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선 사진전
Through Transparency
2021.04.14 – 2021.04.20
프린트베이커리
나의 개인전 Through Transparency 전을 봄의 한 가운데에서 이 곳 프린트 베이커리에서 찬란한 빛의 향연전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지난 수년간 나는 실사 사진과 세컨드 사진 작업을 오가며 다양한 사진을 찍어 오다 빛이라는 제재에 매료 되어 비물질이라는 빛을 소재로 한 이번 Through Transparency 전을 기획하게 되었다. 빛의 효과적인 가시화를 위하여 종이라는 인쇄 매체에 더하여서 디지털 모니터를 설치하여 빛의 속성을 더 잘 드러내려는 디스플레이 형식도 시도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세컨드 작업 사진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매체에 대한 고민을 심화 시켜 순수 사진의 표면 위에 컴퓨터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투명한 면을 삽입하는 방법을 구상하였다. 이를 통해 깊이감이 느껴지는 실사 사진 위에 평면을 삽입하는 방식을 통해 시각적인 차원성에 대한 물음을 던져 본다. 또한 밤의 불빛이라는 일상 주변의 모습들을 담는 것으로 일상성을 사진의 영역속으로 불러들이는 작업 또한 이어 간다.
조명, 즉 빛이란 나 자신에게 사랑의 대상이며 안내자이며 동반자적 대상이다. 이 전시를 통하여 봄 만큼이나 따뜻한 빛의 온기가 전달되기를 바라며 또한 다양한 색들의 반짝임을 통해서는 사진속의 사랑어린 메세지들이 관람객에게 그대로 전해지길 기대한다.
-정혜선
언젠가 영화제에서 본 밤의 야경을 기억한다. 버드 아이뷰에서의 찬란한 도시의 빛들이 휘황찬란했던 그 거리를 기억한다. 다양한 빛깔로 빛나고 있는 화려한 불빛들은 살아 숨쉬고 꽃 피어나는 이야기들의 형상으로 사람들의 삶의 모습 그대로라 여겨졌고 이러한 황홀한 풍경을 마음속에 담았었다.
그리곤 손을 힘껏 뻗어 그곳에 닿고 싶었다.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점차 빛은 길을 안내해 주고 삶을 밝혀주는 의미로 인식 되어 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부터인가는 수많은 밤의 불빛의 존재는 나에게 숨을 불어 넣어주고 창조자적인 터치를 감행하는 사랑의 대상과 같은 존재로 겹쳐 인식되어 가고 있었다. 저 불빛이 나에게 등대가 되어 주듯이 저 사람은 내가 앞을 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있던 거였구나 생각했다. 빛과의 대면은 소중한 경험이었고 그 어떤 빛의 존재 와도 같았던 그 사람과는 분명 값진 인연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스라한 밤의 불빛들과 사랑의 인물을 형상화하기 시작했다. 밤의 조명들을 사진으로 찍기 시작 한 것이다.
All I Know, 2020, Pigment print, 40×26.5cm
지난 10년간 사진 수업을 받으며 실사 사진을 찍어오다 여러 가지 컴퓨터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부터는 갖가지 기술들을 내 사진에 접목하기 시작 했다. 급기야는 사진위에 일러스트를 이용해 색면을 넣는 작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지난해에 발간 했던 ‘빨간 필통’ (영제 ‘Note For Side’)라는 나의 사진집에 담긴 바와 같이 많은 색면 사진들을 만들었고 올해에는 투명한 색면을 넣는 사진 작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투명한 색면들은 사진의 깊이감이 그대로 배어나오게 하면서도 추상성이 첨가 되는 지점이 발생하기도 하며 평면이라는 flat한 요소를 삽입하므로써 구성성을 배가시키는 작업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투명한 면들을 삽입하는 기법은 다분히 순수 미술에서는 다소 생소 할 수 있는데 사진이라는 순수 매체에 이질적 요소를 임의로 첨가한다는 측면에서 그러하다. 또한 선, 면과 같은 기호화 된 형체의 삽입은 평면적이고 유희적이거나 장식적인 뉘앙스를 주기도 하여 삼차원이나 일루전의 공간을 무화 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1960년대 실크스크린이라는 평면성을 의도적으로 지향 하면서 flat한 면 요소를 순수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던 앤디 워홀의 팝 아트를 상기하게 되기도 한다.
Round Flower, 2020, Pigment print, 40×26.5cm
의미상으로는 투명하게 비추이는 평면을 통해서는 정의롭고 투명한 세상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고 일상의 주변 모습을 그대로 담는 작업 또한 이어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형상적으로는 각기 다른 조명빛들과 투명한 색면들은 저마다의 사랑의 상징체들을 의미하면서 사랑하는 친구나 어떤 임의의 대상들로 읽히기를 바란다. 즉 각 투명한 색면들은 내 주변의 누군가를 의미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되겠다. 때론 독립적으로 때론 공존하면서 각 색들은 우리들의 만남과 사귐의 순간들을 말하면서 사랑을 이미지화된 메세지들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덧붙이자면 본 작업의 기저는 항상 아름다움, 즉 미를 추구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미인이 아닌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 자기 인생의 한 시기에 어떤 관점에서건 아름다움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다” 라면서 앤디 워홀은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를 감행했다. 나의 작업도 무슨 형태 건 무슨 색을 선택 했던지 간에 그 바탕에는 예쁘장한 아름다움을 위한 선제적 작업이 항상 먼저 앞서 왔음을 밝힌다. 또한 칸딘스키는 감정이나 직관과 학문적 지식 사이의 종합과 균형만이 진정한 예술작업이라고 하였지만 여기서 나는 직관과 미적 감각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음을 밝혀본다. 빛과 투명한 색면들은 나와 사랑의 대상들이 함께 빛나고 있음을 감히 고백해 보며 투명한 만큼이나 진정되고 정의로운 세계의 지점을 표방한다. 반짝 반짝 빛나는 조명들과 이들과 함께 투명한 빛의 향연을 뽐내고 있는 색면들처럼 다가오는 모든 미래의 시간들이 그처럼 밝고 영롱하기를 기대하며 전시를 한껏 열어본다
글: 하연지
자료 제공: 정혜선
프린트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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