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REPORT Hongkong,the Global Art Hub

〈아시아 아방가르드〉전시 전경

〈아시아 아방가르드〉전시 전경

미술본색 in 홍콩

임승현 기자
홍콩이 아시아 최대의 미술허브로 급부상 중이다. 물론 홍콩이 아시아 현대미술의 메카로서 주목받은 것이 어제오늘일은 아니다. 그러나 홍콩의 2015년 3월은 그야말로 ‘아트먼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 세계 미술인이 주목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페어인 <아트바젤 홍콩 2015>을 포함해 ‘아트홍콩(ART HK)’에서 새롭게 선보인 <아트 센트럴>, <아시아 호텔아트페어(AHAF Hongkong 2015)>가 열려 아시아 컬렉터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시장은 있고 작가와 전시는 없다”는 비판을 뒤엎기 위해서 일까. 페어 기간에 미술시장을 찾은 컬렉터와 미술애호가들을 붙잡기 위한 다양한 전시가 홍콩 전역에서 펼쳐졌다.
이 기간 한국미술로서 가장 주목받은 부문은 단연 단색화다. 국제갤러리를 비롯한 국내외 갤러리가 소개한 박서보, 하종현, 정상화 등 이른바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은 <아트바젤 홍콩 2015> VIP오픈 첫날 뜨거운 판매행진을 이어가, 단연 시장의 ‘대세’임을 입증했다. 단색화에 대한 관심은 잠시 홍콩을 들른 한국 컬렉터만을 자극한 것이 아니었다. 홍콩의 젊은 컬렉터들 또한 단색화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세계적 규모의 옥션인 소더비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아방가르드전〉(3.12~27)은 이를 증명한다. 소더비 홍콩은 경매와 무관하게 한국의 단색화와 일본의 구타이회화를 함께 조망하는 자체 기획전을 열었다. 두 장르을 최초로 조합한 전시가 경매회사의 기획으로 열린 점은 특이한 사항이다. 시장의 중심에 있는 소더비가 한국미술의 이미지에 깊이있게 접근하고자 ‘단색화’를 선택한 것은 ‘스마트 초이스’였다. 전시에 맞춰 베니스비엔날레 관외전시로 〈단색화전〉(5.7~8.16)을 기획한 이용우와 구겐하임 미술관 아시아 미술부 큐레이터 알렉산드로 먼로가 각각 단색화와 구타이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참여 작가인 박서보와 하종현이 직접 나서 작가토크를 진행해 적극적인 방법으로 단색화에 대한 미술애호가들의 이해를 도왔다. 전시 연관 행사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최연수 소더비 홍콩 비즈니스 매니저는 “홍콩의 컬렉터에게 단색화는 아직 생소하다. 시각적으로 매료되더라도 한국미술사, 역사 속에서 단색화가 어떤 맥락으로 읽히는지 알지 못하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번 행사가 홍콩 컬렉터들에게 단색화의 미술사적 콘텍스트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홍콩 컬렉터의 작품구매 특징을 짚었다. 작년부터 국내에서 불기 시작한 단색화 열풍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단색화’에 대한 미술사적 논의는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단색화에 대한 관심이 시장에 머물기만 한다면 결국 세계미술시장으로 나아가는 데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5월 DAP에서 출간될 단색화 관련 연구논문집은 세계미술인들의 미술사적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관심을 끈다.
시장은 자율성을 가질 수 있지만 모든 것을 시장에 의존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홍콩은 그동안 미술시장은 팽창한 데 비해 전시장과 미술관련 기관의 인프라 구축이 빈약하다는 점을 지적받아왔다. 마크 스피글러 아트바젤 이사의 “그림이 판매되는 페어에 머물지 않겠다”는 말은 다분히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트바젤 홍콩 2015>은 알렉시 글래스-캔토(시드니 아트스페이스 상임 이사)를 큐레이터로 초빙해 <인카운터전>을 열어 전시 기능을 강화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인카운터전>은 아트페어 장 중앙부에 20여 점의 대작을 설치해 “역동적인 도시가 멈춘 공간을 표현”했다. 우리나라 갤러리도 이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아라리오갤러리의 인도 작가 탈루 L.N, 서울과 대구의 리안갤러리가 소개하는 카를로스 로론 디진, 원 앤 제이갤러리의 김태윤, 국제갤러리와 뉴욕의 티나킴갤러리가 함께 추천한 이우환의 작품을 선보였다. 아트페어 부스에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페어의 시각적 다양화를 이뤄냈으나, 아트페어의 일부일 뿐, 담론을 담은 전시로서 읽히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트홍콩(ART HK)’이 새롭게 선보이는 위성 페어인 <아트 센트럴>은 이러한 시장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한 노력의 흔적이 돋보였다. <아트바젤 홍콩>이 수용하지 못한 보다 실험적인 작업과 젊은 갤러리들을 끌어들여 아시아 현대미술의 생생한 현장을 담으려 했다. 하버뷰프런트에 위치한 페어 행사장은 <아트바젤 홍콩>보다는 한결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그림을 즐기려는 가족단위 관람객이 많았다. 이를 의식한듯 어린이를 위한 미술행사나, 길거리 음식을 먹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관객의 저변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그 어떤 아트페어보다 홍콩미술계를 넘어 아시아 미술계가 주목하는 공간은 완공을 4년이나 앞둔 ‘서구룡문화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였다. 앞으로 홍콩 미술의 장을 확대할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공연·교육 공간과 함께 공공녹지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설립을 위해 홍콩 정부가 투자한 예산은 9억 달러(약 1조160억원), 2012년부터 작품 수집으로 소비한 금액은 1억2900만 달러(약 1460억원), 현재 수집한 소장품만 4000여 점, 전체 공간 연면적 6만m(1만8150평)에 전시 공간은 1만7000m(5142평). 일련의 천문학적 숫자 나열만으로도 그 규모에 압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도련이 ‘M+뮤지움’의 수석 큐레이터로 부임하고, 세계적인 명성의 스위스 컬렉터 율리시그가 1500여 점의 작품을 이곳에 기증한 것으로 이름이 알려지기도 했다. 3월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르스 니트브Lars Nittve ‘M+뮤지움’ 총괄 디렉터는 ‘M+뮤지움’에 대해 “역사적 개념의 미술관이 아니다. 홍콩을 넘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새로운 형태의 복합 시각미술 공간을 창출할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비록 ‘M+뮤지움’의 전시공간은 공사 중이지만 이미 구매한 소장품을 외부 전시장에서 선보여 미술관의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M+ Moving Images>는 2월 27일부터 4월 26일까지 ‘홍콩, 꿈, 희망, 집’이라는 주제로 스크리닝 프로그램과 Midtown pop과 Cattle Depot Artist village에서 전시를 이어간다. 이 전시는 이주를 테마로, 디아스포라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건축과 디자인에서 간학문적 접근이 가능한 미술관의 지속적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기획이다.
한편 공간을 이전한 홍콩의 대표적인 대안공간 ‘Para site’도 같은 기간 개관전을 열어 미술애호가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A Hundred Years of Shame–Songs of Resistance and Scenarios for Chinese Nations?>란 제목의 개관전은 홍콩을 포함한 중국어권 국가가 현재 처한 사회적, 이데올로기적 조건에 대해 반항적인 의식을 반영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홍콩을 찾은 많은 외국인과 중화권 사람들에게 펀치라인을 던지는 전시로 작지만 알찬 구성이었다.
이 외에도 K11 예술재단의 <인사이드 차이나전>, 페더빌딩에 입주한 세계적인 갤러들의 전시 등 홍콩의 3월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올랐다. 홍콩은 기존 전시장의 모슴을 탈피하고 상업과 예술이 교묘하게 줄타기 하는 새로운 장을 표방하는 곳이 유독 많다. 홍콩은 자유로운 분위기만큼 해외미술의 진입로가 열려 있는 곳이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자리를 확고히 할 홍콩에서 우리의 미술이 그 기반을 다잡고, 함께 어울려 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

 외관 전경

<아트 센트럴> 외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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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 site 〈A Hundred Years of Shame전〉 전경

 내부에 설치된 특별부스

<아트 센트럴> 내부에 설치된 특별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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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Mr_Adrian_Cheng_1애드리언 청(Adrian Cheng)
K11 예술재단 설립자 및 회장,주대복(周大福) 전무이사

“신개념 모델을 제시해 홍콩만의 미술생태계를 조성한다”

 K11은 신개념 쇼핑몰을 표방한다고 들었다. 보충 설명 부탁한다.
K11은 예술과 상업이 결합한 ‘뮤지엄-리테일’콘셉트의 신개념 모델이다. 중화권 국가 내 아트몰, 사무실, 호텔식 아파트를 선보이며 최고급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K11은 ‘예술, 사람, 자연’이라는 핵심 요소를 결합해 대중에게 예술을 전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2014년 상하이 K11 아트몰에서 진행된 모네쇼가 대표적인 예인데, 이 전시회가 열리는 3달 동안 34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으며, 2000개가 넘는 관련 기사가 게재됐다.
K11 예술재단은 2010년 설립한 비영리재단이다. 그동안 유수의 미술관(팔레 드 도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과 협력체계를 유지하며 전시를 해왔다. K11 예술재단의 비전이 궁금하다.
K11 예술재단은 2010년 사회혁신과 사회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주 목적은 중국 신진 현대미술 작가를 양성하고 공공예술교육을 촉진하는 것이다. 그동안 유명 기성 작가들에게만 관심이 쏠리다 보니, 미술계에서 젊고 유망한 신진 작가를 찾기 어려웠다. 세계적으로도 중국 신진 작가 관련 소식은 가끔 들릴 뿐이었다. 중국의 젊고 재능 있는 인재들이 역량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는 한편, 세계무대에 더 많이 오를 수 있도록 중국의 예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홍콩 신진 작가를 양성하고 그들을 위한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무대 진출 외에 홍콩 내부에서 이뤄지는 지원 형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K11 예술재단은 팔레 드 도쿄 같은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중국 작가들이 세계무대에서 주목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작가들이 상주하고 상호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K11 아트빌리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시 지원도 맡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다수의 작가를 초청해 190여 개가 넘는 전시회, 세미나, 포럼, 워크숍을 진행했다. 특히, 입주작가 프로그램과 관련해 국내외 큐레이터와 중국 예술학교 교수들로 구성된 평가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아트빌리지 입주를 희망하는 지원자의 지원서를 평가하고 인터뷰해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홍콩은 미술시장만 존재하고 전시공간, 교육기관이 부족하다”는 평이 있다.
또한 홍콩 내부의 작가보다 외국 작가가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컬렉터로서 홍콩 작가들의 위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한 중국 작가와, 홍콩 작가를 구분하는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맞다. 홍콩은 현재 주요 미술시장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전시공간 및 예술교육기관은 충분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 미술계는 홍콩만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M+ 뮤지움 모바일 아트 이니셔티브 지원’을 바탕으로, 홍콩 예술생태계는 유기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관객 교육 프로그램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신진 작가 양성에 나서는 홍콩의 젊은 후원자, 컬렉터, 작가들도 증가한다. M+뮤지움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향후 세계무대와 교류하고 현대미술의 미래에 기여할 것이다. 이를 통해, 홍콩은 다양한 관점, 내러티브, 관객이 공존하는 만남의 장소로 변화할 예정이다.
외국 작가들이 주목 받는 이유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을 갖춘 예술 환경에서 작업하기 때문이다. 홍콩은 매우 탁월한 작가들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큰 플랫폼이 필요하다. K11 예술재단은 이들 홍콩 및 중국 작가에게 이러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 예로, 홍콩 작가 에드윈 로(Edwin Lo)는 팔레 드 도쿄와 공동 주최한 〈인사이드 차이나전〉에 작품을 출품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홍콩 작가는 큰 차이가 없다. 이들 모두 국제적인 비전을 갖고 있으며, 국제 문제를 다룬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미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혹시 주목하는 작가나 이미 컬렉션에 포함된 작가가 있다면 공개 부탁한다.
한국미술에 관심을 갖고 있다. K11은 한국 작가들과 함께 다양한 전시를 진행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협업을 구상 중이다. 2012년에는 최정화와 작업을 진행했다.
최 작가는 홍콩 K11 아트몰에 크리스마스 마케팅 캠페인의 일환으로 다수의 작품을 설치했다. 또한, 2014년 홍콩 K11 아트몰에서 한국 디자인 전시회를 주최했다. 미디어아트, 회화, 공예, 디자인, 상품, 패션, 그래픽, 타이포그래픽 등 14명의 한국 작가 작품들이 망라된 전시회였다.
홍콩=임승현 기자

K11 아트몰 전경 (사진제공·GRAPE PR)

K11 아트몰 전경 (사진제공·GRAPE 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