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이은우 – 물건방식

이은우  __  물건방식

갤러리 팩토리 7.2~25

이은우의 근래 작업은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 사물의 기능과 형태, 표준화, 재료의 물성 등의 측면에서 논의된다. 갤러리 팩토리에서 열린 이번 개인전에서도 작가는 ‘사물이 담고 있는 관념적인 의미보다는, 그 사물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유통되는지에 초점을 맞추며, 사물이 다른 사물과 맺고 있는 관계나 그 관습적인 쓰임새를 원료로 작업한다’고 밝히고 있다. 볕이 유난히 강렬했던 7월의 어느 오후, 팩토리 유리문을 젖히고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맞딱드린 일련의 사물들에 대한 첫인상은, 그곳에 맘먹고 기거하려는 듯 적당하고 자연스러웠다. 언뜻 라디에이터처럼 보이는 그 무엇, 의자인지 다른 가구인지 확신할 수 없는 규칙적인 선반과 주황색 원추가 인상적인 구조물, 두 개의 바퀴가 달린 채 벽에 붙어버린 그 무엇, 그외에도 프레임, 면, 선으로만 드러나보이는 도형들과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등 기본 색채들의 유영. 이들은 한눈에 정체가 파악되지 않는 사물들이었으나 공간을 적당히 점유하고 있었으며 그 사이를 오가는 관람자에게도 충분한 여유를 내주었다.
이 사물들, 혹은 그 무엇들은 일상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수치, 예컨대 가구가 지닌 인간공학적 수치, 1: 1.618의 황금률, 반복, 대칭, 비례 등의 속성을 지녀서 일상 사물에 대한 기하학적 감각을 자극한다. 또한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의 잉크를 종이에 마블링한 일련의 <제목 없음>은 회화 이전의, 아니 색채 이전의 질료의 물성에 대한 감각을 환기시킨다. 재료 역시 거의가 목재, 스테인리스 스틸, 철재 평철, PVC, 페인트 등 산업재료인데, 일부는 작가가 직접 다룰 수 있었겠지만 기술자와 기계에 의해서 다뤄질 수밖에 없는 전문적인 산업재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쓰임은 무엇인가. 용도를 지닌 것들인가? 아니면 장식적인 오브제인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 이 말은 20세기 초, 루이스 설리번을 위시한 서구 기능주의 건축가 및 디자이너들의 신념이었다. 형태를 만들어야 하는 자, 사물을 만들어야 하는 디자이너에게 그 근거와 당위성은 곧 사물의 기능이라는 것이다. 이 문장은 루이스 설리번이 설계한 시카고 마천루에 당위성을 제공했고, 아돌프 로스는 한술 더 떠 장식은 죄악이라고 외치며 엄격한 기하학 형태의 건물을 설계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기능주의를 정교하게 이론화하거나 장식을 철저하게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산업 사회에서 제품의 형태는 기본적으로 기능을 따른다는 경제적 효율성의 개념을 심어주었고, 이는 제품의 규격화, 표준화 개념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기능주의자들 이후에도 많은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꽤 근사한 디자인 선언을 했지만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만큼 강력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은우가 이번 팩토리 전시에서 제시하는 사물들은 기능주의자들이 당황스러워 할, 기능은 모두 소거되고 형태와 색채만을 가진 것들이다. 이는 작품 제목에서도 드러나는데, 이전 <근성과 협동전>(2013)에서는 작품명을 통해 기능을 제시한 <인쇄물보관상자>를 만들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물건>, <기둥>, <푸른 사각형>, <녹색 원>, 또는 아예 <제목 없음>과 같은 식으로 모호하게 제시한다. 심지어 형태 자체가 기능임을 부정할 수 없는 바퀴와 공조차 꼼짝없이 벽면에 고정되어 그 기능을 거세당했다. 이렇듯 기능이 소거되거나 형태, 색채, 재료가 제각기 해체된 이은우의 사물을 통해서 우리는 물건의 합당한 존재 방식이라며 합리화에 능한 도구적 인간으로서의 우리의 본성에 의문을 던지게 된다. 동시에 예술로서 사물은 어디까지 기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우선은 멋스럽게 전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저 사물들이 전시의 궤도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이성휘・하이트문화재단 큐레이터

[Review]양아치 – 뼈와 살이 타는 밤

양아치  __  뼈와 살이 타는 밤

학고재갤러리 6.20~8.10

한국의 정치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었던 <미들코리아전> 이후, 5년 만에 ‘뼈와 살이 타는 밤’이라는 제목으로 양아치 개인전이 열렸다. 이전의 전시가 구체제를 파괴하고 현재를 비판해서 신세계를 창조한다는 다소 희망적인 결말을 지녔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는 유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희망적인 메시지는 없는 듯하다. 고통이 사그라지다 여전히 반복되는데도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30년 전의 부조리한 사회구조가 현재에도 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면서 작가는 1980년대 중반의 정치적 장려책인 일명 3S(스포츠, 섹스, 스크린) 정책으로 제작된 영화 제목을 불러들였다. ‘뼈와 살이 타는 밤’은 1980년 부흥한 에로영화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나열된 단어들을 있는 그대로 해석한다면 실제로 뼈와 살이 타는 것이니 섬뜩한 공포영화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고, 문맥에 따라 그 당시 일어났던 끔찍한 고문과 살육에 대한 기술일 수도 있다. 여하튼, 1980년대를 어떻게 겪었는가에 따라 제목의 의미는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근대화를 뼈아프게 겪은 나라임에도 현재의 사회 흐름은 그렇게 반듯해 보이지 않는다. 개인 간이든, 계층 간이든, 세대 간이든, 신뢰는 약화되었고 충돌은 강화되었다. 게다가 사회 분위기는 대충 20년 전 군부시대를 끝으로 숨통이 트이나 싶었다가 요즘 들어 다시 갑갑한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 자연 훼손과 가정 파탄, 사이비와 어이없는 사고가 도처에서 재발하는 데도, 당한 자와는 별개로 국가는 침묵을 강요한다.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고 진단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시가 열렸기에 작가가 전달하려는 내용은 다소 명확해 보인다. 예술가로서 억압과 통제가 한창이던 30년 전의 과거와 현재 상황의 유사함을 당연히 감지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가 되풀이 되는 현실이 동기가 되어 이에 대한 발언을 하는 것이다. 그는 “30년 전에는 (권력의 통제 등이) 시각적으로 드러났지만, 지금은 교묘한 통제에 따라 시스템적으로 작동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아 잘 모를 뿐”이라고 말한다. 전시장에는 30년 전의 분위기와 현재가 혼재된 듯한 이미지와 오브제들이 놓여 있었다. 마치 귀곡산장을 연상케 하는 별장의 요소들로서 샹들리에, 촛불, 유리잔, 박제들, 그리고 마치 산장 주변과도 같은 숲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쓴 늑대의 탈이나 닭대가리 같기도 한 새의 머리(무관심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숲 속에 놓인 시신의 부분 같은 머리카락 뭉치, 앵두나무, 머리를 축 늘어뜨린 입상 등 모든 요소가 에로틱하면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때로 현재의 사회적인 상황과 맞물려 있는 죽음의 이미지들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현실의 다양한 국면들을 상징하고 있다. 연출된 장면들은 밤에 조명을 사용하여 촬영함으로써 어둠과 빛의 대비가 극명하여 그러한 분위기를 가중시킨다. 이렇듯 성적인 코드와 공포스러움이 혼재하는 상황을 통해 현실과 허구, 죽음과 생명, 절망과 헛된 희망이 뒤섞여서 자아내는 불안한 현실과 이를 지탱하는 현재의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작가는 꾸밈없이 보여주려 하고 있다.
작가의 신작 <뼈와 살이 타는 밤>은 6개월 정도 야간 산행을 반복하면서 얻은 결과이다. 어두운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무서운 일일 수도 있지만, 고독한 시간이자 존재와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고독은 시간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작가는 고독의 수행을 통해 왜 하필 안 좋은 것이 반복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자신처럼 고독한 시간을 가질 것을 우리에게 제안하는 듯하다.
박순영・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Review] 노세환 – 학습된 예민함

노세환  __  학습된 예민함

표갤러리 사우스 7.3~24

첫째 항(項): 태생적으로 비슷한 형태의 바나나. 둘째 항: 비슷한 형태일 뿐 똑같을 수 없는 바나나. ‘바나나’라는 동일항이 노세환의 뷰파인더 속 관계에선 대립항(對立項)으로 전환된다. 어느 쪽도 거짓은 아니다. 낱개의 사실(fact)과 약간의 차이(difference)가 만들어낸 논리는 꽤 설득력을 지녔다. 부인할 수 없는 자연(바나나, 사과)에서 온 ‘차이’와 ‘사이’라는 명확한 부분을 건드리면서 시작한 사진작가는 좀 더 세련된 논법으로 자신의 다음 생각을 피력한다. 자연의 물을 포장만 한 생수 브랜드, 철저히 인공적인 콜라. 모두 ‘차이’와 ‘사이’가 존재하지만 시각적 구분은 매우 힘들다.
오늘의 시각예술가에게 필요한 덕목은 대상의 미세한 ‘차이’를 먼저 발견하거나 진리의 미묘한 ‘사이’에 대한 물음을 먼저 감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만큼 동시대(contemporary)라 지칭되는 오늘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며 변수 또한 상당하다. 그 많은 사변-思辨: 경험에 의하지 않고 순수한 생각만으로 인식에 도달하는 일-을 한 줄로 정리해서 수반되었을 유사하고 반복적인 사유와 실험이 결과론적 사진 한 장에 담긴다.
그러나 노세환의 사진은 철학적이지도 무겁지도 않다. 오히려 밝고 유쾌하다. 규칙을 가진 형태들이 규칙에 위배되지 않는 색감을 띠고 화면에 안착되어 있다. 이러한 화면이 지루하게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너무나 인위적(혹은 인공적)이어서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사실)을 바라보면서 미니어처(가짜)를 찍은 느낌이 드는 것. 화이트 큐브에 입장하며 가졌던 기대심리를 한번에 무너뜨리는 너무나 정직한 작품 제목들. 날카롭지 않지만 무언가 한 방 맞은 듯한 심정이 되는 이유는 바로 현대미술이라는 장치가 우월하게 제대로 작용했다는 반증일 터. 노세환의 노림수. 자신의 시각논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경계심을 낮추는 작품을 진행해 나간다. 학습된 선험에 대항하는 것 보다 현명한 미술인의 자세다. 굳이 바나나와 사과를 만들고, 물감을 붓고, 자신만의 잣대로 허용된 1mm의 규칙을 정한 후 오차 없이 찰나의 순간에 셔터 타이밍을 포착하는 일. 구구절절한 사연을 시각예술가가 정리하는 방식이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주는 탁월한 사실에 대한 기대감과 사실이라고 배운 학습에 대한 막연한 근원적 물음을 철학자가 아닌 시각예술가가 현대인의 심리를 대변하여 물어보고 있다. 진리의 기원 따위를 캐묻고 싶지는 않지만 오늘 자아(自我)라 불리는 ‘나’의 정체성 속에 ‘나’만의 사유가 얼마만큼 포진해 있는지, 그것은 과연 믿을 만한 것인지에 대해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되짚어주고 있다.

김최은영・미학

[Review] Hands across the Water

Hands across the Water

갤러리 노리 7.4~8.4

국적이 각기 다른 작가들의 전시는 늘 공통의 관심사로 묶인다. 가령 아시아 작가나 작품을 식민주의 근대의 역사로 엮는다든지 아랍의 정치적 현실을 지리적 접근성으로 범주화하는 따위가 그렇다. 전자는 일본의 제국주의,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다른 언어와 역사를 동급으로 여기게 될 테고, 후자는 컨템포러리아트 시장으로 각광받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가 팔레스타인이나 이라크와 동급으로 평가되는 오류를 필연으로 범하게 만든다. 이러한 정체성의 범주화는 현대 전시학의 필연적인 오류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 왜냐하면 정체성은 나를 규정하는 타자의 시선, 타자를 바라보는 내 안의 시선들이 만나고 결국 돌고돌아 예술이 물어야 할 가장 존재론적인 물음이기 때문이다.
“Hands across the Water”는 서구와 일본의 침략을 당하고 아픈 현대사를 겪은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작가들로 구성되었다. 전시는 LA에 기반을 둔 백아트(Baik Art)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결과물이다. 2013년 가을 제주에서의 짧은 체류기간을 통해 제주의 역사와 풍경, 사람에 대한 토론과 이야기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읊은 작품들이다. 전시가 열린 제주 갤러리 노리는 1980년대 초  미술동인회 임술년의 멤버였던 이명복과 그의 부인이 운영한다. 어쩌면 전시의 맥락과도 어울리는 공간이다. 인도네시아의 헤리 도노(Heri Dono), 말레이시아의 자키 안와르(Ahmad Zakii Anwar)와 카우(Kow Leong Kiang), 그리고 한국의 한용진과 최태훈이 참여했다. 1995년, 2006년, 그리고 올해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인 헤리 도노는 인도네시아의 현대사와 전통 인형극인 와왕(wayang), 민담 등을 제주도 해녀와 바다 풍경, 분단 한국의 풍경 속에 버무렸다. 목탄을 이용한 자키의 작품은 화면 가득한 오징어, 게 등이 제주 해녀들의 표정과 어울려 노동의 힘듦을 밝게 표현해낸다. 붓이 아닌 손의 놀라운 소묘가 돋보인다.
한용진의 미니멀한 조각작품은 제주의 현무암, 작가의 말을 인용하자면 막돌을 발견하여 최소한의 조각질로 만들어냈다. 80이 넘은 고령의 예술가가 삶과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돋보인다. 서울에서 마주쳤던 젊은 여성들의 표정과 패션을 옅고 빠른 붓놀림으로 표현한 카우의 도시인물화는 재현의 방식을 재현의 대상과 일치시키려 노력한 흔적으로 읽힌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여겨본 작품은 최태훈의 신작이다. 숟가락을 구부리고 눌러 만든 배의 형상은 세월호를 상징한다. 구체적 삶으로서 숟가락 하나하나는 아우성치는 배의 형상으로 완성되는데 하얀 벽면에 검은 배의 형상이 너무 아프다. 플라스마 기법의 숲과 우주 이미지로 유명한 그의 작품은 최근 일상과 사회적 존재, 그리고 정치적 맥락으로 옮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레지던시의 가장 큰 목적은 교류, 즉 만남에 있다. 얼굴과 얼굴, 사람과 풍경의 일대일 만남은 인터넷상의 접속과 차단 같은 차가운 만남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 당혹스러움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만남이다. 한 시인이 말했듯, 한 사람과의 만남은 우주와의 만남이다. 그것은 늘 신비롭고 당혹스러운 자아에 대한 발견 혹은 여행이다. 레지던시의 필요성인 것이다.

정형탁・예술학

[Preview] 8월

교감

삼성미술관 Leeum 8.19~12.12

삼성미술관 Leeum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소장품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창조적 의미들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가치들을 폭넓게 담아내고자 기획하였다. 이번 전시는 고미술을 전시하던 상설 전시실과 현대미술을 선보이던 기획전시실, 로비를 하나의 전시로 묶어 미술관 전체를 ‘교감(交感)’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시대교감, 동서교감, 관객교감으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시대교감’을 주제로 한 고미술 상설전시실에서는 우리 고미술의 대표적 소장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한 공간에 전시하여 시간을 초월한 예술작품 간 교감을 시도하였고 현대미술 상설 전시실에서는 동시대 미술의 예술적 교감을 ‘동서교감’이라는 주제로 다루었다. 한편, 기획전시실에서는 ‘관객교감’을 주제로 하여 관람객 참여를 극대화하는 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관람객과의 소통이 점차 중요해지는 현대미술과 미술관 문화의 변화를 담아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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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_천진난만

소마미술관 8.15~10.26

스포츠와 예술의 접목이라는 취지 아래 ‘물’이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와 예술가의 천진난만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Water_천진난만”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2명의 작가가 참여해 물의 다양한 형태와 특성, 물리적 현상을 다룬 작품, 물의 조형적 이미지를 표현한 작품, 물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은 작품 등 유동적인 물의 특성만큼 다양한 경향의 조각, 설치, 영상, 회화 등 총 40여점을 소개한다. 또한 물의 다양한 형태와 특성, 그에 따른 다양한 상징성과 철학적 의미들을 다룬 작품들을 비춰보기, 얼음깨기, 천진난만, 워터리즘, 워터토피아라는 5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탄생·순환·화합·치유 등으로 확장되는 물의 이미지를 통해 몸과 마음 가득 물이 주는 생명 에너지를 살펴본다. 이번 전시를 통해 물이라는 복합적 이미지의 산물을 다루는 전시를 통해 예술적 체험이 가져오는 치유와 휴식을 기대한다. 박상화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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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욱경(덕수궁)

나는 세 개의 눈을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8.14~11.2

최욱경의 작품에서 제목을 빌려 온 이번 전시는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본 다층의 세상을 살펴보고자 기획되었다. 한국 현대미술의 주축을 이룬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일반인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예술가가 본 세상을 탐색한다.  최욱경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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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구림1

김구림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7.29~10.5

한국 아방가르드 예술의 선두 주자 김구림의 개인전을 천안과 서울에서 동시에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 작가의 관심사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 속의 예술과 또 그 안에서 개인이 반응하는 방식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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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희승

정희승

PKM갤러리 8.8~9.12

재현의 대표적인 매체로 인식되는 사진의 한계와 속성에 주목해 작업을 진행해 온 정희승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전시에서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한 인물, 신체, 식물, 건축, 공간 등의 사물들을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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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류밍

마류밍

학고재갤러리 8.20~10.15

현재 베이징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중국의 현대미술작가 마류밍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회고전 성격을 띠며 1990년대 퍼포먼스 영상 및 사진부터 최근 회화 및 조각까지 마류밍의 20여 년간 작업 활동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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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민(화이트)

의미의 패턴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8.1~10.12

오늘 날의 미술계에서 드러나는 한 줄기의 현상으로서 ‘패턴’을 바라본다. 김동유 김인 문형민 서은애 이중근 다섯 작가가 참여해 최근 단위를 반복하는 패턴이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부상하는 이유와 그 의미를 탐구해 본다.  문형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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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조현아

조현아

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 8.22~9.21

조현아의 개인전 <Effaced>는 작가의 발행물을 출발점으로 삼아 이미지를 만드는 행위와 글쓰기의 관계를 실험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나의 텍스트를 지워내는 과정에 빈 공간, 빛, 소리, 움직임이 개입하며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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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전준호

전준호

갤러리 현대 8.21~9.28

한국의 정치적, 사회적 현실을 독특한 시선으로 재해석한 영상 및 설치 작품으로 주목을 받아온 전준호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 실존적 문제와 우리를 둘러 싼 세계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 또는 현상과 이면의 간극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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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김옥선

김옥선

한미사진미술관 8.9~9.6

김옥선 작가가 꾸준히 작업해온 결과를 <The Shining Things>라는 타이틀로 선보인다. 정면 초상의 형식으로 나무의 동질성이 반복되어 각각의 존재가 극대화되는 연작 전시와 더불어 50여 점의 작품이 실린 사진집도 함께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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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보니레인포스코

Vertigo

포스코미술관 7.24~8.27

호주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호주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내일에 대한 불확실성을 직면했을 때 나타나는 감정과 변화를 보여주며 이를 극복하고 이후의 새로운 경험으로 부터 성장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보니레인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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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wh미영

조미영

갤러리 조선 8.13~9.4

세상의 변화를 공감이 결여된 무모함의 풍경으로 바라보는 조미영의 개인전.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건물을 부쉈다 세우기를 반복하듯 작가의 손끝에서 생성된 구조물들은 거대함과 자본의 속도, 음모를 감춘 채 아름다운 조형물로 재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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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이원호,_I_am_not_there,_inkjet_print,_2014

이원호

김종영미술관 8.15~10.5

2014김종영미술관 창작지원전에 선정된 작가 이원호의 개인전. 이번 작업은 한국 관광을 위한 홍보용 달력에 실린 고향 풍경의 이미지들로부터 출발해 홍보물 속에 인쇄된 이상적인 모습과 현실모습 사이의 괴리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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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윤성지 사본

윤성지

스페이스K 서울 8.14~9.17

현대 자본주의적 생산의 관계는 물질 기반의 문화를 양산하고, 물질문화의 글로벌화는 현대인의 불안한 정신적 활동을 확대시킨다. 네 번째 개인전인 <위험한 정신>에서 그것에 대응하는 인간의 정신활동에 집중하는 설치와 오브제 작품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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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박여주

공간리듬일기

백순실미술관 8.16~10.19

공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듣게’ 하는 설치작가 박여주 이종건의 2인전. 두 작가는 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느끼는 시간의 흐름, 공기와 같이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을 읽어내며 새로운 리듬을 창조한다.박여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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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석성석

석성석

트렁크갤러리 8.7~31

석성석의 작업은 현실에 대한 지속적이고 완고한 의심에서 비롯된다. 작가는 아날로그 TV 수신기를 기계적 용도가 아닌 조형적 미학의 용도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기능적 매체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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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_헬로!아티스트_하이브_작품

헬로! 아티스트

토탈미술관 8.8~10

웹사이트 네이버에서 진행되는 작가소개 콘텐츠 <헬로!아티스트>의 작가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본다. 안경진 안준 하이브 최대진 류권 배윤환이 참여하여 모니터가 아닌 전시장에서 가능성과 열정, 자신의 신념이 담긴 작업을 소개한다.하이브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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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석(표)

차영석

표갤러리 사우스 8.14~9.5

‘수집’이라는 개인의 취향을 통해 사회현실을 반영하고 개인의 욕망을 들춰 보는 차영석의 개인전. 작가는 타인의 수집품을 나열하는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수집품을 취사선택하는 과정에 숨어있던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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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박혜지(최정아)

Raw Regard

최정아갤러리 7.31~8.9

날카로운 직관력을 가진 젊은 작가들의 살아있는 시선이라는 뜻의 기획전. 강우림 김도희 김윤환 김정섭 노경택 박이슬내 박혜지 윤진영 최원석 황형신이 참여해 자신만의 주관적 시각으로 자신과 자신의 주변 혹은 이 사회를 이야기한다. 박혜지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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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문활람

문활람

더칼립소갤러리  7.4~8.18

살아가면서 사소한 일들이 큰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작가는 무료한 생활 속에서 느낀 사소한 감정이 자신을 변화시킨 일을 계기로 깨달음의 순간과 깨닫고 내려놓을 때 일어나는 치유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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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은

박창은

교동아트스페이스 8.19~25

<꿈트다> 라는 주제 아래 서정적 감성을 담은 박창은의 개인전. 작가는 내면의 자화상인 꿈을 품은 위태로운 형상을 변형된 남성과 여성 등을 회색조 조형으로 표현하며 그들에게서 피어난 새싹을 통해 꿈이 지닌 감성을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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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4498604

박치호

쿤스트독 8.1~14

토르소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사회의 가치체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박치호의 개인전. 작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나 삶의 부조리한 총체적 덩어리로 표현되는 토르소를 통해 갖은 수식과 형용들을 감추거나 버림으로써 나타난 고도의 상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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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김현지, (분도)

카코포니

갤러리 분도 8.18~30

청년작가 프로모션 프로젝트 <카코포니>전시의 열 번째 이야기. 대구경북 지역 미술대학 출신 신진작가 5명이 현대 미술을 풀어내는 방식은 마치 불협화음을 일컫는 카코포니처럼 서로 다른 자신만의 음을 연주하는 가운데 새로운 조화를 선보인다. 김현지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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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김경상 사본

김경상

파비욘드 8.5~16

고통과 구원을 주제로 영혼의 빛을 기록하는 김경상의 사진전.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성인이 우리에게 남긴 정신적 향기를 되돌아보게 한다. 명상적 느낌의 풍경과 인물 사진들은 작가만의 독창적인 예술로 승화되며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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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허필석(조이)

그룹상

갤러리 조이 8.12~9.5

2006년 창립되어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하는 그룹 상의 정기전.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 12명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그 안에서 예술이라는 형상 안에 각기 다른 창작의 열정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준다. 허필석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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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송현철

송현철

해운대아트센터 8.21~9.3

라이벌 관계로 서로 경쟁하는 사이지만 서로의 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에 담아내는 송현철의 개인전. 작가는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사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모습의 사물을 탄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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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쉰스터

쉰스터

갤러리 마레 8.5~15

한 장의 사진으로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작가 쉰스터의 작업이 <Street Drama>라는 타이틀로 펼쳐진다. 같은 시간에 존재한 사람과 한순간을 의미하는 공간과 변수가 되는 시간을 통해 인상 깊은 사건을 사진으로 재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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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류회민 사본

류회민

미광화랑 8.1~31

부산이라는 도시의 조형적 특성을 살려 작업을 진행하는 류회민의 개인전. 작가는 항구도시였던 부산이 점차 현대적인 도시로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과정과 변화의 모습을 먹으로 그려내며 도시의 변화에 따른 생활방식 변화까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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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마우리타이틀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

부산 롯데갤러리 광복점 7.24~8.18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개최하는 브라질의 만화거장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 특별전. 이번 전시는 아이들을 위한 만화책과 다양한 만화 캐릭터로 브라질에서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의 다양한 아트상품 및 원화, 조각작품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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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이혜영

 

이혜영

지중해갤러리 8.1~31

누드를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을 표현하는 이혜영의 개인전. 작가는 인위적인 포즈가 아닌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자세의 누드 드로잉을 통해 삶 속에 드리운 인간의 고민과 몸으로 드러나는 깊은 내면의 심리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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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김윤연

김윤연

대구문화예술회관 8.4~10

타인에 대한 경계가 날로 심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소통을 꿈꾸는 김윤연의 개인전. 경계가 분명한 하늘과 땅을 푸른색으로 모호하게 표현한 뒤 물고기라는 상징물로 그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통해 작가가 세상에 대해 느끼는 바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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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박인옥

박인옥

가나아트스페이스 8.6~12

푸른 색조의 자연과 흰색의 새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작가 박인옥의 9번째 개인전. 작가는 산, 강, 바다 등을 푸른색조의 차가운 이미지로 표현하고 그 위를 날아가는 흰 새를 통해 고된 일상 속에서도 부단히 노력하는 현대인의 자세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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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이혜경

이혜경

가나인사아트센터 8.20~26

오랜 추억의 의미를 찾는 이혜경 작가의 아홉 번째 개인전. 무한한 꿈을 꾸는 인간 내면의 모습을 색으로 표출한다. ‘Story of Korea’라는 주제로 작업의 테마를 전통 문양과 오방색으로 내세워 작가만의 내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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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최준영 사본

최준영

대구문화예술회관 7.29~8.3

자연물 속에서 발견한 색과 조형성을 바탕으로 디자인의 패턴요소를 재해석하는 최준영의 개인전. 작가는 꽃과 나무를 소재로 친근감 있는 조형작품을 제작 추구하며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패턴 제작에 역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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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조숙진

강정에서 물·빛

강정 다아크 광장 8.23~9.21

22명의 작가가 커뮤니티아트를 통해‘강정’이라는 공간의 역사성과 장소성 그리고 공공성에 대해 상호교감을 이루기 위해 기획되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자연과 도시, 예술로 소통될 수 있도록 하는 변화의 장을 마련한다. 조숙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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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허명욱-Scale-초대 4th-포스터 2 사본

허명욱

온유갤러리 8.7~9.22

장난감 자동차와 트렁크에 슬어있는 ‘녹’을 통해 시간을 표현하는 허명욱의 개인전. 작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모된 사물들이 처음 그것이 만들어졌을 때와는 조금 다른 존재가 되는 과정에 주목해 사물의 다양하고 복잡한 아름다움을 재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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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이미숙

이미숙

대전 KBS방송국 갤러리 8.19~25

좀처럼 피우기 어렵다는 선인장의 꽃을 본 순간 작가는 힘든 삶 속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기 위해 선인장 작업을 시작한 이미숙의 개인전. 작가는 선인장과 함께 희망을 상징하는 꽃과 염원이 담긴 색채로 작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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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김기수

아트스페이스 풀 8.1~9.6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둘러싼 사건들을 기록하고 재구성하며 현실문제에 다각도로 접근하는 작업들을 지속해온 김기수의 개인전. 작가는 압축성장이 개인에게 시대적 폭력으로  가해지는 상황을 기억의 파편과 역사적 트라우마로 캔버스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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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배민영(바톤)

Surface

갤러리 바톤 7.25~8.23

일관된 주제에 대한 응축된 생각과 어떤 방식으로 펼쳐내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을 하는 윤석원과 배민영의 그룹전. 작품 주제와 실제적인 표현을 두고 벌이는 내적인 화합과 투쟁의 산물인 최종 결과물을 통해 의식의 시각화를 체험할 수 있다.배민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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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양옥경 프리뷰

양옥경

샘터갤러리 7.31~8.6

꽃과 나비를 소재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재현하는 작가 양옥경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특유의 원색적인 색을 지양하고 부드러운 파스텔 톤을 사용함으로써 더욱 따뜻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신작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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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서(금산)

조민서

금산갤러리 서울 8.5~14

장애를 넘어 작가를 꿈꾸는 20살의 발달장애 조민서의 생애 첫 개인전. 세상에서 받은 영감에 특유의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킨 영상, 드로잉, 도예 80여점을 통해 현대인들의 순수함과 열정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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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신한역삼

트레블러

신한갤러리 역삼 8.4~9.15

타국에서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이질감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소재로 공동작업을 하는 최보희와 한지원의 그룹전. 두 작가는 수십여 개의 여행가방과 이불 등을 소재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방인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New Face 2014] 강호성

어린아이, 세상으로 나오다

작가 강호성은 스스로를 ‘알전구’ 같다고 표현했다. 알전구는 둥근 곡선과 유리의 매끄러운 질감 때문에 만지면 차갑다. 하지만 전구를 등에 끼우는 순간,  온기를 갖고 투명했던 유리에선 빛이 밝아온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차갑다는 말을 듣지만 그의 내면의 온기를 온전히 담은 작품은 맑고 밝다.
강호성은 대학교 4학년 때 제1회 아시아프에 출품한 <음유동자> 시리즈가 주목받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요지연도(瑤池宴圖)>를 떠올리며 아이들을 동자로서 불러들였다. 천진난만한 아이가 말 위에 올라타 악기를 다루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했다. 바로 이 솜사탕같이 포근한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수많은 갤러리로 부터 러브콜을 받은 그는 대학교 졸업 직전 첫 개인전을 열며 성공적으로 미술계에 데뷔했다. 그러나 이때 작가는 물밀듯 들어오는 상업화랑의 러브콜 때문에 그림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경계하며 작업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세계에서 연주하던 동자들을 자신의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음유동자> 시리즈에서 등장인물 의 캐릭터를 선보였다면, 그 이후 작업에선 그들의 공간, 스토리가  체계적으로 잡혀갔다. <산책>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벤치에 앉아있거나 화단으로 나온 동화 속 주인공들이 돋보인다. 때로는 공작 깃털 초대장을 받아들고 다리를 건너가 마주하게 되는 동화 속 세상을 나타내기도 했다(<우리시대의 동화>). 2013년 전시한 <롤 플레이>는 여러 시도를 한 작품이었다. 역할극을 주제로 어린아이 얼굴의 특징을 끄집어내어 가면을 만들었다. 작가 스스로 ‘못난이 시리즈’라고 부르는 이 작품은 아이들에게 감각적인 부분이 필요한 역할을 부여하고 이를 담당하는 모습을 담았다. 또 한 가지는 가면의 제의성에 주목한 ‘서낭당’이다. 도깨비 가면 자체가 하나의 권력을 갖는다고 상정하고 권력에 종속되어 안정감을 느끼는 인간의 속성을 가면 앞에서 아이들이 장난치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강호성의 모든 작품에는 스토리가 살아있다. 그러나 저마다의 스토리가 유기적이지는 않다. 혹자는 시리즈마다 바뀌는 서사에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한편으로 매 전시마다 그 당시에 느끼는 감정이 담긴 이야기를 모색하는 작가의 뛰어난 스토리 구성능력이 눈에 띈다. 각 스토리는 아이가 등장하고, 소리가 표현된 공통점도 있다. 작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대적인 미가 있다고 믿는다. 이를 나타내기 위한 소재로 음악과 아이를 택했다”며 자신의 미학적 견해를 밝혔다. 작가는 어두운 내용을 주제로 삼더라도 아름답고 따뜻하고 맑게 표현하고자 한다. 장지보다 비단에 채색을 선호하는 이유도 맑은 이미지를 보다 영롱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다.  비단이라는 특성상 철저하고 꼼꼼하게 구상한 후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 노암갤러리(8.27~9.3) 전시에 선보일 작품에선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된다. 물론 여전히 비단에 스며든 은은한 빛과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10대 후반으로 훌쩍 자랐고 서사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보다 아이들 개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예민한 청소년기 아이들을 표현한 ‘이상(理想)감각’에서 감각적이고 여린 아이들의 오감을 행동으로 표현했다. <사다리 위의 신사>라는 제목으로 준비 중인 전시는  <롤 플레이>와도 연결지점이 있다. 사다리를 개개인의 모습으로 상정하고 그 위의 신사들은 하나의 권력자로 보았다. 사실적인 상황과 연결되어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꾸준히 해온 작가에게 큰 우울감을 주었다고 한다.
비단을 선택한 작가가 표현하는 우리 시대의 모습에는 맑고 따뜻함이 스며들어 있다. 고독하거나 끔찍한 세상일지라고 그의 붓을 거치면 생그럽게 태어난다. “추에서 미를 찾는 것은 나의 소명이 아니다”라는 작가의 한마디가 그의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서가 아닐까.

임승현 기자

강호성은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2009년부터 5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영은미술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등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현재 양주시립 미술창작 스튜디오 777레지던스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강호성작품 (5)

〈다감〉 비단에 채색 54×158cm 2014

 

[New Face 2014] 정효영

기억은 움직이는 거야

최근 설치작가 정효영의 작업은 변모하고 있다. 그녀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거실 한가운데는 한창 제작 중인 신작이 놓여 있었다. 아직 구체적인 스케줄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다음 전시에 선보일 예정이라며 작가는 작품이 앞으로 더 커지고 풍성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노암갤러리에서 2번째 개인전을 열기까지 정효영은 설치작업에만 매달렸다. “어느 순간 방에서 바느질하고 있었다”고 말할 만큼 그녀는 작업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삶과 작업이 너무나도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년시절의 기억과 경험이 투영된 그녀의 작업은 피부 톤의 인조가죽으로 감싼 형태들이 타이머에 맞춰 움직이는 조각으로 다소 그로테스크하게 보이기도 한다.
정효영은 “그동안 작업이 너무 내 얘기만 한 것 같다”며 요즘은 좀 더 보편성을 갖기 위해 물리학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제작하고 있는 작업은 기억에 대한 기존의 맥락을 유지하면서 지하실이라는 모티프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물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낼 예정이란다. “예전 작품이 사물을 온통 가죽으로 싸서  못 알아보게끔 만들었다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집 같기도 하고. 벗겨낼 건 자연스럽게 놓아두고자 한다.” 그녀의 작업에서 사물과 사물이 엮이는 방식이 변화하면서 바느질의 스타일이나 의미적인 측면도 변했다. 그녀에게 바느질은 기억을 엮어나가는 수단이자 삶의 일부다.
실제로 설치작업 전체가 손바느질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작업량이 상당하고 제작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리고 정효영은 작품을 움직이게 하는 기계장치도 직접 제작하고 구동시킨다. 그녀의 작업에서 움직임은 매우 중요하다. “조각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스도 중요하지만 작품이 움직일 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이 다 들어 있다. 기억도 구조적으로 한 부분만 움직이는 것이 맞닿은 주변이 함께 움직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모든 것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순환과정을 그림자로 표현하고 싶다. 기억은 실체가 사라지면 한 순간 함께 사라져버리는 그림자와 비슷하다. 그림자를 통해 기억 속 요소들이 증식되고 사라지면서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질 수 있다.”
정효영은 개인작업뿐 아니라 문학을 전공한 언니 정무진, 사진을 전공한 동생 정영돈과 함께 ‘무진형제’ 라는 이름으로 영상작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언니는 시나리오, 정효영은 미술관련 소도구와 설치물 제작, 남동생은 촬영으로 역할이 분담되어 있지만 모든 것을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한 편의 작업으로 완성시킨다. “개인 작업이 자꾸 나의 내부로 들어가려고 한다면 공동작업은 나를 부단히 깨는 과정이며 자꾸 바깥으로 빼내는 계기가 된다. 그런 점에서 큰 도움을 받는다.” 무진형제는 11월부터 12월까지 경기문화재단 지원으로 파주에서 공공미술을 선보인다. 결과물은 파주 논밭예술학교에서 기존의 영상작업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슬비 기자

정효영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1년 신한갤러리에서 열린 <Encore! mist age>를 시작으로 2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2013 평창비엔날레 국민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종이에 연필 색연필 오일 파스텔 78×54cm 2014

 

[World Report] Alibis – Sigmar Polke 1963-2010

지그마르 폴케(Sigmar Polke, 1941~2010). 69세를 일기로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그의 이름이 현대미술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작가의 작가’로 불리며 지독한 실험정신으로 무장했던 그를 회고하는 전시 <알리바이 1963-2010(Alibis 1963-2010)>(MoMA, 4.19~8.3)가 열렸다. 그의 작품 약 250점을 선보인 이 전시는 왜 지금 우리가 폴케를 되돌아 봐야 하는지에 답하고 있다.

현자의 돌을 찾으려 한 연금술사의 행적

서상숙  미술사

지난 2010년 오랜 암투병 끝에 69세를 일기로 숨진 독일작가 지그마르 폴케(Sigmar Polke, 1941~2010) 회고전, <알리바이 1963-2010(Alibis 1963-2010)>이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모던미술관(MoMA, Museum of Modern Art)에서 석 달 반의 전시 일정을 마치고 8월 3일 폐막한다. 폴케가 작품을 준비하며 기록한 메모나 스케치를 볼 수 있는 노트북과 스케치북을 포함, 250여 점의 작품이 연대기순으로 전시되고 있다.
<알리바이전>은 폴케가 세상을 뜨기 전 기획된 전시다. 폴케는 모마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대규모 회고전을 기획한다는 것을 알았고 초기 준비단계에 참여했다고 한다. 만약 그가 살아있었다면 어떤 작품을 선정했고 어떻게 디스플레이 하기를 원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전시장을 도는 내내 떨쳐버리기가 힘들었다. 그는 색깔 하나하나까지 자신이 직접 만들어 썼으며 작업실에 조수를 두지 않고 직접 작품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까다로운 절충주의자였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며 끊임없는 실험정신으로 생애의 마지막까지 새로운 재료와 방법을 탐구했던 폴케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함으로써 지난 4월 19일 개막 이후 관심이 끊이지 않았다.
폴케는 만화 같은 드로잉과 코믹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 그리고 늘 웃음을 머금고 있는 듯한 자신의 이미지로 ‘익살꾼’이라고도 불렸다. 나치 치하에 태어나 어린 시절 서독으로 망명했고 분단국가와 히틀러, 대량 학살이라는 치욕의 역사를 살아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위트와 유머 그리고 풍자가 곁들인 작품으로 독일을 대표하는 전후작가로 자리매김한 폴케는 그러나 독일 분단의 역사를 빼고는 논의가 되지 않는다.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라는 전시 타이틀 역시 ‘나는 아무것도 못봤다’라는 뜻으로 나치의 만행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침묵을 지적하는 것이다.
“우리는 진공 속에서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시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그의 말처럼 역사성과 시대성에 대한 인식은 그의 작품의 중요한 주제였다.
폴케는 그와 함께 전후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1932~ )가 전통적인 의미의 회화를 통해 그 명성을 쌓은 것과는 반대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진, 필름, 옷감, 비소 등 화학물질을 비롯 과일과 채소, 심지어 달팽이까지 이용한 색채실험, 유리, 미술사, 정치사회적 풍자, 신문과 광고이미지 등 다양한 주제와 방법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였다.
MoMA의 이번 회고전 역시 어느 한 작가의 개인전이 아니라 그룹전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만큼 각기 다른 스타일의 페인팅은 물론 퍼포먼스, 판화, 스테인드글라스, 비디오, 사진, 조각, 인스톨레이션 아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이 다양한 양식뿐만이 아니라 팝, 신표현주의, 개념미술, 옵아트, 포스트 페인터리 추상, 신구상주의, 후기 색채추상주의 등 지난 20세기 중반이후에 일어난 모든 미술운동이 여기저기에 각각 돌출하고 있다. 이 같은 실험정신으로 폴케는 자주 ‘미술계의 연금술사’라는 애칭으로 불렸으며 한동안 완성되지 않은 듯한 작품, 모방한 듯한 작품, 기회주의적 작업, 독창적인 스타일을 정립하지 못한 작가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의 개념이 실천되고 정립되어가던 20세기 후반을 거쳐 21세기로 접어들면서 폴케의 작업은 제2, 제3의 커리어로 불리는 전성기를 맞게 된다. 이제 그의 작품은 장르와 형식, 그리고 중심이 해체, 변형, 혼합되고 결합될 수 있으며 어프로프리에이션이라는 모방의 개념 역시 하나의 방법으로 인정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각으로 새롭게 검증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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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케전이 시작되는 2층 아트리움에 들어서면 <감자 하우스(Potato House)>(1967)라는 설치작업이 눈에 들어온다. 미니멀리즘 건축처럼 나무판을 십자형으로 묶어 간결하게 지어진 이 구조물에 가까이 가면 감자가 구조물 전체에 달려 싹이 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감자판은 근처의 벽에 걸린 평면작업 <감자 드로잉(Potato Drawing)>(1969~70)에도 붙어 있다.
폴케는 동독의 올레스(현 폴란드 올레슈니차)에서 태어나 4살 때 가족과 함께 나치와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튜빙겐으로 도망갔다가 1953년 동베를린에서 기차를 타고 서베를린으로 망명했다. 당시 12세이던 폴케는 평범한 가족여행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자는 척했다고 전해진다. 그후 폴케는 당시 독일 현대미술의 중심지였던 뒤셀도르프에 정착하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된다.
1958년 2차세계대전 이후 첫 다다 전시가 열린 곳이 뒤셀도르프이고 1960년에는 로버트 라우센버그, 사이 톰블리 등 미국작가들의 작품이 상업갤러리에 전시되기 시작했으며 1962년에는 조지 마치우나스, 백남준, 요셉 보이스, 오코 요노 등이 참여한 전위예술그룹인 플럭서스가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폴케는 18세이던 1959년부터 1960년까지 2년 동안 뒤셀도르프의 한 스테인드글라스 공장에서 일하면서 이 같은 새로운 미술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고 1961년 요셉 보이스가 교수로 재직하던 뒤셀도르프 미술학교에 입학한다. 폴케는 후에 요셉 보이스에 대해 새롭고 다양한 미술의 매체 (미디엄)를 제시하고 ‘예술이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재조명한 “나의 영웅”이라면서 그의 예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폴케의 전 작품에 흐르는 다다의 영향과 실험적인 매체의 이용, 사회적 운동으로서의 미술에 대한 개념은 이때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젤라틴 실버 프린트 18×23.9cm 1975 폴케의 이 자화상은 1975년 뒤셀도르프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서 찍은 사진이다. 1970년대는 마약과 명상, 그리고 섹스 웨이브의 시기였으며 폴케는 당시의 젊은이들처럼 카메라를 들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이때 찍은 사진은 그의 작품에 수시로 이용된다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Acquired through the generosity of Edgar Wachenheim III and Ronald S. Lauder © 2014 Estate of Sigmar Polke/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VG Bild-Kunst, Bonn

<무제> 젤라틴 실버 프린트 18×23.9cm 1975 폴케의 이 자화상은 1975년 뒤셀도르프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서 찍은 사진이다. 1970년대는 마약과 명상, 그리고 섹스 웨이브의 시기였으며 폴케는 당시의 젊은이들처럼 카메라를 들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이때 찍은 사진은 그의 작품에 수시로 이용된다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Acquired through the generosity of Edgar Wachenheim III and Ronald S. Lauder © 2014 Estate of Sigmar Polke/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VG Bild-Kunst, Bonn

 

 

작업실이라는 실험실
1963년에는 뒤셀도르프 아카데미에서 만난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콘라드 뤼그(Konrad Lueg), 만프레드 쿠트너(Manfred Kuttner)와 전시를 갖게 된다. 당시 리히터는 동독에서 넘어온 피난민들에게 주어지는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었고 후에 휘셔(Fisher)로 성을 바꾸고 갤러리스트로 변신한 뤼그는 우편국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폴케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팔아 생활비를 벌던 시절이었다. 가구가게를 빌려 전시를 연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독일 팝아트를 소개하는 첫 전시”라고 밝히고 자신들의 작업을 ‘자본주의적 사실주의(Capitalist Realism)’라고 명명했다. 동독에서 망명한 작가들로서 사회주의에 대비되는 서독의 팝아트 작업임을 강조한 것이었다. 이 시기에 폴케는 양말, 셔츠, 플래스틱 일상생활용품, 도넛, 초콜릿 등 음식물을 소재로 앤디 워홀이 주도하던 미국 팝아트의 영향을 크게 받은 작업을 지속하며 독일 팝미술의 탄생에 동승한다. 폴케는 “당시 미국 팝아트는 우리에게 신세계였다”면서 “거대한 변화의 시기였다”고 회상한 바 있다.
볼펜으로 날개 달린 벌레를 종이화면 위쪽에 조그맣게 그린 <더 적은 노동, 더 많은 급여를!(Less Work, More Pay!)>(1963), 모나 리자를 99센트에 판매한다는 볼펜 드로잉, <모나 리자(Mona Lisa)>(1963), 화면 오른쪽 상단에 입과 소시지를 든 손을 마치 실수로 페인트가 묻은 듯 조그맣게 그리고 화면 전체를 소시지 링크로 가득 채운 <소시지 먹는 사람(The Sausage Eater)>(1963) 등은 서독으로 이주한 후 보게 된 자본주의 생활에 대한 코멘터리다.
폴케의 래스터(점방식) 페인팅 시리즈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이용한 신문사진과 만화를 인쇄하는 기술인 벤-데이 도트(Ben-Day Dots) 기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1963년 미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암살된 해에 그려진 “리 하비 오스왈드의 초상 (1963)”에서 시작된다. <여자친구들(Girlfriends)>(1965~1966)에서 보이는 것처럼 폴케의 래스터 페인팅에 나타나는 점들은 하나하나 연필에 달려있는 지우개로 스탬프처럼 찍거나 펠트마커로 색을 덧칠함으로써 뭉개진 듯한 효과를 내는데 이것은 리히텐슈타인의 기계로 찍어낸 벤-데이 도트와 다른 회화적인 느낌을 준다. 폴케의 래스터기법은 2007년에 제작된 <광선을 본다(Seeing Rays)>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전생에 걸쳐 구사한 그의 시그너처 기법이다.
이와 함께 1960년대 일본에서 개발된 합성섬유가 유행하자 폴케는 섬유 자체를 캔버스로 쓰는 작업을 진행한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이미지를 넣어 배너처럼 만든 <마오(Mao)>(1972)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1972) 등이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1970년대는 요셉 보이스, 한나 다보벤으로 대표되는 개념미술이 득세하던 시대로 독일의 페인팅은 언더그라운드로 들어가면서 휴지기를 맞는다. 폴케 역시 페인팅을 멈추고 여행을 떠난다. 사진기와 캠코더를 들고 파리,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은 물론 뉴욕,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타일랜드 등 동남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이집트 등 198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를 여행한 것이다. 명상과 마리화나가 유행하던 1970년대 폴케의 사진작업은 이 여행에서 찍은 사진과 비디오를 이용한 것이며 이 자료들은 몇 년 후 그의 작업에 광범위하게 나타나게 된다. 자신조차 곧잘 실험의 대상으로 삼은 폴케의 작업에 마약에 의한 환각상태를 상징하는 버섯 이미지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팜추리와 성적인 이미지가 등장하는 일련의 작업이 진행된 시기다.
1980년대는 “재현으로의 복귀”를 주장한 독일의 신표현주의가 나타나 성공한 시기로 잭슨 폴록으로 대변되는 추상표현주의에 이은 미니멀리즘 그리고 앤디 워홀을 중심으로 하는 팝아트로 미국이 잡았던 세계미술의 주도권을 독일로 옮겨 오는 전환기를 맞는다. 폴케와 리히터 역시 새로운 표현형식의 에너지에 힘입어 페인팅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이 시기 폴케의 색깔 찾기 실험을 시작하고 ‘연금술사’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우라늄, 비소, 라벤더 오일, 유성가루, 진사, 터키 공작석, 석화석고, 전기석, 규산염 광물, 밀랍 등은 물론 달팽이의 진액에 빛과 산소를 쬐어 보라색을 만들었는데 그 과정을 비디오로 찍기도 했다. 이 보라색은 그리스, 로마시대에 황족들의 옷감에 물을 들이기 위해 달팽이 진액을 사용했다는 기록에 착안한 시도로    <보라색(Purple)>(1986) 시리즈에서 볼수 있다. 1982년 작 <네거티브 밸류Ⅱ(Negative Value Ⅱ)>를 만들면서 시장에 나와있는 보라색을 쓴 폴케는 시판하는 색깔에서 찾을 수 없는 ‘찬란한 색조’를 찾기 위해 달팽이 진액을 이용했다고 한다. <금덩어리(Lump of Gold)>(1982)는 독약인 비소를 직접 캔버스에 바른 작품이며 <우라늄(핑크)> 시리즈는 1992년에 작업한 것으로 빛에 민감한 사진건판과 네거티브에 우라늄 방사선 자국을 남긴 것이다. 이 같은 색채실험 작업은 1986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독일대표로 참가했을때 소개되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폴케의 전 작품에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중요한 모티프는 나치 독일에 관련한 것들이다. 1984년 시작해 1980년대 후반까지 지속된 <망루(Watch Tower)> 시리즈, <사냥 탑(Hunting Tower)>(1984) 등은 나치의 강제수용소 철책과 망루를 표현하고 있고 나치경찰의 모자를 쓰고 돼지를 데리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경찰견(Police Dog)>(1986) 역시 긴장과 비극이 감도는 작품이다. 전설적인 바이올린 연주자를 제목으로 한 <파가니니>(1981~1983)에도 나치의 상징인 스와스티카가 그려져 있는데 당시 놀라운 그의 연주가 실은 그가 하는 것이 아니라 유령이 하는 것이라는 소문을 토대로 나치의 망령이 아직도 살아 있음을 상징하는 알레고리가 들어있다.
<이렇게 앉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고야를 따라서)>(1982) 등 고야, 알프레드 뒤러, 막스 에른스트 등 거장들의 작품에서 차용한 이미지 작업들은 ‘포스트 모던 플레이’라고 불리며 그의 또다른 시도로 꼽힌다.
복사 중에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옮기면서 나오는 이미지를 추구한 1990년대의 <프린팅 에러> 시리즈, 이미지 위에 이미지가 겹쳐 보이도록 하기 위해 개발해낸 양면이 볼록한 2000년대의 <렌즈 페인팅> 시리즈 등 새로운 색과 이미지를 찾기 위한 그의 실험은 계속되었다.
이같이 평생에 걸쳐 미술 실험을 계속한 폴케는 ‘작가들의 작가’로 불린다. 젊은 작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 몇몇 그의 작품은 여러 작가의 대표작이 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가 대학생이던 1963년 제작한 <무제(점)(Untitled(Dots))>은 종이 위에 수채화 물감과 과슈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등의 작은 점을 일렬로 찍은 작품으로 1986년에 시작한 데미안 허스트 (Damien Hirst)의 <점(Spot)> 시리즈와 매우 유사하다. 차이라면 폴케의 수작업에 비해 허스트는 조수를 고용해 점과 점의 간격까지 수학적으로 계산한 기계적인 완벽한 점을 추구한다는 것뿐이다. 이밖에도 마틴 키펜베르거(Martin Kippenberger), 알베르트 욀렌(Albert Oehlen),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 페터 휘슬리(Peter Fischli)와 다비드 바이스(David Weiss) 듀오, 라라 슈니트거(Lala Schnitger) 등이 폴케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로 꼽힌다.
폴케의 마지막 작품은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그로스민스터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다. 죽기 한 해 전인 2009년 마지막 창문을 완성한 이 스테인드글라스 역시 그의 실험작이었다. 12개의 창문 중 구약성서의 이미지가 들어간 5개를 제외한 7개를 기원전 3, 4세기에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화려하고 신비한 색깔의 돌, 옥수(agate)의 조각으로 만들었다. 암과 투병하면서 이 종교적인 예술작업을 이뤄낸 폴케. 50년 전 미술대학에 입학하기 전 스테인드글라스 공장에서 일하던 젊은 자신을 떠올리며 지나온 삶을 돌아보았을 것으로 짐작해 본다.
한평생 실험을 거듭하며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찾으려 한 폴케. 연금술사들이 비밀실험을 거듭하며 찾으려 했다는, 그 어떤 금속도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신비의 물질, ‘현자의 돌’을 과연 그는 찾은 것일까. <알리바이전>은 뉴욕 전시 후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10월 1일부터 2015년 2월 8일까지), 그후에는 폴케가 생애의 대부분을 보내다 숨진 독일 쾰른의 루드비히 미술관(Museum Ludwig, 2015년 3월 14일부터 7월5일까지)으로 옮겨 전시된다. ●

폴케는 ‘연금술사’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미술의 방법뿐 아니라 재료의 새로운 발견을 위해서도 실험을 거듭했다. 과학자들이 처음 우라늄을 발견했던 방식처럼 우라늄을 빛에 민감한 플레이트에 놓아 만든   (사진 왼쪽,1992) 시리즈, 그리고 은박지, 합성수지, 심지어 운석의 가루까지 써서 만든 (1988) 시리즈가 보인다 © 2014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Jonathan Muzikar. All works by Sigmar Polke © 2014 The Estate of Sigmar Polke/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VG Bild-Kunst, Bonn, Germany

폴케는 ‘연금술사’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미술의 방법뿐 아니라 재료의 새로운 발견을 위해서도 실험을 거듭했다. 과학자들이 처음 우라늄을 발견했던 방식처럼 우라늄을 빛에 민감한 플레이트에 놓아 만든 <우라늄(핑크)>(사진 왼쪽,1992) 시리즈 그리고 은박지, 합성수지, 심지어 운석의 가루까지 써서 만든 <스피릿>(1988) 시리즈가 보인다 © 2014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Jonathan Muzikar. All works by Sigmar Polke © 2014 The Estate of Sigmar Polke/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VG Bild-Kunst, Bonn, Germany

<알리바이전>에는 폴케의 스케치와 드로잉과 메모, 만화 등 신문이나 잡지에서 오린 이미지 등이 들어 있는 그의 노트북들도 함께 전시돼 있다. 특히 노트북에는 스케치에 색을 칠하고 종이를 잘라 붙이는 등 끝마무리가 된 작품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아닐 만큼 완벽성을 추구해 놀랍다. 노트북을 놓은 유리상자 위에
몇 대의 아이패드를 놓아 작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 서상숙

폴케의 전시가 시작되는 모마의 아트리움. 심플한 구조물에 감자를 매달아 놓은 <감자 하우스>(사진 맨 왼쪽, 1967)는 감자가 싹이 나고 썩기도 하는데 전시기간에 썩은 감자는 다시 모양이 비슷한 새로운 감자로 대체하고 있다.
© 서상숙

<모던 아트(Moderne Kunst)> 캔버스에 아크릴과 래커 150×125cm 1968 베를린 <모던 아트전>에 출품했던 폴케의 작품.
추상화를 퇴폐예술로 간주하던 나치시대, 전후에는 나치의 만행을 침묵으로 덮으려 했던 독일을 이 그림으로 패러디한다.
Froehlich Collection, Stuttgart © 2014 Estate of Sigmar Polke/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VG Bild-Kunst, Bonn

<무제> 젤라틴 실버 프린트 18×23.9cm 1975 폴케의 이 자화상은 1975년 뒤셀도르프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서 찍은 사진이다. 1970년대는 마약과 명상, 그리고 섹스 웨이브의 시기였으며 폴케는 당시의 젊은이들처럼 카메라를 들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이때 찍은 사진은 그의 작품에 수시로 이용된다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Acquired through the generosity of Edgar Wachenheim III and Ronald S. Lauder © 2014 Estate of Sigmar Polke/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VG Bild-Kunst, Bonn

왼쪽·<케타의 안개 낀 푸른 하늘/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Quetta’s Hazy Blue Sky)/Afghanistan–Pakistan>의 한 장면 16mm 필름을 옮겨 담은 비디오 34분33초 1974~1976 1970년대 폴케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여행하면서 거리에서 현지인이 원숭이를 놀리는 것을 보고 찍은 필름의 한 장면.
개인 소장
© 2014 Estate of Sigmar Polke/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VG Bild-Kunst, Bonn
오른쪽·<슛 페인팅(Soot Paintings)>의 한 장면
16mm 필름을 옮겨 담은 비디오(컬러) 42분12초 1990
개인 소장
폴케와 함께 가장 중요한 독일의 전후작가로 꼽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촛불 페인팅을 떠올리게 하는 폴케의 비디오 © 2014 Estate of Sigmar Polke/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VG Bild-Kunst, Bonn

폴케는 ‘연금술사’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미술의 방법뿐 아니라 재료의 새로운 발견을 위해서도 실험을 거듭했다. 과학자들이 처음 우라늄을 발견했던 방식처럼 우라늄을 빛에 민감한 플레이트에 놓아 만든 <우라늄(핑크)>
(사진 왼쪽,1992) 시리즈,
그리고 은박지, 합성수지, 심지어 운석의 가루까지 써서 만든 <스피릿>(1988) 시리즈가 보인다 © 2014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Jonathan Muzikar. All works by Sigmar Polke © 2014 The Estate of Sigmar Polke/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VG Bild-Kunst, Bonn, Germany

 

[World Topic] Money and Art – Thirty Silver Coins Collection Haupt

미술과 돈,
그 특별한 관계의 신선한 화학작용

‘미술’과 ‘돈.’ 미술이 본격적인 시장의 시대로 빨려들어가는 지금 이 두 가치가 가지는 의미는 상호 이질적이거나 불가분의, 극한의 관계로 인식되는 듯하다. 그렇다면 돈을 주제와 모티프로 한 작품 앞에 선다면? 하우프트 컬렉션이 펼치는 <Money and Art전>은 극대화된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경전과도 같은 ‘돈’을 미술이라는 도구로 풍자하고 있다. 더불어 일관된 맥락에 근거한 컬렉션 문화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신원정  미술사

독일의 오래된 격언 중에 “돈은 그에 대해 떠들어대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잠자코 소유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돈에 얽힌 문제를 입에 담는 것을 경계할 뿐 아니라 자신의 부와 재산을 자랑하는 것도 경고하는 이 속담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듯하다. 사는 데 없어서는 안 되지만 때로 대놓고 언급하기에는 껄끄러운 존재, 돈과 자본—그건 미술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활발히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자 그와 불가분의 관계지만 상황에 따라 금기시되기도 하는 돈이 떳떳하고 당당하며 그러면서도 고상함과 품위를 잃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미술현장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돈을 다룬 미술작품들이 큰 목소리를 내는 장소이다. 베를린을 관통하며 흐르는 슈프레 강가에 자리한 하우프트 컬렉션이 바로 그곳이다.
개인 소장의 미술컬렉션은 특정 예술사조나 장르에 초점을 둠으로써 전문성을 살리고 여타 컬렉션과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뒤셀도르프에 있는 율리아 슈토섹 컬렉션의 경우 동시대미술 중에서도 비디오아트나 영화 등 시간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에 전문화된 컬렉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베를린만 해도 쟁쟁한 현대미술 전문 컬렉션이 여럿 되지만 개념미술을 표방하는 하우브록 컬렉션을 제외하면 모두 별다른 제한 없이 포괄적으로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한 가지 테마에 중점을 둔 현대미술 컬렉션은 정말 보기 드물다. 한국에도 수입되는 리터 스포츠 초콜릿사의 공동대표인 마를리 호페-리터가 설립한, 초콜릿 모양처럼 정사각형의 작품만을 수집하는 리터 컬렉션 정도가 테마 컬렉션으로서 비교적 단기간에 자리 잡았을 정도이다. 하우프트 컬렉션은 게다가 돈이 주제라니 뭔가 새롭고 신선하다.
약 2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비교적 젊은 컬렉션은 독일작가 그리고 베를린에서 작업하는 작가 작업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국제적이고—아쉽게도 아직 한국작가의 작업은 없다—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200여 점 작품의 공통점은 오직 한 가지, 직간접적으로 돈을 다룬다는 점이다. 주제가 명백한 만큼 수집 대상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전체적인 컬렉션의 모양은 다소 단조로울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예측은 기우에 불과했다. 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전이나 지폐를 구체적인 소재나 재료로 사용한 작품에서부터 돈의 교환가치와 같은 추상적 측면에 초점을 둔 작품, 거시적인 관점에서 ‘부’의 개념에 접근하거나 비판적인 시각으로 오늘날 자본의 의미와 영향력을 탐구하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소장 작품들의 깊이와 스펙트럼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화폐가 직접적인 재료로 사용된 작품의 경우 지폐 위에 문구를 적어 넣기, 그림을 그리거나 인쇄하기, 종이접기나 오려내기, 훼손과 같은 물리적 변형 또는 특정 부위만 남기고 색칠해서 새로운 상징을 창조해내는 등의 방식이 있다. 또한 공작・공예에 가까운, 감탄을 자아낼 정도의 수작업으로 제작된 작품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전 세계 통화 중에서도 미국 1달러 지폐는 미술 재료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린다. 비록 불황과 미국 경제의 약화로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영향력을 자랑하며 국제통화로 통하는 게 미국 달러권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큰 상징성을 지니는 1달러 지폐가 재료로 사용되면서 그 위에 투영된,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강대국 미국이 가지는 힘과 영향에 대한 암시나 풍자가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있다. 유로화를 다루는 작업에서는 지폐에 내재된 다층적인 의미가 작품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부’를 대변하는 화폐 자체로서 다루어지기도 하지만 오직 경제원리 하나로 한 배를 타게 된 유럽공동체의 딜레마(역사・문화・종교・정서적으로 많은 것을 공유하는 동시에 또한 지극히 이질적인 유럽 국가들의 모순성)를 상징하는 매체이기도 한 점이 유로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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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베궁 누르 & 플로리안 괴페르트 <캐시 풀> 3D 애니메이션 스틸 4분25초 2006 Repro: Hermann Büchner

독창적인 테마에 근거한 컬렉션
바튼 리디체 베네스는 세계 여러 나라의 지폐를 접거나 말아서 해당 국가의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템을 만들었다. 미국인인 작가의 눈에 비친 각 나라의 정체성은 그야말로 개성만점이다. 약통처럼 동그랗게 말린 미국 1달러 지폐에서는 캡슐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1회용 티백 모양으로 접힌 영국 파운드 지폐 위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이 관람객과 눈을 맞춘다. 맥주병 뚜껑과 와인 코르크 마개 모양으로 접힌 독일 마르크 지폐, 고행을 위한 못 박힌 침대를 연상시키는, 가시들로 뒤덮인 인도의 루피화와 초밥을 집어 든 젓가락 모양으로 길쭉하게 말린 일본 엔화가 각각 액자 안에 전시되었다. 만약 한국 지폐가 있었다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대만 작가 리밍웨이의 <미술을 위한 돈>(1997)은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 5점과 미국달러 지폐를 접은 것으로 이루어진다. 작가는 1994년 1월 1일 10달러 지폐 아홉 장을 접어서 각각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고 1년간 두 차례에 걸쳐 이들을 방문하여 상황을 기록했다. 12월의 방문 시에 그중 절반이 넘는 5명이 지폐의 오리가미 조각을 여전히 예술작품으로 인지하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반면 3명은 쇼핑이나 먹을거리를 사는 데 돈을 써버렸고 나머지 1명은 조각을 도둑맞은 상태였다. 레디메이드 작업을 대하는 시각에서 현격한 개인차를 실감할 수 있으며 미술의 맥락 안으로 끌어들여진 평범한 일상용품이 아니라 교환가치를 가진 화폐가 실험의 대상이었기에 나온 흥미로운 결과이다. 예술과 현실을 두고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된다.
소장품 중에는 화폐의 도안이나 이미지를 모티프로 한 작품도 다수 보인다. 영국의 저스틴 스미스는 <비거 뱅-블랙>(2009)에서 세계 각국의 지폐 이미지로 각 나라의 땅 모양과 크기를 재현했다. 나라별로 상이한 영토와 국력,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의 상관관계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직접 주화나 지폐를 제작하는 작가도 많다. 네덜란드의 안네 드 브리스는 자신의 작업 <기억에 근거한>(2012)을 위해 사람들에게 1유로 동전의 앞면에 있는 그림을 보지 않고 오직 기억에 의존해 그려볼 것을 요청했다. 그렇게 그려진 그림들 중에서 4개를 선정해 동전으로 주조했다. 같은 사물을 놓고도 사람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기억이란 얼마나 믿을 수 없는 것인가. 니콜라우스 에버스탈러는 <크라스코브 I> 연작에서 ‘허니’화를 제작했다. 10~1000허니에 달하는 총 6장의 지폐 앞면에는 유럽작가지원재단이 있는 폴란드의 크라스코브성이 인쇄되어 있고 뒷면에는 비양심적이고 무분별한 자본과 권력의 남용이 빚어내는 피폐한 결과가 우의적으로 묘사되었다.
현실과 긴밀하게 연관된 돈 혹은 자본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을 수집하기 때문에 소장품들에서 특히 세계정세와 급변하는 동향을 읽을 수 있는 것도 하우프트 컬렉션의 강점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대해 공동 큐레이터인 티나 자우어랜더는 말한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해 신자본주의를 향한 비판은 미술에서 가장 시의성 강한 주제 중 하나가 되었다. 최근에 구입한 작품들인 매튜 생피엘의 <위키달러>나 한스 티햐의 <금융상품>은 바로 이런 경향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한편 그 못지않게 중요한 주제 중 하나로 아프리카의 식민지 역사를 들 수 있는데 페리스테리 온의 <부서진 아프리카>와 같은 작품이 그 예이다.” 한국에 체류하며 작업하는 캐나다 작가 매튜 생피엘이 1달러 지폐 이미지를 변형해서 만든 디지털아트 작업 <위키달러>(2013)를 보면 한때 전 세계를 발칵 뒤집은 스캔들이 절로 천연색으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한다는 건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크기와 작가들의 인지도만 앞세울 뿐 실제로는 실망스러운 퀄리티의 작품들만 가득한, 빛 좋은 개살구 식의 진부한 컬렉션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독창적으로 테마를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모습은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고 다른 컬렉션과의 차별화를 위한 효과적인 전략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새로운 작품을 구입할 때 옥석을 가려내는 선구안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그 여부에 따라 향후의 입지와 발전상이 결정될 것으로 여겨진다. 성장통을 갓 넘긴 젊은 컬렉션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하우프트 컬렉션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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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생피엘 <위키달러> 디아섹 21×50cm 2013 Photo: Mathieu St-Pier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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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스미스 <비거 뱅-블랙> 잉크젯 프린트 104×135cm 2009 Photo: Justine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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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돈을 주제로 한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 슈테판 하우프트

“돈은 시대의 미학적 감성을 반영하고 중요한 문화적 성과를 담고 있다”

sth_vor_herfurth_2013_kirsten_700 groß하우프트 컬렉션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화폐의 변화나 시대의 미학적 감성을 반영하고 중요한 문화적 성과를 담고 있으며 , .
수집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1990년부터 내 소유의 법률사무소를 운영해오며 20년이 넘는 기간 미디어와 출판물 관련 저작권 전문 변호사로 꾸준히 일했다. 의뢰인 중 상당수가 갤러리스트, 미술관 관계자, 영화감독이나 작가들였던 까닭에 일찍부터 그들의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컬렉팅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나의 작품을 새로 구입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헤르만 뷔히너 박사와 티나 자우어랜더로 이루어진 큐레이터팀과 함께 주기적으로 아트페어나 전시를 방문하며 돈을 주제로 하는 작업을 찾는다. 그리고 수시로 작가나 갤러리스트들에게서 다양한 제안을 받는다.
이런 정보들을 세심하게 평가해서 작품 구입 여부를 토론하고 결정한다.
컬렉션의 역사를 뒤돌아보았을 때 어떤 부분이 특히 자랑스러운가.
소장품들을 총괄하는 첫 번째 컬렉션 도록이 2013년에 출간되었다.
208쪽에 달하는 책에서 두 큐레이터는 120개의 도판을 바탕으로 총 15장에 걸쳐 하우프트 컬렉션뿐 아니라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머니아트의 역사와 의미를 다루고 있다.
유경험자로서 장차 개인 컬렉션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작품 구입 시 장물이나 모조품을 피할 수 있게 정확한 출처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지난 2001년 한 갤러리스트가 나를 대신해 <크노헨겔트-견본집>을 경매에서 낙찰받았다. <크노헨겔트>는 볼프강 크라우제가 베를린 프렌츨라우어 베르크 지역에서 펼친 퍼포먼스로 에이알 펭크, 올라프 니콜라이, 클라우스 슈택 등 54명의 작가가 참가해 지폐를 제작하고 1993년 11~12월에 그 지역의 여러 상점과 술집에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그에 병행해서 전 지폐의 견본을 담은 책 두 권이 제작되었고 바로 그중 하나를 내가 소장하게 된 것이다. 몇 년 후 볼프강 크라우제와 얘기를 하던 중 사실은 그가 도둑맞은 책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가의 너그러운 이해 덕분에 좋은 결말로 끝났지만 정말 아찔한 경험이었다.
20년 후의 하우프트 컬렉션은 어떤 모습일까.
독일에서 전시들을 성공적으로 열고 난 후 우리는 이제 유럽과 전 세계로 무대를 넓히려 한다. 20년 후에는 많은 국제적 전시를 멋지게 해낸 컬렉션으로 자리매김 했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컬렉션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인식의 장을 넓히게 되기를 바란다. 훌륭한 작품 구입을 통해 컬렉션의 확장과 발전이라는 목표가 계획대로 잘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고, 마지막으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고향인 베를린에 우리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이 생긴다면 정말 행복할 거다.

베를린=신원정 통신원

슈테판 하우프트(Dr. Stefan Haupt, 1962년생)는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부터 베를린에서 변호사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면서 1997년 이래 각종 강의 및 강연활동을 해왔다. 2006년부터 《저작권 보호를 위한 베를린 도서관 연합》 총서의 발행자 및 저자로 활동하고 있다.
www.sammlung-haupt.de
www.facebook.com/sammlung.haupt
매월 첫째 화요일 오후 5시에 큐레이터가 직접 컬렉션을 안내한다.
방문을 원하면 ts@sammlung-haupt.de에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Kim shin’s design essay 2

의리는 이미지를 낳는다

김신  디자인 칼럼리스트

신문을 봐도, TV를 봐도 ‘의리’가 빠지지 않는다. 배우 김보성이 열연한 의리 광고를 처음 봤을 때 정말 웃긴다 싶었지만, 이렇게까지 트렌드가 될 줄은 몰랐다. 온갖 광고와 기사, 댓글 들에서 ‘의리’라는 단어를 인용한다. 신문과 잡지  등 미디어에서는 의리 열풍의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가 쏟아진다. 대충 요약해보면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 한국 사회가 하도 정의롭지 못해서, 법도 원칙도 상식도 힘을 못 써서 정부, 기업, 개인 모두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리’의 첫 번째 사전적 뜻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다. 이 도리를 지키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지금 필요한 건 의리라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의리라는 단어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번 월드컵 한국 대표팀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난의 키워드는 ‘의리 기용’이다. 오히려 의리 때문에 원칙과 상식을 버리고 특정 선수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자기네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줄 때 흔히 쓰는 말 “우리가 남이가?”도 이 의리를 강조한 말이다. 이때 의리는 법과 질서, 정의와 관계 없이, 남이야 어떻게 되든 같은 편끼리 잘 먹고 잘 살자는 뜻이다. 의리의 사전적 의미 중 세 번째가 “남남끼리 혈족 관계를 맺는 일”이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사나이’라는 말은 이렇게 혈족이 아닌데 공동의 이익을 위해 뭉친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배신당하지 않으려고 하는 주문 같은 것이다. 마피아와 다를 바 없는 ‘관피아’라는 사람들이 바로 이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사내들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니 의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하나 있다. 옛날 폭력배들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이다. 아주 조잡한 글씨체로 ‘의리’니 ‘사랑’이니 하는 단어를 몸에다 새겨 넣었다. 조폭 영화 <넘버 쓰리>에 보면 떠돌이 건달 송강호가 새끼 건달들을 키우며 ‘건달’의 의미에 대해 가르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의리’와 ‘충성’을 강조하며 건달 문하생들에게 문신 새길 것을 명령한다. 건달 사부는 말로 하는 교육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낀 것이다. 시각적 기호, 즉 이미지의 필요성을 무식한 3류 건달도 통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코믹한 <넘버 쓰리>와 달리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이스턴 프로미시스>는 런던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마피아의 세계를 잔인하게 묘사한다. 주인공 비고 모테슨은 양 어깨와 무릎에 명예로운 별 문신을 새기는 것으로 조직의 회원으로 인정받는 의식을 치른다. 러시아 마피아의 문신 기호체계는 아주 정교해서 그것으로써 그의 계급은 물론 과거의 행적까지 알려준다.
문신은 지울 수 없는 낙인과 같다. 왜 그런 치명적인 결함을 몸에다 영구히 새길까? 그건 폭력배들이 갖는 직업적 취약성과 관계가 있는 거 같다. 살인과 협박, 갈취와 같은 가장 악질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불법 조직에 조직원의 배신만큼 두려운 건 없다. 한 사람의 배신만으로도 조직이 와해될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 조직원의 배신을 막아야 한다. 배신은 곧 죽음이라는 인식을 뼛속 깊이 각인시켜줘야 한다. 이로써 살벌한 맹세 의식과 문신이 발달한다. 한국의 조폭과 일본 야쿠자의 몸을 휘감은 용 문신은 그들을 지켜주는 신용카드일 뿐만 아니라 그들을 영원히 구속하는 일종의 노예 표시인 셈이다.
그것은 또한 결속과 연대의 뜻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문신은 유럽 중세시대 영주의 문장(紋章)과 맥을 같이하기도 한다. 중세 유럽에서 문장이 발달한 것은 전쟁 때문이다. 기사의 갑옷과 방패, 말 안장 등에 새겨진 영주와 가문의 문장은 전투에서 적과 아군을 구별해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계급과 명예를 드높이기도 한다. 문장의 이미지는 공포스러운 전투에서 도망치지 않고 주군을 위해 기꺼이 ‘명예롭게’ 희생하도록 독려한다. 아시아에서는 유독 일본에서 이런 문장이 발달했다. 왜 그런가? 15세기부터 일본은 극심한 내란 상태였다. 따라서 각 지방의 영주들은 아래 사무라이들의 결속력을 높이고 주군을 위한 희생을 가르칠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 명예로운 가문의 문장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백 마디 말보다 이미지 하나가 사람을 강력하게 통제한다. 태평양전쟁 때 카미가제 특공대원들은 항공모함에서 휘날리는 욱일승천기의 붉은색 태양을 보며 천황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러 떠날 수 있었다.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심벌 역시 당시 독일 젊은이들에게 숭배의 대상이었으며, 10대의 어린 히틀러 유겐트(Hitler Jungend)들은 총통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다.
범죄집단의 문신과 전쟁을 치르는 영주의 문장, 제국주의 국가의 상징체계 모두 법과 질서, 정의가 사라진 탐욕스러운 상황, 쉽게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조건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배신을 막고 복종을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상징 이미지 체계가 발전했다. 우리끼리 배부르고자 할 때, 그러면서도 서로를 믿지 못할 때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의리를 강조한다. 그때 의리의 의미는 사람 사이에서 지켜야 할 도리가 아니라 “우리가 남이가?” 하는 식의 극단적인 집단 이기주의다. 그것은 결속과 배신 방지를 위한 이미지를 낳는다. 국가와 기업, 개인들 사이에서 오늘날처럼 치열하게 경쟁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대는 인류 역사상 없었다. 상징 이미지의 범람이 그걸 말해준다.●

04 hitler jugend

제2차세계대전 히틀러 유겐트 포스터는 사회주의와 유대인이라는 적을 어린 히틀러 유겐트가 나치의 하켄크로이츠 심벌로 막아내고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위·김준 <Tattoo Guys> 혼합재료 120x42cmx4cm(각)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