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예술과 생명과학이 만나다 : 2018 대전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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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로저 콘버그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생명과학”이라고 말했다. 많은 연구자가 생명공학이 기술과 접목해 발생시킬 시너지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의 성패가 달렸다고 주장한다. 기술 발전이 인간에게 어떤 유용함을 가져다줄지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대전비엔날레가 ‘생명과학’을 주제로 선정한 이유다. 2018 대전비엔날레는 KAIST비전관, 한국화학 연구원 SPACE C#등 대전특구의 인프라와 협업을 바탕으로 생명과학과 예술이 어떻게 융복합하고 확장할지 가능성을 새롭게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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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미술관은 ‘생명’, ‘인간의 삶’과 관련된 주제를 기반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전 세계 작가들을 초청했다. 단순히 생명기술을 드러내는데 그치지 않고 이와 관련한 미학적, 사회적 맥락에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초청 작가들은 생명공학에 예술적인 상상력을 결합한 작품들을 통해 기존 예술이 다루지 않았던 실험적인 질문을 제시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예술그룹 ‘아트 오리엔테 오브제(Art Orienté Objet)’는 작가가 직접 말의 혈장 주사를 맞아 인간과 동물의 직접적인 결합을 시도한 작품을 선보인다.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아 작가에게 과민성 쇼크가 오진 않았지만, 그 후로 수 주간 생체리듬의 변화나 신경과민과 같은 신체 변화가 나타났다. 이러한 종의 혼합은 인간 중심의 위계질서에서 벗어나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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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미술관이 개최한 전시는 총 네 개의 소주제 ( 바이오미디어, 디지털생물학, 불로장생의 꿈, 인류세의 인간)로 구성된다. 첫 번째 주제인 ‘바이오 미디어’는 미생물, 박테리아, DNA 등 과학적 방법론의 토대 위에 예술적인 상상력을 결합한 작품을 소개한다. 헤더 듀이 해그보그의 <스트레인져 비젼스>가 눈에 띄는데, 작품은 길거리에서 담배꽁초, 머리카락을 채집해 유전형질들을 DNA 분석기기로 분석한 작품이다. 분석결과로 구현한 DNA 주인공의 얼굴을 3D 프린트로 출력해 보여준다. 곳곳에서 쉽게 채취할 수 있는 DNA 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CCTV와 같은 감시 기술이 생물학적인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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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생물학’ 주제 아래 선보이는 필립 비즐리의 <빛나는 토양> 작품은 식물이 관람객에 반응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천장에 유리, 금속, LED 조명등으로 설치한 식물형상은 관람객의 동작을 추적해 움직임에 따라 특정한 반응을 일으킨다. 최우람의 <쿠스토스 카붐>은 기계 생명체가 마치 실제로 숨을 쉬는 듯 하다. ‘디지털 생물학’은 컴퓨터에 생물학의 연구 성과를 응용하고 결합해 실제 자연과 유사한 디지털 생태계가 형성됨을 말한다. 모터와 센서 등 기계적인 재료를 사용해 실제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하는 모습에서 아이러니와 새로운 가능성이 동시에 펼쳐진다.
‘불로장생의 꿈’
로봇 팔이 나를 만지면 어떤 느낌일까? 루이 필립 데메르의 <블라인드 로봇>작품은 로봇팔이 관람객을 만지는 인터랙션 작품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하기 위한 방식과 비슷하게 로봇 팔이 관객의 얼굴과 몸을 섬세하게 더듬어 인식한다. 차갑고 낯선 촉감의 로봇 손은 두려움과 낯섦을 유발하지만 실제 사람과 같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출품 작품의 대부분은 과학자와 예술가가 만나 서로 소통하고 협업하면서 이뤄졌다. 기술 발전으로 생명 연장의 꿈이 현실화된 지금, 인간 정체성에 대한 논의와 함께 생명윤리에 대한 사상적 딜레마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생명에 대한 확장된 시각을 통해 모든 생명을 향해 무한히 확대된 책임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취지다. 기술 발전에 따라 생명공학이 대두되는 현재, 대전 비엔날레는 생명과학과 예술이 접목했을 때 펼쳐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시는 10월 24일까지.
대전비엔날레 2018 예술로 들어온 생명과학
2018. 7. 17. –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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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민경 (monthlyart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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