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퍼 엘리아슨 «새로운 사각지대 안쪽에서»
Olafur Eliasson: Inside the new blind spots

2022. 06. 15. – 07. 30..|PKM & PKM+

제목은 느리게 움직이는 욕망이다 Titles are desires in slow motion
2022
Watercolour and pencil on paper
Image: 173.7 x 142 cm l Framed: 180.7 x 149 x 6.8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Photo: Jens Ziehe

새로운 관점을 열어줄 불확실성의 상태로의 초대

특정 위치에 놓음으로써 대상을 눈으로 볼 수 없는 각도를 뜻하는 사각지대는 비유적으로 관심이 미치지 못하거나 영향을 끼치지 않는 구역을 이르기도 한다. 엘리아슨은 오랜 기준과 낡은 관습들로 만들어진 사각지대로부터 새로운 관점을 열어 줄 불확실성의 상태로 관람자를 초대한다. 학습되고 대물림된 구태의연한 시선들은 현 시대의 인간에게 정작 주변의 일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 이 사각지대 안쪽에서 개인, 타인, 작품 그리고 공간이 그리는 궤적들은 서로 교차하며 관계를 맺고, 그간 우리가 보지 않았거나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드러나게 한다. 보지 못하는 것을 새롭게 보게 하고, 지평을 열어주는게 미술이기 때문이다. 전시는 이러한 미술의 역할에 대한 작가의 고민으로부터 시작된다.

감성의 플레어 바라보기 Seeing sensitivity flare
2022
Silvered coloured glass (rainbow spectrum), laminated coloured glass
(yellow, purple), composite board, aluminium
188 x 246 x 3.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Photo: Jens Ziehe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 <감성의 플레어 바라보기Seeing sensitivity flare>는 보기Seeing에 대한 고민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 벽면 조각 작품은 ‘렌즈 플레어’ 현상을 재구성한다. 렌즈 플레어는 카메라의 렌즈가 태양이나 밝은 광원을 향할 때 고리나 원의 형태로 나타나는 빛의 현상으로, 사진 및 영화 분야에서 폐기해야 할 요인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엘리아슨은 폐기해야 할 에러를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고, 이러한 오류로부터 새로운 세계를 탐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당신의 폴리아모리 영역 Your polyamorous sphere
2022
Coloured glass (yellow, blue), colour-effect filter glass (green),
stainless steel, paint (black), LED light, aluminium
120 cm diameter
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Photo: Jens Ziehe

제 2 전시장의 <당신의 폴리아모리 영역Your polyamorous sphere> ‘플라톤의 입체’, 즉 동일한 정다각형에서 파생될 수 있는 유일한 3차원 형태 다섯 개를 하나의 결정체로 결합한 행잉 hanging 조각이다. 중심에서부터 이십면체 – 정팔면체 – 정사면체 – 정육면체 – 정십이면체가 층을 이루고 있다. 엘리아슨이 처음 시도하는 조각형태로 투과와 반사가 동시에 일어나는 세 개의 색유리 층이 보는 각도에 따라 예기치 못한 색상 조합과 구조가 만들어낸다. 작품에서 파생되는 다채로운 색 그림자가 전시장 벽면과 바닥에 퍼져나간다.

가깝고도 우연한 만남의 궤도 Orbital close encounter
2022
Partially silvered glass spheres, stainless steel, paint (black, white)
113 x 174 x 23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Photo: Jens Ziehe

Installation view of Olafur Eliasson: Inside the new blind spots at PKM&PKM+. Courtesy of PKM gallery.

전시에서는 유리구슬로 궤도를 그린 두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밖으로 향하는 궤도의 실재Orbital centrifugal presence>와 <가깝고도 우연한 만남의 궤도Orbital close encounter>의 유리구슬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풍경을 자아낸다. 여러 개의 다양한 크기의 구슬은 ‘보는 나’로부터 주변 공간과 나열된 다른 구슬들을 거꾸로 비추며 끊임없는 움직임을 선사한다. 작품의 모티프는 ‘클렐리아 곡선’, 즉 천구의 자오선을 따라 동시다발적으로 이동하고 중심축을 따라 회전하는 점의 궤도를 추적하는 수학적 도형에서 얻었다.

Installation view of Olafur Eliasson: Inside the new blind spots at PKM&PKM+. Courtesy of PKM gallery.

별관에서는 작가가 오랜 기간 연구해온 빛과 색에 대한 작품들을 통해 작업의 시작점을 확인할 수 있다. <색채 스펙트럼 연작 The colour spectrum series>은 프리즘을 통해 가시화되는 빛 스펙트럼의 근사치를 안료로 변환해 48개의 색으로 구성했다. 딥 바이올렛에서 다크 크림슨에 이르기까지 그가 포착한 색은 매끄럽게 유닛 사이를 흐르며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자연 환경에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보이면서 태양, 바람, 물 등의 요소를 미술관 내부로 과감히 끌어들여왔다. 또한 수학, 과학, 천체물리학 등 다학제에 걸친 엘리아슨의 광범위한 탐구는 예술가이자 동시에 과학자로서 미술 실천을 가능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스튜디오에 모인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사각 지대 바깥을 끊임없이 지향해오고 있다. 다각도의 리서치를 통해 융합된 시각은 여러 매체로 시각화 되고, 관람자의 감각을 유연하게 증폭시킨다. 별관 지하에 마련된 리딩룸에는 엘리아슨의 작품 세계 전반을 톺아볼 수 있는 전시 도록, 아티스트 북, 프로젝트와 워크숍 자료집, 스튜디오 매거진 등 작가의 주요 출판물이 준비되어 있다. 엘리아슨의 예술적 상상력으로부터 ‘감각하는 자신을 바라보는(Seeing Yourself Sensing)’ 유기적 경험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당신의 폴리아모리 영역 Your polyamorous sphere (detail)
2022
Coloured glass (yellow, blue), colour-effect filter glass (green),
stainless steel, paint (black), LED light, aluminium
120 cm diameter
Courtesy of the artist and PKM Gallery.
Photo: Jens Ziehe

글: 문혜인 에디터
자료:  PKM 갤러리
© (주)월간미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