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미술시장 결산과 변화
이경민 미팅룸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
Art Market Report
2025년 한 해 미술시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그 파급 효과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전반적으로 시장 규모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많은 갤러리의 폐관 소식과 지역 대표 아트페어의 종료 소식이 이어진 가운데, 글로벌 기업인 바젤과 프리즈는 중동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에, 2026년은 중동 아트마켓 성장의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이며 오일머니의 유입을 통해 미술시장의 오랜 침체가 극복될 것이라는 희망이 고개를 든다. 지난 하반기 소더비 뉴욕에서는 기록적인 낙찰이 이뤄지며 새해는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025년 미술시장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보통은 호황기나 침체기 구분 없이 전시, 아트페어 및 경매가 실적은 각기 달라도 대체적인 흐름은맥을 같이 하지만 2025년은 달랐다. 국내 경매는 6월부터 약반등 양상을 보였고 외국 경매사는 주요 컬렉션 경매에서 일부 역대급 낙찰액을 기록했지만, 부서를 폐지하거나 인원을 감축하며 운영비 절감을 시도했다. 상당수 갤러리가 폐업 및 폐관 소식을 전했고 사업 모델 변화를 예고했으며 반대로 확대나 연합을 알린 곳도 있다. 일부 아트페어는 확장을, 다른 아트페어는 개최 취소를 발표했다. 2025년은 전반적으로 2023년부터 가시화된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채, 파편화된 사례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아울러 미술계 전반에서 중요하게 다뤄온 ‘다양성’이 점차 강조되며 한국 작가들, 특히 여성 작가들이 국제 미술계와 미술시장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였다. 인종과 국적, 세대와 성별 및 성적 지향 등의 정체성뿐 아니라 작품 매체에 이르는 다양성 추구는 윤리적·정치적 이유 외에도 여러 성격의 전시와 컬렉터까지 고려하는 전략이다. 여성 작가뿐 아니라 여성 컬렉터의 참여도 늘었다. 고액자산가 컬렉터 3,100명(남성 51%, 여성 49%)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4~2025년 미술품 구매에 여성이 남성보다 46% 많은 금액을 지불했다.1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주식시장이 2025년 3월에 급락하고 이후 4월부터 10월까지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주요 시장 추이와 궤를 달리해 온 미술시장에 대한 전망은 다소 어두운 편이다. 본고에서는 개별 아트페어의 주요 세일즈나 경매 결과가 아닌, 2025년의 전반적인 현상을 살피고 분석하고자 한다.

정체된 시장규모 vs.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아트바젤과 UBS가 발표하는 「아트마켓 리포트 2025」가 집계한 2024년 미술품 거래총액은 2010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2010년 570억 달러 이후 증가해 2014년 682억 달러를 기록했고,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다 2022년 681억, 2024년 575억 달러(약 84조8240억 원)로 집계된다. 미술시장 규모는 15년 동안 별반 성장하지 않았다. 갤러리와 아트페어의 수와 종사자 수가 증가했고 컬렉터도 증가했으나 여전히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하다. 침체가 지속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한편 거래총액은 줄었지만 거래 작품 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고가 작품 거래가 줄고 컬렉터는 더 신중해졌음에도 비교적 낮은 가격대의 작품에 대한 수요는 존재한다는 의미다. 작품의 평균가격은 감소했지만 거래량은 떨어지지 않고 증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라 볼 수 있겠다.

갤러리: 폐업 또는 모델 변화, 그리고 무책임한 파산
굵직한 갤러리들의 휴폐업 소식은 2025년 한 해 부쩍 늘었다. 경영악화 또는 파산, 지점 철수, 그리고 사업 모델과 방향 전환 등 이유가다양했다. 1975년 설립된 유서 깊은 스페로네 웨스트워터(Sperone Westwater)는 50년 동안 운영되었으나, 공동대표 스페로네가 웨스트워터를 불법 거래로 고소하면서 폐업을 선언했다.2 2011년 브루클린에 개관한 클리어링(CLEARING)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와 해럴드 앤카트 등 스타 작가를 초기부터 소개했고, LA로 지점을 확대했다. 또한 2022년부터 매해 참가해 온 아트바젤 바젤에 2025년 돌연 불참하고 대신 근처에 저택을 빌려 소속 작가의 작품을 대거 소개했다.
아트바젤에서 판매가 부진할 경우를 대비해 부스보다 10배 넓지만 더 저렴한 공간을 대관하는 방식을 택해 큰 주목을 받았지만, 갤러리는 이미 막대한 적자에 시달려왔다. 결국 폐업하며 파산신청과 건물주와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3 컬렉터 애덤 린드먼이 2012년 설립한 비너스오버맨해튼(Venus Over Manhattan)은 개성 있는 전시로 주목받았지만 역시 올해 폐업을 선언했고 린드먼은 컬렉터로 돌아갔다. 2013년 개관한 파리의 하이아트(High Art)도 폐업 후 다른 활동을 고려 중이라고 언급했고, 2013년 런던에 개관하며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아 온 프로젝트 네이티브인포먼트(Project Native Informant)도 폐업 소식을 전했다. 스테판프리드먼갤러리(Stephen Friedman Gallery)는 뉴욕 지점을 철수하고 런던 본사에 집중하며, 스티븐 (Stevenson)도 요하네스버그 지점을 철수하고 케이프타운과 암스테르담 지점만 운영한다. 서울 지점을 운영해 온 쾨닉 서울과 VSF 서울은 최근 휴업 상태를 지속하다 철수했고, 페레스프로젝트는 독일 본사가 파산 선고를 받고 철수, 원앤제이갤러리 역시 휴업에 들어갔다.
공간을 폐관하고 사업 모델을 변화하는 갤러리도 있다. 전속 작가를 바탕으로 전시를 개최하거나 아트페어에 참여하지 않고 작품을 거래하거나 외부와 협업하는 모델이다. 1994년 LA에 개관한 블럼앤포(Blum & Poe)는 1995년부터 요시토모 나라, 1997년부터 무라카미 다카시와 협업했고 2014년 도쿄에 진출했다. 2023년 공동 설립자 제프 포가 떠나며 블럼으로 명칭을 변경한 이후 아트페어에도 꾸준히 참여해 왔지만, 팀 블럼 대표는 내부 공지조차 없이 언론에 2025년 7월 폐관을 발표하고 8월 운영을 종료했다. 그는 경영악화가 아니라 미술계 시스템 부조리에 지쳤다며 폐관의 사유를 설명하고 유연하고 새로운 모델을 모색 중이라고 알렸지만, 실상은 달랐다. 전직 직원은 아트페어 판매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무리하게 그해 가을에 뉴욕 지점 개관을 준비하던 상황이었음을 알리며, 폐관으로 인해 수십 명의 직원이 하루아침에 해고되었다고 폭로했다.4 카스민(Kasmin)은 1989년 뉴욕 소호에 설립되어 1999년 첼시로 이전해 2018년 플래그십 공간을 세웠다. 설립자 폴 카스민은 2020년 사망 전 올니 회장 및 글리슨 시니어 디렉터와 갤러리의 방향성을 논의했고, 이들은 2025년 올니글리슨(Olney Gleason)으로 갤러리 명을 변경하면서 카스민의 유산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갤러리 폐관 및 폐업 러시의 원인은 경기 침체 영향은 물론, 수익에 비해 지출이 증가해 생긴 경영난이 대부분이다. 작가의 미래를 위해 메가 갤러리로 떠나 보내거나, 적자에도아트페어에 수천, 수억 원을 들이는 사연은 안타깝다. 호황기에 몸집을 키우다 경영난으로 지점을 철수하고 감원 후 폐관 또는 폐업에 급기야 파산신청과 소송까지 진행되는 경우에도 기존 갤러리의 주요 인력은 더 큰 곳으로 이직하게 되는 역설적인 순환구조도 보인다. 결국 자본력을 갖춘 메가 갤러리와 1인 기업에 가까운 소규모 갤러리만 남는 것은 아닐지 의구심이 든다.
여기에서 미술시장이 힘들다는 점 외에도 생각할 바가 있다. 아직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작가나 위탁자에게 작품 판매대금을 정산하지 않은 채 폐업하고 파산 절차를 밟거나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여럿 있다. 일부 무책임한 갤러리와 경매사의 폐업 및 폐관 소식이나 불법 행위 뒤에는 선량한 피해자들, 즉 작가와 고객, 직원, 외부 업체 등이 있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스페로네웨스트워터 외관
출처: 스페로네웨스트워터 홈페이지 스페로네웨스트워터에서 2025년 12월 13일에 종료된 리처드 롱의 개인전 《Full Moon》은
갤러리의 마지막 전시가 됐다. 1975년 개관하여 칼 안드레의 전시를 시작으로, 그간 더글라스 휴블러, 온 카와라, 브루스 나우만, 리처드 롱 등
세기를 대표하는 주요 작가들과 함께 해온 본 갤러리는 12월 31일 자로 공식 폐관했다. 편집자주

하우저앤워스의 팔로 알토 갤러리 외관
사진: Jon McNeal 제공: Hauser & Wirth
갤러리: 지점 확대와 협업을 통한 영역 확대
반대로, 지점을 확대하고 새로 개관하는 메가 갤러리도 있다. 하우저앤워스는 2026년 봄 실리콘밸리의 팔로 알토에 지점을 개관하고, 이탈리아 팔레르모의 성을 리노베이션해 2030년 개관할 예정이다. 한편 페이스갤러리와 디도나갤러리, 소더비의 데이비드 슈레이더가 공동 설립하는 페이스디도나슈레이더갤러리는 재판매(secondary)에 주력하는 갤러리로 2026년 뉴욕 개관 예정이다.
이미 거래된 작품이 재거래되는 2차 시장을 별도로 다루는 이유는 뭘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침체든 호황이든 2차 시장에 컬렉터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앞선 시대의 작품이 많고 작가의 연배가 높거나 사망한 경우 희소성이 높기에, 컬렉터에게는 가격 방어에 유리하며 갤러리에는 안정적 수익을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둘째, 재판매 작품은 가격 책정이 비교적 자유롭다. 1차 시장과 2차 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1차 시장 가격은 작가나 그 유족과 재단이 작품 가격 책정에 관여할 수 있는 데 반해, 2차 시장에서는 창작 주체의 손을 떠난 뒤라 판매자 주도로 구매자와의 협상을 통해 판매가가 정해진다. 셋째, 2차 거래 시 소속 작가 외에도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다룰 수 있기에 기존 프로그램에 얽매이지 않고 세일즈가 가능하다. 넷째, 경매사가 프라이빗 세일즈를 강화하며 2차 시장의 영향력을 장악하는 가운데, 오랜 기간 2차 시장 블루칩 작가를 다루며 컬렉터를 축적해 온 디도나갤러리 팀과 소더비의 프라이빗 세일즈를 이끌어온 슈레이더와의 협업을 통해 2차 시장에서 갤러리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일찍이 2021년 페로탕은 바스톡앤러셀과 파트너십을 통해 페로탕세컨더리를 개관했으나, 2023년 지분을 정리했다. 이는 유망한 사업 모델이 항상 성공하거나 갤러리 정체성과 맞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카타르 도하의 문화지구 므셰이렙(Msheireb)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M7 외관.
2026년 2월 아트바젤 카타르가 이곳에서 열린다
제공: Art Basel
아트페어: 오일머니의 힘과 디지털아트의 가능성
아트바젤과 프리즈가 모두 2026년부터 중동에서 개최되면서 양대 구도가 더욱 강해진다. 새해 2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되는 아트바젤 카타르는 이례적으로 예술감독을 선임했는데, 작가 와엘 샤키의 지휘 아래 주요 작가 9인/팀의 장소특정적 대규모 조각과 설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특별 프로젝트와 갤러리 섹터를 모두 아우르는 주제 ‘Becoming’을 제시했다. 87개의 참가 갤러리 모두 개인전 부스를 선보이는데, 바라캇컨템포러리(김윤철), BB&M(임민욱), 악셀베어보르트(김수자), 에스더쉬퍼(아니카 이)가 참가해 한국 및 한국계 작가를 소개한다.
프리즈 아부다비는 11월부터 아랍에미리트의 대표 아트페어인 아부다비 아트를 대체한다. 이에 루브르 아부다비와 12월 초 개관한 자이드 국립박물관, 개관을 앞둔 구겐하임 아부다비가 위치한 사디야트 문화지구(Saadiyat Cultural District)에서 개최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는 국가 정책에 따라 전 산업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왔다. 자국 박물관과 미술관을 짓고, 지분을 인수하거나 공동 주최하면서 주요 미술관 분관부터 경매사와 아트페어까지 유치하며 문화예술 인프라를 구축했다. 앞으로 중동 지역이 문화, 경제, 관광 허브로 기능하는 데 국제 아트페어가 주요 역할을 할 것이다.5 필자가 본지(『월간미술』 2025년 4월호)에 언급한 것처럼 “새로운 자본과 컬렉터가 필요한 시장 주체와 문화 산업 콘텐츠와 인프라가 필요한 국가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6 움직임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타이베이 당다이는 2026년 7회 행사 개최를 취소하고 모델과 개최 시기, 규모 등을 재고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아트딜러협회(ADAA)가 개최해 온 더아트쇼(The Art Show)는 돌연 2025년 37회 행사를 취소한 뒤, ‘ADAA 페어’로 명칭을 변경해 2026년 11월 재개한다. 아트페어의 수와 참가 비용이 늘어나자 갤러리들도 선별에 애쓰는 상황에서 차별성과 정체성에 대한 재고 없이 비슷한 아트페어가 생겨나고 명맥 유지에 급급한 현상은 우려를 낳는다.
한편 아트바젤은 12월 마이애미 비치에서 디지털 큐레이션 플랫폼인 제로텐(Zero 10)을 발표했다. NFT 플랫폼이자 커뮤니티인 오픈시 (OpenSea)의 지원을 통해 성사되었다. 12곳의 갤러리와 플랫폼, 스튜디오가 참여한 본 섹션은 2026년 3월 홍콩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디지털아트 전시와 판매 모델을 제시하고 아트바젤의 비지니스 영역을 확장한다는 제로텐의 명분은 고액자산가 3,100명 중 51%가 2024~2025년 디지털아트를 구매했고, 컬렉션 중 디지털아트의 비중이 13%로, 회화 23%와 조각 15%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는 ’Survey of Global Collecting 2025’7의 조사를 통해 디지털아트의 수요를 재확인하고 관련 갤러리와 작가를 포섭하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이는 디지털아트 부서를 폐지하거나 인원을 감축한 경매사와 상반되는 행보다. 일단 제로텐의 첫 전시에 소개된 비플의 〈Regular Animals〉(2025)는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조스부터 김정은, 앤디 워홀과 피카소, 그리고 작가 자신의 얼굴을 한 로봇개를 선보였다. 카메라로 주변을 촬영하고 AI를 활용한 제너레이티브 이미지를 ‘배설’하는(실제로 배변 모드(poop mode)를 통해 종이를 배출) 프로젝트로, 일부는 무료 NFT를 받을 수 있는 큐알 코드가 출력되었으며, 각 10만 달러의 로봇은 모두 판매되었다.8 잭 부처의 〈Self Checkout〉(2025)은 작가가 제작비로 사용한 7만5000달러를 충당하기 위해 관객으로 하여금 원하는 비용을 결제하도록 한 프로젝트로, 많은 관심과 비판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비플〈Regular Animals〉카메라와 인공지능 필터 등을 장착한 로봇개 6개 2025 제공: Art Base
경매사: 매출 하락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
11월 소더비 뉴욕의 ‘레너드 로더(Leonard A. Lauder) 컬렉션’ 경매에서 클림트의〈엘리자베트 레더러의 초상〉(1914~1916)이 20분 넘는 경합 끝에 추정가 1억5000만 달러(약 2211억9000만 원)를 훌쩍 넘겨 낙찰되었다. 구매자 수수료 포함 2억3600만 달러(약 3480억 원)를 기록한 가장 비싼 근대미술 작품이자, 〈살바도르 문디〉(1500년 초 경)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싼 작품이 되었다. 〈살바도르 문디〉의 소유자는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로 알려졌고, 위 〈레더러의 초상〉의 낙찰자가 아랍에미리트의 대통령이자 왕세자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이라는 소문이 맞다면, 오일머니의 영향력은 이처럼 희소성과 유명세, 이슈를 모으며 지속될 것이다.9
언급했듯, 침체기에는 미술사 거장의 작품이나 근대미술품으로 돈이 움직인다. 지난 11월 소더비의 초현실주의 경매에서는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엘 수에뇨(El Sueño(La Cama))〉(1940)가 5470만 달러(약 806억7000만 원)에 판매되면서 여성 작가와 남미 작가의 경매 최고 기록을 동시에 경신했다.
아울러 주요 경매사들은 3자 보증을 도입했다. 초고가 작품 거래에 적용되던 3자 보증은 외부 계약자가 특정 금액에 구매를 보증하면, 상위 입찰이 없을 경우 계약자가 낙찰받는 구조로, 2025년 5월 뉴욕 경매 출품작의 60% 이상이 3자 보증 작품으로 분석되었다. 위탁자와 경매사에게는 판매가 보장되고, 보증자에게는 타인이 낙찰받을 경우 수수료를 보장함으로써 불안정한 시기에도 작품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지만, 사전 협상된 가격과 실제 수요 가격 사이의 괴리를 부추기므로 응찰자에게는 불리한 제도다.10 이 밖에도 경매사들은 경매 48시간 전까지 낮은 추정가 이상으로 서면 입찰한 우선입찰자에게 가격 구간에 따라 구매자 수수료를 1~4% 할인해주는 우선입찰제를 통해 수수료를 낮추거나, 위탁자 및 구매자 수수료를 전격 개편하며 진입 장벽을 낮추는 등 침체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11
아트바젤이 디지털아트에 집중하는 반면, 경매사의 행보는 반대다. 소더비는 2024년 디지털아트 부서의 감원을 단행했다. 크리스티는 2021년 비플의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를 693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770억 원)에 판매하며 NFT를 널리 알렸고, 2025년 AI 기획 경매를 시도하여 논란 속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냈으나, 결국 2025년 10월 디지털아트 부서를 전면 폐지했다. 침체기에도 고가에 거래되는 작품은 작품성과 안전성이보장되고 희소성 측면에서 가치를 높이 평가받을 만한 거장 작가나 스타 작가의 작품이며, 공개 경매보다 프라이빗 세일즈가 증가하는 경향을 띤다. 동시대 미술보다 마스터피스에 대한 수요가 강해지며 디지털아트와 NFT의 판매 성적이 부진한 가운데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클림트의 〈엘리자베트 레더러의 초상〉이 소더비 뉴욕에서 1억5000만 달러에 낙찰됐다
제공: Sotheby’s 
프리즈는 올해 11월 마나라트 알 사디야트(Manarat Al Saadiyat)에서 프리즈 아부다비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페어장 외관 상상도
제공: Frieze
역할과 전략
시장 규모에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작가도 작품도, 이를 거래하는 갤러리와 딜러의 수도 증가했지만 작품을 소장할 컬렉터는 한정적이다. 컬렉터는 개인뿐 아니라 미술관과 기관, 기업까지 포괄하지만, 수요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통적 모델에 한계를 느낀 시장 주체들의 고민이 깊어진 한 해였다.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불참하는 갤러리가 늘자 아트페어는 신규 갤러리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비용이나 기준을 낮추고, VVIP를 위한 프리뷰 시간대를 신설한다. 경매사도 수수료를 조정하고 새로운 세일즈 모델을 세우며 판매를 보장한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똑같은 아트페어가 더 필요한가? 갤러리에게 아트페어는 ‘작품을 판매하는 가장 비싼 채널’이다. 갤러리가 참가하고 관객이 관람할 이유가 있는 아트페어가 아니라면 계속 지속하고 새로 설립될 필요가 있는지 자문할 일이다.
갤러리의 폐업 및 폐관 러시, 아트페어 개최 취소, 경매사의 낙찰액 감소는 분명 침체기에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운영에 일부 변화를 주고 재정비하는 것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물론 무책임한 파산과 불법 행위를 통해 작가나 컬렉터, 위탁자 등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법과 도덕, 경제적 책임을 다해야 마땅하다.
2020년의 팬데믹으로 미술시장이 온라인으로 이동했다면, 이후 다시 찾아온 침체기에 시장 주체들은 모델 변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 전통적인 각 주체의 핵심 역할을 잊지 말되, 위험 분산과 침체기를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재구상하는 전략은 필수다. 팬데믹 이후 데이비드즈워너, 사디콜스, 하우저앤워스 같은 메가 갤러리들이 소외되었거나 아직 덜 알려진 작가와 갤러리를 위해 온오프라인 공간을 열어주고 수수료를 분배했던 것처럼, 그리고 아이웨이웨이와 볼프강 틸만스 같은 스타 작가들이 작품 판매금액을 기증하거나 프린트를 무료로 배포하고 판매하도록 배려했던 것처럼 연대와 배려가 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새해에는 각 주체의 다양성과 역할, 특성을 존중하고 협업하는 소식이 더 많이 들리기를 바란다.
*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한 ‘2025 한국 미술시장 결산 세미나’에서 필자가 발표한 ‘해외 미술시장 동향 및 한국 작가와 갤러리의 활약’ 중 ‘동향’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화하고 분석을 추가한 것이다
** 달러 환율은 2025년 12월 18일 적용 환율에 따름
1 ‘The Art Basel and UBS Survey of Global Collecting 2025’ p.94
2 Alex Greenberger “Sperone Westwater Founders Are Locked in Legal Battle as Gallery Prepares to Close” ARTnews 2025.11.18
3 Katya Kazakina “The Storm Hits the Art Market” Artnet News 2025.9.7
4 “Ex-Blum Staffers Speak Out on Closure” ARTnews 2025.8.1
5 이경민 “국제 무대의 한국 신진·중견 작가와 갤러리: 도전과 확장” Korean Artist Today 2025.8.27
6 이경민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1분기까지 국내외 미술시장: 현상과 전망」 『월간미술』 2025년 4월호 p.144
7 ‘Survey of Global Collecting 2025’ pp.60~62
8 Maxwell Rabb, “Beeple Debuts Robot Dog Installation Featuring Elon Musk and Andy Warhol at Art Basel Miami Beach” Artsy 2025.12.6
9 Kenny Schachter “Tech Titans and Gulf Giants Duel” Artnet News 2025.12.9
10 예술경영지원센터 「2025년 3분기 국내외 미술시장 동향 및 이슈 조사 리포트」 2025 pp.30~31
11 위 보고서 p.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