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
: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2020. 5. 8 – 6. 21

아르코미술관

arko.or.kr


<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 > 전시 전경 | 사진: 홍철기 © 아르코미술관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가 우리를 망쳤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역사 서술 규범은 누가 정의해 왔으며, 아직 그 역사의 일부가 되지 못한 이는 누구인가? 2019년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펼쳐진 전시는 2020년 귀국전을 통해 한국에서 질문을 이어간다. 전시는 특히 근대성과 동아시아를 ‘젠더’라는 렌즈와 ‘전통’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접근한다. 아시아 근대화 과정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바탕으로 전통이 발생하는 관계를 사고하며 나아가 젠더복합적 인식을 통해 아시아에서 서구 근대성의 규범과 경계 발생을 넘어서는 전통의 새 가능성을 탐색한다.

*전시 제목은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으로, 사용에 저자의 동의를 얻었다.

<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 > 전시 전경 | 사진: 홍철기 © 아르코미술관 

전시에는 세 명 작가가 참여했다. 남화연은 동양 춤에 관한 원대한 이상을 가지고 스스로 전통의 근대적 발생을 수행했으나 민족, 이데올로기적 구도에서 표류하며 근대적 경계에 구속되었던 20세기 무용가 최승희를 하나의 예술적 사건으로 전환한다. 정은영은 최근 십 년 간 연구해온 여성국극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서 퀴어 공연의 상상적 계보를 구축하고 서로 다른 세대 퍼포머들의 퍼포먼스 미학에 집중한다. 제2 갤러리에 위치한 제인 진 카이젠의 작품은 공동체에서 탈각된 딸 이야기인 바리설화를 서구 식민적 근대(Colonial modern)의 경계성과 디아스포라의 멜랑코리아를 탈주하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해석한다.

<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 > 전시 전경 | 사진: 홍철기 © 아르코미술관 

복합적인 서사를 배치해 역사에 개입하는 세 작가의 예술 행위에는 문명과 문화 기획에 개입된 권력과 체제의 논리, 통념이나 관습의 폭력성, 그러한 역사의 규범에 저항하고 그것에 균열을 일으키는 예리한 질문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전시장에 울려 퍼지는 소리, 리듬, 파동, 산포적인 이미지 연쇄, 몸과 움직임에 발현되는 촉지적 지식 수행, 그리고 타자와 더불어 자신을 형성해가는 정동(affect)의 경험이다. 전시는 가려지고 잊혀지며 추방되고 비난받거나 목소리를 내지 말아야 했던 이들에게 다시 자리를 내어준다. 이들은 읊조리고, 노래하고 울고, 웃고, 발산하고 움직이고 춤추고 마침내 큰 소리로 외친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자료제공 : 아르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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