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 김윤경 Reverse and Penetrate
2016.12.2~1.15 김종영미술관
이수균 |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제13회 김종영조각상’을 수상한 김윤경 작가의 개인전이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김윤경은 신체(특히 피부), 옷, 건축적 공간, 생물학적 환경 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피부는 신체의 내부와 외부를 구별하는 막으로서, 내부이면서 외부, 안이면서 바깥을 의미한다. 또한 피부는 일정한 형태를 갖추고 있으면서 고정된 형태를 부수고 시시각각 변화한다. 따라서 피부는 고정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예술가가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는다면 이러한 피부의 이중성과 다의성에 대해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지닌 작가가 피부의 이중성에 대해 품고 있는 철학적 고찰과 예술적 성찰의 결과가 바로 김윤경 작가의 전시 제목 ‘Reverse and Penetrate’로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피부를 뒤집어서 안으로 파고든다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의미를 전달한다.
작가의 피부에 대한 관심은 그 피부와 맞닿아 있는 옷으로 이동한다. 즉 작가의 상상력은 수사법상 환유의 영향을 짙게 받은 경향이 있다. 환유란 시간이나 공간상 가까운 것들을 동일시하는 것을 말하는데, 갈매기를 보고 바다를 연상하거나, 잔을 보고 술이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따라서 우리의 피부와 닿아 있는 옷을 피부 혹은 어떤 사람의 신체로까지 상상하고 그러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이렇게 피부나 인간의 신체로 의인화된 옷을 통해서 작가는 다시 그 조작 가능성을 더욱 확장한다. 즉 옷이 본래 가지고 있던 사회적 기능과 옷이 가지는 피부와의 동질성을 결합하여 현대인이 사회 속에서 처한 위치나 고립감, 정체성의 혼란, 또는 정체성 재발견을 위한 몸부림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에게 유연하면서도 다양한 형태와 의미를 가진 옷을 통해 인간의 문제를 탐구하고 재발견하는 것이 실제의 인간 보다 훨씬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그 표현의 가능성이 더했을 것이다.
다음으로 작가의 설치작업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창문이나 문, 혹은 피부의 역할을 하는 벽면과 같은 건축 공간이다. 즉 건축적 공간은 다시 환유적 상상력의 영향을 받아 거주자의 신체 연장으로 이해될 수 있다. 나아가서 창이나 문은 피부처럼 공간의 안과 밖을 가르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 당연히 작가는 이번에는 은유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유사한 기능을 가진 두 대상을 동일한 것으로 상상한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김윤경은 문이나 벽을 설치하고 옷감을 배치하며 피부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그 옷감 위에는 에볼라, 지카, 메르스 바이러스들이 우글거리듯 온통 가득하다. 바이러스 역시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왕래하는 인간 신체의 안이면서 바깥인 존재이다. 그렇다면 안과 밖인 신체, 경계나 형태가 모호한 신체,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인간관계, 유동적인 사회적 관계 등을 통해서 작가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묻고자 한다. 여기서 우리는 김윤경 작가가 영혼과 육체의 무한한 자유를 추구한다는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피부와 옷, 신체를 상징하는 구조물을 통한 작가의 작업은 차후로도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되어 나타날 것이다.
위 〈Viruscape-4 Windows〉(왼쪽) 혼합재료 173×75×35cm(각)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