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숙: 그림자의 눈물
2020. 3. 26 – 6. 6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박영숙, < 그림자의 눈물 10 >, C-Print, 180x240cm, 2019. | ⓒ Park Youngsook and Arario Gallery
박영숙은 여성 신체를 전면에 배치해 여성 몸과 자아에 대한 사회적 억압, 부조리, 성적 권력 구조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역사적, 사회적으로 불온한 배제 대상으로 여겨진 여성성을 강하게 부각하는 도발적인 인물 초상사진을 주로 작업해온 그가 이번에 처음으로 인물이 아닌 자연만을 담아낸 < 그림자의 눈물 > 연작 18점을 선보인다. 삶에 관한 무한한 호기심과 끈질긴 탐구에서 비롯된 여성과 그 정신의 근본을 쫓아온 박영숙의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다.
박영숙, < 그림자의 눈물 6 >, C-Print, 180x240cm, 2019. | ⓒ Park Youngsook and Arario Gallery
< 그림자의 눈물 >은 두 개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첫 번째는 인물의 부재. 기존 인물 사진은 여성의 신체로 화면 전체를 압도하는 구도인데 이는 여성의 존재를 각인시키려는 과감한 시도였다. 반면, < 그림자의 눈물 >은 신체가 아닌 곶자왈이라는 제주도의 한 지역을 담고 있다. ‘가시덤불 숲’을 뜻하는 제주 방언, 곶자왈은 쓸모없어서 버려진 땅이기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을 의미하기도 한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이 자기 멋대로 자란 숲에서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진동한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금기의 장소를 담아낸 작가의 사진은 누군가 존재했음을 강하게 암시하며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여성의 의지와 영적 울림을 내면의 목소리로 바꾼다.
박영숙, < 그림자의 눈물 16 >, C-Print, 120x160cm, 2019. | ⓒ Park Youngsook and Arario Gallery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축은 인물이 부재한 자리를 채우는 오브제다. 박영숙은 지금까지 그가 수집해왔던 골동품 사진, 분첩, 웨딩드레스와 같은 물건을 곶자왈에 배치했다.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 사이에 무심히 놓인 오브제들은 작가의 존재를 인지하게 하는 장치다. 출입이 금지된 곳에 침입한 박영숙의 흔적이 불협화음으로 울리는 이 풍경은 관람객들을 금기된 것과 허락된 것, 일상적인 것과 신비로운 것, 무의식적인 것과 의식적인 것이 맞닿는 교차로로 이끈다. 금지된 곳에서 다시 시작되는 길, 곶자왈로 향한 이 길은 여성의 삶과 박영숙의 정신을 엮어온 성찰의 길이며, 자유로운 정신의 무한한 활동을 통해 확장되고 있는 그의 예술 세계로 열린 길이 될 것이다. 전시는 6월 6일까지.
*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전 현장 예약을 통해 1회 1인 혹은 1팀 대상 프라이빗 전시 관람 형태로 진행한다.
자료제공 : 아라리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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