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는 갤러리
UNBOXING PROJECT 2: Portable Gallery
2023. 5. 10 – 6. 4
뉴스프링 프로젝트
arcel Duchamp, La Boîte-en-valise, 40 x 37,5 x 8,2 cm, 1936 – 1941 ⓒcentrepompidou
“내가 한 모든 중요한 일은, 작은 여행 가방에 들어갈 수 있다.
Tout ce que j’ai fait d’important pourrait tenir dans une petite valise “
1934년, 마르셀 뒤샹은 그간의 공백을 깨고 특별한 회고전을 기획했다. 전시를 만든다는 것은 상당한 투자와 노력이 들어가기 마련. 그러나 그런 일들로 방해받고 싶지 않았던 뒤샹은 재미난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 바로 “이동하는 미니어처 박물관”, 즉 “여행용 가방 La Boite-en-valise”. 여행 가방을 이용한 이 ‘휴대용 미술관’은 원하는 곳 어디서든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전시를 열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당시 미국과 유럽으로 바쁘게 오가던 뒤샹의 상황이 선택할 수 있었던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용 가방은 총 300개의 에디션이 제작되었는데, 상자 안에는 ‘‘L,H,O,O,Q’의 사진, 미니어처로 복제한 ‘샘’ 등 그의 대표작품이 여러 점 포함되었다.
《언박싱 프로젝트2》는 뒤샹의 여행용 가방을 계승하여 동시대 작가 17명의 ‘이동하는 갤러리’를 기획했다. 4개월의 시간 동안 작가들은 6개의 캔버스를 이용해 본인의 작품을 만들고, 이를 상자에 담아 전시장으로 보냈다. 작가들은 복제, 변주, 오마주의 방법을 넘나들며 자신의 예술 실천을 돌아보고 각자의 컬렉션을 만들었다. 언박싱 프로젝트는 (비교적 쉽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규모의 힘은 포기했지만, 작은 상자에 작가의 예술세계를 밀도 있게 응축함으로써 개별적인 폭발력을 선보인다. 뒤샹으로부터 90여 년, 상자에 담긴 이야기는 어떻게 변화했을지 기대해봐도 좋다.
작가들의 개성이 담긴 박스와 작품
전시 전경
글, 사진: 문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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