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코퍼레이션의 뉴 아트 비전 –
현대미술이 K아트 확장팩이
될 수 있을까?

강재영 기자

Sight&Issue

최백기〈우주선〉알루미늄, 아크릴, LED, PVC 140×140×160cm 2025
작품 주변으로 보이는 책상이 갤럭시코퍼레이션 임직원의 업무공간이다

‘인간의 상상력이 기술과 만나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많은 작가와 큐레이터가 여전히 이 질문에 사로잡혀 그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관련 지원사업은 기술 융합 프로젝트를 촉진하고, 매년 비슷해 보이는 문제의식과 어휘가 갱신된다. 만약 이런 질문을 기업이 한다면 어떤 형식이 될까? 그 질문은 과연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직접 던지고 답을 내놓으려는 시도가 있다. 가수 지드래곤, 김종국과 배우 송강호의 소속사로 우리에게 알려진 갤럭시코퍼레이션의 아트 프로젝트 ‘갤럭시 크라프트(Galaxy Craft)’이다. 1월 14일 저녁, 여의도 Two IFC의 신사옥 ‘갤럭시 오디세이’에서 프라이빗 투어 형식으로 프로젝트의 첫 장면이 공개됐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인공지능(AI ) 기술과 IP를 결합한 콘텐츠 사업으로 주목받는 ‘글로벌 엔터테크’1 기업 으로 2019년 창업했다. 자체 제작한 넷플릭스 ‘피지컬100’ 시리즈의 흥행, 2023년 지드래곤 영입 등의 이슈를 거치며 존재감을 키웠다. ‘갤럭시 크라프트’는 ‘예술을 통한 기업 철학의 확장’이라는 미션을 내걸었다. 공허한 수사가 될지, 혹은 현대미술과 산업이 만나는 새로운 교차점이 될지 궁금증을 안고 현장을 찾았다.

사진 우측은 갤럭시 크리에이티브팀의〈핑크 우주인 : 개척하는 탐광자〉,
좌측은
〈고대 우주선 : 협업의 크래프트〉이다

17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가 기존 기업-현대미술 협업과 가장 달라 보이는 지점은 ‘세계관’에 있다. 그간의 기업 아트 프로젝트는 대체로 제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예술적 언어로 포장하거나, 창업 이념을 상징화하는 방식으로 예술을 호출했다. 이 과정에서 예술의 자율성은 협업이라는 이름 아래 종종 타협의 영역으로 밀려나고, 최악의 경우 작품은 고급 장식물 혹은 상품으로 전락한다. 그런데 갤럭시코퍼레이션은 과감하다 할 정도로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했다. 이들은 ‘갤럭시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먼저 상정하고, 그 세계관을 구성하는 한 축으로 현대미술을 ‘선택’했다. 최용호 대표는 이를 ‘K아트’라고 부르기는 했지만, 이 호출로 현대미술은 브랜드 캠페인의 외곽이 아니라 세계관 구축의 중심으로 소환되는 것이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최용호 대표

공간 구성은 그 세계관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하는 장치였다. 사옥 내부는 미술관의 중립적 화이트큐브보다는, 놀이터 혹은 영화 세트처럼 몰입형으로 꾸려졌다. 관람자는 작품을 ‘감상’하기보다, ‘통과’ 하고 ‘진입’한다. 갤럭시가 내세우는 “Galaxy is Human”이라는 문장을 체험적으로 각인시키는 방식인데, 이것이 불특정 대중을 위한 전시라기 보다 ‘갤럭시 유니버스를 함께 만든다’는 설정에서 보듯 내부 구성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장이라는 점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전시가 외부 평판을 향한 쇼케이스이면서도, 내부 설득을 위한 장치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송호준〈100년에 한번 깜박이는 LED VER.001〉(세부) 스테인리스 스틸, PCB,
항공 알루미늄, 마일러 필름 외 혼합재료 30×30×30cm 2025
제공 : 갤럭시코퍼레이션

송호준의 ‘100년에 한 번 깜빡이는 LED’(2026 ) 프로젝트 공개를 앞두고 작가가 밝힌 작업의 내막을 들으면서 “참여한 작가들이 즐겁게 작업했다”라는 프로젝트 기획자인 임성연 무소속연구소 대표의 말이 과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가 과거 ‘1년에 한 번 깜빡이면 안 되겠냐’는 주최 측 요구로 무산되었다가 갤럭시코퍼레이션과 만남 뒤에야 실현됐다고 밝혔다. 다음 점등은 2126년 1월 14일 저녁 8시. 이 시간을 기억하고 지켜낼 거란 믿음을 ‘진정성’으로 이해해도 괜찮을까?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게 구글 사옥의 아트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가 구글 캠퍼스를 배경으로 조형물을 만들거나 레지던시 제공을 통한 제작 지원 등을 통해 작품에 자사의 이념을 투영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갤럭시 코퍼레이션은 파인아트를 사업 구조 한 축으로 두고 확장의 방법론으로 사용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프로젝트가 진정성 여부의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 그것을 판가름하는 잣대는 아마도 지속성일 것이다. 한 번의 ‘화제’가 아니라 반복되는 제작과 실패, 축적된 아카이브가 있어야 세계관은 실제가 된다.

‘갤럭시 크라프트’가 던지는 질문, ‘인간의 상상력이 기술과 만날 때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는 브랜딩을 위한 수사로 치부될 수도 있다. 다만 투어를 지나며 분명해진 점 하나는, 이 프로젝트가 기존의 기업-예술 협업 문법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형식이라는 사실이다. 갤럭시코퍼레 이션은 예술 창작이 기업의 사고방식과 산업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제하며, 기술과 결합하는 예술의 역할을 확장적으로 해석한다.

이 프로젝트가 진정성으로 미술계에 다가오는 방법이 있다면 현대미술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미술의 향유자를 함께 넓히는 데에 있을 것이다. 현대미술의 독해를 돕는 책과 강의는 넘치지만, 그 바깥으로 관객의 경계가 크게 이동하지 않는 현실을 생각할 때 더 그렇다. 콘텐츠 산업과 기술 인프라를 가진 주체가 다른 방향에서 이 경계에 접근할 때,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시도라 말할 수 있는 이유다. 현대미술이 K아트의 ‘확장팩’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은 결국, 기업이 예술을 동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예술이 기업을 흔드는 방식까지 허용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최 대표는 인사말 말미, 일반에 공개될 새로운 아트 프로젝트를 넌지시 암시했다. 갤럭시 크라프트의 아트를 향한 진정성은 다음 발걸음이 증명하게 될 것이다.


1 ‘엔터테크(Entertech )’는 엔터테인먼트와 테크놀로지의 합성어로, 대중문화와 기술을 융합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업 모델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2026년 3월호 (VOL.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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