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주도양 Insect Eyes
사비나미술관 1.15~3.18
장정민 미술비평, 한국사진문화연구소 연구원
주도양은 그동안 세계를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다양한 방식을 제시해왔다. 그의 작업 대부분은 인간의 눈이 인지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변주되어 있었다. 특히 둥근 원 안에 세계를 욱여넣은 것 같은 작업 방식은 언젠가부터 그의 대표적 기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곤충의 눈- 시선의 기원>이라는 전시 제목은 그가 이번에는 곤충의 입장이 되어 세계를 재현했으리라 쉽게 짐작하게 한다. 문제는 곤충의 눈으로 본 세계를 재현한 이 ‘충감도(蟲瞰圖)’가 단지 또 다른 방식의 시각적 재현의 실험에 그치고 말았는지, 아니면 ‘보는 행위’와 관련된 의미 있는 문제를 제기했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우선 주도양의 이번 작업은 인간중심적 사유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그의 작업이 단지 세계를 인지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사실 지금까지 그의 사진을 수식하는 데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말은 아마 ‘왜곡’이라는 단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각적 왜곡은 관객들에게 일종의 감각적 유희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왜곡을 통한 유희의 생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각적 왜곡’ 그 자체가 아닌 ‘본다는 것’, 즉 ‘시각적 인지’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항상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의 작업 전반을 수식하던 ‘왜곡’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인간중심적인 것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온통 일그러진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만약 곤충이 본 세계의 실상이라면 그것을 과연 왜곡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다시 말해 왜곡이란 말은 언제나 인간이라는 관찰자를 기준으로 삼아 사용될 뿐이며, 곤충의 입장에서는 인간의 시각적 인식이 왜곡된 것으로 전도될 수 있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주도양의 이번 전시는 융복합 매체로서의 사진에 대해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일차적으로 이번 전시는 예술과 과학의 융복합적 양상을 드러낸다. 실제로 그는 곤충의 시각적 인지 방식을 재현하기 위해 여러 곤충학자를 만났다. 이를 통해 곤충의 눈이 지닌 낱눈과 겹눈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것을 사진 촬영에 적용하기 위해서였다. 좀 더 자세히 말해, 카메라 렌즈의 화각을 결정하고 기준점으로부터 몇 장의 사진을 찍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로부터, 핀홀 카메라의 제작을 위해 카메라로 사용될 원통에 몇 개의 구멍을 얼마만한 크기로 뚫을지 결정하는 일까지 ‘충감도’의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는 생물학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시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융복합적 특성일 뿐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전시가 사진이라는 매체 자체가 지닌 융복합적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도양은 전시장 내에서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원리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으며, 이는 사진이 광학과 화학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탄생할 수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이차평면에 인화된 이미지만을 가리켜 사진이라 하지 않는다는 인식으로 곧장 이어진다. 실제로 이번 전시와 동시에 발행된 책을 통해, 그는 ‘빛’의 작용을 이용한 것을 모두 사진이라고 보며, 메인보드 기판, 인쇄활자, 장판의 나무 무늬, 꽃무늬 벽지 등 다양한 형태로 사진이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주도양, 《곤충의 눈-시선의 기원》, 사비나미술관(2016.1), pp.192~193.) 다시 말해 사진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융복합적 성격을 이미 배태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인간’이 ‘카메라’라는 도구를 빌려 ‘곤충’의 시각을 모방해 본 것에 불과하다 말할 수도 있다. 그것은 인간의 시각도 아니요, 곤충의 시각도 아니며, 결국 카메라의 시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도를 단순한 모방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지나치다. 여기에는 분명 생물학적 근거, 작가의 상상력, 그리고 사진의 기계적 성질 등이 하나로 뭉쳐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에는 인간과 곤충의 사이를 매개하는 수단이자 예술 작품의 생산 도구이기도 한 다재다능한 사진이 있다.
위 주도양 <LotusⅢ, Ⅱ> (왼쪽) C 프린트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