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국 20주기 기념 전
《Colors of Yoo Youngkuk》
2022. 6. 9. – 8. 21.|국제갤러리 K1, K2, K3
“아버지는 말씀이 없으셨어요.”
둘째 아들 건
둘째 아들 건과 캔버스를 만드는 모습, 1950년대 말,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제공
일생을 무뚝뚝한 그였다. 전업 작가가 되기로 한 이후엔 절제된 생활을 하며 하루 종일 작업에만 몰두했다. 70년대 후반 죽음의 문턱에서 삶으로의 회귀를 반복한 작가의 오랜 투병 생활 곁에는 늘 화백의 부인, 김기순 여사가 있었다. 김 여사와 함께 방문한 영주 부석사에서 발견한 나란히 서있는 두 그루의 사과나무는 그의 사랑을 표현하는 색이 되었다.
〈Work〉
1977 Oil on canvas 32 x 41 cm
Courtesy of Yoo Youngkuk Art Foundation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유영국 20주기를 기념한 대규모 전시 《Colors of Yoo Youngkuk》가 국제갤러리 K1, K2, K3 전관에서 열린다. 유영국의 삶과 작품을 총 망라하며 다채로운 추상미술 조형 실험의 궤적을 쫓아간다. 전시는 산과 자연을 모티브로 강렬한 원색과 기하학적 구도로 절제된 조형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영국 작품만의 예술사적 의미를 조망한다. K1에서는 작가의 대표작 및 초기작을 보여준다. 근현대사의 격동기인 1916년 태어난 유영국은 20세기 전반의 전위적인 초현실주의, 추상미술에 깊게 매료되었었다. 일제 강점기의 탄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모색하던 유영국은 사진을 통한 새로운 조형 질서를 탐구함과 동시에 점, 선, 면, 형, 색 등 기본 조형 요소를 중심으로 구축된 자연 추상이라는 자신만의 추상세계관을 구축했다.
생업과 작품 활동을 힘겹게 지속해오던 그는 마흔여덟 살이 되던 해, 전업미술작가로서의 삶을 선언하고 모든 대외활동을 접은 뒤 개인 작업에만 매진한다. K2에서 볼 수 있는 당시의 작품들은, 그간 어려웠던 시간을 만회하려는 듯 강렬하고, 원초적이며, 서사적이고 균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풍경과 마음의 심연을 심도 깊게 표현한다.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기본적인 조형 요소는 완숙기에 이르러 자연의 원형적 색감을 심상으로 환기시킨다. 마치 마음으로 본 것 같은 추상 현실의 풍경을 통해, 유영국은 지금도 우리에게 풍경 없이 풍경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일깨워준다.
서서히 쌓아올린 미묘한 색채는 가까이서 보면 더 확연히 드러난다.
K3에서는 이후 절정에 달한 기하학적 추상과 조형 실험을 확인할 수 있다. 빨강, 파랑, 노랑이라는 삼원색을 기반으로 다양한 색채 변주를 통해 선, 면, 색으로 이뤄진 비구상적 형태의 자연을 거침없이 담아낸 유영국은 철저히 계산된 구도와 색채의 선택을 통해 작가적 세계관의 외연을 확장해 나간다. 화면 전면에 가득찬 절제된 감정과 순수한 조형에의 창발적 의지는 미적 절정을 향한 집요한 의지와 부단한 조형 실험, 추상의 근원과 정수를 탐구하기 위해 바쳤던 그의 구도자적 삶의 궤적을 드러낸다. 이와 함께 식민, 해방, 전쟁, 냉전과 반공 시기를 관통하며 현실적 예속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작가적 존재 의미를 되묻고 새로운 예술적 실천 방식과 창작 방법을 모색한 한국 1세대 모더니스트의 추상 미술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전시전경
각 전시장 입구에서 색의 흔적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리길 바라며, 전시는 8월 21일까지 계속된다.
글: 문혜인 에디터
자료: 국제갤러리, 유영국미술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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