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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령
대구화랑협회 회장
대구는 서울 다음으로 미술시장 규모가 큰 도시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2017 대구아트페어〉가 11월 8일부터 12일까지(프리뷰 & 개막식 11월 7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다. 과거 호황이었을 시기에 비하면 최근 몇 년간 특히 대구지역 미술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2017 대구아트페어〉가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심에 대구화랑협회 안혜령 회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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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구 아트페어〉 흥행성공 키워드는 양보다 질”
‘열 사람의 한 걸음보다, 한 사람의 열 걸음’이 더 절실한 경우가 종종 있다. 모두가 힘들 때, 대부분 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섣불리 발을 떼지 못한다. 바로 이럴 때, 과감히 첫발을 먼저 내딛고 앞으로 나가는 누군가의 결단과 희생이 절실히 필요하다. 정확한 판단과 과감한 추진력으로 위기상황을 돌파하는 리더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단 얘기다. 개막을 코앞에 둔 〈2017 대구아트페어〉를 진두지휘하는 안혜령 대구화랑협회 회장이 이런 인물이다.
지난 2월 27일, 인터불고호텔에서 대구화랑협회 임시총회가 열렸다. 앞서 무산된 신임회장 선출을 위한 자리였다. 이날 제9대 대구화랑협회 회장에 선출된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투표자 23명 가운데 19표를 얻으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임기는 2년. 안 회장은 평소에도 스케줄이 빡빡하다. 대구와 서울에 있는 갤러리를 오가랴 한 해에도 여러 차례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랴 동분서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구화랑협회 일까지 떠맡았으니 그야말로 일복이 터진 셈. 평일엔 스케줄을 맞출 수 없기에 이번 인터뷰도 일요일 오전에 진행했다. 대구 리안갤러리 사무실에서 만난 안 회장은 〈2017 대구아트페어〉 특별전에서 선보일 이인성 작품 판화의 최종 교정 작업 중이었다. 제대로 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이 안 회장은 〈이인성 특별전〉 홍보(?)부터 시작했다. “패망한 일본이 제 나라로 돌아가면서 못내 아까워하고 부러워했던 조선 사람이 세 명 있었답니다. 마라토너 손기정, 무용가 최승희 그리고 화가 이인성이라고 하더군요. 천재화가라고 일컬어진 이인성은 그만큼 좋은 작가예요. 식민지 시절 빈곤한 현실에서 이렇게 풍부한 색채를 구현했다니 지금 봐도 감탄이 절로 나요. 이런 이인성이 바로 대구 출신이에요. 그런데 정작 대구에서조차 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요. 물론 ‘이인성미술상’ 등을 통해 예전보다는 많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저평가됐죠. 이번 기회에 대구의 화가 이인성을 제대로 재조명할 겁니다. ‘미디어 아트쇼’와 ‘기념 판화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유족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죠.” 그의 이런 말은 의례적이고 비즈니스 차원이 아니었다. 이인성뿐 아니라 대구지역 미술, 나아가 한국 미술계 전반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이 그의 눈빛에서 짙게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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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안 회장은 이번 〈2017 대구아트페어〉에서 가장 중점을 둔 사항을 간단명료하게 한마디로 정리했다. ‘양보다 질, 규모보다는 내실!’. 아트페어를 찾아오는 사람들, 특히 실제 구매력과 수준 높은 안목을 겸비한 컬렉터에겐 화랑 숫자보다 작품의 질이 더 중요하단 판단에서 나온 전략이다. 이런 생각으로 안 회장은 이번 제10회 〈2017 대구아트페어〉 참여화랑 수를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였다. 대신 그동안 〈대구아트페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서울 메이저 화랑의 참여를 독려하는 동시에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안 회장은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인맥과 네트워크를 총동원했다. 가나아트, 국제갤러리, 갤러리 현대, 리안갤러리, 박여숙화랑, 313 아트프로젝트, 더 페이지 갤러리를 비롯해 우손갤러리, 갤러리 신라, 분도갤러리, 동원화랑, 조현화랑 등 국내외 101개 화랑이 참여한다. PKM이나 학고재 같은 몇몇 화랑은 스케줄이 맞지 않아 아쉽게 이번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이처럼 메이저 화랑이 많이 나오는 아트페어에는 그에 걸맞은 수준 높은 작품이 출품되기 마련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에 상응하는 큰손 컬렉터의 관심과 발길을 끌어 모을 수 있고, 재력과 안목을 겸비한 큰손 컬렉터의 실제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한편 아트페어를 단순히 그림을 내걸고 사고파는 저잣거리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화랑과 화랑, 화랑과 작가, 화랑과 컬렉터가 정보를 교환하고 때론 작가와 컬렉터가 직접 만나서 정보를 나누는 교류의 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안 회장의 인맥과 리더십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은 〈2017 대구아트페어〉가 향후 어떻게 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KIAF〉나 〈화랑미술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대표 아트페어로 입지를 굳히는 동시에 건강하고 풍성한 한국미술 생태계를 위한 역할을 다해주기 바란다.
글:대구 이준희 편집장 / 사진:박홍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