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Picks
올해의 작가상 2024
국립현대미술관 10.25~2025.3.23
《올해의 작가상 2024》의 후원작가 윤지영, 권하윤, 양정욱, 제인 진 카이젠은 다채로운 목소리로 동시대를 새롭게 조망한다. 윤지영은 조각이 지닌 안과 밖의 속성을 활용해, 외부의 사건이나 상황이 개인의 태도에 미치는 영향, 또는 ‘더 나은’ 상태를 위한 노력들을 형상화해왔다. 이번 전시의 신작 〈간신히 너, 하나, 얼굴〉에서는 소원을 빌며 바치는 밀랍 봉헌물에서 영감을 받아,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친구들의 마음을 담은 조각을 선보인다. 권하윤은 기억과 기록의 개념을 재고하며, 가상현실(VR)을 통해 새로운 기억의 경험을 창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작품 3점과 함께 신작 〈옥산의 수호자들〉을 공개한다. 이 가상현실 설치 작품은 친구가 된 대만의 부족장과 일본 인류학자의 이야기를 담아, ‘적’이라는 거대한 개념 뒤에 가려진 관계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양정욱은 일상에서 포착한 장면들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조각과 이야기로 그가 바라는 삶의 모습을 표현한다. 그의 작업은 고난과 희망이 반복되는 인간 행동 속에서 삶의 의미를 드러낸다. 신작 〈아는 사람의 모르는 밭에서〉는 텃밭을 배경으로 사람이 남긴 흔적이 주는 위안을 얘기한다. 시적이고 수행적인 영상으로 잘 알려진 제인 진 카이젠은 이번 전시에서 신작 3점을 포함하여 총 7점의 영상으로 구성된 연작 〈이어도 (바다 너머 섬)〉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지역공동체와의 오랜 협업을 바탕으로 제주의 자연, 역사, 문화, 오늘날의 쟁점을 심도 있게 탐구하며 다층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니키 노주미: 누군가 꽃을 들고 온다
바라캇컨템포러리 11.13~2025.1.12
전시 제목 “누군가 꽃을 들고 온다(Someone is coming with a flower)”는 우화적인 대형 회화로 잘 알려진 노주미가 1976년에 제작한 첫 모노타이프의 제목이자, 작품 속에 페르시아어로 쓰인 문장에서 비롯됐다. 이는 곧 오는 혁명을 예견하듯 민주화에 대한 기대와 염원을 담았지만, 결과적으로 더욱 극심한 독재 체제가 수립되면서 니키 노주미 개인의 삶은 물론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수많은 희생을 야기한 비극을 암시한다. 이번 전시는 이란 혁명 이전에 제작된 작품 3점과 함께, 노주미가 이란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한 직후인 1981년 마이애미에서 제작한 60여 점의 모노타이프를 최초로 공개한다.
1979년 이란 혁명은 니키 노주미의 삶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를 구분 짓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1976년 작 3점은 이 시기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서 정치적 저항의 어둠과 희망 양쪽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작가의 초기 화풍과 기법적 실험을 엿볼 수 있다. 추상과 구상을 결합하기 시작한 이 작품들은 정치 포스터와 풍자 만화에서 자주 활용된 일러스트적 화풍을 동시에 담고 있다.
1981년 작 모노타이프들은 니키 노주미의 작업 중에서도 드물게 작가 개인의 삶을 직설적으로 반영한 점이 특징이다. 열정적이고 즉흥적인 표현 방식은 그의 이전이나 이후의 작품들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전시된 모노타이프들은 적게는 4장, 많게는 18장까지의 판화를 연결해 이음새가 보이도록 구성했다. 이러한 격자 형식의 구성은 회화 평면을 수평, 전경, 배경 등으로 구분하는 동시에 각 종이 단위가 독립적으로 작용하며 여성의 얼굴 등 완전히 새로운 주제를 제시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격자를 활용한 방식은 모사할 때 사용되는 전통적인 기법이기도 하지만, 노주미는 이를 화면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며 자신의 내면과 분열된 세계를 환기하는 장치로 사용한다.
손윤원: 발 아래 머리 위
인사미술공간 11.16~12.1
손윤원은 장소특정적 설치, 조각, 드로잉,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환대의 개념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는 바닥이라는 물리적 토대를 중심으로, 바닥과 몸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관계를 전시장의 공간적 특성에 맞춰 풀어낸다.
1층에는 관객이 직접 앉을 수 있는 평상 형태의 구조물을, 2층에는 경사진 바닥 작업을 배치하여 공간과 신체의 관계를 환기한다. 관객은 기울어진 바닥이라는 물리적 기반 위에서 조각 작품과 소리의 결합을 감각적으로 경험하며, 자신과 공간 간의 관계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손윤원은 작가이면서 엄마, 누군가의 동료이자 이방인이라는 다양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의 작업들을 구성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 거주했던 이방인으로서의 경험과 바닥에 대한 한국적 문화 특수성을 교차시킨 작품 〈썬베드〉를 통해, 내부와 외부, 주인과 손님 등 경계적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한다. 또한, 타지에서 만나 각자의 모국으로 돌아간 뒤 일부는 엄마가 된 동료들과 원격으로 협업하여 제작한 엽서 작업 〈POST〉를 선보이며, 거리와 시간, 경계를 넘어선 협업의 의미를 담아낸다.
장종완: 누아르 마운틴
아마도예술공간 10.25~11.24
장종완은 그림의 이야기와 도상, 그림의 도구, 그림이 그려질 자리까지 자신의 작업 전반을 아우르는 실험들을 조망한다. 이는 초기부터 현재까지 작업에 내재한 요소들로, 작업의 변화와 되돌아옴이 반복되는 순환 과정 속에서 생성된 산물이다. 이번 전시는 이전 개인전들처럼 주제나 스타일의 통일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과거 작업의 개별적 요소를 복원하면서도 현재의 스타일을 적용하고, 전시의 맥락에 따라 과거 작품들을 새롭게 소환한다. 장종완은 각각의 작품을 마치 부조리극 속 캐릭터 같은 독립적 인물로 상정하며, 전시장 전체를 그들이 이야기를 펼치는 장소(혹은 상황)로 설정한다. 각 인물은 아크릴, 과슈, 유화, 잉크, 색연필 등 회화적 재료의 실험으로부터 종이, 캔버스, 가죽, 지구본 등의 표면 위에 표현되기도 한다. 또한 여러 오브제의 조합이나 영상 매체를 통해 드러나며, 작가가 구축한 극의 서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오묘초: 피들헤드: 가끔 신기하고 반짝이는 것이 지나갔다.
부암아트 10.25~11.13
오묘초는 유리를 주재료로 문학, 바이오환경학, 생물학에 대한 관심을 더욱 심화시키며, 이번 개인전에서 이러한 탐구를 실험적으로 펼친다. 전시 제목인 ‘피들헤드’는 양치류에 속한 식물을 일컫는 말로, 나선형으로 말려 올라간 잎이 바이올린의 머리 부분인 피들헤드와 닮았다고 하여 붙여졌다. 고대에는 이 나선형 모티브가 인간의 생명과 죽음, 재탄생의 순환을 상징하며 재생과 새로운 생명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오묘초는 이 나선형 모티브를 확장하여, 원형으로 진화한 전시 공간을 ‘심해’라는 미지의 세계로 상정한다. 그는 이 공간을 은과 유리로 성형된 반짝이는 조각들로 가득 채워, 심해를 유토피아적인 꿈의 공간이자 동시에 현실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장소로 변모시킨다. 이 상상의 세계에서 오묘초는 은으로 만든 유리 조각들에 시간의 흐름을 은유적으로 투영하며, 극한의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살아가는 심해 속 존재들의 생명력과 순환의 주기성을 드러낸다. 이는 인간 중심주의를 비판하며, 인간이 지구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상기시키고, 미지의 생명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구의 균형을 함께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Two- side love
지갤러리 10.23~11.23
벌어진 틈 사이에 서 있는 여성 신디 지혜 김, 우한나, 대드보이클럽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중적 사랑, 인식, 가치의 덩굴을 탐구하며 그 너머를 바라는 시도를 보여주는 전시. 이들의 작업은 아름답고 화려하면서도 동시에 섬뜩할 만큼 직설적이고 강렬한 태도와 시각 언어로 가득하다. 신디 지혜 김의 흑백 회화는 양면적인 이미지와 이야기가 중첩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나뭇가지 덩굴처럼 펼쳐진 아치와 병치된 작품 〈Thousand-Eyed Monster〉는 반투명한 화면에 섬세하게 그려진 수많은 실루엣을 통해 은유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화면 중앙에 배치된 한국 전통 가면 ‘방상시 탈’은 애도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가면/탈이 실체를 은폐하거나 대신하는 도상으로 기능한다. 이는 물리적 표면과 신체 너머에 존재하는 것에 대해 상상하고 탐구하도록 유도한다. 우한나의 조각은 대비되는 가치를 양립시킨다. 높게 매달린〈Bleeding-Cocoa〉는 말라가는 껍질처럼 바스락거리는 질감과 뾰족한 가시 또는 넝쿨을 닮은 실루엣을 가진 우아하면서도 서늘한 아름다움을 품은 ‘꽃’이다. 이 꽃은 관상의 대상이거나 그윽한 향을 기대하기보다는 관람자가 잠시 주저하게 만드는 낯선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대드보이클럽은 여성으로서 마주하는 현실을 직설적으로 짚는다. 영상작품〈S/Z〉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만난 두 인물, S와 Z의 대화를 통해 견고하게 자리 잡은 여성(성)에 대한 환상과 편견을 비판하며, 이들은 서로를 해방시키고 동시에 억압하는 사랑을 표현한다.
토미야스 라당: Old Soul -New Soul
에스더쉬퍼 11.8~12.24
토미야스 라당이 제작한 나무 프레임에 담긴 신작 회화, 조각,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그의 작품세계를 폭넓게 탐험할 수 있는 전시. 카리브해의 과들루프섬과 프랑스를 오가며 자란 토미야스 라당은 기억과 춤에서 비롯된 몸짓에 대한 기억을 중심으로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흑인 문화는 기억과 움직임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며, 그 움직임은 깊은 영적 이야기와 고대 지식에 연결된다. 또한 그것은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동시에 여전히 진화하며 살아있는 것이다.
라당은 작품 전반에 걸쳐 움직임과 몸짓을 강조하여 의미의 유동성과 무형적 존재를 표현한다. 전시 제목인 ‘올드 소울–뉴 소울’은 세대에 걸쳐 전해지는 지식의 중요성과,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모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신념을 반영한다.
딜리네스: 타이드 채널링
로쿠스 솔루스 10.16~11.16
이윤이와 조재영이 구성한 아티스틱 리서치 듀오 딜리네스의 예술적 여정은 구체적인 ‘장소’에서 펼쳐진다. 그들은 전라남도 신안 중도의 여름을 귀 기울여 관찰하며, 장소의 감각을 일깨우는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소금을 실어 나르던 폐목조선, 조수 간만의 리듬에 따라 드러나는 물길과 노둣길은 풍경 너머, 그 위에 새겨진 수많은 마음과 정령의 흔적을 품고 있다. 젤 플레이트 위에 얹혀있는 매듭과 대기의 흔적들은 장마의 습기, 염전의 태양, 소금기를 머금은 밀물과 썰물, 대화와 사유, 작업과 생활 사이의 간극을 담아낸다.
무안에서 가져온 황토와 변화무쌍한 날씨, 네 개의 손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롤 판화는 마치 그 시간을 직조한 하나의 직물처럼 느껴진다. 딜리네스는 이러한 교감을 문학과 인류학을 경유하는 여성적 글쓰기, 질료적인 영상, 확산하는 조각 등의 매체를 통해 표현한다. 더 나아가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유형과 무형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적인 시각 언어를 창조하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만질 수 있는 것과 만질 수 없는 것, 과거와 현재, 개인과 집단의 기억을 이어주는 연금술적 상상력으로 시각적 서사를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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