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JOURNAL

끝나지 않은 〈미인도〉 위작 논란
검찰 vs 천 화백 유가족, 프랑스 감정업체 뤼미에르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소장하고 있는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25년간의 위작 논란에서 벗어나 ‘진품’이라는 최종 판결 받았다. 지난 5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해온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 제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지난 12월 19일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고 천 화백의 명예를 훼손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을 포한한 피고소·고발인 6명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미인도〉를 진품으로 판명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국가기록원에서 확보한 〈미인도〉의 소장 이력에 1980년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입고됐다는 사실이 파악된다. 2) 미인도가 석채, 두꺼운 덧칠, 압인선 등 천경자의 제작 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됐다. 3) 천경자의 작품 다수를 거의 전속 표구한 화랑의 화선지와 액자를 사용했다. 4) 〈미인도〉 제작 방식 분석 결과 ‘백반, 아교, 호분’ 성분으로 바탕칠을 하고 육안으로 보이는 색과 다른 색의 안료가 그림 밑층에 중첩 채색되었다. 이러한 두꺼운 덧칠과 함께 ‘석채’ 사용 등 천경자 제작방법이 그대로 구현됐다.
5)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는 압인선이 〈미인도〉와 천경자의 다른 작품에서 공통으로 발견된다. 6) 수정과 덧칠을 수차례 반복해 작품의 밀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을 고수하는 천경자의 채색기법에 따라 그림 밑층에 부분적으로 다른 밑그림이 존재하는데, 〈미인도〉에서도 이 부분이 발견된다. 이에 더해 검찰은 〈미인도〉의 밑그림이 천 화백의 미공개 작품 〈차녀 스케치〉(1976)의 세부 표현방식과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 결국 〈미인도〉는 그 이듬해인 1977년에 그려졌다고 보고 있다.
천 화백의 유족과 공동 변호인단은 20일 반박문을 내며 검찰 발표에 즉각 반발했다. 그들은 검찰이 국제 과학감정전문기관인 프랑스 뤼미에르테크놀로지의 위작 결론을 100% 배제하고 주관적인 안목감정과 구색 맞추기식 자료를 첨부했다고 비판했다. 또 무엇보다 안목감정위원 명단과 자격을 공개할 것을 주장했다. 감정위원 중 이번 사건과 얽혀 있는 화랑협회나 국립현대미술관측 관련 인사가 포함됐다면 진품으로 진위판정을 몰고 가려는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명단 공개를 거듭 주장했다. 이와 함께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광학연구소도 27일 프레스센터에서 검찰의 〈미인도〉 진품판정결과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 참석한 천 화백 사위 문범강은 “세계적인 명성의 뤼미에르의 정밀한 과학감정 결과를 완전히 묵살한 검찰의 결과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의 주관적, 비과학적 결과는 내년 국제과학저녈에 위장 미인도 감정결과가 게재됨으로서 한국의 검찰의 위상은 세계적으로 추락하게 될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4월 천 화백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미인도〉에 대해 본인이 그린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외뢰를 받은 화랑협회 산하 감정위원회가 〈미인도〉를 ‘진품’이라 판정한 이후 위작 논란은 잠시 불식됐었다. 하지만 2016년 5월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씨가 국립현대미술관 측 전·현직 관계자 6명을 고소 · 고발하면서 위작 논란은 재점화되었다. 그 후 5개월이 흘러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원고 측의 강한 반박으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곽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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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CSC

국립현대미술관 2017년 계획안 발표
남은 임기 2년, 한국미술의 국제적 위상 강화 여부에 주목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지난 12월 5일 언론간담회를 열고 〈2017년 전시라인업과 중점사업〉을 발표했다.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은 효과적인 업무 추진을 위해 의사 결정 과정 및 단계를 혁신하였다. 구체적으로 중 · 장기 전시전략 수립 체계를 확립해 2017~ 2019년 주요 전시 일정을 조기 확정하였으며 전시회의 시스템 심의단계를 5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했다. 좀 더 시의성 있는 기획전을 선보이겠다는 취지다. 학예사들의 전문역량을 강화해 전시의 내실화를 다지기 위해 5개 전문 분과회의를 활성화했다. 그리고 마리 관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전시 관련 연구, 교육, 학술, 출판 연계 강화를 위해 공공프로그램과 출판프로그램을 진행할 담당자를 지정했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테이트 아시아 연구센터(Tate Research Center: Asia)와 테이트 미술관과 함께 〈MMCA 공공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다방면의 미술계 종사자와 관객, 그리고 미술관이 더불어 현대미술 지식과 전시담론 생산 가능성을 모색하고 한국미술의 세계화를 도모한다. 또 작가들의 국제무대 진출을 위해 출판운영 협의체를 신설하여 한국미술 관련 영문 출판과 보급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동시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함께 《현대미술기초자료: 한국》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미술관이 발표한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일정의 주안은 ‘덕수궁관, 과천관, 서울관 3관의 통합적인 전시 구성’과 ‘특수성을 반영한 특화 프로젝트 개발’이다. 전통과 모더니티 그리고 동시대를 모두 아우르는 국립 미술관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목적이다. 보도자료에 올라와 있는 전시는 총 26개로 2018년까지 이어지는 전시도 포함됐다. 외국인 관장 선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여전한 가운데 그가 세운 일련의 계획과 목표들이 잘 실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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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수상 소식
〈2016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2016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 〈2016 올해의 금속공예가상〉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의 5번째 수상자로 혼성 작가그룹 블라스트 씨어리((Blast Theory)가 선정됐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선정 이유에 대해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의 발전과 궤적을 같이하면서도 날카롭고 밀도 있는 심리분석이 탁월하다”고 밝혔다.
매트 애덤스(Matt Adams), 주 로 파(Ju Row Farr), 닉 탄다바니치(Nick Tandavanit)로 구성된 이 영국 작가 그룹은 1991년부터 연극, 라디오, 게임, 웹 등 다양한 미디어를 이용한 인터랙티브 작업을 통해 기술의 사회정치적 맥락과 상호 작용을 탐구해왔다. 시상식은 오는 2월에 열리며 상금 5만 달러(한화 약 6000만 원)가 수여된다. 2017년 하반기에 이들의 전시를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조윤선)는 2016년 12월 20일 지난 한 해 동안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로 ‘문화훈장’ 수훈자 18명, 〈제48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상)〉 수상자 6명, 〈제24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장관 표창)〉 수상자 9명 등 총 33명의 수상자를 선정 발표했다. 이 가운데 미술인으로는 화가 백영수와 사진작가 육명심이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한편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은 극단 산울림 임영웅 대표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은 21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됐다.
〈2016 올해의 금속공예가상〉 시상식이 2016년 12월 14일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내 민속극장 풍류에서 열렸다. 올해에는 김현성, 홍지희가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와 동시에 1회부터 3회까지 수상 작가 6인과 올해 수상자들의 작품을 통해 지난 4년간 본 상의 성과를 돌아보는 〈2013 – 2016 올해의 금속공예가상 수상작가 작품전〉이 22일까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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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 갤러리개관 소식
K현대미술관, 피비갤러리, 필갤러리

2017년 새해를 맞아 새로 문을 연 전시 공간을 소개한다. 우선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지하 1층 지상 5층 총 6층 규모의 미술관, ‘K현대미술관’이 들어섰다. 지난 12월 16일 한국의 전통과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개관 기념 특별기획전 〈Before the Beginning and After the End〉가 열렸다. 198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박생광, 전혁림, 육근병 등 총 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미술관 1층 로비에는 옴니버스 형식의 개인전 〈로비스트 쇼〉가 동시 진행된다. 작가에게 집중해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도모하고자 마련된 전시다. 강정헌, 고명근, 구성수, 박선기, 유봉상, 임상빈, 정현 등이 참여한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이어진다.
동시대 현대미술을 만나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전시공간, ‘피비갤러리’가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2016년 12월 27일 문을 열었다. 개관 전시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동시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해 온 이정배의 개인전 〈잠식(蠶食)〉이 오는 2월 25일까지 진행된다. 전시에는 신작을 포함해 사진, 조각, 입체작업 등 15점이 선보인다. 이정배는 과도한 욕망과 자본에 의해 자신의 본성과 의미를 상실한 자연에 주목한다.
지난 10월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길에 새롭게 오픈한 ‘필갤러리’의 개관전 〈연과 연 사이〉가 2016년 12월 21일까지 진행됐다. 18명의 중견 작가가 ‘일상에서의 성찰’을 주제로 각자 고유의 매체를 사용해 제작한 동양화, 서양화 30여 점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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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오불도nnn

미국서 돌아온 〈송광사 오불도〉
환수 공개행사를 통해 언론에 선보여

18세기 조선불화 〈송광사 오불도((五佛圖)〉가 도난당한 지 40여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지난 12월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에서 송광사 주지 진화스님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언론에 공개됐다. 1725년 제작된 〈오불도〉는 세로 157cm 가로 117cm 크기로 7폭짜리 〈오십삼불도〉 중의 일부로, 1969년 말에서 1970년 초반 전남 순천 송광사 불조전 보수공사 과정에서 사라졌다. 이후, 〈오불도〉를 인사동에서 구입해 소장하던 미국인 로버트 마티엘리 씨가 2014년 포틀랜드박물관에 기증했고 기증자와 기탁박물관의 양해로 조건없이 원소장처 송광사에 반환됐다. 이번에 환수된 〈오불도〉는 송광사 불조전의 왼쪽 출입문 벽에 있던 것이다. 공개식을 마친 뒤 작품은 곧바로 원래 소장처 순천 송광사로 옮겨져 봄 개관 예정인 성보박물관에 봉안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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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미(트리콤nn)

사진작가 윤정미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 장식
인류학적 현상을 담은 작업에 주목해

남녀를 색으로 구분하는 사회적 제도를 주제로 작업해온 사진작가 윤정미의 〈핑크&블루 프로젝트〉가 미국의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1월호 스페셜 이슈 ‘젠더 레볼루션 (Gender Revolution)’에 소개됐다. 캐서린 주커만은 ‘컬러 코드(Color Code)’란 글에서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대중문화 혹은 광고에서 영향 받았든, 파란색은 힘과 남성성을 상징하는 색이며 분홍색은 다정함과 여성성을 상징하는 색으로 규정한다”고 한 윤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분홍은 여자아이 것, 파랑은 남자아이 것’. 미국은 색을 통해 성을 차별하는 일에 상당히 많은 기여를 해왔다”고 비판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비단 아이들에게만, 성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성별에 따른 색깔 코드는 결국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성정체성이자 소비 트렌드를 조장하는 일종의 사회적 경고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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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예술창작센터

 

마음에 떠안은 환희와 고뇌를 글로써 풀다
조지훈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展〉 열려

국회 매년 한 명의 지역 문인을 선정, 관련 자료들을 모아 전시하는 문인사기획전의 두 번째 주인공으로 조지훈(1920~1968)이 선정되어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제하의 전시가 2016년 11월 16일부터 12월 9일까지 성북예술창작터에서 진행됐다. 전시 제목은 그의 시 〈완화삼(玩花衫)〉에서 일부를 따와 지어졌다. ‘시의 숲’으로 구성된 1층 전시장에는 조지훈의 시와 문집 등 그의 작품세계를 직접적으로 살펴 볼 수 있다. 시가 쓰여 있는 긴 나무 구조물 사이를 오갈 수 있어 관람자의 신체적 경험을 유도하였다. 2층은 ‘돌의 미학’이란 부제로 조지훈의 작품에 대한 예술가들의 다양한 해석, 그에 관한 에피소드 등이 소개되며, 선비 조지훈을 형상화한 구조물을 전시장 한가운데 두었다. 외부 윈도우갤러리와 전시장 내부 곳곳에는 그의 내면세계를 예술적으로 해석한 정진화 작가의 시적 상상이 가득한 그림들이 함께 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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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가헌 (1)

청운동에 새 둥지 튼 사진위주 류가헌
강운구 〈경주 남산〉 김흥구 〈좀녜〉 개인전 열려

사진위주 류가헌 流歌軒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한옥의 전시공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정주처, 종로구 청운동으로 이전하였다. 7년여간 300여 회의 사진전을 개최하며 상업과 대안의 중간으로서, 일반인에게는 사진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새로운 둥지로 옮긴 후 갖는 첫 전시는 사진작가 강운구와 김흥구의 개인전으로, 2016년 12월 6일부터 오는 1월 8일까지 진행된다. 1관에서 진행 중인 강운구의 〈경주 남산〉은 디지털 이전 필름으로 촬영한 것을 흑백 프린트한 사진전으로, 경주 남산만을 오롯이 묶어 전시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색의 수려힘은 사라지고 모노톤으로만 드러난 사진에서 억겁의 시간을 품은 역사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2관에서는 류가헌 사진책전시지원으로 마련된 김흥구의 〈좀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작가는 주어진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해녀들의 모습을 왜곡 없이 담아내고자 해녀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 ‘좀녜’를 전시 제목으로 택했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들을 모아 발간한 사진집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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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폐막퍼포 (3)

〈한불수교 130주년의 해〉 성료
양국을 대표하는 예술가 6인의 아트콜라보

2년여간 진행된 〈2015 – 16 한불상호 교류의 해〉가 지난 12월 1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된 폐막 행사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행사는 패션 디자이너, 팝아티스트 장 샤를 드 가스텔바작 (Jean-Charles de Castelbajac)과 예술전시, 문화 콘텐츠 기획사 아트딜라이트가 함께 기획한 퍼포먼스로 진행됐다. 한불 양국의 각 세대와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예술가 6인(장 샤를 드 가스텔 바작, 듀오 작가 THTF, 강병인 이승엽, 천재용)이 참여해 130년간 이어온 두 나라의 우정을 현대미술로 승화시켰다. 저마다의 개성들이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뤘고 이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가능성을 품은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양국 간의 공식적인 교류 행사는 끝났지만 이것이 장기적인 문화교류의 씨앗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