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TOPIC brilliant memories:with

북서울 (10)

위 박재영〈 DownLeit Memory Simulator Vol.1 〉 DC 기어드 모터, AC 기어드 모터, 멀티채널 영상, 자동차 엔진, 향 150×450×140cm 2016, 아래 박문희〈 사막에서 핀 생명〉 강화플라스틱 위 모래채색, 자동차 부품, 혼합재료 440×700×200cm 2016

서울시립미술관과 현대자동차가 공동 주최하는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동행전〉이 3월 22일부터 4월 21일까지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렸다. 올해 2회째를 맞은 이번 전시에서는 공모한 사연 외에 작가와 탈북 새터민 등의 사연도 다뤄 자동차와 인간의 특별한 ‘동행’을 이어가고자 했다. 참여한 12팀 작가들의 설치, 영상, 조각 작품 등 12점이 소개된 이번 전시를 통해 점차 확대되어 가는 미술과 기업의 공생관계를 확인해볼 수 있다.

협업과 공존의 방식

안소연 미술비평
미술과 다른 영역의 만남 자체로 이목을 끌며 이슈를 만들어내던 때도 지났다. 미술의 오랜 폐쇄적 전통에서 벗어나 일상에 깊이 연루될 것을 자처한 수많은 미술가의 노력으로 ‘미술’과 ‘미술 아닌 것’의 연대가 가능하게 됐고, 이러한 결탁은 단순히 작가의 흔적을 제거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입장들 안에서 숱한 협업자의 개입을 불러왔다. 서구에서는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며 현실 혹은 현실문제에 동화된 작가들이 일상의 다른 영역과 곧잘 왕래했으며, 이는 20세기 이래 몇 차례 등장했던 아방가르드적 사유에 기대어 각 영역의 진부한 경계를 허무는데 일조했다. 이제 단순한 결합을 넘어선 협업과 공존의 방식이 동시대 미술의 세련된 미덕처럼 제시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립미술관과 현대자동차가 공동 주최한 전시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동행〉은 미술과 기업의 만남이라는 일련의 협업 조건에서 비롯된 예술적 실천 내지는 형식에 대한 다양한 층위의 논점들을 제공한다.

사물, 상황을 매개하는 형태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은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프로젝트는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캠페인의 일환으로 기획된 전시다. 기업과 소비자를 매개하는 방안으로 채택된 이 예술적 실천은 2015년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timeless village전〉을 시작으로 역동적인 사회의 표피 아래 가려진 한 개인의 사라져갈 기억과 작은 역사를 조명한다. 이를테면 이 프로젝트는 자사의 자동차에 얽힌 사용자들의 사연을 공모하고 채택된 사연을 소재로 한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형태와 태도를 아우른다. 이는 단지 하나의 사물이 정의되는 진부한 의미나 낭만적인 수식어들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으로부터 파생되는 개별적 상황들을 환기한다. 따라서 기업의 대량 생산품이자 현대인의 사적 소유물인 자동차를 소재로 한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프로젝트에서는 여러 주체와 그들이 맺고 있는 수많은 관계가 근거리로 포착된다. 전시 제목이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동행〉인 것도 그런 의미의 타당성을 한껏 뒷받침해준다. 실제로 전시에 참여한 12명의 작가는 여러 관계와 상황의 틈새에 개입하는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행보를 보여준다.
정연두의 사진 콜라주 작업 〈여기와 저기 사이〉는 자동차에 얽힌 어느 탈북 새터민의 기억(사운드)과 1990년대 한국사회 중산층의 마이카 문화 단면 (이미지)을 중첩해 놓았다. 현실을 살아가는 삶의 주체들이 겪는 각기 다른 상황의 층위를 들춰내듯, 정연두는 여러 장의 사진을 부분적으로 잘라 몇 개의 공간 층을 유지한 하나의 꽉 찬 풍경으로 재구성했다. 풍경의 익숙한 표피로부터 내부의 낯선 상황으로 개입해 들어가는 작가의 시선은 여기와 저기 사이에 어중간히 서있는 관객들에게 가공된 이미지가 시사하는 권력의 기호와 소박한 진실의 격차를 미묘하게 드러내 전달한다. 이때 상황을 매개하는 사회적 산물로서의 자동차는 여러 입장을 대변하는 표상으로 작용한다.
한편 박경근의 2채널 영상 〈1.6초〉는 최첨단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역동적으로 돌아가는 스펙터클한 기계 장치들에 주목했다. 영상의 거대한 수직적 스케일과 화면 속 기계가 뿜어내는 시청각적 효과들은 적어도 현재를 매개로 한 과거와 미래의 역사를 꽤 근거리에서 체감하게 한다. 전형적인 수직적 기념비 형태를 띠는 김기라×김형규의 〈잘자요 내사랑!!〉도 자동차라는 하나의 사물이 함의하는 집단적 기억의 외피와 그 내부에 공존하는 익명의 작은 역사들을 주목한다. 어쩌면 전준호의 〈타틀린, 코발트 블루, 나부의 쏘나타〉도 일상의 리얼리티라는 측면에서, 폐차 직전의 자동차를 현재의 3차원적 실재 안에 여전히 작동 중인 무명의 실존 기념비로 세워놓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북서울 (3)

이주용〈 창 너머의 기억〉 메탈, 인조 털, 합판, 아크릴 물감, 홀로그램, 레이저, 플라스틱 꽃 180×150×190cm, 120×100×160cm 2016

북서울 (6)

2층 전시장 전경

협업, 차이를 함의한 타인과의 공존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업은 대부분 몇 가지 공통적인 조건에서 출발한다. 기업과 예술가의 협업이라는 조건 하에 참여 작가들은 저마다 현대자동차라는 기업 브랜드를 공통의 소재 및 매체로 다룬다. 또한 작업 과정에서 몇몇을 제외한 작가 대부분은 현대자동차를 소유한 소비자와의 소통을 수반한다. 제한된 조건 속에서 대상에 접근해 가는 작가들의 예술적 실천은 현실과 관계 맺는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태도와 형식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작업을 통해 협업의 관계가 나이브하게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각각의 협업자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언어를 통해 충분한 만남과 소통의 방식을 생산해냈다. 그렇듯 차이를 전제한 소통의 미덕이야말로 협업과 공존의 가장 적절한 모델이 아닐까 싶다.
또한 협업하는 방식을 기존 작업의 맥락에서 구체화한 작가도 있다. 그동안 〈아트 택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홍원석은 이번 프로젝트 사연자의 구형 그랜저 2.0을 이용해 〈아트 택시〉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타인의 물건과 이야기를 가지고 관객 참여형 작업을 지속해온 작가는 타인들의 접촉과 교환을 직접 주선하며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개인의 소소한 실천을 기록해갔다.
다운라이트 디렉터로 전시에 참여한 박재영의 〈DownLeit Memory Simulator Vol.1〉은 일종의 기억 환기장치다. 한 개인의 특정 기억을 복구하기 위해 제작된 이 기계장치는 그 쓸모에 비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것은 사연자와 관련된 특정 기억을 환기하는 심리적 기계장치지만, 사실 전시를 통해 타인의 자리에서 우연성에 기반을 둔 채 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 우연성이란, 과거 다다이스트들의 전략처럼 수많은 차이와 간극을 내포한 것이며 동시에 미끄러지는 의미의 연쇄로 뜻밖의 공감과 소통의 방식을 고안해내는 실체다. 이처럼 미술과 기업의 협업 방식을 직접적으로 다룬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동행〉에서는 협업의 주체들이 각각의 상황에 매우 능동적으로 개입돼 있다. 그 말은 차이를 내포한 협력과 공존을 뜻하는데, 결국 사회적 틈새에 섬세하게 개입할 수 있는 예술의 유연한 태도야말로 이러한 협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

 

EXHIBITION THEME

DF2B3647

위 최진욱 <서서히>(오른쪽) 캔버스에 아크릴 194×518cm 2013 <북아현동4>(왼쪽) 캔버스에 아크릴 97×130cm 2012 아래 오치균 < First Ave > (오른쪽) 캔버스에 아크릴 100×200cm 2014

최진욱 개인전 <서서히> 인디프레스 4.1~21
& 오치균 개인전 <New York 1987~2016> 금호미술관 3.4~4.10

 

화가 오치균과 최진욱. 사실 이 두 중견 작가의 작업은 닮은 구석이 없어 보인다. 회화를 재현하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지점이 두 작가의 작업을 함께 살펴볼 때 새로운 흥미를 일으키지 않을까? 오치균은 표면의 강렬한 질감을 통해 강한 인상을 전달하고, 최진욱은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정치적인 이슈를 이끌어낸다. 필자는 이들의 작품을 토대로 비평에 대한 딜레마를 털어놓으며, 비평의 역할을 성찰한다.

말수가 적은 회화와 많은 회화 앞에서, 비평의 딜레마

반이정 미술비평
한 면 위에 담긴 공간적 의사소통을 텍스트라는 시간적 의사소통으로 번역하기. 회화에 대한 평론을 이처럼 단순히 정의해도 무방할 거다. 감상을 돕자고 출현한 게 평론일진대 평론이 감상에 걸림돌과 부담 요인이 될 때가 실로 많다. 이는 주어진 지면을 채워야 비로소 완성되는 평론의 생리와도 연관이 깊다. 이걸 평론의 딜레마라 불러보련다. 동일한 작품에 전혀 상이한 여러 해석이 나오긴 어렵다. 해서 새 필자는 앞선 필자들의 인용문, 그림의 주제와 연관된 참고 문헌의 장황한 나열, 종래 해석을 살짝 비튼 동어반복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지면을 구성하기도 한다. 그러니 쥐어짜낸 문장으로 분량을 채운 평문이 쉽게 출현한다. 이런 일은 실로 흔한데 이런 현상을 평론가의 인습이라 해도 괜찮겠다. 그래서 주제에 큰 편차가 없는 어떤 작가에 대해 동일한 필자가 여러 차례 평문을 쓰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나는 평소 믿는다. 이런 사정이야 어떠하건 작품이란 평론과 한 묶음으로 유통되는 형편이다.
이 같은 작품-평론의 유통 구조, 견제 받지 않는 평론가의 인습 등으로 인해 동어반복적인 평론과 비문에 가까운 ‘읽히지 않는’ 평론은 제재를 받지 않고 계속 생산되는 거다. 오치균과 최진욱은 미디어 친화적인 화단에서 생존한 중견 회화 작가이지만, 이 둘은 상이한 지평에서 다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자료에 따르면 둘은 같은 기획전에 함께 묶인 바 있다. “주목할 만한 새로운 동향과 전망을 끌어내는 데에 역점”을 두고 기획되었다는 25년 전 <바람받이-1991년의 동향과 전망展>(서울미술관 1991년)에서 30대 중반이던 둘은 그들의 현재를 예고하는 원형을 보여준 바 있다. 세잔 풍의 붓질로 연희동 습작을 남긴 최진욱과 안료의 재질감을 살려 용산과 무악재를 재현한 오치균은 그들의 원형을 확인시킨다. 인습적인 회화의 관행에서 벗어난 실험성 때문에 둘은 당시 주목받은 걸 것이다.
오치균과 최진욱을 말수가 적은 회화와 많은 회화로 도식적으로 구분할 수도 있겠다. 작가의 사연이 화면 위에 깊이 스며있다손 쳐도 오치균의 완성도는 요철감이 지배하는 그림의 평면에서 9할이 결정된다. 반면 최진욱을 설명하는 용어는 무척 많다. ‘감성적 리얼리즘’ ‘신비하고도 과학적인 리얼리즘’ ‘개념적 회화’ ‘생태적 회화’에 이번 개인전에선 박찬경이 ‘사건 실재주의’라는 신조어까지 추가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개념이야 어떻건 최진욱의 작업관은 사실주의와 형식주의, 구상과 추상, 정치성과 순수예술 사이를 반복하는 작가적 태도로 요약될 게다.
1987년부터 현재까지의 뉴욕 체험기를 다룬 오치균의 개인전을 보면서 나는 수첩에 ‘인상주의’라 적은 후 “이건 좀 구식 비유인가?” 하며 주저하기도 했다. 그의 호소력은 언어적 해석보다 체험을 통한 공감이 크다. 아트페어는 흔히 3강 구도의 풍경을 보여준다. 극사실주의, 팝아트, 안료의 재질감이 강조된 회화가 그 3강이다. 안료의 재질감이 주는 직감적인 호소력은 대중적 미술행사를 통해 반복해서 확인된다. 오치균은 아크릴물감과 모델링 페이스트를 혼합한 안료를 손가락에 묻혀 그린다고 알려졌다.
뉴욕 체류기 ‘회고전’을 다룬 이번 전시에서 나는 1995년 전후의 그림을 편애했는데, 오치균 화면의 촉각성이 내게 남긴 첫인상이 1995년 무렵 어느 전시장에서 형성됐기 때문이다. 차량 매연과 눈이 뒤섞인 우중충한 도로의 질감을 회화로 묘사하지 않고 안료로 대체하고 있었다. 재현 대상을 묘사가 아닌, 안료의 대체로 완성한 그림의 호소력은 복잡한 설명 없이도 간명하게 간파될 수 있다. 나는 여태 오치균을 다룬 평론을 한 번도 읽어본 바 없었다. 이번 기회에 찾아보니 예상대로 그 많은 평론이 유사한 논평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내가 주저하면서 메모했던 인상주의에 대한 언급마저 이미 다른 필자가 남겼다. 설명 없이 화면의 재질감으로 평가해도 될 오치균에 대해,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필진이 장식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아트인 아메리카》 편집장(리처드 바인), 서울미대 교수(정영목), 문학평론가(김우창), 소설가(김훈), 이번 개인전에선 뇌과학자(정재승)까지 가세했다.
각계 인사의 평가를 듣고 싶은 당사자의 심정은 알겠으나, 언어의 풀이보다 화면의 물성으로 승부수를 두는 회화도 있는 법인데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나 싶다. 정재승은 작품론을 부탁받은 모양인데 ‘작가와의 대화’로 글의 형식을 변경했다. 그는 작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아마 종래의 해설들과 상이한 해석을 보고 자기 전공을 살려낼 도리를 순진한 그로선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짧은 논평만 남기련다. 임페스토는 그의 브랜드가 됐지만 1995년 뉴욕이 2015년 뉴욕보다 훨씬 깊다. 지인의 조언을 빌리면, 작품이란 게 삶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법이라 근작에선 오치균 브랜드만 강조된 느낌이다. 그가 1995년의 미학으로 되돌아가긴 어려울 게다.

오치균   캔버스에 아크릴 169×111cm 1995

오치균 < Houston Street > 캔버스에 아크릴 169×111cm 1995

주관적인 확신을 넘어
오치균의 필진 구성과 대조적으로 최진욱 미학은 심광현 개인이 독점하다시피 공급했다. 형용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최진욱의 그림은 화면보다 그와 그를 지지하는 평론이 압도하는 형국이다. 이번 전시에선 박찬경이 글을 썼는데, “최진욱의 작품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목적으로 써선지 심광현의 ‘잘 읽히지 않는’ 난문보다 훨씬 낫고 신작보다 포괄적인 작가론에 집중한 글이다. A4용지 11매 분량의 서문은 뒤로 갈수록 잘 읽히지 않았다.
예를 들어 “그에게 그림은, 오늘의 생활 속에서 매순간 살아있는 실제 사건들의 연쇄 속에 움직이고 있는, 정체성을 지니기 이전에 있는 어떤 복합적인 상태이며 주객관이 만나는 충만한 장소이다.” 같은 문장을 보자. 언어 사용을 생업 삼는 비평가의 직감으로 말하자면, 저 입증 불가능한 문장은 어떤 의미가 담겼을 테고, 어떤 미적 공동체에선 의사소통 때 사용될 게다. 그렇지만 저런 평가 방식 혹은 의사소통은 확장성을 지니지 못한다(대중에 대한 확장성이 아니라, 미술 전공자 집단에 대한 확장성을 말하는 거다). 나는 최진욱의 작품 혹은 평론이 독보적인 혹은 폐쇄적인 소수의 미적 공동체가 나누는 반증불가능한 주관적 미감이자 개인적 확신이라고 판단한다. 때문에 리얼리즘에 뿌리를 둠에도 확장성이 낮다. 이건 숙제다. 이를 어쩔 건가? 전시에서 구체적인 예를 들자.
박찬경은 “북아현동을 걷는 교복 입은 소녀들의 모습에서 세월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묻기도 한다. 이쯤 되면 난감해진다. 이렇게 되묻자. <북아현동4>(2012)로부터 세월호를 떠올리는 남다른 미적 감성의 공동체가 있을 것이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같은 이치로 절대 다수의 ‘미술 전공자 그룹’은 그런 연상을 떠올리지 못할 테고 이는 최진욱에 대한 몰이해가 아닌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교감의 총체적인 엇나감은 작가가 풀어야 할 몫이지 수용자의 과제가 아니다. 문제는 최진욱의 작업과 평론의 대부분이 이처럼 흔들리지 않는 주관적인 확신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확장성의 문제가 <북아현동4> 한 점에만 걸리는 게 아니라는 거다.
개인전 제목으로 쓰인 400호 캔버스의 <서서히>도 보자. 이 그림은 친구 부친상을 기초로 완성한 2008년 개인전 <88만원 세대>에 출품된 <메멘토 모리 2>라는 그림을 2013년에 재구성한 거다. 작가의 진술에 따르면 2012년 대선 때 정권이 교체되리라 확신한 작가는 이명박 시대를 땅에 묻는 의미를 담으며 그리고 있었단다. 정권교체에 실패한 현실은 차치하더라도, 일상적 장례 풍경에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풍경을 이입시킨 셈인데, 박찬경은 이 작업을 “일상과 정치의 감각적 지적 일치라는 최진욱의 오랜 시도가, 이 그림을 통해 이제 결실을 맺은 것 같다”고 격찬한다. 다시 북아현동 여고생 그림과 세월호 연상 작용을 환기해보자. 일상적 장례식 그림이 정권교체의 은유임을 작가의 진술이나 전시 서문을 통해 가까스로 확인한들 “음. 그런 거였군”하고 만다. ‘사실 확인’ 이상의 감정이입이 어렵단 말이다. 이때도 감정이입의 실패는 둔한 미감의 결과이기 보다 작가의 리얼리즘이 반증불가능한 주관적인 확신에 기초해서라고 나는 본다. 나는 차라리 최진욱의 완성도가 그의 치열한 정치성과는 별개로, 디테일이 결여된 붓질과 자의적 채색에 있다고 본다. 요컨대 <북아현동3>(2011)에서 여고생 다리의 빨간 채색이나 <서서히>에서 분홍색 봉분 같은….
비평을 위해 작가의 진술과 남이 써둔 비평을 두루 검토하는 사전 작업이 자연스러운 과정처럼 굳었건만, 지리멸렬하고 불필요한 인습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이 두 작가를 해석하기에 앞서 통 읽히지 않는 평문들(최진욱)을 살피거나, 거의 유사한 해석을 살짝 바꿔 반복하는 이름만 다른 필자들의 평문들(오치균)도 봐야 했다. 이럴 때면 위기론에 에워싸인 평론의 역할이 차라리 침묵인 것도 같다. ●

최진욱  캔버스에 유채 160×117cm 2008

최진욱 <알바천국2> 캔버스에 유채 160×117cm 2008

 

 

CRITIC 오승우

광주시립미술관 3.2~4.27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정책기획실장
오랜 역사로 전승되는 지역 화맥도 그렇지만 한 가계(家系)에서 예술가들이 3대 이상을 이어간 사례는 흔치 않다. 예향이라 일컬어 온 호남 화단에서 조선중기 공재 윤두서 일가나 조선 말 소치 허련 일가와 더불어 근현대기를 잇는 호남 서양화단의 대부 오지호 화백 일가도 그 귀한 예의 하나이다. 오지호 일가의 대맥을 이은 오승우 화백 초대전이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있었다. 지난 3월 2일부터 4월 27일까지 열린 이 전시는 오 화백에게는 1996년 광주시립 미술관에서 <한국의 100산>으로 초대전을 가진 지 20년 만의 자리다.
이번 전시는 오 화백의 70여 년 화업을 망라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른 것은 대학 입학 전인 1949년 작을 비롯해 1950년대 ‘국전’ 출품작으로 집중했던 불상과 불교 소재 위주의 <한국 전통문화> 탐구, 실재 대상에 상상력을 가미해 초현실적 분위기가 살짝 풍기는 1960년대 구상회화, 1980~1990년대 연작 주제로 다루었던 <한국의 100산>, 1996년 1년간의 중국 체류기간 작업을 포함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어진 ‘동양문화의 원형’ 찾기,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십장생> 연작 등 시기별 관심사를 따라 큰 화업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화백의 회화세계를 크게 보면 역시 ‘문화의 원형’에 대한 집중적인 탐구가 두드러진다. 이는 화업의 밑뿌리를 단단히 다짐으로써 독창적 회화세계를 이루고자 하는 예술의지의 집약이라 여겨진다. 또 한국 구상화단의 거목인 부친 오지호 화백의 그늘에서 벗어나 결이 다른 회화세계를 펼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이 점은 먼저 타계한 아우 오승윤 화백이나, 3대째인 아들 병욱과 상욱에게서도 마찬가지고, 현재 미술 수업기에 있는 4대째 손자 주성에게로 이어질 것이다. 집안 내력인 정신과 작업의 뿌리는 중히 여기면서도 그 뿌리를 어디에 두고 회화로서 어떻게 발현시켜내는가 하는 저머에선 서로 다른 예술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도 뚜렷한 주관과 족적을 남긴 부친의 영향은 화업의 대를 잇는 자손에게는 후광이면서 동시에 묻혀서는 안 되는 그늘일 수도 있다. 따라서 부친의 활동에 누가 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독자세계를 열어야 한다는 작가로서 고뇌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초기 수업기에 부친의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이 자연스레 배어나기도 하지만 일찍이 20대 청년기부터 전통문화에 뿌리를 둔 회화세계를 모색하는 데 열의를 쏟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도 포함된 1950년대 불상과 법당 등 불교 소재 작품들이 그런 초기작업의 예이다. 어떤 면에서는 일찌감치 부친의 자연예찬과는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린 셈인데, “원색적인 색채의 조화가 강렬하고 원시적인 미를 느끼게 하는” 불교미술에서 자연의 광휘 못지않은 회화적 묘미를 발견한 듯하다.
해남 대흥사, 김제 금산사, 구례 화엄사, 법주사 팔상전, 통도사 금강계단 등 고찰의 불상과 불단, 고색단청을 두른 법당 건축이 주된 대상들이다. 그 노작들로 ‘국전’에서 4회 연속 특선과 29세 어린 나이에 추천작가로 인정받았고, 이어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등 고궁 고적들을 집중적으로 화폭에 담았다. 오 화백의 긴 회화 여정에서 초기에 속하는 이들 불교·고적 소재의 작업들은 풍경으로서 대상이기보다는 한국적 조형미나 건축미의 화제로 즐겨 다루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런 특징은 이후 <동양문화의 원형>이나 <100산> 연작에서도 드러나는데, 그만큼 부친의 감흥 위주 회화와는 달리 견고하게 엮인 의식과 화폭의 조형적 결합에 더 천착했다고 볼 수 있다.
오승우 화백의 전통문화에 기반을 둔 창작의지는 화업의 새로운 출구를 찾아 떠났던 1974년 1년간의 유럽 여행 중에 더욱 강고해졌다. 도처에서 만나게 되는 “장엄한 건축물들과 조각상들을 비롯해 신필의 경지에 이른 그들의 예술품을 본 후로” 극심한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런 실의를 딛고 새롭게 찾아 나선 것이 한국의 산천을 제대로 답사하고 그 기운을 체득하기 위한 100산 연작이었다. “산을 그리는 것은 조국을 그리는 일이다”는 생각으로 1983년부터 13년에 걸쳐 가까운 북한산, 관악산을 비롯 백두산, 한라산, 오대산, 월출산 등 전국 곳곳의 산들을 찾아 150여 점의 대작을 그려냈다. 대부분 굵고 힘 있게 내리긋는 붓질과 갈필의 거친 획들 위주로 산의 큰 골기를 잡아내면서 계절마다 또는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색감들로 장대한 진경을 이루어낸 작품이다.
이 같은 뿌리에 대한 천착은 우리 문화와 연원을 맺고 있는 동일 문화권으로 확대된다. 우리와는 문화와 정서가 다른 서양미술의 아류가 되느니 “동양의 원형은 동양의 고적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1996년 1년여간 중국에 머무르며 자금성, 이화원 등 옛 영화의 기념비적 조성물들은 물론 실크로드의 명사산, 운강석불사 등 곳곳의 고대 유적?유물들을 현장 사생으로 교감코자 하였다. 구도승과도 같은 집념은 중국을 넘어 몽골 보구도한궁,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사원, 인도 타구르바리사원 등으로 이어져 풍토와 민족은 다르지만 우리 문화와 연관을 가진 아시아 문명의 보고들을 화폭에 담아내었다.
오승우 화백이 집중했던 연작 중에서 가장 근래의 주제는 ‘십장생도’이다. 한국인의 의식구조 속에 민속신앙처럼 각인된 장수다복의 염원을 옛 민화나 궁중회화의 도상과 구성을 재해석해 자유롭게 풀어낸 그림들이다. 장수를 상징하는 천지산천과 갖가지 동식물들이 피안의 이상향에서 평화롭게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모습들이다. 어쩌면 체력이나 시력이 예전 같지 않은 여건과 긴 화업인생을 되돌아보는 시점에서 택한 또 다른 원형 찾기 시리즈라 하겠다. 70여 년 화업을 돌아보는 이번 전시에서 초지일관 자연 대상의 감각적 외피나 감성적 흥취의 묘사가 아닌 문화나 의식의 근원과 원형을 탐구해 온 원로 화백의 한평생 구도(求道)의 길에 절로 경의를 표하게 된다.

위 오승우 <고루(통도사)>(맨 오른쪽) 캔버스에 유채 1960 (목포자연사박물관 소장)

CRITIC 강운 Play : Pray

사비나미술관 4.6~5.6

황록주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구름’ 하면 누가 뭐래도 작가 강운이었다. 가뜩이나 남보다 한 자 짧은 이름에 단호히 ‘구름 운(雲)’ 자 하나를 각인하고 태어난 이답게 그의 그림은 일생의 숙명처럼 오랜 시간 구름을 담아냈다. 그가 태어나 지금도 살고 있는 남도의 맑은 하늘은 그런 그에게 단 하루도 똑같지 않은 모습을 펼쳐 보이며, 무한히 건져 올릴 이미지를 선사했다. 덕분에 우리도 그의 그림을 보면 여간해서 잘 올려다보지 않는 하늘을 가만히 선 채로 만끽할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디지털 미디어가 실제의 삶을 속속 대체하는 세상에서 작가 강운이 보여주는 구름의 모습은 여전히 회화라는 오랜 인간의 활동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그 자체로 그림의 존재를 증명해내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강운의 구름이 변했다. 10여 년 전부터 그는 한 순간의 형상을 숭고하게 드러내는 구름을 더 이상 그리지 않는다. 아름답게 정지된 순간의 이미지를 포착하여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면서 물과 공기와 자연의 거대한 힘이 강력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당당히 보여주었던 이전의 회화는 사라졌다. 그의 구름은 더 이상 커다란 화폭 가득 시시각각 모양을 달리하는 형상에 머물지 않는다. 그때 보았던 그 구름이 아니라,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하늘이 아니라, 사이사이로 바람이 넘나들고 한 겹 한 겹 시간의 흐름이 쌓여 있는 추상화된 공간으로, 그의 작업은 어느새 옮겨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지를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오래도록 그의 손을 떠나지 않았던 오일 페인팅을 과감히 멈추고, 화면에 드러내고자 하는 대상인 구름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고향의 한지를 평면 위로 불러들였을 때, 눈과 마음이 기억하는 것을 따라 붓을 옮기던 화가에게 구름과 하늘은 이제 더 이상 정지된 이미지이거나 기어이 도달해야 하는 어떤 형상이 아니라, 차분히 순리에 따라 호흡과 숨결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작가는 화면 안에 이미지를 가두는 붓질을 넘어서서, 잘게 조각낸 한지를 한 장 한 장 붙여가며 구름과 하늘, 바람과 시간을 스스로 드러나게 만든다. 이미 존재하던 모습이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그 모습이 구체화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강운이 그리는 구름은 수증기가 덩어리로 응결되어 있는 구체적인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물질을 주어진 조건에 따라 무한히 변화하게 만드는 자연의 이치에 가 닿을 수 있게 하는 매체다. 매일 오전 한결같이 반복하는 수행적 작업의 결과물인 <물 위를 긋다> 연작 또한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그날그날의 온도와 습도,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단 한 줄의 넓은 붓질은 변화의 한가운데서 질서를 찾고 그 이치를 넘어서 생동하는 삶의 무한한 가능성을 동시에 담지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강운은 그가 온 인생을 통해 짊어지고 사는 한 없이 가벼운 구름을 통해 서서히 하나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다.

위 강운 <공기와 꿈>(왼쪽) 캔버스에 염색한지 위에 한지 2015 위 강운 <물 위를 긋다> 종이에 담채 2015

CRITIC 강석호

스페이스비엠 3.17~4.17
양지윤 코너아트스페이스 디렉터
강석호는 17년간 정사각형에 가까운 캔버스에 토르소를 반복적으로 그려 왔다.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사진을 골라 얼굴과 팔다리를 트리밍한 인물들을 캔버스에 담았다. 캔버스 속 정치인과 스포츠맨들은 목걸이나 권투 글러브, 무궁화나 넥타이 같은 액세서리들과 함께 웅변적이거나 서사적인 손동작으로 제 사회적 위치나 정체성을 드러냈다. 연작은 옷의 패턴이나 손의 제스처에 담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풍경화였다.
이번 전시에는 그간 작업해 온 40여 점의 토르소 작품과는 다른 회화작품 4점을 선보였다. 작업실의 흰 벽에 걸려있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체크무늬 재킷을 조명과 구도를 약간씩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그린 작품들이다. 몸은 사라져버린 채 껍데기가 되어 벽에 걸린 옷. 작가는 제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각각의 캔버스에 옮겼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벽에 붙어있는 재킷은 “본다는 것의 다름을 가능하게 했다”고 작가는 말했다.
사진의 질감과 실재 사물의 질감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사진을 회화로 옮기는 방식과 실제 사물을 회화로 옮기는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생명이 없는 사물이라 할 지라도, 사물을 바라보는 행위는 시간이나 빛에 따라 다른 모종의 기억들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킨다. 강석호는 아버지의 재킷을 바라보며 이에 대한 변화하는 기억들과 감정들을 4개의 캔버스 안으로 포획한다. 화가는 회화 안에서 사물의 내부에 담긴 실재들을 연다. 화가는 캔버스 위에 남겨진 붓과 물감의 움직임으로 사물에 대한 기억들과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내 앞에 존재하는 사물을 옮기는 행위는 무엇인가! 그 행위라는 과정의 결과로 파생되어진 흔적이 이미지라면, 난 그것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 그 이미지가 제시하는 과정 속에서 재료와 혀의 형식에 대한 나의 독백은 감정의 언저리에 걸쳐져 있는 작은 파편들에 대한 새로운 조합의 가능성일지도 모른다.
— 작가 노트 중에서
강석호는 이미지가 범람하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캔버스 속 이미지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들로 회귀한다. 사물을 이미지로 옮기는 행위, 옮겨진 이미지와의 관계, 옮기는 행위의 의미들 그리고 그 새로운 조합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부단한 질문이다. 결국 캔버스 속 이미지는 언제나 ‘그 무엇’의 이미지일 뿐 ‘그 무엇’ 자체일 수는 없다. 회화 속 이미지가 지닌 숙명에 대한 예술가의 고민이다.
‘반복’은 이런 고민에 대한 강석호의 사유 방식이다. 강석호는 ‘뒷짐 진 남자의 뒷모습’ 을 70점 그리고, ‘벽에 걸린 재킷’을 4점 그린다. 사물의 특정적 시간 상태와 작가의 감성적 상태에 따라 변화하는 인상을 반복적인 이미지들로 포착하는 행위는 강석호가 이미지를 연구하는 방법이다. 하나의 대상을 반복적으로 그리면서 회화 속 이미지와 사물 자체의 차이를 수행하듯이 드러낸다. 그 회화들은 이미지를 감각하는 것과 사유하는 것 사이를 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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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호 <무제>
캔버스에 유채 2016
위 강석호 <무제>
캔버스에 유채 2016

CRITIC 서혜영 하나의 전체-긴밀한 경계

갤러리 소소 4.16~5.15

이윤희 미술사
벽돌 모양의 특정한 단위들이 증식하여 형태를 만들어나가는 서혜영의 작품은 비유들로 가득하다. 각종 경계를 이루는 것들, 예컨대 인간과 자연, 안과 밖, 회화와 조각 등의 대비적인 것들이 그의 벽돌 모양에서 만난다. 네모라는 기본 조형 단위는 각종 기하추상 작품에서 너무도 많이 본 것이지만, 그것이 특이하게도 서로 어긋나게 쌓아 올려지는 벽돌의 모양이기에, 그리고 벽돌은 인간의 구체적인 삶과 연관되는 것이기에, 그의 작품 앞에서는 절로 많은 연상작용이 펼쳐진다.
관객은 아무런 정보가 없이도 그의 작품을 벽돌 형상을 반복한 것, 벽돌이 쌓아올려진 벽 등으로 인식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미술가들이 더욱 선호한 것은 가로?세로선의 교차로 이루어진 격자(grid)일 것이고 이는 어지러운 자연 세계를 질서지우는 보편의 장치라는 함의를 갖는다. 그런데 서혜영이 구축하는 벽돌모양은 격자와 비슷하지만, 단지 세로선의 어긋남이라는 작은 변이를 통해 격자가 가진 기하적 보편성을 인간의 층위로 가져온다. 그가 벽돌의 단위를 작품에 사용하기 시작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수많은 재료적 개념적 바리에이션을 보여주었다. 간단한 라인 테이핑으로 마무리되기도 하고, 때로는 종이 박스를 쌓아 올리기도 했으며, 또 어떤 때는 조명을 감싸는 실용성과 장식성을 보여주기도 했고, 입체인 경우가 더 많았지만 바닥에 깔리는 평면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매끈하게 커팅한 스테인리스 스틸을 다양한 채색으로 마감한 입체작품들이 벽면에 설치되었다.
이 작품들은 분명 입체작품이지만 상당한 회화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의 구상단계에서 회화적 요소들을 상당 부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벽돌 형상으로 이루어진 면들은 만들어질 때부터 선원근법이 적용되었다. 관객과 가까운 쪽의 벽돌이 가장 크고 멀어질수록 점점 작아지도록 만든 면들이 입체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입체들은 실제보다 더욱 깊어 보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원근법은 평면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회화적 착시 기법이지만, 입체에 이를 적용해 기이하게 왜곡된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입체작품이 보여주는 회화적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네 면의 벽이 있는 건축물처럼 구성된, 그러나 과장된 원근법으로 인해 뒤틀린 것처럼 보이는 그의 형상들은, 단일한 하나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가 서로 뒤섞여 있다. 분명 단단한 재료로 만들어진 입체물들이 마치 서로 다른 광원의 빛들이 만나는 것처럼 서로 교차되고 중첩되는 것이다. 각각의 원근법적 소실점을 가지고 있는 듯한 입체물들이 서로 교차되어 기이한 공간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면들이 이중 삼중 사중으로 중첩되는 지점들이다. 마치 같은 색 물감을 묻힌 붓을 여러 번 교차했을 때 더 진한 부분이 발생하고 다른 색의 물감을 중첩하여 새로운 색면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벽돌 색면의 교차는 회화적 붓질과 같은 색채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주는 즐거움은 회화와 조각의 고전적인 경계에 대한 개념적 의심을 하게 만드는 지점이 아니라, 인간 역사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벽돌, 평면이 아닌 입체에 적용된 원근법적 고려, 단단한 입체가 상호 교차되는 방식, 이러한 모든 요소가 만들어내는 특이한 공간성의 경험이다. 설치된 크고 작은 작품들은 삼차원의 공간을 회화적으로 비틀고 있다. 의심할 수 없이 단단하고 확실한 벽돌 한 장으로 시작한 그의 작품은, 튼튼하게 쌓아 올리는 벽돌다운 방식을 견지하면서도 들여다보면 볼수록 의구심을 자아낸다. 이차원의 문법을 삼차원 세계에 적용해 증폭되는 의심의 세계가 독특하고 기이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위 서혜영 <ectype H>(왼쪽) 철, 분채도장 2016

CRITIC 박형근 Tetrapode

자하미술관 4.1~5.1

고원석 전시기획
어딘가에 실재하지만 볼 수 없었던 것들을 찾아 기록하고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사진이 견지해온 가장 오랜 방법론일 것이다. 때문에 사진가들에게는 현실을 기록하는 매개체로서의 이미지가 갖는 무한한 가능성을 인지하고 해독하는 특별한 감각이 내재되어 있다. 그 감각이 향하는 방향들이 사진작업의 미학적 독창성을 결정하는 토대일 것이다.
박형근의 전작들을 주목하게 된 건 그의 사진이 무거운 현실과 역사를 기록하되 사실에 대한 발언을 철저히 제어하고 새로운 상상력의 공간을 열어놓는 감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사진 속 피사체들은 대부분 역사의 무게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들이었지만 그 역사의 무게는 쉽게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이전에 나는 그것이 그의 사진이 대상을 보여주는 것보다 보는 사람의 세계와 접속할 수 있는 어떤 영역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었다. 그건 관념의 재현이기보다 몸이 찾아낸 풍경들의 묘사에 가까웠다.
이번 개인전에서 박형근은 시화호 근처의 풍경을 대상으로 한 작업들을 선보였다. 이전부터 유지되어 온 그의 정체성은 여전히 단단한 기저를 이루고 있지만, 피사체의 구성은 전보다 더 편안해진 느낌이다. 과거의 사진들은 자신이 이미지를 구성하는 미학적 정체성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고밀도의 것들이었다. 종종 그는 잘 보이지 않는 설치의 방법으로 풍경에 개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의 신작들은 그러한 조밀한 구성으로부터 자유로운 모습을 띠고 있다. 많은 사진이 대상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는데, 정작 그 대상은 일정하지 않다. 로드킬 당한 짐승의 사체와 같이 강력한 리얼리티부터 가벼운 개입을 통해 초현실적으로 변해버린 풍경까지, 다양한 것들이 등장한다. 이는 그가 시화호 주변이라는 대상을 명료한 메시지로 표현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하며, 오히려 더 많은 얘기를 개입시키고자 했음을 추측하게 한다.
작업의 이러한 변화는 작가가 시화호라는 대상에 담긴 통사성을 의식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제주 4·3 사건이나 5·18 광주민주화 운동과 같은 무거운 역사의 이미지와 관계하며 중년에 접어든 작가의 호흡이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상 대신 대상과 접속하는 어떤 영역을 재현하고자 했던 그의 전형적 태도가 조금 다른 구성과 방식으로 재현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의미가 있다. 화면 구성의 통일성과 피사체의 일관성이 와해된 대신, 사진들이 담지하고 있는 시공간의 정체성은 더 분명해졌고, 이미지의 지속성은 더 길어졌다.
이를 작가가 성취해낸 새로운 미학적 영역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들은 정작 자신의 작업이 획득하게 될 새로운 해석의 여지까지 염두에 두기 어렵다. 작가의 작품이 안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기획력의 부재가 아쉬운 전시다.

위 박형근 <Fishhooks>(벽면) C-프린트 2015

REVIEW

배준성 개인전
아트파크 4.7~5.7

일반적인 정물화는 정지된 화면이지만 작가는 렌티큘러를 활용해 동적인 리듬감을 부여한다. ‘The Costume of Painter-Still Life’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의 이동과 움직임은 그의 작업을 완성하는 핵심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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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

사카이 요시키·송지섭 2인전
갤러리밈 4.6~25

일본 현대도자의 산지인 기사마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장인과 도자의 기능에 대한 자유분방한 실험을 하는 한국인 사위가 함께 하는 도자전. 도자의 형태와 기능에 대한 고민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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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나

박지나 개인전
최정아갤러리 4.8~28

오브제 설치와 사진작업을 하는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시(詩) 작업을 병행하는 작가는 우리가 내부에 타자를 어떻게 품고 존치시키는 지에 대해 풀어놓았다. 전시의 부제는 ‘발끝과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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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군자_포스코 (4)

四君子, 다시 피우다
포스코미술관 3.30~5.25

군자의 표상인 사군자를 주제로 탄은 이정부터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문인화가와 근?현대화가 총 32명의 작품 77점을 선보인다. 전통과 현대를 넘어 선비의 절개에 대한 여운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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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_신한역삼 (3)

살아있는 것들
신한갤러리 역삼 3.28~5.7

부산 출신의 작가 4인전으로 김민정 김해진 왕덕경(사진) 정문식이 참여해 공사 현장, 옥상 풍경, 버려진 집에서 수집한 빈병, 거대한 수족관처럼 그려진 풍경 등 도시의 모습을 각자의 개성을 담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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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혜_포네티브 (3)

박은혜 개인전
포네티브 스페이스 4.9~5.1

동양화가인 작가는 ‘짧은 고찰’이란 주제로 강렬한 색채와 유동적인 붓질로 동시대의 상실과 불안을 담아낸 신작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주)신한화구에서 주최하는 작가 후원 프로그램인 ‘Thinkartkorea 초대전’으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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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김강

이혜민 개인전
영은미술관 4.2~24

천과 오브제, 석고붕대, 베개 등을 겹겹이 붙여 층위를 만든 작가의 개인전. 연약한 소재를 단단한 유기체로 변모시켜 인간의 삶을 은유한다. 작가는 영은창작스튜디오 9기 입주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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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CSC

임성호 개인전
갤러리 이니 4.1~30

제주 출신 작가의 6번째 개인전. 작가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제주신화를 통한 제주 풍경의 재해석’이라고 설명했다. 20여 점 중 <백록을 기다리며> 연작이 중심이다. 또한 오름, 분화구, 한라산을 주제로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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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빈김강

전소빈 개인전
갤러리 루벤 3.30~4.5

민화 작업을 하는 작가는 기하학적인 색면의 접합으로 이뤄진 보자기, 화병, 꽃, 그릇 등을 평면 형식으로 구현한다. 이를 통해 우리 민화에 등장하는 상징적 요소를 현대적 시각에 맞춰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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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DSC

서양화 구상작가 12인전
이젤갤러리 4.1~15

김일랑 전준자 최봉준 이상순 소영명 조규철 박윤성 유석수 강해자 김정숙 이찬용 신홍직 12인의 중진작가가 참여한 전시다. 12명 작가의 개성과 예술세계에 대한 견해 차이를 일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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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원김강

한규원 개인전
31갤러리 3.30~4.5

꿈, 특히 악몽을 주제로 심리적 상황을 표현하는 작가의 개인전. 작가는 이를 현실에서 나오지 않는 색으로 극명히 보여주려 한다. 슬픔, 즐거움, 우울함 등을 표현하는 색채가 겹겹이 층위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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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만

고성만 개인전
한전아트센터 4.11~19

재미(在美)작가인 그의 5번째 개인전이다. 한지에 오방색을 바탕으로한 염료를 이용해 추상적 형태를 구현하는 그의 작업은 동양적 인간관과 세계관을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통해 분단이라는 한국적 현실을 표현하고 있다.

REGIONAL NEWS

대구

꿈틀거리는 산세가 맞닿은 서양화와 동양화
<Mountains전> 열려

산을 그림에 담는 독일과 한국 작가 2인전이 열리고 있다. 보데(Bode)갤러리에서 오는 5월 26일까지 이어지는 〈Mountains〉가 그것이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활동 중인 하리 마이어(Harry Meyer)(사진 아래)는 대담한 원색의 물감을 캔버스에 듬뿍 발라서 두꺼운 질감을 내는 작가다. 대구 출신의 차현욱(위)은 먹의 짙고 옅음으로 역동적인 산수화를 그리는 한국화 작가다. 두 작가 모두 이번 전시의 주제인 산과 같은 풍경을 다룬다. 하지만 그들의 그림은 전통적인 화풍에 매이지 않고 혁신성을 따른다는 점에서 동시대 미술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동?서양의 두 화가는 산이라는 대상을 공유한다는 점 이외에도 실재보다 주관적인 의식으로 걸러낸 추상성이 돋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전시는 ‘그림 속에 담긴 에너지’를 강조한다. 기운생동이 강조되는 동양화의 필법을 사용하는 차현욱과 같은 작가의 작업에 대해 에너지 혹은 기를 언급하는 게 흔한 일이다. 이와 더불어 하리 마이어가 작품에서 에너지에 관해 해석한 점이 눈에 띈다. 관객들이 이들 작품에서 관념적인 비유로서의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그것은 꿈틀대는 붓질의 흔적이다. 이런 힘은 산을 담은 그림을 좀 더 추상적인 회화로 거듭나게 한다. 대학을 졸업하던 당시에는 지금보다 훨씬 구체적이며 전통적인 산수화 기법을 구사하던 차현욱은 최근에 이르러 형상을 하나의 패턴처럼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하리 마이어 또한 자연을 모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관적인 감정을 끌어내고 있다.
이번 전시의 두 주인공은 보데갤러리가 전적으로 지원하는 작가들이다. 하리 마이어는 독일 뉘른베르크에 있는 갤러리 본점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전시를 치른 바 있는 전속 작가다. 또한 차현욱은 작년에 〈보데 청년 작가 프로젝트〉를 통해 배출된 화가로서, 독일 전시를 포함한 여러 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보데갤러리가 한국 진출 이후 보여주는 행보는 여러 가지로 주목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특징은 소속된 작가들을 반복해서 노출시킴으로써 해당 작가와 미술 애호가들에게 신뢰를 쌓는 경영 전략이다. 유명 작가들을 잇달아 초대하여 갤러리 위상을 과시하거나 단기 이윤을 얻으려 하는 상당수의 화랑과 보데갤러리의 전시 사이클은 분명 다른 점이 있다. 어떤 관점에서 현 풍토를 거스르는 면모까지 보이는 보데의 행보는 미술계가 눈여겨봐야 할 현상이다.
윤규홍 예술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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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남주 〈이성의잠〉 캔버스에 유화 130×390cm 2016

배남주 〈이성의잠〉 캔버스에 유화 130×390cm 2016

부산

‘나’를 찾아가는 길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열려

‘삶’과 ‘여행’이라는 단어가 서로 자주 비유되는 것은 낯선 환경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발견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17일까지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위치한 맥화랑에서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1980년대생 젊은 작가들의 전시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삶이라는 여행 길 위에선 30대 작가들의 고민과 성찰이 담긴 작품이 구성됐다.
조각작업을 선보인 감성빈은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직면한 아픔과 슬픔을 타인의 형상을 빌려 이야기한다. 작가는 본인의 작업 과정을 통해, 관람객은 완성된 작품을 통해 각자의 슬픔을 위로받기를 바란다. 회화작업을 선보인 배남주는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는 중간세계를 ‘대안적 이상세계’로 설정하고, 현실에서 마주하는 불안하고 불확실한 이미지와 대안적 이상세계의 이미지를 200호 사이즈의 거대한 캔버스에 함께 풀어냈다. ‘부엉이 작가’로 알려진 한충석의 회화작업은 부엉이에게 투영한 작가의 모습을 통해 변모하는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보인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세 작가는 사회적, 관습적으로 정리된 질서와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안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끊임없이 정립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은경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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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폴리3(2)

광주

‘맛과 멋’으로 광주시의 일상을 새롭게 물들이다
광주폴리Ⅲ 참여 작가 발표

4월 8일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와 천의영 광주폴리Ⅲ 총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폴리Ⅲ 참여 작가와 주제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도시의 일상성’을 폴리의 새로운 핵심 개념으로 내세운 이번 광주폴리Ⅲ의 세부 주제는 ‘맛과 멋’이다. 천의영 총감독은 “도시를 경험하는 일상적인 화두로 접근해 새로운 광주폴리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주제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올해는 네덜란드 출신 건축가이자 건축그룹 MVRDV의 공동 대표인 위니 마스(Winy Maas), 독일의 미디어아티스트이자 건축가인 얀 에들러(Jan Edler) 등 해외 작가를 비롯해 건축가 조병수, 2014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한국관 대표작가 문훈, 신예 건축가 김찬중, 미디어아티스트 진시영, 외식 사업가 장진우 등이 참여한다. 광주비엔날레 측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7명이 참여한 이번 폴리는 건축의 시각적 요소와 음식의 미각적 요소가 접목된 형태를 통해 지난 광주폴리의 연계성을 갖는 동시에 일상 속의 광주폴리를 구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폴리Ⅲ은 설치물 수도 4개로 대폭 줄여 8개였던 지난번과 달리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전망대 역할을 담당할 뷰(View) 폴리, 광주비엔날레와 네덜란드창조산업기금(Creative Industries Fund, NL)의 상호 협력으로 진행되는 GD(Gwangju Dutch) 폴리, 맛집형 폴리를 통한 도시재생을 꾀하는 쿡(Cook) 폴리, ‘빛의 산책’을 주제로 한 인터랙티브 아트 뻔뻔(FunPun) 폴리 등 총 4개의 건축물로 구성된다.
곽세원 기자

광주 (1)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보다
비움박물관 개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쌀독, 잠든 아이들 옆에서 어머니가 실을 잣던 물레…. 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아련한 향수에 젖게 하는 생활소품들이다. 1960년대 ‘새마을운동’을 거치며 우리나라 가정도 현대적 생활양식으로 바뀌었다. 가마솥은 전기밥솥이, 베틀로 짜던 무명천은 나일론이 대신하면서 쓸모가 없어진 구닥다리들은 고물상 또는 아궁이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최근 20세기 초 선조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민속용품을 한자리에 모은 비움박물관(관장 이영화)이 광주에 문을 열었다. 이영화 관장은 지난 40년간 직접 사용했거나 전국 벼룩시장에서 판매하는 민속품 수 만 점을 수집했다. 그리고 사람들과 옛 물건에 대한 추억을 나누기 위해 지난 2년동안 건물을 신축하고 수집한 민속품을 정리해 박물관을 세운 것. 5층 규모(1300㎡)의 박물관은 광주시 동구 대의동 전남여고 길 건너편 옛 광주읍성 동문인 ‘서원문터’에 자리 잡았다. 이 관장은 “순전히 우연”이라고 했지만 박물관 주제와 입지 장소가 가진 역사적 의미가 상통했다.
박물관 외관부터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킨 독특한 모양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곧게 세워진 기다란 나무기둥 3개는 처마 밑 기둥을 연상시켰다. 회색 시멘트 외벽에 큼직하게 설치된 나무 조형물은 창호지를 덧씌웠던 문틀 모양이다. 이 관장은 “시집와서 살림을 정리하다 시할아버지 편지함을 버리려는데 오래된 물건이라 선뜻 버릴 수가 없었다”며 “그 이후부터 가난이 묻어 있다고 업신여겼지만 선조들의 삶의 일부분을 담당했던 물건들을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세월의 장터’를 큰 주제로 1층은 ‘겨울’, 2층은 ‘가을’, 3층은 ‘여름’, 4층은 ‘봄’ 테마로 구성됐다.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을 자랑하는 5층 옥상에는 장독대가 펼쳐져 있다. 박물관 곳곳에는 이 관장이 전시품을 소재로 쓴 시 액자가 걸려있다. ‘…여기 서있는 물건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감동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는 시 ‘민속이 머무는 곳’에서 박물관 개관을 앞둔 그의 마음이 전해진다.
박진현 《광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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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1)

전주

석전 황욱의 모습을 보다
석전의 흉상 제막식과〈기증유물특별전〉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은 〈황병근 선생 기증유물특별전Ⅱ〉를 개최했다. 석전(石田) 황욱(黃旭, 1898~1993) 서거 23주기를 맞아 흉상 제막식에 이어 4월 7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석전의 아들 황병근이 기증한 유물 가운데 석전의 서예작품과 수집품 158점을 선보였다. 전시는 5월 29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Ⅱ에서 계속된다. 황병근은 1999년 수집한 문화재 5000여 점을 국립전주박물관에 기증하였고 2000년, 2002년, 2012년에도 추가로 기증한 바 있다. 문화재를 소유하기보다 공유하고자 하는 기증자의 뜻을 국립전주박물관은 학술자료 발간과 전시회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석전 황욱은 1898년 전북 고창군 성내면에서 태어났다. 손바닥으로 붓을 잡는 악필(握筆)로 널리 알려져 있다. 65세에 수전증이 오자 우수 악필로 극복하고 오른손마저 불편해지자 좌수 악필로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악필과 함께 하나의 필획을 쓸 때 세 번을 꺾듯이 쓰는 삼과절법(三過折法)을 폭넓게 활용했다. 이러한 필법을 적용하여 마치 괴석처럼 꿈틀거리는 형상의 독창적인 서체를 구사했다. 석전의 작품은 화엄사와 오목대 등의 현판 글씨로도 남아있다.
이번 전시 오픈에 앞서 4월 6일에 〈석전 황욱 선생 흉상 제막식〉이 석전 기념실에서 열렸다. 만년의 모습을 새긴 선생의 흉상은 전북대 미술학과 엄혁용 교수가 제작했다.
최정환 미술비평

PREVIEW

BIG: 어린이와 디자인
금호미술관 4.29~9.11

어린이의 달을 맞아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 문화를 살펴본다. 성장기 아이들의 체형과 감성을 위해서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는 실정을 반영한 이번 전시는 어린이 가구를 통해 어린이의 생활과 디자인 문화를 조망한다. 피터 켈러 루이지 콜라니 레나테 뮐러 등 20세기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포함한 유럽 빈티지 어린이 가구 250여점과 동시대 국내 가구 디자이너 6명의 업사이이클 놀이 가구 등을 함께 소개한다. 또한 이번 전시에 전시 공동기획자로 참여한 강석호 작가를 비롯해서 2층 전시실 벽디자인에 임자혁 작가, 미술관 전체 복도 벽면 디자인에 박미나 작가 그리고 1층 라운지 공간 벽면의 영상 작업을 제시한 이정민 작가 등이 참여해서 어린이 공간에 대한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하며 어린이만을 위한 공간과 디자인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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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적인)박병상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5.4~7.24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사진매체가 어떻게 현대미술과 조우하며 새로운 작품세계를 구축했는지 살펴본다. 디지털 혁명을 경험한 세대가 지난 30년의 변화를 들여다보고 새로운 사진의 가능성을 마주한 시점에서 ‘사진가’가 미술가(artist)로 불리는 맥락에 주목한다.
방병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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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아피프 사본

사단 아피프
아뜰리에 에르메스 5.10~7.10

오랜 시간 다양한 매체와 방법을 통해 이어지고 확장되어온 사단 아피프의 개인전 <무엇을??영원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작업 맥락에서 이미 전통이 되어버린 방법론, 즉 ‘예술적 협업’을 통해 한 번 더 의미의 확장을 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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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푸동

배영환ㆍ양푸동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5.12~8.7

동시대 예술가들의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예술체험을 제공하고 상상과 영감이 있는 풍요로운 사회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복합문화공간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의 개관전.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두 작가의 각기 색다른 두 개의 개인전을 통해 동시대의 현실과 현재성에 대해 진정한 성찰과 사유의 경험을 제공한다. 배영환은 이번 전시 <새들의 나라>를 통해 구성원들 간의 진정한 의사소통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현대사회의 병리현상과 치유 가능성에 대해 탐구한다. 또한 양푸동은 <천공지색>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번 전시에서 1930년대 중국 상해 신여성들의 찬란한 욕망에 투사된 불안한 미래와 시대적 정서를 현재적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양푸동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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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

류인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5.11~6.26

마흔 셋의 나이에 세상을 등진 류인의 작업을 모았다. 인물과 같은 구체적인 형상을 통해 존재의근원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 작가는 정밀하고도 힘있게 묘사한 구상조각을 통해 인간 본연의 불안과 욕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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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순옥

우순옥
국제갤러리 5.13~6.12

장소, 존재와 부재, 침묵을 주제로 우주의 본질적인 것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는 우순옥의 개인전. 작가는 설치와 드로잉, 영상작품을 통해 가시적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어떤 상태나 마음을 담아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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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김지원
pkm갤러리 5.20~6.25

자신의 일상과 사유를 투영시킨 내밀한 회화세계를 제시하는 김지원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지난 30여 년 간의 회화작업 속에 10년 넘게 이어온 <맨드라미> 연작의 근작과 신작을 비롯한 드로잉 작업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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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시대의 선각자, 나혜석을 만나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4.28~8.21

당대의 사회적 통념에저항하며, 근대적 자의식을 지니고 자신의 사상을 실천한 나혜석을 오늘의 시각으로 돌아본다. 한국 최초의 여성 유화가이자 문학가였으며, 민족운동가이자 여성해방론자였던 나혜석을 집중 조명하고 기증 작품을 일반에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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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택

유근택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점 5.13~6.12

한국화에 ‘일상’이라는 소재를 끌어들이고 호분, 아크릴, 과슈 등의 재료를 종이 위의 수묵과 혼용하는 현대적 표현법을 도입하며 새로운 동양화를 선보이는 유근택의 개인전. 단순한 일상에서 포착한 단순하지않은 풍경을 펼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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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마이어슨

진 마이어슨
학고재갤러리 4.13~5.15

잡지, TV, 사진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왜곡, 해체해 새로운 이미지를 끌어내는 진 마이어슨의 개인전. 작가는 뒤섞인 이미지를 하나의 도시풍경으로 옮겨낸다.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내면을 담아낸 <스테이지 다이브> 등 신작 11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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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김봉태

simple 2016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4.26~8.28

장욱진의 ‘심플(simple)’ 정신을 잇고자 기획된 전시. 단순함에서 비롯한 위트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와 잘 융합되고있음을 장욱진 유화 10여점과 김봉태 이봉열 곽남신 홍승혜의 회화, 설치, 조각, 영상작품 등 20여점을 통해 이야기한다.
김봉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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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김우영
박여숙화랑 4.28~5.20

여행 중 마주한 도시의 풍경을 마치 추상회화 같은 풍부한 색감과 숙련된 감각으로 표현하는 김우영의 개인전 <Along The Boulevard>. 도시 공간과 건물 자체를 또 다른 회화적 공간으로 변화시킨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회화와 사진의 오묘한 경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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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원-씨앗-2016

양대원
동산방화랑 5.25~6.7

<밀어>를 타이틀로 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의도와 상황에 따라 변질되는 언어의 진정한 의미를 심도 있게 탐구한다. 그 동안 사회적 시각으로 세상을 보던 작가가 개념적 시각을 견지하는 변화를 꾀하면서 겪는 지난한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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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주_Rise_Raise_02

방명주
비컷갤러리 5.4~31

중년의 눈으로 돌아본 ‘자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Rise Raise>. 작가는 고향의 오래된 식물원에서 출발하여, 아이들과 살고 있는 꽃피는 마당을 거쳐, 두렵기만 했던 가족묘원에 이르기까지 ‘자라나고 길러지는 것’의 실체를 찾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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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_박진영

지속가능성을 묻는다
서울대미술관 5.17~7.24

개관 10주년을 계기로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김춘수 박진영 이완 이인현 이정민 정직성 조혜진 토마스 스트루스가 참여해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계몽의식, 그리고 불안하지만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미래를 이야기한다.
박진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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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운성

한운성
이화익갤러리 5.4~24

시각적 이미지 이면의 본질을 탐구하는 한운성의 전시. 작가는 여행 중에 수집한 풍경 사진을 자신의 시각으로 편집 재구성한다. 건물의 파사드만 남긴 채 지워진 모습을 통해 작가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그 이면에 숨은 진짜 모습, 파사드 뒤에 실존하는 본질을 캐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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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

인도네시아 젊은 작가전
송은아트스페이스 4.22~6.25

인도네시아 예술가들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조직인 MES 56의 그룹전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 젊은 인도네시아 작가들이 사진과 미디어 매체를 통해 자국의 정치, 사회, 종교, 문화 전반에 대해 어떻게 조명해왔는지 살펴본다.
MES56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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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김준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4.20~5.19

특정 장소의 소리를 채집하여 재구성하고 배치하는 작업을 해 온 김준의 프로젝트 <다른 시간, 다른 균형>. 작가는 재개발이라는 이야기를 소리로 인식하고 풀어내며 사라져 가는 장소와 존재를 역사적 가치로 인식시키고, 과거와 현재가 빚어낸 간극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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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1

강홍구
청주 우민아트센터 4.27~7.2

작가는 3년간 청주를 오가며 느낀 청주의 다층적인 모습, 지역의 중심지이자 지방 도시로서의 특성과 상황들을 전시를 통해 재탐색한다. <청주-일곱 마을의 도시>에서 작가는 청주의 일상적인 삶 혹은 경관 속에 드러나는 아이러니, 아름다움, 익숙한 낯섦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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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피

이피
트렁크갤러리 5.5~31

일상에서 만난 이미지들을 뒤섞어 하나의 이미지를 축조해내는 이피의 개인전 <천사의 해부>. 작가는 낯설면서도 생경하지 않고, 서양적이면서도 동양의 선과 색채를 가진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제단화를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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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덕

주명덕
한미사진미술관 4.23~6.18

자신이 밟고 살아 온 땅을 사진에 담아내는 주명덕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 연을 주제로 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어둡게 보일 수 있지만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것이 소멸하는 스러지는 것의 아름다움을 직시하는 노련함을 고스란히 담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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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손현주

Good Night, Analog Photo / Good Morning, Digital Photo
자하미술관 5.7~29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물질성으로 나누어 생각해보고 전시장에 대입시킨 전시. 거실, 서재, 침실로 꾸며진 전시장에서는 김연수 손현주 이승희의 사진 작업이 디지털 기기를 통해 보여진다.
손현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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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희,_발-_춤,_종이위에_목탄,_38x58cm,_2016

허윤희
LIG아트스페이스 5.12~6.9

허윤희는 이번 전시 <Listen to Bird’s Talk>에서 사회와 자연의 관계를 목탄 드로잉으로 보여준다. 작가의 드로잉에서는 나무가 손이 되고, 얼굴이 되고, 새가 된다. 자유자재의 변전을 통해 작가는 좀 더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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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스)벤샨

폐기된 사진의 귀환: FSA 펀치 사진
갤러리 룩스 5.3~6.4

1930년대 미국 농업안정국에 의해 배제된 사진을 살펴본다. 권력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워커 에반스, 아서 로드스타인, 벤 샨 등의 펀치 사진들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는 사진사, 사진철학의 담론에서 배제되었던 ‘선택’과 ‘선택하는 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벤 샨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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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김하나
신한갤러리 광화문 5.2~6.8

어떠한 존재가 그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얼었다가 녹아내리기를 반복하는 빙하의 모습으로 이해하는 김하나의 개인전. 작가는 캔버스 위 물감이 서로 뒤섞이고 번지고 중첩되며 생겨나는 효과 또한 붕괴되고, 다시 건설되는 삶의 맥락으로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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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아빈

심아빈
갤러리 2 4.28~5.31

존재에 대한 탐구를 경쾌하고 가볍게 체험의 방식으로 구현하는 심아빈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동그랗고 세모나고 네모난 3점의 절제된 도형의 이미지를 통해 근원적인 질문을 발화한다. 전시 제목은 <동그라미 세모 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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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김용진
아트파크 5.20~6.17

조각과 회화의 중간 형태로 반입체적 부조를 선보여온 김용진의 개인전 <Portrait of the Media>. 캔버스에 철심을 꽂아 형상을 만드는 작가는 도자기의 매끈한 표면부터 인물의 표정까지 철심 끝으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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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앤제이

한숨과 휘파람
원앤제이갤러리 4.15~5.13

<한숨과 휘파람>에서 권경환, 금혜원은 급변하는 도시 이면의 낡은 구역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동 그리고 그들이 남긴 흔적들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멈춰서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두 작가의 시선을 한 공간에서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