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박문희-미지의 생명체들

박문희-미지의 생명체들
송은아트큐브 1.16~2.22

전시장에는 구체적인 어떤 오브제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천으로 덮여있거나 걸레, 인조 머리카락, 인조 잔디 등으로 뒤덮여 있다. 우리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상상하거나 추측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들추어서 그 실체를 확인 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강아지나 낙타 등등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 내에서 연결고리를 찾는 일뿐이다. 작가는 이렇게 전시된 것들을 ‘미지의 생명체들’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러한 미지의 생명체들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존재인 미지의 것과 접촉한다는 것은 우리의 인식에 큰 자극을 발생시킨다. 그것은 호기심이나 두려움이 이내 폭력적인 것으로 나타나는, 서로에게 긴장이 감도는 시간이다. 그러나 이내 익숙하게 되면 서로를 관찰하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들과 상식으로 미지의 것들을 분석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 과정에서 수많은 오해와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러한 오해와 갈등은 항해술의 발달로 신대륙을 발견한 유럽인들이 기술한 신대륙 원주민에 대한 탐험기와 선교사들의 책이나 인류학자들의 연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이는 비단 과거만의 산물이 아닌 현재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들의 원인이기도 하다.
박문희의 작품으로 다시 돌아와 보면 에서는 검은 얼룩이 진 천으로 덮인 무엇인가가 있다. 이것은 정말 단순한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제목과 그 얼룩으로 자연스럽게 젖소 같은 동물이 생각난다. 심지어는 처럼 숨은 저녁이라는 제목이 붙어있고 테이블 다리가 보임에도 불구하고 낙타라고 생각해버리게 된다. 는 강아지를 연상하게 하고, , 는 인조 모발로 덮여 있지만 여성과 아이의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그렇게만 바라볼 수는 없다. 이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 모습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작품들 안에서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단순한 위장과 포장으로 인하여 우리는 순식간에 새로운 생명체들과 조우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상 이것이 정말 생명체인지도 알 수 없다. 그만큼 미지의 것을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도 이러한 간단한 장치만으로도 쉽게 우리의 인식에 혼란을 주는 언캐니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작가의 의도일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하나의 공식을 걸어 놓았다. 그 공식은 symbol(상징)+meaning(의미)+definition(정의)을 correlation(상관관계)분에 validity(타당성)로 계산하고 beauty(아름다움)를 제곱하는 것이다. 이렇게 박문희는 자신만의 공식을 찾고 우리들에게 ‘제가 찾은 답은 이것인 것 같은데 당신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라고 자신의 공식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한다. 만약 우리가 작가의 공식을 인정한다면 미지의 생명체는 더 이상 미지의 생명체가 아닐 것이다. 반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미지의 생명체를 파악하는 우리만의 공식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작가가 만들어놓은 미지의 생명체를 마주하는 순간부터 작가가 만들어놓은 패러독스에 빠져버리게 된다. 아마도 이것이 박문희가 만들어내는 작업들의 흥미로운 지점일 것이다.

신승오・페리지갤러리 전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