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OOK

동양예술에 담긴 인문사상의 핵심

주량즈 지음《인문정신으로 동양예술을 탐하다》 알마 2015

유교문화권이자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우리에게 ‘동양’은 아이러니하게도 ‘낡음’과 ‘낯선’ 것인 오늘이다. 소개할 주량즈(朱良志)의 《인문정신으로 동양예술을 탐하다》는 동양의 철학에서 파생된 예술, 그 예술 속에 담긴 미학의 단초들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불편한 한자들을 헤치며 책을 읽는 동안 ‘동양’의 개념이 얼마나 창조적이며, 현대적인 동시에 예술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개념인지 깨달으며 더 이상 낡은 것이 아닌 더 알아야 할 ‘동양’으로 치환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애초에 동양에서는 삶과 철학, 그리고 예술이 크게 분리되지 않는다. “분산되어 있고 자유로워서, 마치 꽃을 앞에 두고 달을 감상한다든지 화로 앞에 앉아 차를 맛보는 것과 같은 식이다. 세 마디나 두 구절의 짧은 말 대부분은 지혜가 번뜩이고 한가로이 술잔을 기울이는 가운데 종종 정곡을 찌른다. 이러한 이론은 예술을 논하는 것이자 인생을 논하는 것이고, 이론이자 예술이기도 하다.”
저자는 동양예술의 본질을 몇 가지 요소로 정리하면서 동양예술과 중국예술을 혼용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본고 서두에 언급한 한자문화권이자 유교문화권의 기초 철학이 중국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1강 ‘향기를 듣다’는 형신(形神)-형태와 정신에 관한 이야기다. 동양 예술은 기본적으로 형식미 자체에 머물지 않고, 그 너머를 추구한다. “그림을 그릴 때 겉모습만 비슷하게 그릴 수 있다면 어린아이의 수준과 다를 것이 없고, 시를 지을 때 문자의 뜻에만 머문다면 뛰어난 시인이 아니다. 그림은 정신을 그려내야 하고 시는 언어 너머에 있는 의미를 머금어야 한다.” 작가적 개념과 사유를 충분히 거친 창작이 더욱 의미있고, 가치있다는 현대적 미학 개념과 결코 다르지 않다. 2강 ‘춤을 보다’는 동정(動靜)-예술 작품에 있어 움직임과 고요함을 말한다. 단언하는 것에 신중하고 변화하는 것에 대한 넓은 시야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시각예술에서 식물성과 공존하는 동물성, 경계를 무너뜨리며 ‘이것도 되고 저것에도 해당하는’ 작품들과 비슷한 맥락이다. 3강 ‘굽이진 길 곡경’은 함축(含蓄)에 대한 설명이다. 산도 물도 제방도 회랑도 굽이지고 곳곳에 굽이진 풍경이다. 조원가가 이렇게 굽이지게 하는 것은 굽이진 물에서 푸른 바다의 광대함을 보고, 굽이진 회랑에서 구름까지 이어지는 느낌을 받고, 굽이진 난간에서 짙고 옅은(黑白) 자태가 가늘고 부드럽게 드러나고, 작은 돌의 굽이짐에서 천지를 하나로 관통하는 기세가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서다. 4강 ‘작은 꽃 미화’는 이소견대(以小見大)-작은 것으로 큰 것을 표현한다는 독특한 동양식 표현이다. 이는 작은 꽃과 작은 돌에도 우주가 담겨있다는 뜻이며, “겨자씨 안에 수미산을 들인다(芥子納須彌)”는 관점이다. 5강 ‘마른 나무 고수’는 중국예술의 최고 개념을 드러내는 단어다. 즉, 대교약졸(大巧若拙)이란 표현의 함축어로 노자가 말한바 최고의 기교는 서툰 것처럼 보인다고 하는, 예술에서만 다룰 수 있는 치명적 명제다. 비슷한 명제인 6강 ‘텅 빈 산 공산’은 동양사상에서 현대예술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허실(虛實)의 문제다. 허와 실 모두 존재하는 것이며, 실이 있기 위해선 반드시 허가 받침이 되어야 하는 추상적인 명제의 구체화다. 서양에선 유사한 개념이 없으며 동양의 특유한 사상으로 현대미술을 비롯 예술을 설명할 때 비워져야 채울 수 있다는 개념만큼 창작 작품을 설명하기 좋은 명제도 드물다.
저자는 7강의 ‘차가운 달’과 8강의 ‘부드러운 바람’을 통해 동양예술을 탐닉하는 방식의 취미 부분을 다루었고, 9강의 ‘지혜의 검’에서 깨달음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10강의 마무리 지점에서 다루는 ‘조각배’는 하나의 상징물로 예술가의 마음을 담은 표현이다. “조각배는 예술가의 마음을 소풍 보내어 이상적인 세계로 향하게 하는데, 그곳이 바로 예술가의 정신이 머무는 곳이다… 예술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도구다.”라는 문장으로 예술에 있어 작가 정신의 깊은 부분을 다시 한 번 짚어주며 책을 맺는다.
이 책에 사용된 많은 단어나 문장의 공통점은 서로 다른 대척점이 아니라 각각 상대되는 개념이 있어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하거나(대대(待對)), 결국 모두 다를 뿐 틀린 개념이 아닌 것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나름의 아름다움을 말하고(화해(和諧)), 생사(生死)를 나누지 않고 큰 자연의 틀에 넣고 보는 직관과 관통의 개념이 녹아있다. 무엇도 선명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엇도 틀린 것은 아니다. 이것은 한자의 숨은 괄호를 미처 새로운 현대어로 조어(造語)하지 못한 우리의 숙제일 뿐이다.
김최은영 미학

[separator][/separator]

DF2B3206세상을 바꾼 미술
정연심 지음
시대의 철학 종교 사회가 반영되는 미술작품과 예술가의 긴밀한 관계를 조명하면서 미술을 통해 세계사를 읽어낸다. 종교, 권력, 테크놀로지, 여성 등 굵직한 주제로 나눠 인류 문명의 중요한 요소를 미술로 짚어본다.
다른 184쪽·13,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17화가 반 고흐 이전의 판 호흐
스티븐 네이페·그레고리 화이트 스미스 지음/최준영 옮김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반 고흐의 일생을 《잭슨 폴록: 미국의 전설》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전기 전문 작가가 공동 집필했다. 반 고흐를 둘러싼 예술적 신화를 걷어내고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는다.
민음사 972쪽·45,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13리 컬렉션
이종선 지음
국내 국보급 문화재를 소장한 ‘삼성가의 컬렉션’을 주도하고 박물관 건립과 성장을 함께했던 저자가 지난 20년간의 수집 과정과 뒷이야기를 담았다. 문화재의 발굴부터 복원 연구 전시에 이르기까지의 숨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영사 320쪽·18,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20교회예술과 건축(외 2권)
헤더 손턱 맥레이 지음/최지원 옮김
〈세계 종교예술과 건축〉 시리즈 1권으로 그리스도교 회화와 건축 등을 도상학과 상징주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이 시리즈로 다른 저자들의 《이슬람 예술과 건축》, 《불교 예술과 건축》이 함께 출간되어 다양한 종교예술을 살펴볼 수 있다.
시그마북스 224쪽·15,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10사람을 사랑한 시대의 예술, 조선 후기 초상화
이태호 지음
초판본의 오류를 수정하고, 상태가 좋지 않던 도판들을 전면 교체해 재편집했다. 카메라 옵스쿠라가 조선 후기 초상화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초상화의 사실적 표현과 아름다움을 다루고 있다.
마로니에북스 424쪽·23,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07디자인 미학
제인 포지 지음/조원호 옮김
전통적 미학의 범위를 디자인으로 포용해 디자인의 미학적 위치를 살펴본다. 예술작품과 디자인의 차이를 분명히 나누며 기능적인 물건에 투영되는 미적 호기심을 살펴보면서 ‘미적’이란 말의 의미를 분석한다.
미술문화 304쪽·20,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14문화예술교육은 왜 중요한가
존 소렐 외 2인 지음/오수원 옮김
토니 블레어 정부부터 현재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까지 약 15년간 영국의 문화예술 교육을 이끈 세 전문가의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정부와 민간, 지역 단위 교육정책이 추구하는 문화예술 교육의 청사진을 담았다.
열린책들 160쪽·12,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15스스로 조직하기
줄리 아울트 외 지음/박가희, 전효경, 조은비 옮김
2013년 오픈 에디션즈에서 출판한 《Self-Organised》 번역서. 북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에서 활동하는 동시대 시각예술가들의 경험과 담론적 연구를 바탕으로 ‘자기조직화(self-organised)’에 관한 해석과 시선을 담았다.
미디어 버스 232쪽·18,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18미술 철학사(전 3권)
이광래 지음
르네상스 이후부터 미술의 종말을 말하는 지금까지의 미술사를 철학적 문제의식을 지닌 미술가들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8400매에 달하는 원고에 1년 6개월간의 편집 과정을 거쳐 정리했으며 미술 철학사의 계보를 저술했다.
미메시스 992·832·832쪽·28,000원(각)

[separator][/separator]

DF2B3212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
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김율 옮김
도상해석학자로 잘 알려진 저자가 “고딕건축 양식이 스콜라철학에 영향을 받았다”는 명제를 각종 사료를 통해 증명한 기념비적인 책으로 현대의 역사·사회학에 영향을 미치며 미술사의 학문적 지형을 넓힌 것으로 의미 있다.
한길사 252쪽·22,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16모마 마시터피스
앤 템킨 엮음/강나은 옮김
뉴욕 현대미술관(이하 MoMA)의 3번째 아트북 시리즈로 대중적인 작품부터 생소한 작품까지 4000점 넘는 회화와 조소 컬랙션 중 217점을 소개하고 MoMA 컬렉션의 역사와 작품 보존 등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RHK 248쪽·50,000원

[separator][/separator]

DF2B3211동물원이 된 미술관
니콜레 체프터 지음/오공훈 옮김
상류층의 재테크 수단, 시대풍조에 순응하는 미술가와 비평가 등 돈과 권력에 얽매인 현대미술의 모습을 파헤친다. 독일 미술잡지의 편집장이 현장에서 느끼고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술 증오’에 대해 설명한다.
자음과모음 208쪽·12,000원

ART JOURNAL

올해의 작가를 알립니다
김을 믹스라이스(조지은+양철모) 백승우 함경아〈올해의 작가상 2016〉후보로 선정

한국현대미술의 가능성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작가를 후원하기 위해 제정된 〈올해의 작가상 2016〉 후보 작가 라인업이 공개됐다. 김을, 믹스라이스(조지은+양철모), 백승우, 함경아(사진 왼쪽부터)가 최종 4명(팀)으로 선정됐다. 선정위원으로는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2015 이스탄불 비엔날레 예술감독을 역임한 캐를린 크리스토브 바카르기에브, 도쿄국립근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인 미카 구라야와 <2016 부산비엔날레> 감독을 맡은 윤재갑이 참여했다. 선정된 후보 작가 4명(팀)은 미술관과 협업으로 프로젝트를 준비해 8월 31일부터 12월 2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16전〉에서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품 제작을 위해 각 4,000만 원의 창작후원금이 지원된다. 또한 SBS에서 수상 작가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할 계획이다. 전시 기간 중 진행되는 2차 심사를 통해 ‘2016 올해의 작가’ 최종 수상 작가를 선정하고, 1,000만 원의 후원금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은 올해부터‘올해의 작가상 해외 활동기금 제도’를 운영한다. 올해의 작가상 역대 참여 작가를 대상으로 해외 활동을 후원하기 위한 이 제도를 통해 향후 4년간 작가가 계획한 해외 주요 프로젝트를 심사해 각 2000만원의 작품 제작지원금을 후원한다. 2015년 12월 개최된 첫 번째 ‘해외활동기금’ 심사에서는 문경원+전준호, 이수경, 임민욱(이상 2012년 후원작가), 조해준, 함양아(이상 2013년 후원작가) 작가의 해외 프로젝트 후원이 확정되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전주뉴스 (2)

미술인들의 창작과 교류의 산실을 열다
전북도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 개관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은 완주군 상관면에 창작스튜디오 공간을 마련하고 2월 4일 현판식을 개최했다. 전북도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전북 완주군 상관면 신리로 49번지)는 1,583m2 대지에 연면적 723m2의 2층 건물로 완주군으로부터 5년간 무상 임차해 사용하게 된다. 과거 상관면사무소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작년 12월에 공사를 마쳤다. 7개의 작업 스튜디오와 사무실, 식당, 전시 및 세미나를 위한 다목적 룸, 식당, 샤워실, 창고 등을 갖추고 있어 입주 미술가들이 작업에 전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전북도립 미술관은 공모와 자체심사 방식으로 4인의 입주작가(김진숙 강성은 최지연 박성수)를 선정했다. 또한 대만의 관두레지던시, 인도네시아의 루앙 게릴라, 중국 청두의 블루루프미술관 등과 연계한 아시아 각국 미술가들의 입주가 예정되어 있다. 창작스튜디오 개관과 더불어 〈전북청년 2015-16전〉도 개최되었다. 〈전북청년 2015전〉에 참여했던 김병철, 김성민, 이주리, 탁소연과 〈전북청년 2016전〉 전시작가로 선정된 박성수, 박재연, 박종찬, 홍남기 총 8명의 작품이 2월 26일까지 선보였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글로벌 아트 마켓으로 나아가기
해외 미술시장 전문가 초청 특강 열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5년 미술품 해외시장 개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글로벌 아트마켓 프로젝트>를 지난 2월 26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그동안 부산 대구 전주 등에서 열린 릴레이 워크숍에 이은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국제 미술시장의 흐름과 국내 아트페어 및 갤러리의 전략 모색’이라는 주제하에 해외 미술 시장 전문가를 초청해 특강을 진행한 것이다. 이번 특강은 오클랜드와 홍콩에 기반을 둔 미술시장 전문 매체 《오쿨라》의 공동설립자 사이먼 피셔(Simon Fisher)(사진 오른쪽)와 아트바젤 홍콩의 전신인 아트 HK, 아트 센트럴 홍콩, 아트 13 런던 등을 비롯 유수의 아트페어를 공동 설립한 팀 에첼스(Tim Etchells)를 초대해 현장 경험과 국제 네트워크 구축 방법을 들었다. 한편 오는 4월, 미술품 해외시장 개척 지원사업의 취지, 의의, 진행 과정과 5개 심포지엄에서 오고 간 주요 내용을 정리한 자료집은 온라인으로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부산_은주

부산_이윤주

마지막이 된〈부산청년미술상〉수상전
〈이윤주 은주 2인전〉열려

<부산청년미술상> 수상자인 이윤주와 은주 두 여성 작가의 공동전시가 2월 6일 해운대 공간화랑에서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에서 은주는 부조리한 현실과 예술의 상황이 지어내는 문제적 지점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분석하면서, 그 분석의 방식인 예술의 형식 자체마저도 해체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이윤주는 역사와 시간, 기억의 문제를 사적 사진과 역사적 사진을 직접 인용하여 환기했다. 역사와 현실의 시공간적 마찰을 개인적 시선으로 변주하는 동시에 공통의 삶으로 탈환하고 재배치하고자 했다.
은주는 1988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이윤주는 1980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와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한편 26회째 지속되어왔던 <부산청년미술상>은 이윤주와 은주의 전시로 막을 내린다. 이 상은 부산 공간화랑에서 주관하여 부산에 거주하는 만 35세 이하 작가 가운데 전년도 개인전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를 선정해 시상하고 다음 해 개인전을 열 수 있도록 후원하며 지금까지 수많은 작가를 배출했다.
부산=김은경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대구뉴스-박철호 (2)

천 위에 새겨진 흐린 기억의 이미지
박철호 개인전〈순환-깃〉열려

서양화가 박철호의 개인전 <순환-깃>이 봉산문화회관 기억공작소 기획으로 열렸다. 지난 1월 15일부터 오는 3월 13일까지 두 달간 진행되며 리넨 위에 작가가 판화 기법으로 찍어 새겼거나, 붓으로 그려 넣은 이미지를 공간 벽면에 설치한 새로운 시도의 전시다. 각각의 천에는 기본적으로 새와 그 깃의 모양이 다채롭게 표현되어 있고, 이 그림 천들이 엷은 회색과 붉은색의 조합으로 공간을 나눈다. 작가는 또 다른 벽면 어귀에 1999년 작품 <절망과 희망 (Despair&Hope)>을 걸었다. 이 작품을 포함한 <새> 연작은 작가가 뉴욕에서 활동을 하던 1990년대 말, 작업실 창 너머로 본 비둘기들에서 시작되었다.
옆 건물 창틀에 앉아 젖은 깃을 움직이던 비둘기에 감정 이입된 작가는 그 모습에서 용기와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비둘기는 작가에게 절망으로부터 희망을, 순간으로부터 영원을 찾아 붙들어 맬 수 있는 매개가 되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작가는 <순환-깃전>을 통하여 흐릿해진 당시의 이미지를 천에 새겨 넣고 겹치고 이어 붙여 커다란 볼거리로 펼쳐내었다. 그림은 액자나 완벽한 고정 장치 없이 벽면에 느슨히 붙어서, 빛과 공기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요동하는 식으로 작가의 기억을 재현한다. 이 광경은 보는 이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겠으나 현대판화의 선두주자 박철호의 기교와 전망, 그리고 회고적 의식이 담긴 결과 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구=윤규홍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부산비엔날레_시떼 데자르 외관_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 Marais © A. Poupel

파리와 부산의 만남
부산비엔날레 시테 데자르 파견 프로젝트 시작

(사)부산비엔날레 조직위(이하 조직위, 집행 위원장 임동락)가 2월 15일 프랑스 파리의 시테 데자르에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 김종권, 최한진 2명을 파견했다.
두 작가는 조직위가 지난 1월 만 40세 미만의 부산 지역 작가대상으로 자체 선정한 파일럿팀으로, 2월 15일부터 4월 3일까지 45일간 프랑스 파리 시테 데자르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김종권(1983년생)은 집의 구조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작업을, 최한진(1981년생)은 기술의 발달, 사이보그(cyborg)에 대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조직위는 국내 작가의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자 했던 부산비엔날레의 초심에 다시 불을 지피기 위하여 이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비롯 다양한 중장기적 국제 교류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조직위는 앞으로 비엔날레라는 전시를 넘어 국내 작가를 양성하고 해외 예술 기관들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문화적인 자산을 창출해나갈 계획이다. 향후 진행될 시테 데자르 파견 프로젝트에 대한 공모를 비롯한 세부 진행 사항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www.busanbiennale.org)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지될 예정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책누끼그림책으로 태어난 윤석남의 회화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출간

조각과 설치, 회화를 넘나들며 한국의 여성상을 고찰해온 작가 윤석남의 드로잉 32점이 담긴 그림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40이라는 늦은 나이에 작가로 데뷔해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윤석남의 삶이 녹아있는 자전적인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드로잉을 그림책으로 옮기면서 작품성을 유지하면서도 그림책만의 독특한 매체적 특징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2015 SeMA Green: 윤석남-심장전〉을 관람한 그림책 작가 한성옥이 책의 기획과 구성을 담당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미래 작가를 응원합니다
〈2015 미래작가상전〉 열려

2015년 8월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래작가상 공모에 선발된 김영경 이택우 홍지윤이 6개월간의 튜터링 과정을 마치고 3월 9일부터 4월 3일까지 캐논갤러리에서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박건희문화재단과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이 주최 및 주관했으며 튜터로는 구본창(마스터 튜터), 구성연, 변순철, 정희승이 참여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브랜드의 가치를 재고하기
〈락 더 브랜드전〉 열려

3월 2일부터 9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센터에서 한국창의뮤지움연구소가 주최하는 전시 <락 더 브랜드>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브랜드의 가치관을 생각해보고 현대 생활문화에서 새롭게 인식되는 브랜드와 소비문화를 돌아볼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는 이현아 박재연 홍경태 등 1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갤러리 탐방 재능문화센터(JCC)

jcc (6)“전시기반의 교육기관을 향하여”

2015년 10월 혜화로터리 부근에 노출 콘크리트로 절제된 공간을 구현해내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물이 들어섰다. 수직 수평의 조합으로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이 건축물은 2015년 새로 문을 연 재능문화재단의 복합문화 공간인 재능문화센터 (이하 JCC)(관장 안순모, 센터장 김정화)다. 지하 1~2층에는 콘서트홀이 있고, 지상 1층부터 4층까지 전시장이 이어진다. 설계 당시부터 용도에 맞게 지은 공연장과 달리 전시장은 완공 이후에야 용도가 정해졌다고 한다. 상황이 그러하다보니 건물 자체의 미적 취향에 눌려 전시 구현에 어려움이 많다. 안도 다다오 건축의 특징이기도 한 노출 콘크리트는 콘크리트 판을 만들 때 거푸집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인다고 한다. 이때 사용한 나사못으로 인해 구멍(콘)이 생기는데 이 콘은 건물 전체를 장식하는 하나의 패턴이 된다. 전시·공연·아카데미를 아우르는 JCC에서 전시를 담당하는 전시 기획실장 채영(사진)은 “미술작품을 벽면에 걸거나 조명등을 추가적으로 설치하기에 쉬운 구조는 아니어서 전시의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이 각 콘에 네임태그를 만들어 나사처럼 끼우는 방식이다. 벽에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작품에 대한 설명과 건축물의 특징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작품과 네임태그 사이에 거리가 있어 관람에 다소 불편하지만 건축을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JCC의 첫 개관전은 <길 위의 공간>(2015.10.27~2.28)이다. 많은 예술가가 머문 혜화동의 지역적 특징과 새로운 문화공간인 JCC를 상호 “공간을 넘어서는 또 하나의 다른 공간”으로 해석하는 전시였다.
안도 다다오의 건물과 작가들의 작업 간 공통된 맥락을 이끌어낸 작가 9팀(금민정, 김종구, 김용관, 박여주, 신승백+김용훈, 양주혜, 이해민선, 정현, 프랑수아 패로딘)은 건물의 내·외부를 넘나들며 작품을 선보였다. 삼면에 창을 둔 4층 공간은 외부 경관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차경(借景을) 취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곳에 작품을 설치한 작가 김종구는 안도 다다오가 자연을 추상하여 차경을 도입했듯 외부에 보이는 산수 실경과 쇳가루 풍경을 배치해 중의적으로 안도 다다오의 건축관과 자신의 작업관 사이의 교차점을 찾아갔다. 이뿐만 아니라 복도, 계단, 공연장 앞 벽까지 작업을 설치해 공간의 예술성에 대한 인식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건축의 가치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공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교육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전시와 공연 연계교육을 넘어 스스로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디지털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디지털 리소스를 축적해 나갈 예정이다. 4월 초에 예정된 두 번째 전시는 장욱진, 이대원 등 혜화동에 거주했던 예술가를 중심으로 우리 근현대사 속 혜화동의 위치를 탐색해 나갈 예정이다. www.jeijcc.org
임승현 기자

jcc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