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주: 인공낙원

• 간단한 자기소개와 갤러리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정아트센터 큐레이터 이윤정입니다. 서정아트는 올해 1월, 현재 위치한 강남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국내 및 해외 소장품 전시뿐 아니라 동시대 작가들의 기획전을 두루 관람할 수 있는 갤러리입니다.

• 현재 진행 중인 전시 먼저 소개해주세요.

현재 진행 중인 《파사주: 인공낙원》은 정다운, 최은정 작가의 2인전으로, ‘낯선 감각과 상상의 공간’을 주제로 한 전시입니다.

저는 두 작가의 작업을 “신선하게 다가오는 동시에 익숙하고, 또 낯선 감각을 제공하는 한편 완벽하게 이질적이지 않다”라고 설명하는데요, 천으로 작업하는 정다운 작가의 패브릭 드로잉과 헤테로에코토피아를 그리는 최은정 작가의 작업이 이 지점에서 비슷한 맥락을 공유합니다.

정다운 작가는 천과 가죽, 레이스를 재료로 마치 물감을 섞듯 색감을 배열하고 특정 상황과 감정에 어울리도록 선별하며 작업합니다. 평면 작업도 있지만, 사실 작가님의 작업은 설치작업에서 빛을 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천 조각들이 펼쳐지고 늘어지면서 견고한 틀을 감싸는 행위가 왠지 그 장소와 시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을 살아나게 하는 것 같아요. 작가는 실제로 작업 당시 들었던 음악을 떠올리며 선율을 표현하거나, 역동적인 천의 움직임으로 기억을 기록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작업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천이 지닌 재질의 특성으로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관람자를 낯선 세계로 초대하는 역할을 합니다.

최은정 작가의 작업은 우리가 접하지 못한 판타지적 상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작품의 실물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마 디지털 작업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정도로 물감 덩어리들이 촘촘하게 얽혀 착시를 일으키는데요, 픽셀처럼 최소 단위를 그려내듯 현란한 기호들이 캔버스를 채웁니다. 이 작업 또한 물감이라는 익숙한 소재가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 현실과 다른 차원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일상의 공간과 다른 공간, 생태학적인 유토피아를 결합한 ‘헤테로에코토피아’로 작업을 정의합니다.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화면은 현실 세계보다 더욱 치밀하게 설계됩니다. 오로지 상상에만 의존한 결과가 아니라, 있을법한 장소를 변형해서 가상의 공간을 만드는 과정이 작가의 노동집약적 태도를 반영합니다.

전시의 명칭이자 주제이기도 한 ‘파사주’는 20세기의 초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발터 벤야민이 언급한 개념으로 ‘새로운 도시 풍경’, ‘새로운 볼거리’를 이야기합니다. 지금은 일상이 되어버려 익숙해진 각종 전단지와 시각 광고물들, 화려한 전광판들이 모두 시각적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던 때가 있었어요. 거리를 장식하는 눈요기 거리가 많아지면서 점차 사람들의 일상은 현실세계로부터 동떨어진 화려함을 향하게 되는데요, 그런 현상들이 지금까지 변화하고 이어져오는 것을 보면서 끊임없이 재편집되는 모든 존재와 현상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특히나 예술 작업의 경우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유동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봅니다.

• 그렇다면 기억에 남는 관람객이 있으신가요?

전시된 작품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질문을 정리해오신 분이 있었습니다. 마치 ‘오늘은 큐레이터에게 이것을 꼭 물어보고 가겠다!’라는 굳은 의지가 느껴져서 작품 이야기를 길게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예전보다 미술 시장이 활성화하고 전시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도 마련되다보니 예술을 대하는 대중들의 인식도 많이 편안해졌다는 걸 요즘 많이 느낍니다.

• 전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앞으로 방문할 관람객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작가님들의 작품이 현재 해외 채널에서도 많이 소개되고 있고, 또 최은정 작가님의 경우 NFT 작업을 병행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두 작가님들 모두 작업 스타일이나 방향은 다르지만 그 안에서 발견한 공통된 어느 지점에서 출발해 현재 전시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인공낙원이라는 정원에서 많은 분들이 전시를 즐기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