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EOPLE]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
2017년 촛불혁명이 대한민국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쓰면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또한 국민 모두의 박물관으로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 출발점에 2017년 11월 취임한 주진오 관장이 있다. 정권 교체 후 역사학자로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수장을 맡은 주 관장은 역사학계의 논의를 수렴하며 박물관의 설립 취지와 운영 방향을 다시 가다듬고 있다. 제주4·3 70주년 기념 특별전 〈제주4·3 이젠 우리의 역사〉가 열리고 있는 박물관에서 주 관장을 만나 이번 전시와 박물관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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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역사를 직시한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건립이 추진된 대한민국역사 박물관은 기존 문화체육관광부 청사를 리모델링하여 2012년 개관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연구하고 알리는 국립박물관이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가 주장한 역사관(觀)을 국민에게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개관 이래 한국 근 · 현대사를 조명하는 특별전이 꾸준히 열렸지만 역사학계를 비롯한 국민들의 무관심에는 박물관의 편향된 역사관이 배경에 있었다.
3대 관장으로 취임한 주진오 관장은 기존에 박물관이 보여준 근현대사 해석을 둘러싼 논란을 인정하며 정부가 아닌 국민을 위한 박물관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역사에는 다양한 견해가 있는 만큼 역사학계의 통설과 중론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역사박물관이 되고자 합니다.”
이처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달라질 모습에 대한 기대가 높은 가운데, 박물관에서는 ‘이젠 우리의 역사’로 명명된 제주4 · 3 70주년 특별전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반세기 동안 진상규명조차 어려웠던 제주4·3을 ‘대한민국의 역사’로서 다시 알리고 박물관의 향후 행보 또한 짐작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 관장은 ‘제주4 · 3사건 70주년 기념사업 범국민위원회’ 상임공동대표로 활동한 바 있으며 이번 전시를 위해 국가기록원에 소장된 원본 자료 9점을 대여해 선보였다. 무엇보다 정치나 이념을 떠나 당시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제주4 · 3을 바라보고자 노력했다고.
“전시를 통해 당시 제주 사람들이 어떤 억압을 당했고 어떤 공포를 느꼈고 왜 죽음을 당해야 했는지를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했고, 이를 위해 예술작품이 있어야 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사료로써 단순히 사건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작품을 통해 감성적으로 이해했을 때, 관객은 사건의 실체에 더 다가갈 수 있고 그것이 예술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4 · 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기초하여 사건 전개 과정에 따라 구성된 전시장에는 제주4 · 3을 모티프로 한 미술작품들이 함께 배치되었다. 주 관장은 역사 전시에 있어 사료의 역할이 크지만 사료는 당시 역사의 일부만 담고 있을 뿐 해석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에 지나치게 권위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미술을 비롯한 다른 예술 장르가 사료의 빈틈을 채우고 역사를 가슴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의식은 강제할 수 없습니다. 앞서 제가 ‘국정교과서 반대운동’에 앞장섰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역사박물관은 관객 스스로 역사를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주 관장은 역사박물관이 디지털 형식을 활용한 콘텐츠를 통해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역사는 재밌는 것’임을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첫걸음으로 현재 통사관으로 구성된 상설전시실을 축소, 개편하고 개별 주제전시실과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체험관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상적인 역사박물관은 우리나라를 여기까지 이끌어오기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린 분들에 대한 고마움, 가슴에 뭔가 차오르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홈페이지에는 “대한민국의 역사는 1919년 3 ·1운동 결과 탄생했던 임시정부로부터 시작되었고 1945년의 해방과 1948년의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통해 오늘날에 이르고 있으며 대한민국역사 박물관은 바로 그 역사를 전시하는 국립박물관”이라고 명기돼 있다. 역사박물관이 앞으로 써 나갈 ‘오늘’의 장면들이 무엇일지, 예술은 거기에서 어떤 역할로 자리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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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진 오 Chu Chinoh
1957년 태어났다.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30여년간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 근대사1》《한국 여성사 깊이 읽기》 《고등 한국사 교과서》 등을 집필한 한국 근현대사 분야 전문가이다. 전국대학문화 콘텐츠학과협의회 회장,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 전문위원, 서울시 교육청 역사교육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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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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