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Yesul

“어린이를 위하여”

UP-AND-COMING ARTISTS

1989년 태어났다. 한국기술교육대 디자인공학과 학사과정, 한예종 조형예술과 전문사과정을 졸업했다.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플래티넘 디자인’을 운영하는 그래픽디자이너로도 활동 중이다. 개인전 《철갑신참 프래거》 (얼터사이드, 2023)를 열었으며, 단체전《stocker》(SeMA 창고, 2023),《두산아트랩》(두산갤러리, 2022),《Mods》(합정지구, 2021), 《아티스트로 살아가기》(세화미술관, 2020), 《하드코어 퓨처그래피》(문화역서울284 RTO, 2019) 등에 참여했다. 2023 난지미술창작 스튜디오 입주 작가로 활동했고, 2024년 1월 N/A에서 2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미술 시간〉 비디오 4분 39초 2021
가운데 〈추진력 연습기〉 혼합매체 300×300×120cm 2023 산스장을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으로,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야외에 설치했을때 좋았다고 밝혔다
아래 〈분실〉 혼합매체 가변 설치 2019

“어린이를 위하여”

작년 4월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마토르스크 역사에서 러시아군이 쏘아올린 탄도미사일의 잔해가 발견됐다. 동체에는 키릴 문자로 “어린이를 위하여”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물론 이 사건이 진정 어린이를 위하는 마음에서 벌어졌다고 생각하는사람은 없었고, 언론은 이를 복수의 메시지로 분석했다. 사실 국가가 어린이를 앞장세워 대의를 운운하거나 어린이를 국가행사에 동원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노출되었던 소년병의 이미지는 일일이 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시스템에 대해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이지만, 어른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자 할 때 효과적으로 어린이를 전방에 내세운다. 투표권도, 발언할 기회도 없는 어린이는 매번 이용된다.

김예슬의 <철갑신참프래거神 Fragger) (2023)는 세카이계 애니메이션의 주된 서사를 따른다. 주인공으로 출현하는 서연과 민준은 평범하지만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 기체를 조종하게 되는데, 여기에 선택의 여지는 없다. 서연은 지구를 지키는 마이크로칩을 개발하는 아버지와 함께 코딩과 컴퓨팅을 즐겨하고, 민준은 지구를 멸망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아버지의 프로젝트를 함께하고자 한다. 어린이는 어른들이 구축한 시스템 안에서 코딩을 배우고 로봇을 조작하며 세상을 살리거나 파괴하고자 하는데, 아버지의 대리인이라는 점에서 언뜻 소년병으로 비치기도 한다.

<미술시간(2021)에서 작가가 작사한 노래 ‘미술시간’을 부르는 존재도 어린이다. 11명의 어린이가 무대에서 대열을 맞추어 율동과 함께 김예슬이 느끼는 미술의 무게와 거리감을 전한다.가사의 내용도,노래의 의도도 다르지만, 어른이 작사한 노래를 어린이가 부르는 모습은 어쩐지 1970~80년대를 살았던 어린이들이 특정한 시간마다 흘러나온 ‘새마을노래’를 배웠던 현상을 연상하게 한다. 의미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반공노래를 배운 어린이들은 50년이 지나 중년이 되고 나서도 무의식중에 노래를 읊을 수 있다. 이를 보면 음악이 어린이들에게 국가 이데올로기를 교육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임을 입증하는 것 같아 흠칫하게 된다.

〈Sub zero excidian〉 비디오 3분 7초 2023 《철갑신참 프래거》 얼터사이드 전시 전경 2023

한편 어린이를 염두에 두고 작업한 것이 아니었을 작품 <분실(The Chambers)>(2019)의 아카이브 영상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어린이다. 작가는 민주인권기념관(구 남영동 대공분실)의 5층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창문 사이로 호스를 연결해서 건물을 출입하는 관람객들이 낙수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독재정권 시절, 5층의 수도꼭지는 정치범들을 물고문하는 데 사용되었고, 그 수도꼭지는 아직까지 작동하고 있다. 건물이 어떤 장소였고, 물이 어떤 의미였는지 아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들은 떨어지는 물을 피하며 즐겁게 뛰어다녔다. 김예슬은 어린이들이 좋아해서 좋았다며, 흑자가흉물스럽다고 치부하는 공공미술도 어린이의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표명했다.

작가는 5월 6일 미국의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13살인 다프네가 던진 질문이 뇌리에 박혔다고 공유했다. 달러가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게 될 탈달러화의 시작이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 시민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박수가 터졌다고 한다. 그뿐인가? 어린이에게 주식을 가르치는 내용의 책이 쏟아지고 있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전 세계에서 4천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인 광경을 목도하고 있다. 이러한 소름끼치는상황에서 우리는 “어린이를 위하여”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린이는 기성세대로부터 밀려난 탓에 역사에 기록된 일이 드물다. 기성세대가 만드는 정책에 제일 많은 영향을 받을 다음 세대의 목소리를 빌려 김예슬은 신작에서 어떻게 다시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재민 기자

© (주)월간미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