을 321,830 달러에, 톰 삭스Tom Sachs의 작품을 175,000달러에, 이불의 작품을 190,00달러에 거래하며 강력한 실적을 기록했다. 뿐만아니라 갤러리에서 열린 쇼에서 도널드 저드Donald Judd 작품을300만 달러에 판매했다. 헤레디움에서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새로운 전시가 열렸고, 스페이스 케이에서는 제이디 차Zadie Xa의 퍼포먼스가 있었다.

행사 동안 인상적인 이벤트가 있었다면?

프리즈의 개막과 함께 타데우스 로팍 서울의 새롭게 확장된 공간에서 도널드 저드와 요셉 보이스의 전시를 오픈했고, 동시에 한국 작가 정희민의 전시 소식을 알린 것이 인상적이다.

갤러리가 주시하고 있는 작가를 한 명 소개해주세요.

올해 초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열린 그룹전 ⟪지금 우리의 신화⟫에 함께한 작가 중 정희민(b. 1987)을 소개한다. 디지털 이미지를 회화와 조각이라는 매체로 변환하면서 그 물질적 잠재력을 탐구하는 그녀는 2022년 두산예술상 시각예술 부문 대상을 받은 바 있다. 현재 두산 아트센터에서 그녀의 개인전을 열고 있으며, 타데우스 로팍에서의 첫 개인전은 내년 11월,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다.

준비 중이거나 진행중인 전시를 알려주세요.

서울 갤러리에서 도널드 저드 작품으로 10년 만에 개최한 한국 첫 개인전을 진행중이다. 저드 파운데이션의 예술 감독인 플라빈 저드FlavinJudd가 큐레이팅한 이 전시는 1960년대 초부터 1990년대 초까지, 이 미국 작가의 30년이 넘는 작품 세계를 다루고 있다. 그의 기초적인 초기 회화와 입체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전시는 저드가 1991년 한국에서 머무르며 구상한 20개의 목판화 세트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전시는 2023년 11월 4일까지 진행된다. 

질문 외에 이번 행사와 관련하여 자유로운 의견 부탁한다.

프리즈 서울이 작년 개최로부터 어떻게 발전했는지 보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올해 페어를 위해 아시아 전역에서 더 많은 수집가가 방문하고 한국 관람객 수 역시 증가하는 것을 지켜보며 프리즈는 한국에서 분명한 추진력을 얻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올해 프리즈가 시작된 지 단 몇 시간 만에 작년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렸다. 이는 한국의 놀라운 미술 세계에 대한 진정한 증거이다.

G Gallery

갤러리를 소개해주세요.

G Gallery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역량 있는 국내외 젊은 작가들과 함께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조각과 설치에 더욱 주안을 둔 차별화된 기획과 회화, 영상 등 장르 포괄적 작품을 함께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궁극적으로 대중과 예술 사이의 장벽을 낮춤과 동시에 다양한 작가들의 예술적 가치를 향상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지속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현대 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자 한다.

행사 동안 인상적인 이벤트가 있었다면?

우한나 작가가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즈의 첫 번째 수상자가 되었다. 덕분에 작가의 대표적인 연작 〈Milk and Honey〉에서 발전한 대규모 설치 작품을 프리즈에서 선보이게 되었고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작품은 여성의 가슴과 날개를 펼치고 있는 박쥐의 형상을 모티브로 하여 천의 부드럽고 유연한 물성을 극대화하였다. 또한 무도회장에 드리워진 커튼처럼 우아하고 선형적 시간과 중력의 힘에 반하는 개념성을 특징으로 한다. 더불어 키아프 하이라이트에서 뽑은 20명의 작가에 이정민 작가가 선정되어 특별 전시에 참여했다. 파워포인트로 제작한 작가의 영상 작업은 동시대 미디어 변화의 빠른 속도와 대척점에 서서 개별 존재에게 부여된 상대적 시간성에 집중한다.

갤러리가 주시하고 있는 작가를 한 명 소개해주세요.

지갤러리의 신진 작가 프로그램 Great Exhibition에 2019년 첫 수상자로 선정된 허수연 작가는 갤러리와 지속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밀라노에 있는 전시 공간 L.U.P.O에서 한국의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허수연은 세상을 살아가는 자아와 그와 맺는 관계를 통해 사회와 주변을 이해하는 행위로써 작업을 이어가며 관계의 상대성과 그로 인한 괴리감, 그로 인한 감정들을 진중하고 감각적으로 다룬다.

준비 중이거나 진행중인 전시를 알려주세요.

지갤러리는 다가오는 11월에 최윤희와 황수연의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내면의 감정과 시간의 흔적을 선과 면의 파동과 같은 추상적 풍경으로 화면에 담는 최윤희와 재료의 물성을 자연스럽게 극대화하고 신체 혹은 감각적 특성을 내포한 형상으로 만들어내는 황수연의 작품이 만들어낼 조화가 기대된다. 더불어 아시아 현대미술의 주요 거점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West Bund와 ART021에 참여하여 한국의 유망한 작가를 소개하고자 준비 중이다.

우한나의 작업을 선보인 지갤러리의 Frieze Seoul 2023 부스 작가, G Gallery 제공

허수연, Loop2, 13.5 x 249 cm, 한지 위 페인팅과 바느질, 2023 작가, G Gallery 제공

One and J. Gallery

갤러리를 소개해주세요.

원앤제이 갤러리는 장기적인 계획과 함께 소속 작가들을 지속해서 지원하고 있으며, 동시에 잠재력 있는 젊은 작가들을 함께 발굴하기 위해 2016년부터 원앤제이 플러스원(ONE AND J. +1)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또한 아트 바젤, 프리즈 등 주요 해외 아트 페어에 적극 참가함으로써 한국현대미술의 국제무대 진출에 힘쓰고 있다. 2018년, 아트 바젤에서 한국 최초로 발루아즈 상The Baloise Art Prize을 수상한 바 있으며 최근 강남구 청담동으로 갤러리 공간을 이전하였다. 2024년 개관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아트페어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는지? 대표적인 실적을 알려주세요.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는 한국의 동시대 미술을 해외 관계자들에게 더욱 다양하게 소개하고자 서용선(b.1951), 박미나(b.1973), 오승열(b.1981) 작가와 함께 부스를 구성했다. 다른 연령대에 속한 세 명의 작가는 ‘색채’라는 키워드 아래 각자의 작품을 선보였고 국내외 관람객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박미나 작가는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개인전 《집》을 함께 개최하여 작업 세계를 효과적으로 소개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프리즈에서 유의미한 판매 실적을 얻었다.

내년 아트페어에 개선하거나 뭔가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흥미를 느낀 하나의 작업으로부터 부스의 모든 작가의 작품까지 관심 있게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란다. 프리즈 서울이라는 기회를 통해 원앤제이 갤러리의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팔로우업 할 수 있도록, 작가와 갤러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제한적인 아트페어 부스를 넘어 원앤제이 갤러리의 전시 프로그램과 참여 작가의 외부 전시, 별도 행사 등을 유기적으로 엮어 프리즈 서울과 아트위크 동안 효과적으로 홍보하고자 한다.

아울러 내년에는 프리즈 서울뿐만 아니라 다수의 해외 아트페어(ART SG, Art Basel Hong Kong, Expo Chicago 등)에도 참가하고자 지원 중인데, 각 도시의 변화하는 아트씬과 특색을 살펴보면서 원앤제이 갤러리의 고민 ‘어떤 한국 작가를 어디서, 언제, 어떻게 선보여야 할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준비 중이거나 진행중인 전시를 알려주세요.

원앤제이 갤러리가 2005년 첫 개관전으로 박미나 작가의 개인전 《스크림》을 개최하였었는데, 공교롭게도 19년 만의 재개관전 또한 박미나 작가의 개인전 《집》을 진행하게 되었다. 원앤제이 갤러리의 새로운 ‘집’에서 선보이는 첫 전시 《집》이 10월 22일까지 진행되니, 원앤제이 갤러리의 두 번째 시작을 주목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원앤제이 갤러리 부스 전경, 프리즈 서울 2023, 코엑스, 2023. © ONE AND J. Gallery. 사진: 아티팩츠.

A-Lounge

갤러리를 소개해주세요.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에이라운지는 현대미술의 흐름과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와 기획을 통해 현 미술계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장래성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세계 전역에서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통로를 개척하는 데 힘쓰고 있다. 에이라운지는 해외 유수의 아트 페어 참여에 초점을 맞추어 활동하고 있으며, 향후 국내 작가들의 국제무대 진출을 위한 다양한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들의 활발한 활동을 유도하며, 동시에 국내외 미술 애호가들과도 긴밀하게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아트페어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는지? 대표적인 실적을 알려주세요.

에이라운지는 프리즈 서울 내 포커스 아시아 부문에서 정수정 작가의 솔로 부스를 선보였다. 국내외 주요 컬렉터와 관계자들에게 정수정 작가의 작업을 전면적으로 소개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주요한 성과이고, 작가의 작품을 소장한 적 없는 컬렉터들에게 작품이 다량 판매되었다는 것도 유의미한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행사 동안 인상적인 이벤트가 있었다면?

부스 내에서 이틀간 두 차례 진행했던 정수정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에 기대보다 많은 관람객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서 갤러리도 작가도 보람을 느꼈다. 분주하고 산만한 페어 장소에서 진행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분들이 많았고, 작가와의 Q&A 세션에서도 흥미로운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그뿐만 아니라, 정수정 작가가 BMW의 AI CANVAS 프로젝트에 참여했기에 여러모로 유의미하고 풍성한 페어를 치를 수 있었다.

내년 아트페어에 개선하거나 뭔가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내년 페어에서는 에이라운지와 함께 일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더 폭넓고 깊이 있게 선보이길 희망하고 있다. 다양한 커리어 스테이지를 지나고 있는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전략적으로 소개하고, 세일즈 뿐만 아니라 국내외 주요 상업, 비상업 공간들과의 네트워킹 및 작가 프로모션을 좀 더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갤러리가 주시하고 있는 작가를 한 명 소개해주세요.

숙명여대 독어독문학과를 수료한 고등어(b.1984) 작가는 주요 기관과 갤러리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으며, 2008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전》 참여 작가로 선발되기도 했다. 특유의 서사와 그 서사를 화면 위에 나열하고 구축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주목받은 작가는 섬세한 연필 드로잉을 지속하는 한편, 아크릴, 오일과 다채로운 미디엄들로 두텁게 질감을 쌓는 회화를 이어 나가며 자신이 지닌 서사의 세계를 다져나가고 있다.

준비 중이거나 진행중인 전시를 알려주세요.

에이라운지는 10월 5일부터 10월 31일까지 허찬미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캔버스와 종이 위에 그린 회화 20여 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 출품작은 대부분 작가가 2022년 덴마크의 레지던시를 경험한 이후 그린 그림들로, 시간의 무한함과 사물의 유한함을 사유하며 마주친 매일의 풍경을 담고 있다. 특히, A4 용지 위에 페인팅 조각을 덧대고 연필 드로잉을 얹어 마감한 소형 회화 여러 점은 세계와 작업을 향한 작가의 태도에 대한 실마리가 되리라 기대한다. 

Installation view, friezeseoul 사진: alounge

이상 갤러리 아홉 곳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갤러리들은 저마다의 철학을 갖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성 작가를 후원하며, 신진 작가를 부지런히 발굴하여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개최된 키아프와 프리즈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아트페어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국제적 안목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갤러리와 한국의 작가를 알리고자 하였다. 갤러리의 철저한 시장 조사와 작가 연구를 통한 전략적인 접근과 이에 따른 과감한 투자는 한국 미술 시장의 규모의 성장과 질적 발전을 도모하게 한다. 이제 갤러리는 잠시 숨을 고르며 다음 걸음을 위한 그림을 그린다. 뜨거웠던 아트위크를 마무리하며 더욱 풍성해질 내년 9월을 기대해본다.

글, 정리: 문혜인
자료: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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