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에 위치한 별관, 얼터사이드, 합정지구가 협력하여 미술과 퍼포먼스가 결합된 전시 《TAP, TAP, TAP》을 열었다. 6호선 마포구청역에서 합정역 사이, 도보 10분 내외의 가까운 거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던 이들이 새로운 소통과 만남을 고대하며 전시를 마련했다. 《TAP, TAP, TAP》에서 ‘TAP’은 ‘가볍게 툭툭 두드리다, 음악에 맞춰 손이나 발로 박자를 맞추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마포구를 오가는 기획자, 작가, 퍼포머, 관객의 경쾌한 발소리를 의미한다.
세 개의 공간은 각각의 기획전과 이를 이어주는 12회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별관은 《ECHOLESS》라는 이름으로 김혜연, 강지윤, 뀨르와 타르, 서성협, 이희인, 오민수와 함께 소리와 관계의 유사성을 살펴본다. 얼터사이드에서는 기억과 경험을 재료 삼아 시각화하는 최서희의 개인전 《The Glass Locker》를 연다. 합정지구는 《후우, 후ㅡ》에서 안무가 유지영, 이종현이 몸을 내밀하게 살펴온 지난 과정을 볼 수 있으며, 그중 두 작품을 공연한다. 그와 함께 열리는 퍼포먼스는 연결된 시간대로 구성되어, 관객은 하나의 공연이 끝난 후 다른 전시 공간으로 이동하여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공연이 없는 시간에는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각각의 공간을 운영하는 세 명의 기획자는 미술이 협력하는 방식을 고민하며 공유와 보완을 실천했다. 이를 통해 이들은 물리적 공간의 제한을 넘어 상생의 방안을 모색한다. 나보다 우리일 때 미술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가볍게 툭툭, 박자를 맞추며”
The Glass Locker
최서희
얼터사이드 (서울 마포구 방울내로 59 3층)
최서희는 직접 만나 대화할 수 있는 가까운 사람 혹은 자신의 기억을 수집하여 재료로 사용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전시장을 불특정 다수가 말없이 머무르다 가는 도서관 열람실로 설정하여 타인의 기억을 조형적 언어로 풀어낸다. 타인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도서관의 책과 책상, 의자와 같은 사물에서 누군가의 흔적을 우연히 마주하게 되듯, 개인의 작고 사소한 기억이 심어진 작가의 작업들은 전시장에서 관객에게 감정적으로 공유 된다. 전시 제목 《The Glass Locker》는 한시적으로 모두에게 점유가 허락되는 공용사물함을 가리키며, 개인적인 영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한 켠의 범위를 암시한다.
ECHOLESS
김혜연, 강지윤, 이희인, 뀨르와 타르, 오민수, 서성협
별관 (서울 마포구 망원로 74 2층)
별관에서는 소리-관계-퍼포먼스라는 연계성을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보일 수밖에 없는, 들리지 않는/들릴 수밖에 없는 다양한 형태의 소리(에너지)들이 서로 다른 대상과 관계 맺기를 시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리가 주는 힘은 강력하다. 그만큼 외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소리의 울림이 크게 들린다고 해서 명료하게 더 잘 들리는 것은 아니다. 작고 희미하더라도 분명하게 들리는 소리가 있다. 전시는 울림ECHO으로 인해 희미하고 부풀어진 것들로부터, 담백하지만 명료한 자신의 소리(언어)를 구별해내고 그로인한 관계의 의미를 찾는다.
후우, 후ㅡ
이종현, 유지영
합정지구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40)
이종현과 유지영은 소매틱스Somatics를 기반으로 몸을 움직인다. 소매틱스는 1970년대 토마스 한나가 사용한 용어로 신체를 인지한 후 움직임을 통해 몸을 개선해나가는 학문이다. 소매틱스는 신체와 정신을 분리시키지 않고 완전한 통합을 이루어 나 자신이 스스로 인식한 몸, 즉 soma를 경험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두 안무가는 자신의 신체와 밀려드는 감각을 살피고, 신체와 정신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몸이 가지는 잠재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 문혜인
자료: 얼터사이드, 별관, 합정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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