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EOPLE] 캐슬린 킴 미국 뉴욕주 변호사, 홍익대 겸임교수

(사진촬영 | 장영수)

1974년 태어났다. 미국 템플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를, 뉴욕 크리스티 대학원에서 ‘미술사와 미술시장: 근대와 현대’ 과정을 마쳤다. 현재 미국 뉴욕주 변호사로서 법무법인 중정 변호사, 홍익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밖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전임 법률 컨설턴트, 한국저작권위원회 – 숙명여대 창의인재교육과정 연구자 등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시각예술 분야 및 애니메이션/만화 OSMU 표준계약서를 개발 · 연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예술법》(학고재 2013)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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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법은 나의 자부심”

사진 | ‘예술과 법’ 강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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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한국 미술계에 불거진 몇몇 불미스러운 사건은 ‘좋은 게 좋은 거’란 안일한 인식과 서면보다는 구두로 계약하는 일이 더 빈번했던 고질적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에 정부는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 미술품 등록과 거래 이력제, 미술품 공인 감정제 도입을 위한 토론 및 공청회 마련에 나섰고,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을 고무하기 위해 《월간미술》도 2016년 7월호부터 국내에 ‘예술법’ 기틀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 온 캐슬린 킴 뉴욕주 변호사의 〈캐슬린 킴 변호사의 예술법 세상〉(이하 예술법세상) 제목의 연재를 시작했다. 매달 《월간미술》의 첫 번째 기사지면을 장식해준 〈예술법 세상〉은 이번 4월호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총 20편의 글이 단 한 번의 휴재 없이 게재됐기에 그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것 같다. 무엇보다 미술을 법의 영역에서 이야기하는 연재의 콘셉트 때문인지 독자들은 그 어떤 필자보다 유독 캐슬린 킴을 궁금해 했다. 그런 그녀를 이대로 보내기엔 못내 아쉬워 그녀를 만나 ‘예술법’이란 용어와 개념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해 예술계와 학계, 법조계로 공식화하기까지 분투의 여정을 면밀히 들어보았다.

미국 템플대학교 로스쿨을 다니던 엘리트 변호사가 어쩌다 예술법 전문 변호사로, 그것도 예술법에 대한 인식과 개념이 거의 갖춰지지 않은 한국 예술계에서 일하게 된 것일까. 이 질문에 그녀는 예술법 분야를 선택하는 데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미술관 안에 ‘갇혀’있는 걸 좋아한다. 그건 내게 시공이 뒤엉킨 세계로의 탐험이자 휴식이다. 작품을 보고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온갖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쯤 되면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그 어떤 이보다 으뜸이지 않을까. 그녀의 예술을 향한 애정은 곧 예술법 전문 변호사가 턱없이 부족한 국내 미술계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이어진다. 옥션하우스인 크리스티 뉴욕의 부설 대학원에서 ‘미술사와 미술시장: 근대와 현대(History of Art and the Art Market: Modern and Contemporary)’를 전공하고, 뉴욕주 변호사협회 예술법 분과 활동으로 예술법 관련 자료를 조사, 연구하는 등 한국에서 예술법 변호사로 일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했다. 2013년 출간한 저서《예술법》은 그러한 노력의 총체라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예술법 책을 만들어보자”는 욕심과 “한국 사회에 국제 예술법의 신선한 조류를 소개하고 싶었다”는 의지가 빚어낸 결과였다. 808쪽에 달하는 제법 두꺼운 책임에도 2쇄를 찍었을 만큼 예술법을 알고자 하는 독자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캐슬린 킴은 “여전히 한국 예술계에는 전근대적인 생각이 만연하다”는 안타까움을 내비치며 “예술 같은 무체 재산에 대한 이해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예술가는 대자유인이다.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고 상상력이 풍부한, 세상의 온갖 경계를 넘어서는 사람이다. 하지만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 땅은 현실이고 법과 제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는 한 손엔 붓을, 한 손엔 법전을 들어야 한다. 스스로 권리 의식에 대해 철저히 자각해야 한다. 또 그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도 놓쳐선 안 된다.”고 애정 어린 당부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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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예술법》(2013 학고재) 예술법과 관련된 유럽과 미국의 선구적 연구 성과를 정리하고 400여 건의 예술법 판례를 분석한 예술법 교과서. 곧 개정판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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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주변인’ 혹은 ‘경계인’이라 생각하는 겸손함은 예술과 법 양쪽 분야의 전문성을 모두 갖추기 위한 끝없는 노력으로 발현되는 듯하다. 그녀는 《예술법》에 이어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와 ‘패션법’에 대한 책을 공동 저술 중이며, 예술법 교재 및 연구서도 숙명여대 문화예술행정학과 교수와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턴 서울시 문화도시정책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하니 실제 현장에서 그녀를 만날 기회가 지금보다 많아질 듯 보인다. 몇몇 교수, 변호사와 함께 ‘한국예술법학회’을 창립해 학술적으로도 좀 더 심도 있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역사적으로 예술은 기존의 관습과 통념을 전복하려 했고 법은 규범과 제도의 틀을 수호하려 했다. 이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였다. 하지만 예술법 불모지였던 한국 예술계의 풍경이 점점 바뀌고 있다. 그 변화의 선두에 선 캐슬린 킴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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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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