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8월

교감

삼성미술관 Leeum 8.19~12.12

삼성미술관 Leeum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소장품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창조적 의미들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가치들을 폭넓게 담아내고자 기획하였다. 이번 전시는 고미술을 전시하던 상설 전시실과 현대미술을 선보이던 기획전시실, 로비를 하나의 전시로 묶어 미술관 전체를 ‘교감(交感)’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시대교감, 동서교감, 관객교감으로 나누어 구성하였다. ‘시대교감’을 주제로 한 고미술 상설전시실에서는 우리 고미술의 대표적 소장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한 공간에 전시하여 시간을 초월한 예술작품 간 교감을 시도하였고 현대미술 상설 전시실에서는 동시대 미술의 예술적 교감을 ‘동서교감’이라는 주제로 다루었다. 한편, 기획전시실에서는 ‘관객교감’을 주제로 하여 관람객 참여를 극대화하는 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관람객과의 소통이 점차 중요해지는 현대미술과 미술관 문화의 변화를 담아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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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DSC

Water_천진난만

소마미술관 8.15~10.26

스포츠와 예술의 접목이라는 취지 아래 ‘물’이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와 예술가의 천진난만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Water_천진난만”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2명의 작가가 참여해 물의 다양한 형태와 특성, 물리적 현상을 다룬 작품, 물의 조형적 이미지를 표현한 작품, 물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은 작품 등 유동적인 물의 특성만큼 다양한 경향의 조각, 설치, 영상, 회화 등 총 40여점을 소개한다. 또한 물의 다양한 형태와 특성, 그에 따른 다양한 상징성과 철학적 의미들을 다룬 작품들을 비춰보기, 얼음깨기, 천진난만, 워터리즘, 워터토피아라는 5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탄생·순환·화합·치유 등으로 확장되는 물의 이미지를 통해 몸과 마음 가득 물이 주는 생명 에너지를 살펴본다. 이번 전시를 통해 물이라는 복합적 이미지의 산물을 다루는 전시를 통해 예술적 체험이 가져오는 치유와 휴식을 기대한다. 박상화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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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욱경(덕수궁)

나는 세 개의 눈을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8.14~11.2

최욱경의 작품에서 제목을 빌려 온 이번 전시는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본 다층의 세상을 살펴보고자 기획되었다. 한국 현대미술의 주축을 이룬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일반인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예술가가 본 세상을 탐색한다.  최욱경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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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구림1

김구림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7.29~10.5

한국 아방가르드 예술의 선두 주자 김구림의 개인전을 천안과 서울에서 동시에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 작가의 관심사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 속의 예술과 또 그 안에서 개인이 반응하는 방식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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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희승

정희승

PKM갤러리 8.8~9.12

재현의 대표적인 매체로 인식되는 사진의 한계와 속성에 주목해 작업을 진행해 온 정희승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전시에서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한 인물, 신체, 식물, 건축, 공간 등의 사물들을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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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류밍

마류밍

학고재갤러리 8.20~10.15

현재 베이징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중국의 현대미술작가 마류밍의 개인전. 이번 전시는 회고전 성격을 띠며 1990년대 퍼포먼스 영상 및 사진부터 최근 회화 및 조각까지 마류밍의 20여 년간 작업 활동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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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민(화이트)

의미의 패턴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8.1~10.12

오늘 날의 미술계에서 드러나는 한 줄기의 현상으로서 ‘패턴’을 바라본다. 김동유 김인 문형민 서은애 이중근 다섯 작가가 참여해 최근 단위를 반복하는 패턴이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부상하는 이유와 그 의미를 탐구해 본다.  문형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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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조현아

조현아

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 8.22~9.21

조현아의 개인전 <Effaced>는 작가의 발행물을 출발점으로 삼아 이미지를 만드는 행위와 글쓰기의 관계를 실험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나의 텍스트를 지워내는 과정에 빈 공간, 빛, 소리, 움직임이 개입하며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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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전준호

전준호

갤러리 현대 8.21~9.28

한국의 정치적, 사회적 현실을 독특한 시선으로 재해석한 영상 및 설치 작품으로 주목을 받아온 전준호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 실존적 문제와 우리를 둘러 싼 세계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 또는 현상과 이면의 간극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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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김옥선

김옥선

한미사진미술관 8.9~9.6

김옥선 작가가 꾸준히 작업해온 결과를 <The Shining Things>라는 타이틀로 선보인다. 정면 초상의 형식으로 나무의 동질성이 반복되어 각각의 존재가 극대화되는 연작 전시와 더불어 50여 점의 작품이 실린 사진집도 함께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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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보니레인포스코

Vertigo

포스코미술관 7.24~8.27

호주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호주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내일에 대한 불확실성을 직면했을 때 나타나는 감정과 변화를 보여주며 이를 극복하고 이후의 새로운 경험으로 부터 성장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보니레인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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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wh미영

조미영

갤러리 조선 8.13~9.4

세상의 변화를 공감이 결여된 무모함의 풍경으로 바라보는 조미영의 개인전.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건물을 부쉈다 세우기를 반복하듯 작가의 손끝에서 생성된 구조물들은 거대함과 자본의 속도, 음모를 감춘 채 아름다운 조형물로 재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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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이원호,_I_am_not_there,_inkjet_print,_2014

이원호

김종영미술관 8.15~10.5

2014김종영미술관 창작지원전에 선정된 작가 이원호의 개인전. 이번 작업은 한국 관광을 위한 홍보용 달력에 실린 고향 풍경의 이미지들로부터 출발해 홍보물 속에 인쇄된 이상적인 모습과 현실모습 사이의 괴리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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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윤성지 사본

윤성지

스페이스K 서울 8.14~9.17

현대 자본주의적 생산의 관계는 물질 기반의 문화를 양산하고, 물질문화의 글로벌화는 현대인의 불안한 정신적 활동을 확대시킨다. 네 번째 개인전인 <위험한 정신>에서 그것에 대응하는 인간의 정신활동에 집중하는 설치와 오브제 작품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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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박여주

공간리듬일기

백순실미술관 8.16~10.19

공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듣게’ 하는 설치작가 박여주 이종건의 2인전. 두 작가는 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느끼는 시간의 흐름, 공기와 같이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을 읽어내며 새로운 리듬을 창조한다.박여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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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석성석

석성석

트렁크갤러리 8.7~31

석성석의 작업은 현실에 대한 지속적이고 완고한 의심에서 비롯된다. 작가는 아날로그 TV 수신기를 기계적 용도가 아닌 조형적 미학의 용도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기능적 매체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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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_헬로!아티스트_하이브_작품

헬로! 아티스트

토탈미술관 8.8~10

웹사이트 네이버에서 진행되는 작가소개 콘텐츠 <헬로!아티스트>의 작가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본다. 안경진 안준 하이브 최대진 류권 배윤환이 참여하여 모니터가 아닌 전시장에서 가능성과 열정, 자신의 신념이 담긴 작업을 소개한다.하이브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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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석(표)

차영석

표갤러리 사우스 8.14~9.5

‘수집’이라는 개인의 취향을 통해 사회현실을 반영하고 개인의 욕망을 들춰 보는 차영석의 개인전. 작가는 타인의 수집품을 나열하는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수집품을 취사선택하는 과정에 숨어있던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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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박혜지(최정아)

Raw Regard

최정아갤러리 7.31~8.9

날카로운 직관력을 가진 젊은 작가들의 살아있는 시선이라는 뜻의 기획전. 강우림 김도희 김윤환 김정섭 노경택 박이슬내 박혜지 윤진영 최원석 황형신이 참여해 자신만의 주관적 시각으로 자신과 자신의 주변 혹은 이 사회를 이야기한다. 박혜지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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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문활람

문활람

더칼립소갤러리  7.4~8.18

살아가면서 사소한 일들이 큰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작가는 무료한 생활 속에서 느낀 사소한 감정이 자신을 변화시킨 일을 계기로 깨달음의 순간과 깨닫고 내려놓을 때 일어나는 치유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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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은

박창은

교동아트스페이스 8.19~25

<꿈트다> 라는 주제 아래 서정적 감성을 담은 박창은의 개인전. 작가는 내면의 자화상인 꿈을 품은 위태로운 형상을 변형된 남성과 여성 등을 회색조 조형으로 표현하며 그들에게서 피어난 새싹을 통해 꿈이 지닌 감성을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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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4498604

박치호

쿤스트독 8.1~14

토르소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사회의 가치체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박치호의 개인전. 작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나 삶의 부조리한 총체적 덩어리로 표현되는 토르소를 통해 갖은 수식과 형용들을 감추거나 버림으로써 나타난 고도의 상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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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김현지, (분도)

카코포니

갤러리 분도 8.18~30

청년작가 프로모션 프로젝트 <카코포니>전시의 열 번째 이야기. 대구경북 지역 미술대학 출신 신진작가 5명이 현대 미술을 풀어내는 방식은 마치 불협화음을 일컫는 카코포니처럼 서로 다른 자신만의 음을 연주하는 가운데 새로운 조화를 선보인다. 김현지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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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김경상 사본

김경상

파비욘드 8.5~16

고통과 구원을 주제로 영혼의 빛을 기록하는 김경상의 사진전.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성인이 우리에게 남긴 정신적 향기를 되돌아보게 한다. 명상적 느낌의 풍경과 인물 사진들은 작가만의 독창적인 예술로 승화되며 더욱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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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허필석(조이)

그룹상

갤러리 조이 8.12~9.5

2006년 창립되어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하는 그룹 상의 정기전.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 12명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그 안에서 예술이라는 형상 안에 각기 다른 창작의 열정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준다. 허필석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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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송현철

송현철

해운대아트센터 8.21~9.3

라이벌 관계로 서로 경쟁하는 사이지만 서로의 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에 담아내는 송현철의 개인전. 작가는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사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모습의 사물을 탄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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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쉰스터

쉰스터

갤러리 마레 8.5~15

한 장의 사진으로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작가 쉰스터의 작업이 <Street Drama>라는 타이틀로 펼쳐진다. 같은 시간에 존재한 사람과 한순간을 의미하는 공간과 변수가 되는 시간을 통해 인상 깊은 사건을 사진으로 재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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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류회민 사본

류회민

미광화랑 8.1~31

부산이라는 도시의 조형적 특성을 살려 작업을 진행하는 류회민의 개인전. 작가는 항구도시였던 부산이 점차 현대적인 도시로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과정과 변화의 모습을 먹으로 그려내며 도시의 변화에 따른 생활방식 변화까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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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마우리타이틀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

부산 롯데갤러리 광복점 7.24~8.18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개최하는 브라질의 만화거장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 특별전. 이번 전시는 아이들을 위한 만화책과 다양한 만화 캐릭터로 브라질에서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의 다양한 아트상품 및 원화, 조각작품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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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이혜영

 

이혜영

지중해갤러리 8.1~31

누드를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을 표현하는 이혜영의 개인전. 작가는 인위적인 포즈가 아닌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자세의 누드 드로잉을 통해 삶 속에 드리운 인간의 고민과 몸으로 드러나는 깊은 내면의 심리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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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김윤연

김윤연

대구문화예술회관 8.4~10

타인에 대한 경계가 날로 심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소통을 꿈꾸는 김윤연의 개인전. 경계가 분명한 하늘과 땅을 푸른색으로 모호하게 표현한 뒤 물고기라는 상징물로 그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통해 작가가 세상에 대해 느끼는 바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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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박인옥

박인옥

가나아트스페이스 8.6~12

푸른 색조의 자연과 흰색의 새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작가 박인옥의 9번째 개인전. 작가는 산, 강, 바다 등을 푸른색조의 차가운 이미지로 표현하고 그 위를 날아가는 흰 새를 통해 고된 일상 속에서도 부단히 노력하는 현대인의 자세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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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이혜경

이혜경

가나인사아트센터 8.20~26

오랜 추억의 의미를 찾는 이혜경 작가의 아홉 번째 개인전. 무한한 꿈을 꾸는 인간 내면의 모습을 색으로 표출한다. ‘Story of Korea’라는 주제로 작업의 테마를 전통 문양과 오방색으로 내세워 작가만의 내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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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최준영 사본

최준영

대구문화예술회관 7.29~8.3

자연물 속에서 발견한 색과 조형성을 바탕으로 디자인의 패턴요소를 재해석하는 최준영의 개인전. 작가는 꽃과 나무를 소재로 친근감 있는 조형작품을 제작 추구하며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패턴 제작에 역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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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조숙진

강정에서 물·빛

강정 다아크 광장 8.23~9.21

22명의 작가가 커뮤니티아트를 통해‘강정’이라는 공간의 역사성과 장소성 그리고 공공성에 대해 상호교감을 이루기 위해 기획되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자연과 도시, 예술로 소통될 수 있도록 하는 변화의 장을 마련한다. 조숙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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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허명욱-Scale-초대 4th-포스터 2 사본

허명욱

온유갤러리 8.7~9.22

장난감 자동차와 트렁크에 슬어있는 ‘녹’을 통해 시간을 표현하는 허명욱의 개인전. 작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모된 사물들이 처음 그것이 만들어졌을 때와는 조금 다른 존재가 되는 과정에 주목해 사물의 다양하고 복잡한 아름다움을 재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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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이미숙

이미숙

대전 KBS방송국 갤러리 8.19~25

좀처럼 피우기 어렵다는 선인장의 꽃을 본 순간 작가는 힘든 삶 속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기 위해 선인장 작업을 시작한 이미숙의 개인전. 작가는 선인장과 함께 희망을 상징하는 꽃과 염원이 담긴 색채로 작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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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김기수

아트스페이스 풀 8.1~9.6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둘러싼 사건들을 기록하고 재구성하며 현실문제에 다각도로 접근하는 작업들을 지속해온 김기수의 개인전. 작가는 압축성장이 개인에게 시대적 폭력으로  가해지는 상황을 기억의 파편과 역사적 트라우마로 캔버스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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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배민영(바톤)

Surface

갤러리 바톤 7.25~8.23

일관된 주제에 대한 응축된 생각과 어떤 방식으로 펼쳐내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을 하는 윤석원과 배민영의 그룹전. 작품 주제와 실제적인 표현을 두고 벌이는 내적인 화합과 투쟁의 산물인 최종 결과물을 통해 의식의 시각화를 체험할 수 있다.배민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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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양옥경 프리뷰

양옥경

샘터갤러리 7.31~8.6

꽃과 나비를 소재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재현하는 작가 양옥경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특유의 원색적인 색을 지양하고 부드러운 파스텔 톤을 사용함으로써 더욱 따뜻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신작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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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서(금산)

조민서

금산갤러리 서울 8.5~14

장애를 넘어 작가를 꿈꾸는 20살의 발달장애 조민서의 생애 첫 개인전. 세상에서 받은 영감에 특유의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킨 영상, 드로잉, 도예 80여점을 통해 현대인들의 순수함과 열정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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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신한역삼

트레블러

신한갤러리 역삼 8.4~9.15

타국에서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이질감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소재로 공동작업을 하는 최보희와 한지원의 그룹전. 두 작가는 수십여 개의 여행가방과 이불 등을 소재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방인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Hot Art Space

한국에 이주한 외국인 작가들을 소개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전>이 6월 17일부터 8월 1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계속된다. 1년에서 20년 가까이 한국에서 거주하며 작업하는 10개국 13인의 작가를 모았다. 2009년 작고한 에밀 고를 제외한 참여 작가들은 집, 언어, 문화적 판타지, 여권, 서울이라는 주제어를 제시받아 이에 맞는 작업을 선정하여 전시한다. 전시기간 동안 베르너 사세, 사이먼 몰리, 탈루 엘엔이 참여하는 라운드 테이블(6월 26일)과 폴 카잔더와 루크 슈뢰더의 아티스트 토크(7월 3일)가 진행되어 전시의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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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 (1)

리안 (3)

이동기와 김현기의 2인전이 5월 22일부터 7월 5일까지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린다. 아토마우스부터 추상미술에 이르는 이동기의 작품과 극사실적인 재현기법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형상을 만든 김현기의 작품 약 20점이 전시됐다.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가 혼성된 이미지에서 독특한 혼성의 세계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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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아라리오 (1)

작가에게 뮤즈는 창작의 근원이자 원천이다.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개최한 <강형구와 그의 뮤즈, 마릴린전>(5.13~7.20)은 강형구가 그린 마릴린 먼로 작품을 비롯해 작가가 20여 년에 걸쳐 전 세계에서 모은 방대한 양의 마릴린 먼로 초상, 사진, 포스터, 책 등의 자료 컬렉션을 함께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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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환_인사미술공간 (3)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AYAF)’에 선정된 배윤환의 개인전 <WAS IT A CAT I SAW?>가 5월 9일부터 6월 5일까지 원서동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언어유희를 차용한 전시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서사보다는 이야기의 출발점에 중점을 두었다. 50미터의 대형 연속드로잉이 절반은 펼쳐지고 나머지는 말려있는 형식으로 전시되어 전체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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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1)

이한열기념관 재개관을 기념한 특별전 <열사에서 친구로>가 6월 9일부터 7월 9일까지 열린다.
박경효, 강영민, 낸시랭, 임경섭, 차지량, 홍태림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이한열을 중심으로 열사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과  정의를 제시하고 세대 간의 교차와 ‘청춘’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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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한옥 (2)

화해와 긍정의 메시지를 담은 하트이미지를 전통 회화 속 모란과 화조그림에 접목한 김용철의 개인전 <하트와 모란, 그리고 숲에서의 만남>이 6월 18일부터 25일까지 갤러리 한옥에서 열렸다. 최근 강릉으로 주거지를 옮긴 작가는 색다른 풍광, 공기를 맞으며 느낀 신선한 감정을 그림으로 옮겨 힘찬 생명력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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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젤리_갤러리 로얄 (1)

전시장에 육각형 캔버스를 이용한 작품이 가득 찼다. 5월 22일부터 7월 13일까지 갤러리 로얄에서 열리는 <로얄 젤리전>은 미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예술활동을 하는 작가 7명의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에너지원인 로얄젤리처럼 예술적 자양분의 공급원이 차세대 예술가의 육성임을 은유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연, 사회, 역사적 주제, 철학적 사유를 반영한  작품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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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충현,김윤수_누크 (6)

김윤수, 노충현의 2인전 <지금 그리고 저편>이 5월 22일부터 6월 29일까지 누크갤러리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사회적 정치적 상황을 다루며 ‘지금 여기’를 표현하는 노충현과 바람, 하늘, 바다 등과 같은 자연의 풍경들로 ‘저편’을 다루는 김윤수의 만남으로 주목됐다. 다른 방향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두 작가의 작업은 관람객에게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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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갤러리

브라질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과 브라질 양국 간 문화·경제적 교류를 모색하는 취지의 전시인 <함성 SHOUTS OF KOREA 2014>가 6월 11일부터 7월 31일까지 KOTRA 오픈갤러리에서 열린다. 한국과 브라질의 유망 작가 22인이 참가하여 선보이는 40여 점의 작품과 참여기업 협업제품 15점을 함께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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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2)

이야기의 이미지를 재구성하며 얻어지는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이면의 본질이나 대상과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정서를 표현한 일곱 작가의 전시 <구경꾼들 SPECTATORS>이  6월 11일부터 7월 5일까지 두산갤러리에서 열린다. 구지윤, 류노아, 오용석, 유현경, 이제, 이혜인, 장파가 참여하였다. 이들은 구상과 추상 사이를 오가며 경험을 이미지로 창조해내고 이를 접한 관객은 경험의 흔적에 새로운 해석을 더하는 주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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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_조현 (2)

맨드라미 작가 김지원의 개인전이 <지평선이 되다>라는 제목으로 5월 23일부터 6월 22일까지 부산 조현화랑에서 열렸다. 표현은 단순하고 담백하지만 흐드러지게 핀 꽃의 색은 화려하다. 맨드라미는 단순한 생명력을 가진 꽃으로서 그려지기보다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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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 (1)

현대인의 시각으로 진경산수화를 재해석한 석철주의 개인전 <夢그리고 몽>이 6월 6일부터 8월 9일까지 서호미술관에서 열린다. 청색이나 분홍색 바탕에 흰색 아크릴 물감을 바르고 다시 물로 닦아내기를 반복해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기법을 넘나드는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신몽유도원도 시리즈’의 최신작을 모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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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영_송은아트큐브 (2)

이건영이 5월 30일부터 7월 9일까지 송은아트큐브에서 <흰 그늘진 마당>이란 제목으로 개인전을 갖는다. 작가는 이름을 상실한 공간 즉 용도나 목적을 잃고 버려진 공간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파괴된 자연과 그 폐허 위로 다시 회귀하는 자연을 이중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관객은 생성과 파괴가 겹치는 어두운 흑백사진 사이에서 어느 것에도 포함되지 않는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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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 (1)

패션 광고 이미지 속 모델을 보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전형적인 아름다움이 떠오른다.
여주에 위치한 샘표스페이스에서 열리는 <perfect skin>(6.2~7.4)은 이를 표현하는 두 작가의 전시다. 전상옥은 광고 속 모델을 캔버스로 옮겨와 감각적으로 재현된 이미지를 다시 재현하며 욕망과 진실 사이를 표현했다. 지희킴은 대중잡지 이미지를 수집 조작하여 현대 여성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전시는 관객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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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_이유진갤러리 (1)

공간을 컴퓨터 데이터화하면서 얻어지는 우연적이고 파편적인 형태를 자신만의 언어로 변형하는 경현수의 개인전이 5월 30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렸다. 이유진갤러리에서 열린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으로 2012년부터 시작한 색과 조형에 대한 탐구와 기하학 추상의 예리한 감각이 돋보이는 <debris>시리즈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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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익훈 (4)

신화, 팝, 고전 등을 주제를 실험해 온 엄익훈의 개인전 <조각의 환영>이 6월 7일부터 19일까지 DMC홍보관갤러리에서 열렸다. 금속 재료로 만든 추상의 철조각에 빛을 더해 그림자를 조각과 병치시켰다. 그는 빛을 철저히 계산해서 조각과 함께 전시장 벽에 평면의 인물을 그려내는 도구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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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파크 (1)

최소한의 선으로 동네 풍경을 묘사하는 윤명순의 개인전 <하루, 욕망하는 풍경>이  6월 11일부터 24일까지 아트파크에서 열렸다. 구리선과 혼합매체를 용접하여 사용한 작품은 보는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입체감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에서 일상의 모습은 압축적으로 드러남과 동시에 운동감있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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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규 (4)

정문규 (13)

평면과 입체를 아우르는 김인태와 김병철의 2인전 <집중과 확산>이 5월 16일부터 7월 13일까지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정문규미술관에서 열린다.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인간의 문제를 풀어가는 두 작가의 작품이 서로 문답을 하듯이 병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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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울

사랑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이승령의 개인전이 6월 11일부터 17일까지 리서울갤러리에서 열렸다. 작가는 소통의 부재가 만연하는 현대사회에 주체와 타자 구분없이 사랑의 대상이 되기를 바라며 아름답고 따뜻한 색채를 사용하여 포근함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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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채남 (3)

자연의 모습을 예민한 감수성으로 그려내는 소채남의 네 번째 수채화 개인전이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6.11~17)을 시작으로 교동아트미술관(6.17~23)과 갤러리 아무(6.24~7.31)로 이어진다. 은은한 색채와 아련한 풍경이 어울어져 수채화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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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3)

소나무를 그리는 박정연이 7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6월 18일부터 24일까지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스케일이 큰 작품들을 선보여 관객이 마치 소나무 숲에 와있는 듯 착각을 일으켰다. 작가는 황금색은 조화로움과 순수함을, 소나무는 건강함과 당당함을 담고 있다며 황금소나무의 의미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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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_세종 (2)

꽃과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보여온 박정희의 개인전이 5월 27일부터 6월 8일까지 세종호텔 세종갤러리에서 열렸다. 작가는 일상적인 삶의 모습과 상상의 공간이 한데 어우러져 서정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의 회화작품 40여 점을 선보였다. 다채로운 색채미를 내뿜는 그녀의 작품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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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_인사아트센터 (1)

김성호 개인전 <새벽, 빛을 품다>가 6월 11일부터 16일까지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렸다. 빛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새벽의 아름다움과 바다의 고요, 빛을 머금은 도시의 아련한 감수성 등 거칠면서도 섬세한 붓 터치로 감각적인 새벽의 풍경을 담아냈다.

[Exhibition Focus] 윤동천 개인전 병치(竝置)-그늘

지금 지금 지금, 여기 여기 여기, 우리 우리 우리

작가 윤동천은 고도압축성장을 이룬 한국사회의 이면에 도사린 부조리와 모순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은유적으로 표현해왔다. 6월 18일부터 7월 30일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 갤러리에서 열리는 윤동천의 개인전 <병치(竝置)-그늘>은 작가가 포착한 한국사회의 적나라한 얼굴이다. 설치, 사진,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며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의 작품은 시사적이고 무거운 주제를 특유의 조형어법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시의 이모저모를 동료 작가인 석영기 교수(계원예술대학교 순수미술과)와의 대담을 통해 소개한다.

석영기(이하 석) 이번 전시는 언제부터 준비 해오셨나요.
윤동천(이하 윤) 제안은 몇 년 전에 처음 있었는데, 지난해 겨울에 일정이 최종 결정됐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겨울방학 무렵부터 준비해온 셈이죠.
전시 제목은 언제 정하셨나요.
막판에 홍보자료 내기 직전에요.(웃음) 5월 중순에 결정했어요. 그전엔 이것저것 망설임이 많았죠. 처음에는 백화점 갤러리가 재미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고객층을 생각하니 입장이 바뀌더군요. 아주 진지한 걸 보이자니 관객들이 재미없어할 것 같고, 남대문시장에서 물건을 사다 놓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내 나이에 너무 치기어린 짓 같고. (웃음) 엎치락뒤치락하다보니 시간이 좀 많이 걸렸죠. 다른 전시보다 수위조절을 하고 콘셉트를 잡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지난 2011년 OCI미술관 전시 때 내건 ‘탁류(濁流)’라는 제목은 비교적 선명했는데, 이번 전시제목은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늘’은 이 사회의 ‘그늘’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세대가 만들어 놓은 ‘그늘’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에서 학생들과 얘기하다보면 젊은 세대들이 우리 때보다 훨씬 더 불안해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저희 세대에게 그림 그린다는 것은 잘 먹고 잘 살겠다는 희망을 포기하고 시작한 터라 별로 불안할 게 없었어요. 못살아봤자 얼마나 더 못살겠느냐는 심정이랄까요.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생각이 다르더군요. 웬만큼 먹고산다는 전제하에 그림을 그리는 거지 절대빈곤은 아예 상상도 못하는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전체가 잘 살게 되니까 그 대열에서 낙오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겠지요. 사실 요즘 젊은 세대는 다들 뛰어나잖아요. 시각경험도 많고, 아는 것도 많고, 재주도 많고. 만약 제가 요즘 이 친구들하고 경쟁한다면 맥도 못 출거예요. 그런데도 무지 불안해하고 괴로워해요. 자기 신뢰도 없고, 서로 지나치게 경쟁하고. 우리 세대는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 열심히 일했지요. 그러면 당연히 우리 자식 세대는 잘살겠지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우리 자식들 세대는 너무 불안해하며 어쩔 줄 모르더군요. ‘삼포(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세대’, ‘잉여세대’, ‘88만원 세대’라고 칭해지는 세대 말입니다. 아! 이런 게 바로 우리세대가 만들어 놓은 ‘그늘’이구나 생각하게 됐지요. 그런데 문득 내 나이를 생각해보니, 너무 많이 먹었더라고요. 아직까지도 남 탓을 하기엔 이미 한참 쪽팔릴 나이가 됐더군요.(웃음) 철이 안 들어서였는지 여태껏 그걸 잘 몰랐어요.
병치(竝置)는요?
병치는 방법론일 뿐입니다. 하나만 갖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뭔가를 늘어놓고 결합시키거나 대조, 반복해서 보여주는 방식 말입니다.
병치보다는 그늘에 방점을 찍어야겠군요.
그렇습니다. 병치는 보여주는 형식, 방법론이고, 실제로는 젊은 세대에 대한 저의 자책, 반성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늘-병치’는 좀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병치-그늘’로 정했습니다.
20년 전부터 윤 선생의 작품을 봐왔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말씀하신 것처럼 거의 비슷한 방법론을 유지해온 것 같아요. 20여 년 전, 그러니까 이른바 민중미술 끝 무렵 작품이 대부분 사회적 문제를 현실적으로 부각시켜 서술하는 방식이었는데, 그에 반해 윤 선생님의 방법은 은유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사실적이고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무엇에 빗대어서 설명하는 방식이란 말이죠. 이런 점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은유적인 방식으로 처음 제기한 작가랄까, 그 그룹의 일원으로 평가합니다. 한편 1990년대 초반 설치작품도 크게 유행했는데, 그들은 형식 자체, 물성의 연장선에서 실험정신을 표현했지 사회적 문제의식을 작품에 적극 반영하지는 않았습니다. 윤 선생님은 이 설치미술을 이용해 사회적 문제제기를 했다고도  할 수 있고, 이 또한 처음 시도한 작가 중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당시 활발했던 민중미술이 퇴보하면서 사라졌다는 거죠. 서술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던 작가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정치적 문제가 다 끝나거나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존재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다시 사회적 문제에 관심 갖는 작가가 많아진 것 같아요.
제 나름대로는 은유뿐만 아니라 직유, 환유, 제유 등 여러 가지 비유법, 강조법을 써오긴 했습니다만. 결론이 나있는 뻔한 주제를 다룰 때 자주 위트, 유머, 파라독스 등의 역설적 표현을 하는 편이지요. 저는 꾀가 많아선지(웃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장기적으로 투자해야하는 방식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물론 종국에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소신은 있지만. 체질적으로 별로 끈기가 없는 것 같아요. 만약에 저 보고 글을 쓰라면 소설가는 못 되고 시인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때문에 직설적으로 발언하거나 정공법으로 대놓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피해왔던 것 같기도 해요. 정공법으로 공감을 얻으려면 그만큼 더 정교하고, 분명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하니까요.
나쁘게 말하면 피한 거지만, 좋게 말하면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환기시킨 거라고 할 수 있죠. 그때 민중미술 하는 분들과 같이 전시하기도 했는데…
민중미술 쪽에선 제가 갖고 있는 비판의식 때문에 저를 포섭하려 했던 것 같고, 반대쪽에선 제 작업의 실험적인 측면만 보고 현대미술의 일원으로 보려고 했죠. 이렇게 양쪽으로부터 제의를 받았지만, 사실은 양쪽에서 다 저를 곱게는 안 봤죠. 어느 한편으로 확실히 입장을 정리하기 원했지만 제가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당시는 민중과 모더니즘 이 둘을 놓고 선택을 고민하는 게 현실이었죠. 하지만 이쪽 아니면 저쪽 식으로 진영을 구분하는 것이 탐탁지 않았어요.
당시 1980년대 후반 민중미술은 미술적인 주제에 의한 구별보다는 논리, 개인적 유대감, 집단의 소속감 같은 동지애에 치우쳤다고 봐요. 사실 내부적으로는 민중미술이 상당히 다양했는데도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시절 활동했던 작가들이 지금은 어떤 작업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다시 돌아와, 윤 선생님의 작품들을 보면 방법론적으론 은유적인 방식을 사용했고 이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죠. 미학적 측면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미적 범주에서 보자면 숭고미 비장미 우아미 골계미가 있는데, 민중미술은 숭고미 아니면 비장미에 해당되죠. 그런데 윤 선생님의 작품에서는 우아미 아니면 골계미가 느껴집니다. 골계미의 특징은 해학, 위트, 아이러니 등인데, 특히 윤 선생님 작품은 해학적인 미적 범주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그때로서는 해학적인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작가가 드물었죠. 조선후기에는 그림뿐 아니라 판소리처럼 해학적인 예술장르가 많았지만, 사라졌고. 근대 이후 모더니즘 시기엔 우아미가 휩쓸었죠. 사회적인 문제 내용은 별로 없고 시각적인 아름다움이나 정신적인 고상함을 추구하는 차분한…. 민중미술은 숭고미 아니면 비장미가 대세였고. 이렇게 볼 때 윤 선생님의 해학적인 작품은 미적 범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죠. 조선시대 미학을 이어받았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웃음)
제 작업을 보고 나쁘게 얘기하자면, 산만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하도 여러 가지 매체를 한꺼번에 다루고, 주제도 개인적인 것부터 사회적인 부분까지 다양하게 건드리니까요. 반면 좋게 얘기하면 실험적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요. 뭐 결국은 그 얘기가 그 얘기지만요.(웃음)
또 다른 지점에서 보자면 요즘은 이미지를 채집하는 방식의 작가가 많지만, 1990년대 무렵엔 그렇지 않았죠. 그런 분야에서도 윤 선생님은 선도적이었다고 봅니다.
이번 전시엔 유독 이미지를 채집해서 사용하는 작업이 많이 포함되었지요. 장소가 크면 대개 페인팅을 함께 거는데, 작을 경우 단일한 인상을 주기 위해 양식을 통일하는 편입니다. 헌데 사람들은 제가 페인팅 작업을 하는 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실제로 지금까지 몇 차례 상을 받은 것도 모두 페인팅작업의 결과였는데. 제가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 해도 사람들, 특히 기자들은 위트와 유머를 앞세워 얘기해요. 아무래도 그게 더 인상적이었나 봐요. 제가 보여 지고 싶은 모습과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에는 차이가 있겠지요. 실제로 페인팅을 할 때는 특성상 이미지 채집보다는 더 본격적으로 작업하는데 그게 잘 부각되지 않는 편이지요.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네요. 이미지를 채집하고 그 이미지를 활용하는 작가로 인식되어 있고, 그린다는 건 잘 인식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회화작품만으로 한 전시가 최근엔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회화만 가지고 큰 전시를 해볼 생각이에요. 회화작업을 하면 마치 고향에 온 것 같고 설레요.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줄곧 해오던 것이었고, 한편으론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다른 작품의 프로세스는 머릿속에서 계산하고 이미 끝을 알고 만들어 가는데, 그림은 그렇지 않거든요. 제게 그림은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과정에 반응하고 끝을 찾아가는 작업이에요. 그렇다보니 전시를 준비할 때 제일 먼저 페인팅작업을 해요. 그러지 않으면 막판에 쫓기다 엉망이 되기 십상이죠. 예상할 수 있는 건 미루어도 상관없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건 미리미리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페인팅이 안 풀리면 그 전시 전체를 죽 쑤게 되죠.(웃음)
페인팅을 안 알아준다고 상당히 서운하신 것 같네요.(웃음) 그런데, 손재주도 좋은 것 같아요. 실험성 못지않게 완성도나 밀도 면에서도 아주 완벽하거든요. 메시지의 은유 못지않게 큰 장점이라고 봐요. 상업적 미술에서 요구하는 마감도 잘한다는 얘기죠. 사실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그런가 하면 앞서 말한 민중미술 세대와 다시 비교하자면 민중미술 작가들은 삶의 현장, 사건 현장 그 자체에서 작업했는데, 윤 선생님은 집 거실에서, 사무실에서 신문이나 TV를 보면서 작업을 한다고 할 수 있죠. 실재 그 자체가 아닌 사진이나 비디오로 찍은 2차적인 소스를 이용해 작업하는 거죠. 윤 선생님 작품 제작 방식은 그런 전환점에 위치해 있는 것 같아요. 더불어 국제적인 이슈보다는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아요. 보기 드문 경우인데, 제목도 한글로 정하고, 한글을 사랑하시나요?(웃음)
작업에 대한 저의 입장은 이미 미대 입학 전에 정리됐어요. 그리고 대학생활을 거치면서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고요. 그것은 결국 ‘지금, 여기, 우리’의 문제를 다루겠다는 생각이에요. 우리나라 사람한테 보여주는데 굳이 남의 나라 말을 쓸 필요도 없고.(웃음)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우리 세대는 민중미술과 모더니즘 사이에서 선택의 고민을 강요받았죠. 그런데 민중미술은 관점과 태도는 좋은데 방법론에선 좀 그렇고, 모더니즘은 미학적인 측면에선 일정 정도 성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도대체 소통이 안 되고…, 그래서 그 사이의 접점을 찾자는 게 저의 입장이었지요. 아마 그 당시 다른 작가들도 비슷한 입장이었을 테지만.
1990년대, 그러니까 한국 현대미술의 전환기라 할 수 있는 시기에 본격적으로 작품을 시작하신 건데, 본인의 작품 관점에서 봤을 때, 요새 젊은 작가의 작품을 보거나 윤 선생과 비슷한 주제의 작품을 하는 작가를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그들은 사회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슈를 어떻게 풀어내는지 궁금할 듯해서요.
글쎄요, 아주 솔직히 말해 요즘 젊은 작가의 작품을 보면 전반적으로는 “저걸 왜 하지?”, “저게 재미있나?”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사실이에요. 이제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에 누구나 동의하는 것 같고, 또 그 방향으로 가고 있기는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소통의 수단으로서 작품을 생각한다면 과연 누가 재밌어할까에 대한 고려가 먼저 있어야 할 텐데, 그들에겐 이에 대한 성찰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의 기호와 취향만 있지. 저는 그 지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왜냐하면 저 자신은 남과 소통하기 위해선 작품이 한껏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한편으로 또 다른 움직임이 있지요. 자기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아주 깊게 사회와 연결시키는, 개인과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연루되어 있는 작업 말입니다. 상당 기간 지속된 이런 움직임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 사회와 돈독히 관계 맺고, 결속되어 있는 면모를 갖고 있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해요. 비교해보면 내 작업은 여전히 그냥 던지는 듯한 느낌이라서 스스로 반성도 많이 하게 되죠.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이나 사회에 몸담고 합류해서 함께 이뤄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요하게 장기간의 프로세스 자체를 작업으로 이끌어내지도 않으니까요. 저는 여전히 전시장, 미술관 안에서 머물고 있어요. 사실 20년 전에도 어떤 인터뷰에서 “전시장보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미술에 관심이 많다. 앞으로는 그런 작업을 더 진행할 요량이다”라고 밝히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게 막상 그렇게 잘 이뤄지지 않더라고요.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하고 수없이 벼르기만 했지요. 모두 저의 게으름과 실천력 부족이 문제겠지요.
현실 참여 면으로만 보면 윤 선생님의 미술은 미지근하다고도 볼 수 있죠. 그런데 작품 하나하나를 보면 다양한 볼거리,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어요. 예를 들면, <개가 달린다>라는 작품, 좀 당황스럽기도 한데, 이 작품을 보는 저도 아, 나도 개처럼 달리면서 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치지요.
그런데 미술 형식적인 면에서 보면, 문자와 이미지가 같이 사용되는 방식은 포스터나 일러스트레이션 같은 것이고요, 우리 전통미술에서는 문인화 같은 것이죠. 시서화 일체라고 하였는데, 시가 먼저 있고 그다음에 그 내용을 시각화하는 것이 문인화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션이라고 부르죠. 저는 이 <개가 달린다가 전통문인화 방법과 현대 일러스트레이션의 관계 속에 있다고 봐요. 문인화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자기수양의 세계죠, 반성적인 자기고찰도 포함되겠고. 일러스트레이션은 소통이 제일차적인 목적이겠고, 작가 본인의 내면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이 작품에서는 자기 내면의 성찰과 소통이 동시에 보이네요. 그리고 작품 <촛불-태우다>는 기법이 독특하네요. 색감으로 보면 동판화 같기도 하고.
레이저 커팅기를 이용해서 판화지 표면을 살짝 태운 거죠. 원래 레이저 커팅기는 금속판, 아크릴, 나무 등을 레이저빔으로 절단하는 것인데 그 강도를 약하게 조절해서 작품에 이용했습니다. 판화지 종류마다 타는 정도가 일정하지 않아서 시행착오를 거치느라 제작하는 데 시간이 제법 오래 걸렸습니다.
촛불도 타고 종이도 타서 완성되는 작품이군요. 주제의식과 매우 일치하는 기법이라고나 할까(웃음) 실제 불난 흔적을 보니까 촛불의 느낌이 더 다가오네요. 그리고 노란색 종이에 검은색 테두리 액자들로 이루어진 작품은 세월호 사건을 생각나게 하는군요. 너무 가슴 아파 무슨 말을 더 할 수 없네요.
세월호 사건이 그 작업의 직접적인 동기지만 노란색에 대해서 저마다 다른 해석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윤 선생님 작품을 보다보니 문득 작고하신 소설가 박완서 선생의 소설이 생각나요. 정치적인 주제, 사회적인 주제보다는 자신의 삶 주변의 일상을 끊임없이 지적하는 소설이죠. 기억나는 대목이 있는데, 몇 년 전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었던 내용이에요,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부모님 집 건너편 동에 아들 내외가 사는 집이 있지요. 부모님은 밤이면 아들네 아파트 창을 바라보면서, 불이 환하면 아들네가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는구나, 불이 꺼져 있으면 아들네가 외식을 하는구나, 불이 흐릿하면 아들네가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생일 파티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내용이죠. 뜨거운 내용은 아니지만 쓸쓸하기도 하죠. 하지만 소설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죠. 박완서의 소설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의 삶을 다루듯이,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미술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그냥 천천히 보면서 같이 느끼고,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삶을 다루고 있다고 봐요. 미지근하지만 20년 이상 묵은 관록에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진행 정리・이준희 편집장

윤동천(오른쪽)은 1957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를 졸업했다. 1988년 갤러리 현대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8회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제1회 토탈미술상(1991), 제11회 석남미술상(1992) 제4회 국제 아시아 유럽 비엔날레 금상(1992)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석영기는 1960년 태어나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8대학 조형미술과와 뉴욕주립대 판화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에서 첫 개인전 <컴퓨터사진판화전>(도올갤러리 1991)을 비롯해 <복제미술전>(자하문미술관 1992), <박정희, 박찬호, 그리고 15대 대선-컴퓨터 판화전>(담갤러리 1997), <박정희전>(표화랑 2001) 등 20여 회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계원예술대학교 순수미술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윤동천 (42)

<모음집(母音集)-모이다(1933 한글맞춤법통일안에 의한,)> c-print 110×550cm(총 20점, 각각 55×55cm) 2014

윤동천 (35)

<정치가기성세대를 위한 도구들>(왼쪽) 종이위에 레이저 76×56cm 2014
각종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도구들을 시각화하였는데, 뻔한 내용이지만 결국은 우리들을 꾸짖어 달라는, 때려 달라는, 질책하고 벌하라는 얘기이다.

윤동천 (19)

<삶의 무게> 시트지, 신문, 폐지, 병, 캐리어 272×436×140cm 2014

 

 

[Exhibition Topic] Fluid FormⅡ Arab Contemporary Art

유동체로 흐르는 그곳에 관하여

한국에는 아직 생소한 아랍지역의 정치・문화・사회적 변화를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아랍현대미술전이 네모블루스퀘어(5.21~31)와 부산시립미술관(6.4~7.3)에서 열렸다. 독립큐레이터 김유연이 기획한 <Fluid Form II>가 그것. 이번 전시는 아랍문화에 대한 정형화를 시도하기보다 그들의 작품 속에 내재하는 다양한 문화적 통찰력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면모에 주목한다.

이미솔  예술학

미지의 아랍세계. 신세기 벽두에 일어난 9・11 테러의 배후와 세계의 화약고라는 오명, 남성의 재산으로 취급되는 여성들이 깊이 베일을 두른 모습 등 아랍 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에게 최근에 많이 노출된 정보일 뿐이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아랍어, 코란, 문명의 발상지, 각종 과학기술의 보고, 세계최대의 산유지, 아름다운 아라베스크로 장식된 사원들 그리고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이슬람교도 등 학교에서 배운 아랍의 이미지들이 연상된다. 그렇다면 아랍의 현대미술은 어떨까.
<아랍현대미술전 : Fluid Form(유동체) II>는 벌써 7회를 맞이한 아랍문화제 행사 중 하나로 서울과 부산에서 열렸다. 한국-아랍소사이어티가 주최하는 아랍문화제는 본 전시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진전 <수단 바아길>, 아랍영화제, 전 팔레스타인 총리의 초청강연, 주한아랍외교단의 특강, 그리고 일반인을 위한 강좌로 구성됐다. 우리에게 아직은 낯선 아랍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누릴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Fluid Form II전> 은 서울의 네모블루스퀘어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아랍현대미술의 면면을 소개했다. ‘유동체’라는 제목으로 현재 급격한 확장과 변모를 겪고 있는 아랍세계와 작가들의 이야기를 유연하게 담고자 했으리라.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독립 기획자 김유연은 2010년 아랍 도시디자인 & 현대미술전 <Fluid Form I>으로 국내 최초 아랍현대미술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이번 전시는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더 많은 작품을 볼 수 있었던 부산시립미술관에서의 전시를 다룬다.)
사실 아랍은 우리에게 낯설기만한 세계는 아니다. 우리는 아랍과 활발하게  교류한 시기가 있었다. 중년 이상의 성인들은 기억할 것이다. 1970~1980년대 중동 건설 특수기에 한국 건설사의 많은 인력이 중동에서 활약했던 것을. 당시 우리 건설업체가 중동에서 발주한 공사의 90%를 수주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큰 산업적 교류가 있었음에도 그들의 종교를 비롯하여 문화, 생활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는 높지 않다. 하지만 <Fluid Form II전>을 보고 난 후라면, 최소한 터번을 두른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지만) 보더라도 긴장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이번 전시는 아랍세계 여러 이슈를 다루면서도 ‘무섭거나 무겁지’ 않다.
중동의 일부 국가들은 석유로 축적한 재력을 통해 굵직한 미술행사들을 진행하기에 나섰다. 아랍에미리트의 샤르자에서는 1993년부터 ‘샤르자비엔날레’를 개최해 현대미술에 대한 후원을 이어왔다. 2000년대 후반에 문을 연 ‘아부다비 아트페어’와 2007년 ‘걸프 아트페어’로 시작한 아트두바이 아트페어 등은 세계로 문을 열고 있는 아랍 사회와 함께 촉망받는 미술 행사이다. 이렇게 21세기의 문턱에서 이미 아랍세계는 개방을 위한 전초전을 끝낸 상태였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가 아랍의 현대미술에 방점을 두었고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서도 ‘아랍의 봄’을 담론에 등장시키며 아랍권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선보인 바 있다. 2010년 말 소셜미디어를 채널로 집결하고 자유, 민주적 인식을 확대한 시위대들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반정부 시위를 벌였으며 튀니지와 이집트 등지에서 혁명으로 표현되는 정권 교체를 이루기도 했고 이 움직임은 ‘아랍의 봄’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전례 없던 이 혁명의 물결도 그 세계에 온전한 해방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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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FLUID FORM II> 전시광경  사마 알샤이비 <Muraqaba I>(맨 오른쪽) Diasec print 166×250cm 2014

아랍현대미술의 현주소
사우디아라비아의 작가 파이살 삼라는 ‘아랍의 봄’에 의구심을 드러낸다. 아직도 여전한 가난과 속박, 실업 등 복잡한 상황을 고발하고 그들의 움직임을 ‘봄’으로 개념화하려는 일각에 의심을 품는다. 허풍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아랍연합의 22개국을 상징하는 22개의 풍선은 ‘아랍의 봄’이라고 지시되고, 부풀려 있고, 언제든 터질 수 있다. 중동을 상징하는 모래가 이를 위태롭게 지지하고 있다. 이렇게, 사우디 방송에서 일하기도 했던 작가는 사회가 당연한 듯 사용하는 언어가 가진 진정한 의미는 어떤 것인지 고민하면서 대중매체의 시각메커니즘과 소통에 질문을 던진다. 미국의 영웅캐릭터가 등장하는 <청색에 대한 신화는 없다> 또한 매체를 통해 전파되는 허상을 드러내며, 퍼포먼스의 영상 스틸 컷을 전시한 <일그러진 현실>은 다층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미지를 통해 우리가 명확하다고 여겨온 정보들 속에서 진실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삼라의 <아랍의 봄>보다 먼저 전시장 초입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정서적으로 금방 접근할 수 있었다. 지아드 안타의 영상작품이 그렇다. 터키행진곡을 연주하는 이 영상에서는 마땅히 들려야 할 피아노 연주는 침묵하고 건반을 내려치는 타격음만이 공격적으로 울리고 있다. 이에, 행진곡은 전쟁을 떠올리게 하고 타격음은 폭력적인 갈등을 자아낸다. 여기에서 시선을 돌리면 사딕 알프라지를 만나게 된다. 모국(이라크)에서 추방당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 <지식을 획득하는 단계>에는 무채색의 배경과 검은 ‘존재’가 등장한다. 세 번으로 나누어 점진적으로 수그러드는 허리와 고개는 제목과 달리 겸손이 아닌 슬픔으로 여겨진다.
압둘낫세르 가렘(사우디아라비아)의 작품은 자신이 인식한 사회의 현실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렘은 <동식물 군락>, <콘크리트블록>을 통해 통제에 대한 불신을 떠오르게 하며, <수송 중>에서 그는 가득 메워진 아랍 문자와 아라베스크, 다이아몬드 가루 위에 활주로와 이륙하는 비행기를 두어 이중적인 국가의 권력(군사력)과 길을 제시한다. 한편 여성의 문제를 다루는 라에다 사데(팔레스타인)의 작품은 화면을 가득 채우는 황무지와 같은 곳에서 진공청소기를 작동시키는 롱샷의 영상작품으로, 여성으로서의 무기력함과 변화를 향한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의지 사이를 진동한다. 사마 알샤이비(팔레스타인/이라크)의 작품에서도 이와 유사한 정서가 느껴진다. 수면에 완벽하게 반사-복제된, 현실과 유사하면서도 비현실적인 이미지들은 빼앗긴 땅, 혹은 전쟁으로 인한 결핍 앞에서 무기력한 갈망을 드러낸다.
모하메드 카젬(아랍에미리트)은 폭넓은 관심사를 바탕으로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관찰하고 오브제를 수집하거나 사진으로 작업한다. <나의 이웃>에서는 14장의 연작을 나열했다. 이는 그가 머물렀던 두바이의 풍경이다. 이주노동자가 절대다수를 차지했던 두바이에서 그의 이웃들은 바쁜 일과 때문에 집에서는 잠만 잤던 모양이다. 빨랫줄 위에서 다 마른 채 방치되어 이곳저곳으로 쏠린 옷가지는 부재의 지표가 된다. 그런데 이곳이 두바이인지, 뉴욕인지. 아니면 이탈리아의 한 주택가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작가는 오늘날 모든 도시가 지니는 공통의 초상을 옮기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도시의 풍경을 드러낸 작품이 또 있다. 칼레드 자라르(팔레스타인)의 <팔레스타인의 삶과 일>이다. 하지만 이건 팔레스타인의 풍경에만 해당한다. 전시장 한쪽에 자리한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은 가까운 길을 두고 장벽을 돌아 집으로 가야 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일상인 것이다. 전시장의 장벽에는 최단동선이 되는 지점에 예전 팔레스타인 지형의 구멍이 뚫려있어서 장벽의 해체와 영토 수복에 대한 열망을 전달한다.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둘러싼 벽의 높이는 8m. 길이는 700km에 이르며(바르샤바의 유대인 게토는 높이 3m, 길이 18km였다.) 조금씩 해체되거나 새로 축조되기도 한다. 자라르는 이 장벽을 조금씩 허물어 그 콘크리트로 축구공을 만들었다. 과정을 담은 영상에는 아무런 음악도 격렬한 언행도 없다. 청아한 끌과 정의 마찰음 뒤에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찰 수 없는 축구공이 등장한다. 자라르의 화법은 격한 감정을 배제하고 다소 ‘쿨’하게 다가오는데, 이보다 더 ‘쿨’한 모로코의 작가 핫산 하자즈는 다소 유쾌한 화면에 거리의 예술가들을 담아서 <나의 록스타 I> 시리즈를 만들었다. 전부 퍼포먼스적인 촬영과정을 거치며 즐거워 보이지만, 자유분방하고 화려해 보이는 이들은 끝내 아랍의 전통문양 또는 캔으로 만들어진 액자(frame)로 둘러싸여 있다.
아랍문화는 과거 문명의 시작이자 중심으로 그 자체로서 찬란한 때를 보냈다. 그러나 (미국으로 갈음되는) ‘서구’가 주도하는 현대사회는 그들의 틀로 아랍에 대한 재해석과 오해를 생산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 틀을 매끄럽게 와해시키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쉬린 네샤트전>과는 또 다른 감성으로 다가온다. 이슬람의 여성 작가가 드러내는 무거운 주제는 전시장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익숙하고 중량감 있는 고민을 쥐여주지만, 이에 반해 <Fluid Form II전>은 다양한 작가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아랍의 일면들을 통해 지금까지 직조되어 온 아랍의 이미지를 헤집어 놓는다. 넓은 전시공간에 펼쳐진 영상과 설치, 회화작품들은 저마다의 화법으로 여느 현대미술전과 ‘다르지 않은’ 유희를 제공한다. 그들이 가진 사회에 대한 고민, 규율과 억압에 기인한 고통, 혼란에 따른 불안, 미지에 대한 갈망, 그리고 세계에 대한 관찰은 여기 대한민국에도 존재할 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아랍세계는 생각보다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고 그 거대한 유동체는 이제 주목을 요청하고 있다. ●

16.ANG27 Abdulnasser Gharem 'Flora & Fauna' 148 X 209 cm. Coriander Pigment Print on Photorag Paper with 4 Silkscreen Glazes Edition of 8 2013

압둘낫세르 가렘 <동식물 군락> 비디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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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살 삼라 <아랍의 봄> 22개의 풍선, 모래 200×200cm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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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현대미술전 : Fluid Form Ⅱ>을 기획한 독립큐레이터 김유연

“‘아랍의 봄’ 이후 아랍 현대미술의 가능성”

_MG_4318국내에선 아랍 현대미술이 아직 생소한 면이 많다. 왜 지금 아랍 현대미술을 주목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아랍현대미술 전시가 최대 규모로 열렸다. 현재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 루브르 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이 건설 중이기 때문에 예전과는 달리 전 세계적으로 아랍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다. 영국 브리티시 뮤지엄과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도 최근 현대미술까지 컬렉션 영역을 확장했으며, 뉴욕도 마찬가지다. 1993년부터 시작된 샤르자비엔날레는 지난 5년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급속히 향상돼 아랍의 현대미술 중심으로 굉장히 좋은 작가들을 대거 소개하고 있다. 2009년부터 샤르자비엔날레가 열리는 기간에 두바이 아트페어도 함께 열려 시너지 효과가 크다. 아랍 현대미술은 컨텍스트 자체도 굉장히 다양하다. 2010년 ‘아랍의 봄’ 이후 작가들이 정치적 색채도 강해졌고, 다양한 시각을 확보함으로써 콘텐츠도 훨씬 풍부해졌다. 아랍의 봄 자체가 그동안 묻혀 있었던 지식인들의 의식이 깨어나는 민주화운동이었다. 한국의 1970년대 1980년대 민주화운동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멀티미디어의 역할이다. 하룻밤 만에 22개국에 급속히 전파되어 소통이 이루어졌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아랍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그냥 성찰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 민주화 경향으로서의 미술운동의 현주소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2010년에 열린 <아랍현대미술전 : 유동체>에 이어 선보인 이번 전시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
2010년 전시에서는 아랍 현대미술과 도시 디자인에 주목해 역사, 사회, 정치, 도시환경 변화 등 현대 도시의 변화된 지형도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아랍 현대미술에 집중해 한곳에 멈추지 않고 유유히 이동하는 잠재적인 측면, 소용돌이처럼 정치・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하는 지점 등을 예술가의 작업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기획 의도였다. 아랍의 현대미술가들은 대부분 다국적이며, 원래 부족국가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유목민처럼 작가들의 생각과 사고도 어느 한 국가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철학과 사상도 깊이가 있다. 아랍 현대미술을 정의 내리고 정형화하기보다, 아랍 현대미술이 국내에 소개될 때 다양한 배경을 가진 기획자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주는 것이 증요하다고 본다. 다양한 시각이 콜라주되면 내용이 보다 풍부해진다.  한 사람의 큐레이터로서 나의 시각을 제안하는 것이다.
작가들의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이번에 소개된 작가 중에 생소한 작가가 많을 것이다. 현재 내전이 발생한 시리아 지역 작가도 다수 참여했다. 아랍 현대미술에 접근하는 여러 갈래 중에서도 개념적이고 시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있다. 이때 개념적이라 함은 굉장히 정치적이라는 뜻이다. 역사를 드러내거나 사회 정치적 이슈, 환경, 개인적 경험 등을 작업으로 표현할 때 자기 목소리가 강하면서, 여러 겹의 메타포에 의해 시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이면성을 내포하고 있다. 아랍의 봄 이후에 이곳에는 전쟁이 계속 발발하는데 그런 아픔을 다양한 방식으로 인상 깊게 표현한 작업이 꽤 많다.
아랍 현대미술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구 중심의 편향적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서구에 의해, 자본에 의해 편향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열린 측면에서 아랍 현대미술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제대로 살펴보려면 한 작가를 집중 조명해도 부족하며 22명의 60여 점을 통해 아랍 현대미술의 전체 흐름을 읽기는 아직까지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 자체마저 없으면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현재로선 이들의 역사, 사회, 정치 등 다양한 면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 같은 전시일수록 누가 후원하고 누가 기획했는지 등 어떤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종속적인 취향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 것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지금까지 독립큐레이터로 남아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어떻게 하면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는 나에게 늘 숙제로 남아 있다. 일단 서구적인 취향이라는 것은, 그 의도가 자기들의 이익 창출을 위한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본다. 시장도 그런 관점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시장 중심으로 소개되는 주류 작가들보다 오히려 역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 제 역할인 것 같다. 서구적인 편향된 시장 구조에서 벗어나는 데 중요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했다.
아랍미술계의 주요 컬렉션 및 행사들이 엄청난 재정 능력을 갖춘 왕족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샤르자비엔날레, 아트두바이와 같은 행사들이 어떠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나.
아랍 현대미술 작가들은 이에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한다. 카타르, 아부다비에 있는 여러 미술관들에서 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추상표현주의, 앤디워홀 등 서구의 미술품들을 소장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아랍현대미술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현재 두바이에 크리스티, 소더비 옥션 등이 설립돼 런던과 파리와 연결되어 있고, 글로벌한 움직임이 크다보니 이들 작가의 작품 가격도 당연히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어차피 시간문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가 중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작가가 많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다양한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싶다. 현재 하나바에서 제안받은 프로젝트가 있으며, 뉴욕에서 열릴 대규모 국제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15년 전 베를린에서 동북아 한자문화권을 중심으로 1990년부터 2000년까지 ‘퍼포먼스 보디 앤 아트’라는 프로젝트를 선보인 적 있는데, 최근 10년간 변화된 면모를 새롭게 조명할 계획이다. 이슬비 기자

 

 

 

 

[Review] 사회적 풍경

사회적 풍경

LIG 아트 스페이스 5.22~6.28

동시대미술에서 ‘풍경’이 삶의 배경이 아닌, 삶 그 자체로서의 풍경으로 재현되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이다 못해 흔하다. 그렇기에 풍경을 주제로 기획을 할 때 어떤 맥락을 가질 것인지가 어렵지만 중요한 부분인데, <사회적 풍경>은 그 부분을 드러낸 전시였다.
참여 작가들의 작업 면면은 작가적 의도와 맥락이 뚜렷했다. 부산의 감천, 영도라는 장소가 가진 버내큘러적 공간성을 그대로 담아낸 강홍구의 사진, 도시 사람들의 취미와 여가의 집합성과 익명성을 드러낸 이상원의 회화, 개발과 성장기 모던 시티의 디스토피아의 현재를 보여준 정재호의 회화, 신자유주의의 역사적 현장을 미술관 쇼케이스처럼 증거로 남긴 진기종의 설치, 존재와 소멸 안의 시간과 기억을 상상하는 이혜인의 회화의 설치, 극장 간판 그림쟁이, 동네 골목 작은 가게 안 미싱사의 삶과 일상에 대한 기록인 전소정의 싱글 채널 영상이 그러했다.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그래서, 익숙한 사회적 풍경 안에 숨은 다른 풍경에서 찾을 수 있는 것에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19세기 근대 국가 탄생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 이전에는 ‘공동체’가 보편적 개념이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근대화 과정에서 비가시적 공동체의 소서사를 드러낸 전소정의 <되찾은 시간> <어느 미싱사의 일일> 그리고 그러한 공동체의 시간성과 역사성이 축적된 장소성을 사실대로 찍어낸  강홍구의 <사람의 집 – 프로세믹스 부산 > 연작이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이란 개념에서 정치적이고 이념적 맥락과 거리를 두고자 했던 탓일까. ‘사회적’ 풍경에서 ‘사회적’이란 기획의 틀을 개인적이고 정서적 관점으로 밋밋하게 걸쳐 둔 것이 작업들이 가진 섬세한 결들을 보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왜냐면, 새로운 작업이 아닌 기존 작업들을 엮어 전시를 만들 때 어렵지만 중요한 지점 중 하나가 작업들이 가진 섬세하고 풍부한 결들을 다른 주제와 개념들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관람객이 전시나 작업의 의도와 달리 해석하고 경험하는 것에 대한 여지를 두는 것과는 별도로 이 부분에 미술계 관람객이 아닌,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에서 미술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을 경험하기 위한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채은영・우민아트센터 학예실장

 

 

[Review] 이탈리아 젊은 작가 – We Have Never Been Modern

이탈리아 젊은 작가  __  We Have Never Been Modern

송은아트스페이스 5.8~8.9

이탈리아 젊은 작가전은 2012년 스위스를 시작으로, 매해 한 나라의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프로젝트이다. 단순 소개에 머무르지 않고 각각의 주제를 가진다. 작가 22명의 작품 24점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논쟁적인 전시의 부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탈리아 하면 아직도 고풍스러운 이미지가 있는데, 모더니티를 문제 삼은 것은 다소간 의외이다. 그러나 역사학자 R. 코젤렉이《  지나간 미래》에서 말하듯이, 르네상스 시대에 인문주의자들이 고대의 전범으로 돌아가면서 그 사이의 ‘야만적 시대’는 하나의 기간이 되었고, ‘새로운 시대’는 마침내 ‘중세’에 대해 새롭게 파악되는 하나의 기간을 뜻하게 된 것에서 근대가 설정되었음을 염두에 둔다면, 어느 나라보다 일찍 근대를 맞은 이탈리아의 자의식을 엿볼 수 있다. 근대는 가히 고대적 질서를 떠올릴 만큼 강고하게 자리 잡았다. 근대적 진보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선형적 질서로 강요되었고, 미리 규정된 목표에 이르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의미하는 합리주의는 개별적 특수성과 무관하게 모두 따라야 하는 원리가 되었다. 예술은 ‘새로움’으로 치장된 근대적 질서를 일찍이 내면화했지만, 모더니티라는 거대한 동일성의 질서에서 주변화되기 마련이었다. 20세기의 이탈리아에서 근대란 후발자본주의의 성급함에서 비롯된 독재 및 세계전쟁과 밀접했으며, 그러한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근대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이 생겨났을 것이다. 그래서 이탈리아 현대미술은 앞으로의 진격을 명령하는 전위주의에 대해 ‘트랜스 아방가르드’로 반응한 바 있다. 어떤 목적을 향한 전위의 계몽적이고 예언자적 태도는 전복되고, 전 방위적인 유목 및 횡단이 고무되었다. 이 전시의 어리둥절할 만큼의 다양성은 근대라는 본질화된 가치로부터 멀어지려는 확산의 움직임을 나타낸다. 전시는 5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모더니티 철회하기’에서는 매체의 순수성과 자율성으로 진화해온 모더니즘의 미학적 이데올로기에 대해 혼성으로 대응한다. ‘다수의 세계’와 ‘평행 우주’에서는 중심/주변, 전체/부분 간의 질서를 통해 유례없는 한 줄 서기를 가능케 한 위계적 질서를 해체하려 한다. ‘자연의 법칙’은 도구적 이성으로 전락한 근대의 합리적 이성에 의해 억압된 자연을 복귀시키며, ‘현재에 대하여 생각하기’는 새로움과 진보라는 근대에 독단적으로 설정된 시간 질서에서 과도기로만 간주되었던 현재를 다시 본다. 근대에 대한 자의식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는 생활필수품이 비치되어 있는 박스형 건축구조물을 설치한 F. 아레나의 작품이 있다. 그것은 근대에 대해 근원적인 회의를 불러일으키게 한 획일적 주거환경을 떠올린다. A. 타디엘로의 악기처럼 생긴 구조물은 엄청난 강도의 소리를 방출하는 무기이기도 한데, 그것은 근대에 설정된 예술과 진격의 관계를 풍자한다. R. 오를란도가 손글씨로 쓴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는 근대에서 배제되었던 타자의 가치를 1970년대 페미니즘의 구호를 인용하여 표현한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앨범에 분장한 자신을 끼워 넣은 M. 리치의 위조 사진들은 현실과 허구가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진 포스트모던 세계를 반영한다.

이선영・미술비평

 

[Review] 박진아 – 네온 그레이 터미널

박진아  __  네온 그레이 터미널

하이트컬렉션 5.30~8.2

한 남자는 검정 백팩을 메고 떠나고 있다. 걷다가 몸을 반쯤 틀어 남겨진 이를 바라본다. 등 뒤로 열린 자동문은 그를 재촉한다. 자동문 너머 길게 뻗은 흰 통로, 그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알 수 없다. 공항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박진아의 새 연작 중 <자동문(이쪽으로)>의 한 장면이다. 다른 작품 <활주로가 보이는 창>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네 명의 인물은 창문 밖을 바라보며 있다. 유리창 너머 텅 빈 활주로를 응시하는 이들의 뒷모습과 함께 캔버스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공항의 회색 바닥과 그 표면의 광택에 반사되어 비친 네 명의 그림자이다. 창문 안 공항 내부와 창문 밖 활주로, 공항 안 사람들과 바닥에 비친 그들의 그림자, 캔버스 안 등장인물과 캔버스 밖 관람자의 배치를 통해, 작가는 하나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공항이라는 공간을 개념적으로 시각화한다.
박진아는 자신이 촬영한 공항 사진들에서 그 인테리어 대부분이 회색으로 채워져 있음을 발견했다. 작가가 발견한 무채색의 공항은 “현대의 공항은 ‘아무것도 아닌 공간(non-place)’으로 설계된다”는 인류학자 마크 오제(Marc Augé)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세계의 어느 공항이든, 공항이라는 공간은 그 장소가 가진 고유한 흔적들은 사라진 채 복제화된 공간으로 존재한다. 장소가 갖는 독특한 관계성이나 역사성, 또는 정체성이 파괴되고 일률적으로 동질화된 공항에서 우리는 만나고 헤어지며 또다시 삶을 살아간다.
박진아는 공항 연작에서 공항의 ‘회색’을 재현하는 것이 과제였다고 한다. 천장의 회색, 벽의 회색, 그리고 바닥의 회색 광택은 그 안에 있는 인물을 에워싼다. 작가는 그 상황을 캔버스에 여러 색을 겹친 붓질로 표현했다. 회색 공간 안에서 인물들은 아래로 길게 늘어진 제 그림자와 함께 고립된 섬들처럼 떠있는 듯하다. 박진아의 캔버스는 켜켜이 고독으로 가득하다.
박진아는 자신이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과 인물들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왔다. 이전 작업에서는 전시장의 모습과 미술계 인물들의 일상의 순간을 소재로 삼았다면, 이번 신작에서 작가는 최근 많은 시간을 보낸 공항이라는 공간을 소재로 삼는다. 작가는 일기를 쓰듯 자기의 주변을 기록하고자 공항에서 느낀 그 쓸쓸함을 작품에 담는다.
이번 전시에서 또한 박진아는 독일 작곡가 페터 간과 공항을 소재로 회화와 음악을 공감각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협업 작품을 소개한다. 페터 간은 공항에서 채집한 소리들과 자신의 키보드 연주를 편집하여 사운드를 내놓는다. 이 사운드는 노이즈가 되어 박진아가 회색만으로 구축한 추상의 캔버스와 조우한다. 관객은 겹겹이 쌓아 올려 결국은 무채색이 된 회색의 캔버스와 그 노이즈에 둘러싸인다.
양지윤・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큐레이터

[Review] 김명범 – SEESAW

김명범  __  SEESAW

갤러리 인 5.29~6.21

김명범은 자연물을 비롯 다양한 오브제를 결합하여 사물이 가지고 있는 본질을 변형시킨다. 이런 이질적인 만남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의미들을 통해 관객 스스로 내밀한 성찰을 하도록 이끄는 명상적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까지 해오던 작업들의 연장선상에서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을 통하여 얻어진 개인적인 고민들을 이전 작업보다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소라는 놀이기구를 통해 작가로서의 길이 자신의 꿈과 이상이라면, 아들과 친구, 성인으로 살아가는 나날을 현실이라 보고 둘 사이의 균형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전시장 메인 공간에 설치된, 커다란 나무로 만들어진 <SEESAW>는 마지막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우선 작은 방에는 다양한 오브제를 변형시키거나 합성한 작업들이 있는데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지팡이 모양의 삽, 곡괭이, 해머이다. 지팡이와 노동에 사용되는 도구는 막상 무엇인가 연관 관계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는 지팡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이상과 꿈을 지탱해주는 보조기구이며, 그 밑에 달려있는 도구들은 경제적으로 현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실질적 도구이다. 이렇게 작가는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작가로서의 삶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서기 위한 아슬아슬한 균형 잡기였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전시장에 등장하는 다양한 오브제들은 이러한 내용들을 은유적으로 내포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만 살펴보자. 커다란 덫과 스틸로 만들어진 풍선이 묶여 있는 <Untitled>에서 조금만 건드려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덫은 한 사람의 꿈으로 상징되는 풍선을 붙잡고 있어, 현실이 이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스틸로 만들어진 풍선이 오히려 땅에 무겁게 내려 앉아 현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현실과 이상이 서로를 옭아매고 있는 상태는 작가의 성찰에서 시작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사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메인 공간의 <SEESAW>로 돌아와 보자. 작가의 유년시절 천진난만하게 타고 놀던 놀이 기구였던 나무 시소는 현재 전시장 안에 작품이 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전시 이후에 어떤 길을 가게 될 것인가? 이상이 현실이 되고, 현실은 다시 이상이 되고, 서로의 균형이 무너지면 서로를 볼 수 없는 정반대되는 운명으로 묶인 나무시소는 작품에서 현실로 돌아가 현실세계의 것이 될 것이다. 작가는 우리의 인생에서 이러한 시소놀이가 계속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이렇게 김명범은 현재의 작가적 고민과 현실적 고민을 모두 담고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우리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신승오・페리지갤러리 디렉터

 

 

[Review] 금혜원 – Cloud Shadow Spirit

금혜원  __  Cloud Shadow Spirit

아트선재센터 6.14~7.13

장례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영정을 가운데 놓고 죽은 자에게 예를 다 하는 일련의 행위가 언뜻 죽은 자를 위한 일 같지만, 그 역시 남아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슬픔을 달래고 죽은 자를 편안히 보냄으로써 책임을 다하려는 일이기에, 결국 장례란 산 자들을 위한 의례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작가 금혜원은 이번 전시에서 반려동물의 장례문화를 사진에 담았다. 사람이 아닌, 사람과 함께 하는 동물(animal companion)의 죽음을 소재로 한다는 지점에 또 다른 강조점이 놓인다. 사실상 개, 고양이, 새 등 이른바 반려동물은 각박해지는 문명사회에서 인간이 곁에 두고 정을 나누려는 데서 비롯된 존재다. 인간의 이기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명칭을 바꾸자는 주장이 국제적으로 공식화된 것이 고작 1980년대의 일이며, 핵가족이나 일인가구와 같은 현대사회의 가족 형태 변화에 따라 반려동물을 또 다른 가족구성원으로 여기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왔을 뿐 지금도 그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기리는 다양한 방식과 유형을 담은 금혜원의 사진은 ‘장례’와 ‘반려동물’이라는 이중적 강조를 통해 결국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자기중심적 본성을 다루고 있는 셈이다. 장례식, 화장터, 납골당, 사당, 무덤, 박제, 위패, 메모리얼스톤(유골로 만든 인공사리) 등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각기 다른 장례 및 추모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국가별 문화적 차이 역시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것들 대부분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의 차이보다는 장례 문화의 차이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반려동물의 장례란 것이 결국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재차 확인시켜준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별다른 인위적인 설정 없이 각각의 대상과 장소를 무덤덤하게 포착하고 있다. 그러나 사진 안에 담긴 수많은 정보로 인해 관객은 자연스럽게 많은 것을 보고 읽어내면서 작가의 생각과 교감하게 된다. 재개발 건설현장에서부터 지하철 철로, 인공적 녹조공간, 폐기물 매립시설, 반려동물의 장례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소재를 확장해가면서 인간과 사회에 관한 동시대적 사진 보고서를 차근히 써나가고 있는 듯하다. 그녀의 다음 시선이 머무는 곳을 기대하게 된다.

신혜영・미술비평

[Review] 백순실 – 보이는 소리, 들리는 색

백순실  __  보이는 소리, 들리는 색

금산갤러리 5.28~6.20

같은 땅에서 한 해 두 번 농사짓는 일이 ‘그루갈이’다. 백순실의 작업을 떠올리면 그루갈이가 생각난다. 그가 캔버스로 도모하는 일을 경작에 견주어 보자. 가을 벼를 거두면 밀과 보리를 심고, 서둘러 푸성귀를 장만하거나 가욋일로 찻잎을 건사하고 꽃모종을 옮길 때까지, 백순실의 손놀림은 쉴 새 없이 재바르다. 심고 기르고 거두는, 그 지루한 노동이 일상화됐다. 그의 근면은 캔버스에 심은 실팍한 정성과 짝을 이루는데, 작가의 이름조차 ‘순직하고 참되다’는 뜻인 ‘순실(純實)’이다. 그의 성심은 지인들이 두루 인정하는 바여서 명실상부한 됨됨이가 작품에서 애쓴 흔적이 묻어나는 모양새와 여무지면서도 맵시로운 짜임새로 기어코 나타났을 테다.
하늘이나 땅에 대한 작가의 체화된 미더움은 이번 전시작에서도 한결같다. 머금은 침묵과 떠도는 지향, 또는 갈앉힘과 솟구침의 이미지가 공존하는 작품들의 표정에서 감이 잡힌다. 미술의 해묵은 소재로 하늘과 땅, 자연만한 것이 어디 있으랴마는 작가가 그 뻔하디뻔한 상투성의 병통에서 일찌감치 벗어난 데는 까닭이 있다. 선현의 가르침에 나오듯, 하늘과 땅은 비록 해묵었다 해도 끊임없이 새것을 낳고 나날이 새것을 기르기 때문이다. 다만 오래된 것이 가지는 겉치레에 물들지 않고, 새로운 것이 빠지는 허황됨에 혹하지 않는 것이 창작자의 숙원인바, 여느 작가처럼 백순실도 그쯤은 알고 있다. 그는 변하는 것과 변치 않는 것의 함의를 따진다. 하늘과 땅은 변치 않는 것으로 변하는 것을 만든다. 그의 화면에서도 느껴진다. 낯익은 것이 낯설고, 늘 보이던 것이 새로 보인다. 굳건한 작가의 항심(恒心)은 거기서 찾아야 한다.
음악에 부치는 백순실의 순정은 도탑다. 출품작들은 아스라이 사라진 선율을 붙든다. 화포에 깃든 선율이 꿈을 꾸고, 씨를 뿌리며, 꽃을 피운다. 그의 화포는 당연히 ‘연주되지 않은 악보’를 넘어선다. 그가 그린 베토벤 교향곡 6번을 보자. 아늑한 평화 그리고 요동 뒤에 오는 관조와 명상은 이 교향곡의 밑가락이 된다. 작가는 특유의 장기인 구성적 긴장미를 부러 외면하면서 들뜨리만큼 쾌활한 붉은 색조와 깊숙한 녹음의 포치를 선보이는데, 이것이 소리마디를 내키는 대로 조율하는 발랄함으로 ‘전원’의 지평을 낭만적으로 바꾸는 구실을 한다. 이와 다른 게 말러의 교향곡 1번을 그린 작품이다. 통제된 아름다움이 앞장선다. 이 작품은 말러리안들이 흔히 말하는 ‘치유로서의 말러’를 설핏 떠오르게 한다. 하늘은 연분홍빛, 수많은 공기방울이 흔들리며 반짝인다. 땅은 어두운 갈색, 허투루 쌓은 구조 아래 꿰맨 자국이 선연한 바닥이 보인다. 꿰맨 곳과 쌓은 곳, 그 사이에 노란색의 가느다란 가로대가 자리 잡았다. 붉고 푸른 색실이 그 속에서 꼼지락거린다. 그것은 캄캄한 땅속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빛인가. 말러 음악은 ‘압력솥처럼 짓누르는 현대사회에서 개성을 회복하려는 자의 안간힘’을 북돋운다고 흔히 말들 하는데, 백순실의 화면에 내재한 극복의 전조는 견인주의(堅忍主義)의 경건성에 가깝다.
백순실은 온갖 재료를 품는다. 화산석이나 커피, 매트 미디엄과 석고까지 동원해 바탕이 바탕답게, 땅의 켜가 결이 되도록, 버무리고 주무른다. 체취가 바탕에 스미어 그림이 뼈와 살이 되는 느낌을 기원하는 것일까. 음악을 빚어도 전기적 펄스나 음향적 비트에 기대지 않고 날숨과 들숨, 걸음나비의 생체적 리듬을 실을 줄 아는 백순실은 드디어 말한다. “바보야, 문제는 농사가 아니라 그림이야.”

손철주・학고재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