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바젤 홍콩에서 펼쳐진
루이 비통 × 프랭크 게리 20년 협업

노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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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전경 제공: 루이 비통

루이 비통은 2026 아트바젤 홍콩에서 하나의 회고적 서사를 제시했다. 이번 전시는 건축가 프랭크 게리와 20여 년간 이어온 협업을 기념하는 자리로, 건축에서 출발한 그의 조형 언어가 디자인과 오브제로 확장되는 과정을 8개의 챕터로 구성해 조망했다.

전시는 게리의 대표 건축 프로젝트를 출발점으로 삼아 드로잉, 마케트, 완성된 오브제를 연대기적으로 배치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하나의 아이디어가 물질로 전환되는 과정을 따라가며 그의 창작 방식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특히 물고기와 돛에서 비롯된 유기적 곡선은 전시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모티프로, 금속·유리·가죽 등 다양한 재료 속에서 반복적으로 변주된다.

프랭크 게리
사진:Kroes Mario 제공:루이 비통

게리의 조형 언어는 루이 비통과의 협업을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2014년 파리에 완공된 루이 비통 재단은 유리 돛 구조와 빛의 흐름을 강조한 건축으로, 양자의 협업이 공간 차원에서 구현된 대표적 사례다. 같은 해 발표된 ‘트위스티드 박스’백은 전통적인 트렁크 형태를 비틀어 조각적 오브제로 전환하며, 건축적 사고를 패션 오브제로 번역한 작업이다.

이후 협업은 점차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된다. 2019년 완공된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은 곡면 유리 파사드를 통해 건축과 도시, 브랜드 경험을 결합한 공간으로, 게리의 조형 언어가 지역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된 사례다. 또한 200주년 프로젝트 ‘루이를 위한 티 파티’(2022)는 트렁크를 서사적 조형물로 전환하며, 기능적 오브제를 상상적 구조로 확장한다.

루이 비통 재단 서울 모형(사진 앞)

루이 비통 × 프랭크 게리 핸드백 컬렉션
제공:루이 비통

이번 프로젝트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핸드백과 오브제의 관계다. 2023년 아트바젤 마이애비 비치에서 공개된 협업 컬렉션은 카퓌신 백을 중심으로, 콘크리트 질감과 건축 파사드, 동물 모티프 등을 반영한 조형적 디자인을 통해 손에 쥘 수 있는 규모에서 디자인을 탐구해온 게리의 작업을 한층 확장시켰다. 여러 모델은 그의 대표 건축물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었다.

카퓌신 MM 콘크리트 포켓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의 다면적 표면을 연상시키며, 콘크리트 질감을 재현한 3D 스크린 프린트 송아지 가죽을 통해 이를 구현한다. 카퓌신 BB 아날로그 백은 뉴욕 IAC 빌딩의 각진 파사드를 참조하며, 맞춤형 몰드를 사용해 기하학적 볼륨을 형성했다. 카퓌신 BB 시머 헤이즈에서는 투명성이 구조로 전환되는데, 이는 뮤지엄 오브 팝 컬처의 모형을 떠올리게 한다.

루이 비통 레 젝스트레 향수 2022

시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2024년에 출시된 땅부르 워치는 사파이어를 조각해 돛 형태의 다이얼을 구현하며, 시간의 흐름을 하나의 건축적 구조로 시각화한다. 이는 장인적 기술과 조형적 실험이 결합된 결과로, 게리의 건축적 사고가 미시적 스케일로 응축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부스는 브랜드가 예술적 생산자로 기능하는 방식을 보여주었다. 건축, 제품, 전시가 하나의 연속된 실천으로 연결되며, 각각의 영역은 서로를 확장하는 매개로 작동한다. 아트 바젤이라는 글로벌 플랫폼 위에서 루이 비통은 프랭크 게리가 남긴 조형적 유산을 현재진행형의 서사로 갱신한다.

2026년 5월호 (VOL.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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