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 Issue] Art Basel in Hong Kong

Art Basel in Hong Kong

미술시장 경쟁력, 어떻게 가능한가?

아시아 최고 규모라 할 수 있는 ‘아트바젤홍콩’이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아트바젤홍콩은 2008년 시작된 ‘홍콩아트페어’가 전신으로, 지난해 아트바젤이 홍콩아트페어를 인수하면서 바젤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다시 말하면 아트바젤이 글로벌 프랜차이징으로 지역적 확산을 시도한 것이고, 따라서 2002년 미국의 ‘아트바젤마이애미비치’에 이어 홍콩이 아시아 거점으로 선택된 셈이다. 그 파급효과는 예상대로 놀라운 수준이다. 한국이나 일본의 유수 아트페어에 비해 역사가 짧은데도 불구하고, 홍콩이라는 지정학적 조건과 함께 바젤 브랜드 효과가 한몫하면서 전 세계적인 이목을 단기간에 받게 된 것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공개된 사실이지만 이번 페어에서 중국 거부와 컬렉터들의 대규모 작품 구매가 두드러졌고, 또 유럽과 미국 컬렉터들의 고액 작품 구매로 많은 화랑이 ‘목표치를 능가하는 실적’을 달성했다는 말이 넘친다. 실제로 올해 참여한 학고재를 비롯 국제, PKM, 박여숙 등 10여 개의 한국 화랑 대표들도 예외 없이 한국에서의 위축된 분위기에 비해 홍콩에서는 구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고 흡족해 했다. 게다가 39개 국가에서 참여한 245개 화랑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화랑이라는 사실에서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 판매량에서도 약진을 보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번 페어를 보면서 필자는 지극히 새삼스럽지만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랄까, 그런 지점을 되새기게 되었다. 무엇이 아트바젤의 경쟁력을 제공하는가. 주지하다시피 아트바젤은 시장에서 아직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지 못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아트 스테이트먼트(Art Statements)>나 대형 설치작품을 전시하는 <아트 언리미티드(Art Unlimited)>, <아트 필름(Art Film)> 및 <아티스트 북스(Artist Books)> 코너 배치 등 작품의 상품적 가치의 의미를 현대미술의 실험과 성장이라는 맥락과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았다. 신생 화랑을 위한 공간 배분을 비롯하여 미술계의 모든 전문가가 패널로 참가하는 ‘컨버세이션’(Conversations)이나 ‘아트 살롱’과 같은 세미나 프로그램도 그러한 역할에 일익을 다하는 것이다.
홍콩에서도 이러한 구도가 연속되면서 동시에 지역적 맥락이 다양한 형태로 펼쳐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먼저 컨벤션센터 두 개 층을 차지한 공간적 규모와 더불어 입구로 들어서면 그대로 시야에 들어오는 대형 설치작품들이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전시된 양혜규의 설치작품에 버금가는 구웬다의 작품 등 다양한 설치작업이 전시된 <조우’(Encounters)>는 작년에 이어 유코 하세가와가 기획하였다. 이외에도 아트 필름, 아티스트 북스, 아트 살롱 등의 프로그램이 주어졌지만, 그 가운데 필자가 눈여겨본 것은 홍콩 지역에 기반을 둔 다양한 현대미술 기관들의 참여였다. 특히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가 주최한 오픈 플랫폼은 큐레이터와 비평 및 이론가, 시각예술기획자 등이 참여하여 다양한 시각예술을 주제로 논의를 주도하는 가운데 홍콩 미술시장의 기반을 만든다는 인상을 받았다.
단적으로 말하면, 아트바젤홍콩의 경쟁력은 곧 미술시장의 구도를 총체적 관계 속에서 본다는 데 있다고 하겠다. 미술시장은 결코 홀로 커갈 수 없다는 사실, 미술시장 구성 요소들의 상호작용과 교류가 잠재력이라는 사실, 지역적 맥락을 강하게 부여하되 글로벌 맥락을 확산하는 전략, 그래서 미술시장에 내놓은 작품들의 다양성이 확인되고, 그로 인해 충성도 높은 고객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외적 요인도 크다. 아트페어 기간을 전후해 전 세계 수집가들과 미술 애호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100여 개의 미술 관련 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홍콩 전체가 면세 지역인데다가 중국과 동남아, 한국과 일본 등을 잇는 중간 지점에 자리한다는 입지적 장점이 그것이다. 아트바젤의 글로벌 프랜차이징 전략은 그래서 전체 일정을 조정하기로 한 듯하다. 전해 듣기로 바젤이 6월, 마이애미가 12월인 가운데 홍콩을 지금의 5월에서 3월로 바꾸었다고 한다. 봄, 여름, 겨울로 포진한 것이다.

박신의・경희대 교수

아시아아트아카이브가 주최한 ‘Open Platform’ 토론 장면

아시아아트아카이브가 주최한 ‘Open Platform’ 토론 장면

 

Portrait in jazz 12

돌격대원으로 위장한 신전통주의자

황덕호  재즈 칼럼니스트

1950년대 말 오넷 콜먼(Ornette Coleman), 세실 테일러(Cecil Taylor)로부터 시작된 소위 아방가르드 재즈의 파장은 그 음악을 무시하려던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지속적이었다. 평론가 존 타이넌(John Tynan)은 이 음악을 두고 ‘안티-재즈(Anti-Jazz)’라고 불렀지만 1960년대 재즈의 기수였던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마저
이 기류에 합세함으로써 아방가르드는 이름 그대로 1960년대 중반 이후 재즈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실 그 모습은 위태로웠다. 왜냐하면 이미 비틀즈이후로 새롭게 변모된 로큰롤은  재즈 연주자 대부분이 무시했던 1950년대의 단순한 모습에서 벗어나 재즈가 청중에게 제공했던 만족감의 대부분, 그러니까 음악의 역동성과 즉흥성을 대신해 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와중에서도 재즈는 아방가르드라는 이름 아래 대중으로부터 스스로 멀어지는 길을 택하고 있었으니 재즈 시장의 자멸은 불 보듯 자명했다.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가 재즈-록 퓨전으로 급선회한 것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마일스가 록 혹은 솔(soul) 음악의 힘을 빌려 재즈의 생명을 연장하려고 했던 시도는 197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마일스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갈래를 쳐나가기 시작했다. 마일스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칙 코리아(Chick Corea)가 이끌었던 그들의 밴드들은 이 시기 재즈보다는 록에 더 가까워진 모습을 보였으며 재즈와 팝 음악이 뒤섞여 재즈의 즉흥연주가 거의 질식된 스무드 재즈가 등장했을 때 재즈의 외연은 확대를 넘어 거의 해체되어가고 있었다.
이 무렵 재즈의 전통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인물들은, 역설적이게도 아방가르드 재즈 진영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문 닫은 재즈클럽들을 대신해서 맨해튼 남쪽 소호가 혹은 브루클린 공장 지대의 다락방을 그들의 작업실 혹은 공연장으로 개조하여 평론가들로부터 ‘로프트 재즈(Loft Jazz)’라는 새로운 명칭을 얻으면서 퓨전시대에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재즈의 전통을 새롭게 해석해 나가기 시작했다. 재키 바이야드(Jaki Byard)는 1920년대 할렘 스트라이드 피아노와 당대의 전위 재즈 기법을 연결했으며 색소폰 주자이자 작곡가인 앤서니 블랙스턴(Anthony Braxton)은 재즈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고적대 음악을 아방가르드 빅밴드 음악의 재료로 활용했다. 그런 면에서 이들의 성격은 음악학자 존 스웨드(John Szwed)의 지적처럼, 아울러 평론가 휘트니 발리에트(Whitney Balliett)가 오넷 콜먼을 “진정한 혁명가들이 그렇듯이 원시인으로 변장한 지식인”이라고 평했던 것과 유사하게, “돌격대원으로 가장한 신전통주의자들”이었다.
그러한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인물은 테너 색소폰 주자 데이비드 머리(David Murray)였다. 그의 사운드에는 1960년대 프리재즈 세대의 마지막 인물 앨버트 아일러(Albert Ayler)와 아치 셰프(Archie Shepp)의 영향이 확연하지만 그는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폴 곤잘베스(Paul Gonsalves), 벤 웹스터(Ben Webster), 콜먼 호킨스(Coleman Hawkins)의 주법을 복원함으로써 테너 색소폰의 계보를 하나로 연결했다. 피카소의 <비스킷이 있는 정물화>를 표지로 내건 머리의 앨범 <피카소>는 현대미술의 비조(鼻祖)를 통해 색소폰과 재즈의 본질을 들여다본 역작으로, 데이비드 머리는 테너 색소폰의 아버지 콜먼 호킨스가 1948년에 남긴 최초의 무반주 테너 색소폰 독주녹음 <피카소>를 8중주를 위한 7악장의 모음곡으로 확대해 모든 재즈란 사조, 스타일과 상관없이 현대적이며 전위적이란 명제를 설득력 있게 증명해 보였다. 동시에 그것은 모든 재즈의 역사성이기도 했다.
그래서 윈턴 마살리스(Wynton Marsalis)와 같은 순수 복고주의자들의 냉소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포함한 인습타파주의자들이 가장 진지한 재즈의 옹호자였다는 점은 부인할 길이 없다. ●

머레이2데이비드 머리 8중주단
〈피카소 Picasso〉 (DIW/ DIW-879)
휴 레이긴, 라술 시딕(이상 트럼펫), 크레이그 해리스(트롬본), 제임스 스폴딩 (알토 색소폰), 데이비드 머리(테너 색소폰),
데이브 버럴(피아노), 윌버 모리스 (베이스), 타니 타발(드럼)
1992년 9월 녹음

Art Journal

근대 파리의 삶을 서울에서 엿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오르세미술관전> 역대 최대 규모로 선보여

19세기 후반 인상주의 이후 새로운 흐름을 선보인 미술가들과 근대 도시 파리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는 전시가 개최했다. 5월 3일부터 8월 3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에서 열리는 기획특별전 <근대 도시 파리의 삶과 예술, 오르세미술관展>이 그것. 국내에서 오르세미술관전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네 번째지만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전시에서는 클로드 모네, 폴 고갱, 빈센트 반 고흐 등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거장들의 회화를 비롯하여 조각, 공예, 드로잉, 사진 등 175점에 달하는 다양한 작품이 선보인다.
클로드 모네의 <양산을 쓴 여인>, 폴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 산>, 오딜롱 르동의 <감은 눈> 등 모네의 후기 작품부터 광학적 시각을 반영한 신인상주의, 도시와 문명을 떠나 원시적 삶을 찾아 나선 폴 고갱과 퐁타방파,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한 빈센트 반 고흐와 폴 세잔을 비롯하여 세기말적 시각을 반영한 상징주의 화가들의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후기 인상주의를 풍미했던 화가들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강렬한 색채와 평면적인 화면으로 자연의 구조와 원시적 삶,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그린 이들의 작품은 근대미술에서 현대미술로 이어지는 미술사적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또한 인상주의 이후 다양한 줄기로 변천하는 미술의 흐름은 근대의 기틀을 다지는 당시 시대적 상황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후기 인상주의 거장들의 작품과 더불어 이번 전시는 건축 드로잉, 사진 등을 통해 19세기에 새롭게 정비된 파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아름다운 시절(벨 에포크)’로 불리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시기에 제작된 초상화와 드로잉, 아르누보 공예품들은 이 시기 파리인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외에도 화폭에 담긴 파리인들의 거리의 삶, 근대성의 상징으로서 에펠탑이 지닌 다양한 모습을 포착한 작품들을 통해 근대 도시 파리의 다양한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전시 개막에 맞추어 내한한 오르세미술관 기 코즈발 관장은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해외에서 진행했던 전시회 중 가장 큰 규모이다. 그동안 특별 관리된 앙리 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은 반출 금지 목록에 올라가 있었다”며 “이번 전시가 해외 첫 나들이”라고 말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Exif_JPEG_PICTURE

동시대 회화의 모색

커먼센터 개관전 성황리에 막 내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작은 금속 공장들 사이의 한 건물에서 지금, 여기의 회화를 조망하는 전시가 열렸다. 커먼센터 공식개관을 알리는 전시 <오늘의 살롱>(3. 27~5.18)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 회화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총 69명의 작가들의 회화 150여 점을 전시했다.
벽이 유난히 많은 커먼센터 전시장의 특징을 최대한 살린 전시로 드로잉을 포함 크고 작은 규모의 평면회화가 자리를 빼곡히 채웠다. 전시 의미에 대해 커먼센터측은 “오늘, 한국의 회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동시대의 미술에서, 미술사를 저술하거나, 매체에 기반을 둔 전시를 꾸리는 것을 ‘촌스러운’ 일로 여기는 동안, 단색화와 민중미술 이후 몇몇 선배의 활약이 있었음에도, 전반적으로 최근까지 한국 회화의 역사는 파편적으로 이어져왔다. 그렇기에 현재의 회화적 상황을 조망하고 점검할 수 있는 형식적 얼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시서문에 밝히고 있다. 전시장에는 작품과 작가를 알리는 어떠한 표시도 없었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한 장의 종이에 전시도면과 작가 이름과 작품명을 나열한 것이 전부. 이러한 전시구성은 생경한 공간에 놓인 회화만을 돋보이게 했다. 이번 전시에 맞춰 커먼센터에서는 참여 작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토론은 회화에 드러나는 재현, 망상, 의식체계와 형태 표현, 서사와 가상성, 이미지 구축을 위한 행위 등 6가지 주제로 진행되었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커먼센터는 미술가가 운영하는 공간을 표방하며 3년간 버려졌던 건물에서 전시를 시작하였다. 커먼센터는 기존의 미술관, 갤러리 혹은 대안공간의 틀에서 벗어나 현대미술 전시공간을 모색하고자 개관한 공간으로 ‘센터’라는 명칭을 달았다. 이곳은 독립출판지《  도미노》의 동인 함영준 씨가 디렉터를 맡고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김형재, 미술가 이은우가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개관전 이후 6월에는 네덜란드 작가 마크 오스팅의 개인전<one more time>과 칼아츠 그래픽 디자인 단체전이 비슷한 시기에 개막하여 6월 2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2 춘천 상상마당 (1)

춘천의 기록을 담다

KT&G 상상마당 춘천 개관

KT&G 상상마당이 서울 홍대, 충남 논산에 이어 지난 4월 29일 세 번째 공간을 춘천 의암호 주변에 개관했다. 개관전은 2013년 3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진행된 <KT&G 상상마당 춘천 기록 프로젝트 “기억하다”>의 결과물을 토대로 기획됐으며 사진가 염중호가 참여한 <내 눈앞에는 오로지 창의 푸른 커튼뿐이었다> (4.29~6.15)와 김인숙, 김명권 이상규가 참여한 아카이브 상설전 <봄내의 기억과 기록>이 전시된다.
전시가 진행되는 KT&G 상상마당 춘천 건물은 한국 현대 건축사에 큰 획을 그은 김수근이 1980년 설계한 춘천시 어린이회관과 인근 강원도 체육회관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김수근 건축의 특징인 붉은 벽돌과 자연주의 미학이 드러나는 건축물로 큰 보존가치를 지님에도 그간 시설 노후로 공간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개관전에서 염중호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건축물의 모습을 닳거나, 구석이 부서진 벽돌, 오래된 게시판 위에 남아있는 포스터 종이 등 놓치기 쉬운 부분을 카메라에 담았다. <봄내의 기억과 기록전>에서는 KT&G 상상마당춘천의 리모델링 과정을 담은 사진과 역사책에는 나와 있지 않은 춘천의 이야기를 어르신들에게 듣고 기록한 후 춘천 어린이들에게 그 내용을 전달해 직접 재현해보도록 하는 설치작업 등을 선보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OLYMPUS DIGITAL CAMERA

대구에서 독일의 최신 경향 소개한다

독일계 화랑 보데갤러리 개관

미술시장의 장기 불황으로 국내 화랑들의 해외 진출이 주춤하다. 이미 진출한 갤러리들이 해외 지점에서 철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외국 갤러리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이와 같은 상황에, 독일계 화랑이 대구에 지점을 열어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 대명동 산기슭에 자리 잡은 보데(Bode)갤러리가 그곳이다. 일종의 스페이스 프로젝트 성격을 띤다. 보데갤러리가 개관하면서 하리 마이어(Harry Meyer) 초대전을 선보였다.
지난 4월 16일에 시작하여 한 달 동안 이어진 개관 전시회의 주인공 하리 마이어는 캔버스에 물감을 두껍게 발라서 풍경을 묘사하는 회화작품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보데갤러리 본점이 위치한 독일 뉘른베르크 출신의 하리 마이어는 본인의 발걸음이 닿은 자연 경관을 매우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캔버스 위에 풍부하게 남은 물감의 질감은 과감한 색의 선택과 선명한 붓놀림 자국으로 관객에게 에너지가 꿈틀대는 느낌을 전한다. 그는 서구 미술사에서 알프레드 뒤러 이후 전통적인 풍경화에 내재된 이성적인 계산 가능성을 배제하고 자연 그 자체의 인상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런 재현 방식은 동시대미술에 의하여 그 의미가 흥미롭게 해석되고 있다.
보데갤러리는 6월 전시로 독일 조각가 클레멘스 하이늘(Clemens Heinl)의 입체작업 개인전을 준비했다. 대구에 독일갤러리 지점이 대구에 개관한 일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외국 화랑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전시 활동의 근거지를 두게 되었다는 점은 국내 미술시장의 판도 변화와 더불어 지역문화 분권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사례로 읽힌다. 대구 보데갤러리는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독일의 예술 경향을 직접 소개하는 동시에,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현지에 진출시키는 일을 다각도에서 진행 중이다. 대구=윤규홍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5. 고성인민들의 전선원호,조선화 145x523cm,1958년

월북화가의 미술사적 여백 어떻게 채울 것인가

정종여 100주년 기념 세미나 열려

월북작가 청계 정종여(1914~1984)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5월 21일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정형민) 덕수궁관에서 학술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서 가천대 윤범모 교수는  ‘남북종화의 혼합 혹은 소야(疏野)’라는 주제로 정종여의 예술세계를 조명했으며,《  아트인컬처》 김복기 대표는 정종여의 활동면모와 미술사적 평가를 다루었다. 그리고 청계의 손자인 정단일 씨는 2013년 부산 토성초등학교에서 발견된 정종여의 <독수리>, <지리산> 대작 2점을 비롯해 최근 1년간 정종여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발굴한 성과와 작품 목록은 정리해서 발표했다. 발표자들은 아직 정종여의 생애와 예술세계가 상당 부분 공백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많은 작품 및 자료 정리가 여전히 미술사적 과제로 남아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2013년부터는 유족과 연구가들이 기념 사업회를 발족하고 작품 조사 발굴 등 재조명 작업을 펼치고 있다.
오사카 미술학교를 졸업한 정종여는 조선미술전람회에 특선을 차지하는 등 동양화단의 촉망받던 신예작가로 산수, 인물, 화조, 풍속화, 불화 등 다양한 소재를 넘나들며, 분방한 필력과 섬세한 사실 묘사력을 겸비한 화가였다. 해방 직후 진보적인 미술단체에서 활동했으며, 6·25전쟁 때 공산 치하의 서울에서 부역 활동을 하다 9·28수복을 전후로 북으로 건너갔다. 정종여는 북한에서도 정통 수묵 산수화와 섬세한 필치의 사실적인 채색화에 모두 뛰어난 화가로 명성을 떨쳤다. 또한 그는 북한에서 1947년 평양미술대학을 창설하고 북한이 민족적 주체적 양식이라 내세우는 조선화 분야의 이론적 체계를 구축했다. 1974년 공훈미술가, 1984년 인민미술가 칭호를 수여받았으며, 1978년 이후 동맹현역미술가, 만수대창작사 소속으로 활동했다.
월북 이후 한국에서 ‘금기(禁忌)의 작가’로 오랫동안 잊혀졌으나 1988년 해금조치 이후 1989년《  월간미술》에서는 그를 <해금작가 작품 발굴> 시리즈의 첫 번째 화가로 조명했으며 같은 해 서울 신세계백화점 화랑에서 첫 회고전이 열렸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6 방의걸  (2)

60년의 화업을 조명하다

원로화가 목정 방의걸 화백 개인전

오랜 세월 한국의 산수를 화폭에 담아온 목정 방의걸 화백이 5월 14일부터 19일까지 인사아트센터 에서 11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산수화와 문인화에 대한 깊은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수묵 산수에 문인화적 요소가 공존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방의걸 화백은 서양화로 미술에 입문하였지만 홍익대학교 재학시절에 한국화의 거장 청전 이상범과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영향을 받아 전공을 바꾸게 되었다. 방 화백은 은사인 이상범 교수의 “우리의 그림에 우리 분위기와 우리 공기, 우리 뼛골이 배어야 한다”는 가르침에   따라 어떤 미술형식에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우리의 산과 들에서 만나는 소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풍경을 화면에 담아왔다.
방 화백은 자신의 작업에 대해 “나는 거창한 회화적 이론이나 철학적 사상도 없다. 다만 그리고 싶어 그리고 그냥 그린다. 그림으로 ‘시’를 쓰고 삶에서 경험한 모든 것을 상념 속에서 끌어내어 그림으로 말을 한다. 그러므로 나의 그림은 곧 나의 심상의 언어요 삶이라 하겠다” 면서 모든 사람이 작품에 친근하게 다가서서 기쁨과 감동을 공유해야 한다는 작업관을 이번 전시에서도 진솔하게 드러내었다.
방의걸 화백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전주대학교 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장을 지냈고, 2003년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과 교수로 정년퇴임했다.  전주=최정환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8 아마도 이현무 (3)

사진의 회화성

이현무, 2014 아마도 사진상 수상

<제 1회 아마도사진상>에 작가 이현무가 선정됐다. 작가는 디지털 복제시대에 사진의 고유성과 회화성에 대해 고민한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특히 필름 사진이 아닌 페이퍼 네거티브에는 사진의 원본성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담겨있다. <제1회 아마도사진상>은 아마도 예술 공간 주최로 진행되었으며 심사위원으로 윤범모, 유진상, 오형근, 신수진, 서진석 관장이 참여했다. 수상자에게는 1만 U.S달러(한화 약 1000 만원)의 상금이 수여되었고 아마도 예술공장에서 전시기회가 주어졌다. 이현무의 개인전은 5월 19일부터 6월 17일까지 열린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SAMSUNG DIGITAL CAMERA

9 박승예_인물사진9 이만나_얼굴사진

신진작가들의 도약을 위한 기회

종근당 예술지상 선정작가 김효숙 박승예 이만나

한국메세나협회가 주최하고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 휴가 주관, 종근당이 후원하는 ‘2014 종근당 예술지상’ 작가로 김효숙, 박승예, 이만나   (왼쪽부터)가 선정됐다. 2012년 제정된 ‘종근당 예술지상’은 최근 2년간 주요 국공립 및 비영리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와 비영리전시공간의 전시회 참여작가 중 만 45세 이하의 회화작가를 지원대상으로 작가 3명에게 창작지원금과 전시 기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김효숙, 박승예, 이만나는 올해 158명의 대상자 가운데 2차례에 걸친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이들은 앞으로 3년간 매년 1000만 원씩 모두 3000만 원의 창작지원금을 받고 작업하며 2016년 선정작가전을 통해 그 결과물을 선보이게 된다. ‘종근당 예술지상’은 앞으로 장기적으로 작가를 지원하고 대상 부문도 조각, 사진, 설치미술 등으로 다양화할 예정이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10 나우 PO1 100x133cm Pigment Print 2014

현대 기계도구의 시간적 단명

막스 드 에스테반, 갤러리 나우 작가상 수상

사진 전문 갤러리인 갤러리 나우(대표 이순심)가 주최하는 제6회 ‘갤러리 나우 작가상’에 스페인 출신 막스 드 에스테반(Max de Esteban)이 선정됐다. 수상을 기념해 막스 드 에스테반의 개인전이 5월 14일부터 27일까지 갤러리 나우에서 열렸다.
막스 데 에스테반의 연작 <단명(Only the ephemeral)>은 예술 소통과 제작을 위해 쓰였던 구식 기계들을 엑스레이 사진으로 촬영해 제품 내부에 구조적으로 남아있거나 없어진 흔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각 사진은 제품의 개별적인 특성을 제거함으로써 부패와 죽음을 포괄적으로 상징한다. 사진평론가 진동선은 “현대 기계도구들의 시간적 단명성을 통찰하는 미학, 이미지를 구현하는 탄탄한 구성력, 전체적으로 현대사진의 트렌드를 견지하면서도 아날로그 전통성의 감각을 선보인다”며 높이 평가했다.  이 상은 2009년 다양한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외 사진예술의 새로운 변화와 활로를 여는 것을 목표로 제정됐다. 1회 수상자 이상엽, 2회 신은경, 3회 이준, 4회 파야, 5회 캐서린 넬슨을 배출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11 전원길 (1)

하늘을 담다

자연미술 작가 전원길 개인전

자연을 화폭에 담는 작가 전원길의 개인전 <하늘, 안으로 들어오다>가 5월 9일부터 6월 1일까지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동탄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화성시문화재단이 가정의 달 특별전으로 준비한 이 전시에서 작가는 푸른 바탕으로 하늘을 연상시킨 <영원한 풍경> 연작을 선보인다.
평론가 윤진섭은 그의 작품에 대해 “전원길의 예민한 감성은 아마도 오랜 기간에 걸쳐 자연의 사물들과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된 것 같다. 거기에는 길이 있고 그 길은 감각적인 붓질로 이루어진 색의 계조(gradation)로 이루어져 있다. 전원길이 그려내는 이 환상적인 풍경은 현실의 자연을 떠나 이상향의 세계를 그리는 작가의 내면적 풍경이다”라고 말했다. 화성시문화재단은 전시기간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자연에 새로운 해석을 더한 작품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한다.
전원길은 1999년 첼시미술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18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12 자작나무이야기 116.7X91.0 혼합재료

푸른 빛의 자연

김연화 개인전

김연화의 개인전이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충무아트홀 충무갤러리에서 열렸다. <자작나무 이야기 “블루에 취하다”>란 타이틀로 열린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푸른 빛으로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표현했다.
자연의 강, 바다, 하늘의 파란색이 조금씩 다르듯 작가 역시 자연을 표현하는데 공통된 푸른색을 사용하지만 같은 빛깔은 존재하지 않는다. 새벽, 하얀 자작나무, 영롱한 달빛을 그려 현대인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안, 소외, 고독의 감정에 쉬어갈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을 제공한다. 가상과 실재 사이를 오가는 풍경이 쪽빛과 합쳐져 작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번 전시는 김연화의 14번재 개인전이다. 이외도 작가는 200여회의 국내외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LG, 중구문화재단, 숭실대학교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13 보타닉

식물과의 교감을 그리다

보타니컬 아트 공모전 수상작 전시 열려

한국식물화가협회에서 주최하고 253년 전통을 가진 파버카스텔(대표 이봉기)이 주관, 서울여자대학교 플로라 아카데미가 후원하는 <제6회 보타니컬 아트 공모전> 수상작 전시가 5월 14일부터 20일까지 경인미술관에서 열렸다. 자연친화적인 문화 활동을 이어가고자 2009년부터 파버카스텔과 한국식물가협회가 뜻을 합하여 추진하고 있는 행사이다. 공모 참가자들은 파버카스텔의 알버트 뒤러 색연필로 ‘또 다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식물’을 표현했다. 보타니컬 아트란 식물학적인 미술화를 뜻하며 꽃을 식물학적 시점에서 관찰하고 이를 세밀하게 표현하는 그림을 말하지만 정밀한 묘사보다도 미학적 교감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 전시의 대상 수상의 영광은 리기다소나무를 그린 이정인에게 돌아갔다. 꽃양배추를 그린 송은영은 금상, 감을 그린 손미숙과 에스포스토아 쿠엔테리를 그린 최백선은 은상을 수상했다. 이외 32개의 작품이 당선되어 함께 전시되었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14 세월호 (2)

아픔을 함께한다

세월호 참사 추모전 열려

수원민족미술인협회와 세월호를 생각하는 미술인들이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자들의 영면을 빌고, 참사에 책임이 있는 모든 구조와 사람을 밝혀내길 원하는 마음을 모아 세월호 참사 추모전 <세월아 세월아 가슴 아픈 세월아>를 열었다. 전시 작품은 5월 10일부터 수원역 광장 시민분향소 앞에, 5월 24일부터 6월 10일까지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 일대에 프린트아트 야외설치 형식으로 설치된다.
협회 측은 “분향소를 찾는 많은 국민과 유가족들이 안식을 찾고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우리가 매순간을 기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아픔을 함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권은비, 손현선, 오은주, 이오연, 이윤엽, 정세학, 최정숙, 황정경 등 참여작가 35명의 작품 40여 점이 전시돼 미술인들의 추모와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Editor’s letter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겠는가. 마음이 먹먹하고 답답하다. TV를 끄고 괜스레 넓지도 않은 집안을 서성였다. 책꽂이에 꽂힌 책 가운데 불현 듯 눈에 들어 오는 책이 있었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한겨레출판, 2010). 혹여나 오해는 마시라. 제목만 보고 남녀사이 시시콜한 연애사 쯤으로 치부하지 말란 말이다. 이 책은 ‘비겁하게 살지언정 쪽팔리게는 살지 말자’는 마음가짐을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여성 언론인 김선주 선생의 칼럼 100여 편을 모아 놓은 책이다. 김선주 선생은 20대에 처음
《 조선일보》에 입사한 후《 한겨레》 창간부터 줄곧 거기서 활동하며 논설주간까지 지낸 인물이다. 현역에서 은퇴했음에도 여전히 후배 기자들이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언론계 선배로 손꼽는다. 책에 실린 글은 김 선생이 20여 년 동안 신문과 잡지에 발표했던 것들이다. 한사코 자신의 글이 부끄럽다고 말하지만, 사람을 바라보는 애틋한 시선과 세상을 바라보는 예리한 통찰의 문장이 빼곡하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은 김 선생의 글을 일컬어 “자신의 부끄러움에서 출발해 자기성찰로 이어진”, “김선주라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지금 우리-시대-존재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깨닫는 동시에 자기성찰을 위한 시간을 절대적으로 가져야한다.
이별에 대한 또 하나의 단상. 그러고보니 벌써 10년이 지났다. 2004년 4월 26일, 작가 박이소 선생이 이 세상과 이별한지 말이다. 당시 그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진 건 몇 개월이 지나서였다. 나는 그해 9월호에 부랴부랴 특집기사를 만들었었다. 나는 거기서 문학평론가 故김현 선생이 시인 기형도의 유고시집에 쓴 문장을 큰따옴표로 인용했었다. 앞서 먹먹한 마음을 김선주 선생의 책으로 갈음한 것처럼, 그 따옴표를 오늘 이자리에 다시 옮겨 적는다. “죽음은 늙음이나 아픔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육체가 반드시 겪게 되는 한 현상이다. 한 현상이라기보다는, 실존의 범주이다. 죽음은 그가 앗아간 사람의 육체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서 그의 육체를 제거하여, 그것을 다시는 못 보게 하는 행위이다. 그의 육체는 그의 육체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환영처럼, 그림자처럼 존재한다. 실제로 없다는 점에서, 그의 육체는 부재지만, 머릿속에 살아있다는 의미에서, 그의 육체는 현존이다. 말장난 같지만, 죽은 사람의 육체는 부재하는 현존이며, 현존하는 부재이다. 그러나 그의 육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다 사라져 없어져버릴 때, 죽은 사람은 다시 죽는다. 그의 사진을 보거나, 그의 초상을 보고서도, 그가 누구인지를 기억해 내는 사람이 하나도 없게 될 때, 무서워라. 그때에 그는 정말로 없음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 완전한 사라짐이 사실은 세계를 지탱한 힘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동안 그(들)의 사라짐은 완전한 것이 아니다. 박이소 10주기 개인전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한 어떤 것(Something for Nothing)>이 6월 1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편집장 이준희 dam2@unitel.co.kr

[bold_title]contributors[/bold_title]

김종길( 이목구비 확인할 수 있게 밝게 해주세요)
김종길 미술비평
올해 4・3미술제 20주년 기념전 전시감독을 맡았다. 그는 10년 넘게 <4・3미술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진 4・3항쟁을 호출하는 데 앞장서왔다. 그는 4・3을 비롯한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 예술과 행동에 대한 사유를 몸소 실천하는 대표적인 비평가이자 전시기획자다. 최근 ‘샤먼/리얼리즘’이라는 새로운 비평적 개념을 제안함으로써 한국 미술사의 주체적인 시각에서 4・3항쟁과 같은, 국가폭력과 야만에 대항하는 궁극적 해방에너지를 탐색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김지연
김지연 예술감독
‘2014부산아트쇼’의 성공적인 마무리 뒤에는 김지연 예술감독이 있었다. 분명히 여타 아트페어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아트페어 곳곳에 전시를 진행해 관람객을 미술장터와 함께 진중한 전시를 경험하도록 유도했다. 아트쇼 폐막 후 며칠 휴식을 가져봄직도 하지만, 그녀는 ‘지리산프로젝트’, ‘제2회 창원조각비엔날레’ 등 다양한 프로젝트와 전시를 준비하느라 바로 출근했다고. 행사 준비도 좋지만 몸도 잘 챙기시길.

 

MM_CO
조아라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2013년 서울시립미술관에 입사한 후 연속해서 다양한 전시를 담당하고 있는 큐레이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이번 호 특집과 유사한 기획의 전시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에 다짜고짜 연락을 취했다. 업무량이 많아 야근을 반복한 피곤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대화가 오가며 열정적이고 힘이 넘치는 젊은 큐레이터의 모습을 보았다. 6월에 열릴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작가들의 그룹전 을 기대해본다.

[컬럼] 필요와 신뢰 그리고 자생의 공간

필요와 신뢰 그리고 자생의 공간

1997년 여름, <(가칭)300개의 공간展>은 아주 단순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고 있음을 감지한 작가를 비롯 미술계 젊은 일꾼들이 그나마 가능한 정보를 서로 자발적으로 교류해보자는 의도였다. 당시의 환경은 그야말로 황무지였다. 몇몇 작가에게는 등기우편 또는 전보로 전시참여 의사를 묻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며, 그나마 신세대인 젊은이들에게는 삐삐라는 무선호출기가 보급되어 비교적 수월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큐레이터 명함을 지닌 이들은 손에 꼽혔으며, 대부분 전시공간에 컴퓨터는커녕 팩스조차 없었다. 그 흔한 기관의 지원은 경력이 미천한 젊은 작가들에게는 무의미했으며 기금공모 기간조차 아는 이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20여 명의 전시공간 ‘실무자’가 모여 자신들이 알고 있는 작가들의 목록을 서로 교환하며 현장에서 진짜로 쓸모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보고자 힘을 모았다. 각 실무자들이 5~10명 내외의 작가를 추천하여 중복된 작가들이 있을 경우 300명이 될 때까지 계속 추천을 더 받는 복잡하지 않은 방식으로 일을 추진했다. 혹 물의가 있을 수 있어 다수 중복 추천된 명단은 실무자들끼리만 공유하며 되도록 외부에 공개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했다. 당시 대부분 기관장이나 전시공간의 관장들은 권위를 내세워 특정 학력 또는 공모전 특선 이상 경력을 가진 작가를 선호하던 시기여서 기존의 모든 타성을 버리고 오직 실무자의 소신으로 작가를 추천하도록 유도했음은 물론이다. 단, 이 행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소요경비였다. 어떤 정치적 이슈도 조형적 이념도 아닌 미술현장 실무자들의 단순한 정보교류 성격의 자발적 행사에다 어떤 기관의 지원과 관여도 없는 탈권위적 행사였기에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십시일반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실무자와 작가 모두에게 일정의 비용이 부담되었다. 돌이켜보면 작가와 실무자들의 ‘필요와 신뢰’가 소요경비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큰 비결이었던 셈이다.
농담으로 미술현장에서는 양식산과 자연산을 구분한다. 주는 것만 받아먹어 수렵과 채취에는 허약하지만 곱게 자라 고귀한척 하는 부류와 어디에 갖다 놓아도 굶어 죽지는 않으나 길들지 않아 다소 엉성하고 거친 야생의 부류를 의미한다. 어차피 미술현장은 현대미술 초기부터 굳건하게 유지된 사다리 구조에 속하지 못한, 불만과 불안에 가득 찬 대다수 자연산들로 득실댄다. 그래서 개체수로 보아 자연산이 더 우세일 것 같으나 막상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은 양식산 성향이 더 짙다. 아마도 양식산은 가늠이 가능하나 자연산은 이름 그대로 야생이기에 그들의 성깔과 습성 또한 제각각인지라 파악하기 난해한 탓이리라. 이제 와서 굳이 <(가칭)300개의 공간展>의 성과를 들추자면 딱딱하게 굳은 메마른 땅에 아직 덜 갖춰진 유연한 창작의 감성을 작가와 실무자가 힘을 합쳐 ‘내 땅 갈아 내가 먹기 식’으로 대거 주입시킨 일이었다.
요사이 넓어진 문화지평에서 흔히들 창작 또는 예술활동과 단순 문화행사를 너무 쉽게 혼동한다. 특히 기관의 지원을 받는 행사인 경우, 자신들이 행정 그리고 복지 차원의 일에 복무한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물며 일정 비용을 받고 투여되는 행사인 경우 그 목적에 부합한 용역을 요구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개별 창작자나 행사 주관자 또는 실무자에게 행사에 참여 할지 결정하는 데 신중함이 요구된다. 그리고 자신의 습성과 어울리지 않다면 가볍게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행사 참여로 개인적으로 얻는 성과 또는 실적 올리기에 급급함을 떠나 그 결과의 득실이 행사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본의 아니게 영향을 주기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구나 구태의연한 행정이나 얍삽한 처세술을 예술행위 또는 권위라 착각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은 탓에 작가나 실무자 모두 쉽게 판단할 일이 아니다.
부실한 난파선에서 그나마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건강한 환경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 현실의 면면에서 체감되는 남한 사회를 비롯한 창작환경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신뢰에 선행되어야 할 의사소통 자체가 어긋나고, 행정 또는 여론의 과잉으로 비판의 대상자가 잘못 설정되거나, 생산 없이 유통 경쟁만 부풀려지는 식상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민족분단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를 낳는 세대단절은 한동안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모두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 절실하다.

최금수·이미지올로기연구소 소장

[핫피플] 201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이숙경

201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이숙경

커미셔너와 작가의 파트너십을 기대한다
1995년 건립된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관이 2015년 건립 20주년을 맞이한다. 한국관은 그동안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 미술의 맥락에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2008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한 오쿠이 엔위저(Okui Enwezor)가 진두지휘하는 2015년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5. 9~11. 22) 한국관 커미셔너로 이숙경 영국 테이트미술관 큐레이터가 선정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커미셔너를 지명하는 종래의 방식에서 탈피해 최종후보 4명이 작가 및 전시 기획을 제안하고 이를 토대로 선정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로써 이 커미셔너가 제안한 문경원 전준호 작가가 2015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최종 선정됐다.
이숙경 신임 커미셔너는 “이번 기회를 통해 동시대미술의 가장 첨예한 이슈들을 다룰 뿐 아니라 그 미래 또한 이끌 수 있는 선각자적 시각을 제안하고 싶다”며 “중심과 주변이라는 틀이 깨지고 상대성과 다양성이 중시되는 오늘의 미술계에서 한국 미술 또한 전지구적 미술 담론의 중요한 일부임을 강조할 생각”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문경원, 전준호를 한국관 작가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두 작가는 카셀 도쿠멘타, 올해의 작가상, 광주비엔날레 등 국내외 다양한 플랫폼에서 지난 수년간 주목할 만한 작품을 보여주었다. 미술뿐 아니라 디자인, 건축, 영화, 문학 등 미술 외적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광범위한 인류 생존의 문제, 미술의 본질적인 역할 등 한국이라는 지리적, 문화적 조건을 넘어서는 보편적 이슈들을 다룬 점이 내게 긍정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2015년 한국관 전시를 위해 두 작가는 이전에 보여온 작업의 연장선 위에 있으면서도 새로운 예술적 도전이 될 만한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신작의 내용과 전시로 구현되는 방식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진 않았다. 작가 문경원 전준호는 2012년 카셀 도쿠멘타에서 첫선을 보인 프로젝트 <미지에서 온 소식(News From Nowhere)>부터 공동작업을 해왔으며 후속작 <순수존재(AVYAKTA)> 이후 특히 영상작업을 통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두 작가는 분단국의 특수한 상황을 통해 삶과 예술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반영한 단편영화 <묘향산관>과 루이비통코리아의 후원으로 전통 악기장 이영수·이동윤 부자의 ‘장인정신’을 현대미술 다큐로 풀어낸 <공무도하가>를 제작 중이며 올해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문경원, 전준호를 비롯해 최근 미디어아티스트들이 다양한 협업의 과정을 통해 영화를 선보이는 현상에 대해 이 커미셔너는 이렇게 말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등장한 비디오아트가 시간적 요소에 바탕을 두고 기계적으로 생산된 이미지를 기본 개념으로 했다면, 최근 보이는 영화적 영상 작품들은 확장된 혹은 해체된 시네마 등, ‘영화’의 내러티브 및 시각적 관행에 대한 질문에 바탕을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문경원 전준호 또한 주류 시네마의 언어를 의도적으로 도입하여 익숙한 듯하면서도 비관습적인 시각적 내러티브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재 이 커미셔너는 올해 하반기 테이트 모던에서 열릴 백남준 신소장품 전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테이트 모던의 신관 개관을 위한 소장품 전시와 기획전 큐레이팅에 참여하고 있다.
이슬비 기자

이숙경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았다.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예술학을 전공했고 영국 에섹스 대학교에서 미술사와 미술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홍익대학교 강사 등으로 활동했으며 2006년 영국예술위원회 펠로우 큐레이터로 한국 현대미술전을 포함한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2007년부터 테이트 미술관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백남준, 더그 에이트킨 등 대규모 기획전과 다수의 소장품 전시를 기획했으며 테이트 아시아태평양 작품 구입위원회 큐레이터를 겸임하고 있다.

준호경원 (2)

문경원 전준호 <세상의 저편> 2012 광주비엔날레 전시광경

 

[핫피플] 제5회 ‘홍진기 창조인상’ 문화부문 수상자 서진석

제5회 ‘홍진기 창조인상’ 문화부문 수상자 서진석

대안공간 1세대, 혁신적인 창의성을 인정받다
서진석 대안공간 루프디렉터가 제5회 ‘홍진기 창조인상’문화부문을 수상했다. ‘홍진기 창조인상’은 재단법인 유민문화재단과 <중앙일보>가 제정한 시상제도로 매년 과학·사회·문화부문에서 “혁신적인 창의성을 바탕으로 기존 가치를 넘어선 새로운 가치를 선도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시상한다. ‘홍진기 창조인상’은 공적 중심의 시상에서 탈피하여 앞으로의 부문별 기여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 시상한다고. 대표적인 역대 수상자로는 반크(사이버 외교사절단, 1회,사회부문), 박종선(가구디자이너,2회,문화부문), 이자람(공연예술가,3회,문화부문),박재상(PSY,대중음악가,4회,사회부문)등이 있다. 상금은 500만원.
1999년 대안공간 루프를 개관한 이래 우리 대안공간의 산증인 역할을 했던 그이기에 이번 수상의 감회가 남달랐을 터. 그 소회를 물었다. 꼭 수상을 계기로 질문한 것이 아니라 현재 별다른 담론 제기가 전무해 동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미술계가 과거로부터 무엇인가 취득할 단서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사실 15년 전과 지금의 한국 미술계는 너무나도 다르다. 1990년대 한국 미술계는 유형적, 무형적 미술의 향유시장이 부재했기 때문에 창작과 매개영역이 심하게 왜곡되는 현상이 팽배했다. 대관화랑의 비율이 95%가 넘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러한 1990년대 한국 미술계에서 대안공간들의 초기 활동은 그 공유되는 목적의식이 뚜렷했다. 젊은 작가 발굴, 지원과 이를 통한 창작-매개-향유의 거시적인 순환구조 확립. 즉 형식이 내용적 대안이 될 만큼 젊은 작가 지원이 절실한 시기였다”며 “결과적으로 루프를 비롯한 초창기 대안공간들과 참여 작가들은 서구 주류 미술계와 한국미술의 간극을 줄였다”고 말했다.
물론 당시에 기치로 내걸었던 ‘대안’이 지금 2014년에 통용되는 ‘대안’과 그 뜻을 같이할 리는 없다. 아니 시간을 거치면서 그 의미는 매번 달라졌을 것이다. “예전에 대안성은 한국 미술계의 대안성이었지만 지금의 대안성은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미술계의 대안성이 되어야 되는 시기가 되었다.” 글로컬 시대 한국미술은 세계와 교유하며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안공간 루프도 2005년 이후 디지털기술의 발달, 후기자본주의 시작, 아시아성의 재정립이라는 시대적 어젠다를 중심으로 또 다른 대안성을 모색해왔다. , <비디오아카이브 네트워크포럼>, <아시아 창작공간 네트워크>, <예술과 자본> 등의 국제 행사들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이 답변에서 디렉터가 열거한, 대안공간 루프가 변화의 시기에 수행했던 프로그램이 바로 이번 수상의 이유가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서 디렉터는 이에 덧붙여 “미술계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생태계를 형성하고 다양한 예술 창작활동이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안공간 루프의 발전적 활동을 위해서는 예술정책, 예술교육, 국내외의 전시기획 등등 예술 사회의 다면적인 환경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며 그간의 능동적인 행적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간의 공적뿐만 아니라 앞으로 지속가능한 문화분야에 대한 기여도도 참작해 수상자로 선정된 만큼 이후 행보를 물었다.
“8월 말 광주에서 문화관광부가 주최하는 아시아 창작공간 네트워크 행사의 일환으로 <아시아 민주주의의 거울과 모니터전>을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 민주주의의 다양한 양상과 공공예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중국에서 한국의 신진작가 그룹전도  개최될 예정이다.
황석권 수석기자

서진석은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원대 응용미술과와 시카고 미술대학원, 필라델피아 텍스타일 과학대학 PCT&S를 졸업했다. 1999년 대안공간 루프를 설립 현재까지 디렉터를 맡고 있다. 대구사진비엔날레 운영위원, 인천아트플랫폼 운영위원, HOMA 운영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경원대(2007~2010), 경희대(2009)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2001년 ‘티라나비엔날레’(2001), ‘리버풀비엔날레’(2010) 등 다수의 국제 비엔날레의 기획에 참여했고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센트럴이스탄블, 카사아시아, ZKM 등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150아시아현대미술작가》, 《예술과 자본》, 《동양적 은유》 등의 미술서적을 기획, 발간했다.

SSS-7

2001년 대안공간 루프 구관(舊館)에서 열린 ‘작가 만들기 매니저’ 김홍석 기획 <레트로비스트로전> 광경

 

[Sight & Issue] 제주 4・3, 기억 화해 치유

제주 4・3, 기억 화해 치유

1894년 갑오년의 동학민중혁명으로부터 두 갑자가 돌았다. 새날 새 세상이 올 것인가? 하늘 모심이 사람 모심이고(侍天主),
내 마음이 곧 네 마음이며(吾心卽汝心), 내 안에 하늘 기르기(養天主)의 철학이 들 싹으로 피어야 한다. 나(주체)와 너(타자)를 폭력적·강제적으로 구분했던 위험사회의 현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동학의 포접제(包接制)는 계급적 조선사회를 변혁하려는 사회적 대전환이요, 아방가르드 운동의 요체였다. 접(接)마다 접주(接主)를 두었던 것은 신라 최치원의 접화군생(接化群生)과 상통한다. 모든 생명과 만나서 관계를 맺고 변화하라는 그 정신! 하늘·땅·사람·정신·마음을 공공(公共)하는 철학으로서 “지극한 기운이 오늘에 이르러 크게 내리도록 빕니다. 하늘님을 모셔 조화가 정해지는 것을 영세토록 잊지 않으면 온갖 일을 알게 됩니다(至氣今至 願爲大降 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를 주문했던 그 실심(實心)을 위해서!
동학 100주년이던 1994년 제주 4・3미술제는 시작되었고 올해 20주년이 되었다. 1948년 4・3사건이 터진 뒤 46년이 흐른 뒤였다. 1988년 무렵 제주 미술동인 ‘바람코지’ 작가들이 미학적 접근을 시도했으나 본격화한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올해 4・3미술은 새로운 방향타를 제시하고 나섰다. 동학의 접화군생과 다르지 않다. 첫 접화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샌타로사시(市)다. 그곳 소노마카운티미술관에서 지난 2월 7일부터 5월 4일까지 <동백꽃지다 : 제주 4・3을 다룬 한국의 현대미술가들전>이 개최된 것이다. 소노마카운티는 제주와 자매도시를 맺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더군다나 4・3사건이 미군정기의 일이라 전시 장소의 상징은 매우 컸다. 기억, 화해, 치유 등 세 개의 주제로 구성된 이 전시는 로비와 아트숍을 비롯해 기획전시실과 소전시실까지 1백여 평의 1층 공간을 가득 채웠다. 아트스페이 씨의 안혜경 디렉터가 기획하고 다이앤 에반스 관장과 소노마카운티의 작가 마리오 우리베가 서로 공공하는 예술기획으로 협력해서 탄생시킨 전시는 향후 4・3미술 국제교류의 신호탄이 될 것이 분명하다. 소노마카운티미술관은 전시개막 후 첫 토요일과 일요일을 ‘특별주간’으로 기획했는데, 토요일 오전에는 강요배 작가의 4・3미술 연작 작품으로 4・3사건의 전개과정에 대한 강연과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김종민의 “제주 4・3민중항쟁과 미국” 주제 강연이 진행되었고, 오후에는 캘리포니아대 크리스틴 홍 교수의 “한국전쟁” 주제 강연과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 상영회가 있었다. 일요일에는 소설가 현기영의 “기억투쟁으로서의 문학” 주제 강연, 임흥순 감독의 시적 다큐멘터리 <비념> 상영회, 필자와 캘리포니아대 민영순 교수, 작가 강요배의 토론회, 그리고 딘 볼세이 리임과 램지 리임 감독의 다큐멘터리 <잊혀진 전쟁의 기억> 상영회가 진행되었다.
두 번째 접화는 4월 1일부터 20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개최한 <오키나와 타이완 제주 사이 : 제주의 바다는 갑오년이다!전>이었다. 4・3미술제 20년 만에 처음으로 예술감독제가 도입되었고 필자가 그 역할을 맡았다. 그동안 4・3미술제는 탐라미술인협회의 프로젝트형 기획전시였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미협, 한라미협을 비롯해 국내외 작가들을 대거 초대하여 국제전으로 치렀다. 접화군생의 핵심이 다른 생명들과의 만남, 관계 맺기, 변화이기에 4・3을 제주로부터 아시아로 확대해 전유하고 공유하는 공공지(公共知)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66년이 된 4・3사건은 이미 한국사회에서 잊혀진 지 오래일뿐더러, 제주 밖의 사회가 4・3사건을 회억하거나 또는 그것을 미학적 사건으로 기획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키나와는 2차 세계대전 중 10만여 명의 민간인이 희생되었고, 타이완에서는 1947년 2월 28일 중화민국 통치에 맞선 본토인들의 항쟁으로 3만여 명이 희생했던 2・28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1948년 제주 4・3사건이 벌어졌다.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동아시아 세 섬에서 벌어진 이 비극적인 학살은 21세기 새로운 동아시아를 상상하기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 할 평화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40여 명이 참여한 이 전시도 또한 제주 내에서 시작한 국제교류의 첫 신호탄이라 할 것이다. 안팎으로 제주 4・3미술이 확장되고 있다. 공공하는 예술로서 4・3미술은 홀로주체가 아니라 서로주체의 서로 삶을 위한 미술운동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종길・미술비평

제인 진 카이젠  5채널 비디오 설치 2011

제인 진 카이젠 <거듭되는 항거> 5채널 비디오 설치 2011

Art book

스스로의 눈으로 작품을 보라

정준모 《한국 근대미술을 빛낸 그림들》 컬처북스 2014

아트북 (11)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과 덕수궁분관장을 역임한 미술평론가 정준모가 근대미술 관련 저서를 출간했다. 2002년 국립현대미술관 재직 당시 <한국근대회화 100선>을 주관했던 경험이 이 책의 토대가 되었다. 저자는 1900년부터 1960년까지 한국 전통미술과 서구의 근대미술이 만나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시기에 한국 미술의 정체성이 어떻게 조형화되었는지 살피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작품들은 소위 ‘명품’ 위주보다는 미술사적 ‘맥락’에서 중요한 정도를 따져 작가 92명의 작품 108점을 선정해 수록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이미지 중심으로 편집해 작품을 감상하기에 좋다. 작품 해설, 작가 소개도 충실하고 부록으로 근대미술사 개론과 연표를 수록해 깊이를 더했다. 저자는 “이 책의 근본 개념은 도록이다. 우표만한 도판으로는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자신의 눈으로 작품을 제대로 보지 않고 유명 작가, 명화만 좇는 현상이 만연하다. 명화는 사람들 각자의 가슴속에 있는 것이지 남의 판단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며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미술은 ‘시대의 거울’이자 ‘역사의 증인’인 만큼 우리의 뿌리인 근대미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식민지, 전쟁 등 워낙 혼동의 시대이다보니 근대 작가에게 ‘친일’ 혹은 ‘월북’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가 많다. 저자는 “사람이 살다보면 공(功)도 있고 과(過)도 있기 때문에 양면을 함께 봐야 한다”면서 “잘못한 것은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 맞지만 대부분의 친일논쟁이나 부역 논란이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상대방을 내치기 위한 명분으로 거론된 적이 많다. 목적이 정당하지 않다보니 슬그머니 넘어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 그는 6・25전쟁을 기록한 미술작품을 분석한 저서《  한국미술, 전쟁을 그리다》를 출간 준비 중이다. “작가들이 민족상잔의 비극을 모른 척했다고들 하지만 찾아보니까 분명하게 존재한다. 찾지도 않고 자료가 없다고 하는 것은 역사를 정리하는 사람으로서의 태도가 아니다.”
이슬비 기자

정준모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서양화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토탈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덕수궁분관장,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겸 전문위원, 대변인,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청주국제공예비엔날 레 총감독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영화 속 미술관》, 번역서로 《미술관 관람의 길잡이》 등이 있다.

지형도 그리기는 현재 진행형

박영택 《한국현대미술의 지형도》휴머니스트 2014

박영택 (1)

아트북 (10)박영택은 많은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했던 경험으로 다수의 서문과 리뷰를 작성함과 동시에 큐레이터의 습성으로 마치 전시를 기획하듯 테마를 정하고 책을 저술해왔다. 지난 2001년《  예술가로 산다는 것》을 시작으로 2014년 현재까지 그가 출간한 책만 15권이 된다. 저자는 최근 한국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을 담아 한국현대미술의 흐름과 성격을 정리하는 책《  한국현대미술의 지형도》를 출간했다. 이 책은 한국현대미술을 시대, 그룹, 작가별로 나눠 정리하는 기존의 방법에서 벗어나 비평가인 저자의 주관으로 대표 작가와 각 작가의 대표작을 선정하여 계보를 만들어낸 뜻 깊은 시도다.
샤머니즘적 주술과 영성을 나타낸 박생광, 한국의 자연주의적 성향을 이어오는 변관식과 이상범, 한국 모더니즘의 기원적 작업을 한 김환기 등이 8인의 선배 작가를 필두로 그들의 작업과 맥을 같이하는 작가 총 109명과 그들의 대표작을 보여주는 형태로 구성되어있다. 독자적이고 방대한 작업에도 불구하고 “책 저술 과정에서 자료가 넘쳐나다보니 오히려 자료에 매이는 측면이 있었다. 취합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숙지가 부족했던 듯하다”며 아쉬운 점을 말했다. 현대미술의 도판을 사용할 경우 개별 작품의 저작권을 모두 요청해야 하지만 출판사와 저자가 최대한 힘써 저작권을 가진 이들과 접촉했음에도 연락이 취해지지 못한 작가와 도판이 일부 있었다. 또 수많은 자료의 취득 과정에서 부득이 누락된 각주 및 정보들이 있다. 수많은 자료를 정리하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타난 실수인데 그 중 한 예로 김동화의《  화골》에서 오윤, 안창홍, 윤형근 등의 작가를 다룬 글을 인용하면서 주를 달지 못하고 기재한 점을 들 수 있다. 이 부분을 포함해 저자가 언급했던 미흡한 부분 및 누락된 내용은 향후 개정판에서 보완될 예정이다. 이 책의 작가와 작품 선정은 보는 관점에 따라 첨예한 의견이 교차할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다. 그렇지만 저자는 평론이란 “객관적인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평론가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목소리를 높여 다양한 의견이 교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서구 비평가나 철학가의 사상에 맞춰 한국미술을 정리하던 것에서 벗어나 비평가의 취향과 학문적인 시선을 독립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크다.
박 교수는 이 책을 기반으로 한국현대미술의 지형을 그리는 일을 앞으로 계속해 보완 연구할 과제라고 생각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개정판을 만드는 데 공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임승현 기자

박영택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금호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약 10년간 일했고 1995년 뉴욕 퀸스미술관에서 큐레이터 연수를 했다. 1997년 제2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 2010 아시아프 전시 총감독, 2013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전시 총감독 등을 지냈다. 현재 경기대학교 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트북 (1)아이웨이웨이블로그
아이웨이웨이 지음 / 오숙은 옮김

중국 현대미술가 아이웨이웨이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포스트 3000여 개 중 110여 개를 간추려 묶은 책. 예술작업과 사회 운동의 경계에서 활동하는 그의 글을 통해 중국 인민의  삶과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미메시스 520쪽·25,000원

아트북 (8)한국미술사의 라이벌
이태호 지음

한국문화사의 격동기인 18~20세기의 회화 동향을 네 쌍의 아이콘으로 추렸다.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 대향 이중섭과 미석 박수근. 여덟 작가에 대하여 각각 쌍벽으로 대조해 설명한다.
세창출판사 384쪽·20,000원

아트북 (6)바람을 품은 돌집
김인철 지음

건축가 김인철이 건축 과정을 기록한 책으로 네팔 지역의 건축과 문화를 전한다. 하나의 집을 완성하기 위해 땅은 물론 사용할 사람의 일상까지 연구하며 삶에 가장 어울리는 집을 짓기 위해 건축가가 어떤 노력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담았다.
집  288쪽·20,000원

아트북 (7)공명의 시간을 담다
구본창 지음

사진가로서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필름에 담는 과정을 엮은 사진 에세이. 사진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하며, 사진이 현대예술의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 대표적인 역할을 한 사진가 구본창의 30년 사진 인생을 한 권에 담았다.
컬쳐그라피 312쪽·14,000원

아트북 (5)콤플렉스
할포스터 지음 / 김정혜 옮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얼굴이 되어버린 스펙터클한 건물들을 이해하는 길을 안내한다. 때로는 협업으로, 때로는 경쟁의 형태로 만나온 미술과 건축의 관계를 해부하며 정치·경제적 가치와 만난 건축이 생산하는 광경에 대해 성찰한다.
현실문화 392쪽·28,000원

아트북 (4)사물유람
현시원 지음

시각이미지에 대한 비평이라기보다 사물들의 ‘삶’ 또는 ‘운명’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담은 에세이로 동시대 시각문화를 탐구한다. 현직 큐레이터이자 현대미술 연구자이기도 한 저자가 자유롭게 풀어놓는 생각들이 사물 안팎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실문화 248쪽·16,500원

아트북 (9)키치, 달콤한 독약
조중걸 지음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은 키치가 어떤 모습으로 현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어떠한 태도로 바라보고 극복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사전적 분석이 아닌 예술, 정치 등의 영역에 만연한 키치의 본 모습을 분석한다.
지혜정원 320쪽·30,000원

아트북 (2)현대중국의 새로운 이미지 언어
김영미 지음

포스트 사회주의 중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이 격동의 시간 속에서 나타나는 매체의 발화를 고민하며 이러한 지점을 통해 포스트 사회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중국의 보통 사람들을 읽어낸다.
이담북스 345쪽·29,000원

아트북 (3)실기 수업 방법론
로이스 헤틀랜드 외 지음 / 김세은 옮김

미술 수업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사고의 습관”에 대한 최초의 연구서로 면밀한 연구 내용을 담고 있다. 수업을 어떻게 조직하고, 이끌어가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그 과정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미진사 288쪽·20,000원

 

Art Journal

여타 아트페어와의 차별화를 꾀해 성공한 부산아트쇼

‘2014부산아트쇼’, 현장 판매액 비약적 증가
올해 3회째를 맞은 아트페어 ‘2014부산아트쇼’가 4월 18일부터 21일까지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 전관에서 열렸다.
이번 ‘2014부산아트쇼’는 16개국 162개 화랑이 참가, 1000여 명의 작가 작품 4000여 점이 출품됐다.
지난해보다 커진 외형만큼 관람객 수와 매출액도 증가했다. 조직위원회 잠정집계에 따르면 관객은 4만여 명, 현장 판매액은 약 85억 원에달한다. 이는 지난해 관람객 3만3000여 명, 현장 판매액 51억 원에 비해각각 20%, 60% 증가한 것이다. 개막 이틀 전 인천과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대부분의 특별 프로그램이 취소된 채 행사가 치뤄졌다. 그럼에도 성과는 지난해보다 나아졌다.  조직위 측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거둔 성과임을 감안하면 부산아트쇼가 출범 3년 만에 국내 최대 아트페어로서 위상을 확고히 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번 아트쇼의 예술감독을 맡은 김지연 큐레이터는 성공 요인에 대해 “3회 대회를 거치면서 갑자기 성공한 것이라기보다는 근 10년간 대형 아트페어를 열어 마켓 가능성을 실험한 성과가 이제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특히 비영리 활동을 하는 부산 미술인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한 고민이 이같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운영위원회가 컬렉터 유치에 힘쓴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부산아트쇼의 특징으로는 아트페어가 열리는 곳곳에 아트페어 외 다양한 전시 개념을 심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 예가 <벡스코 영 아티스트 어워드>,<아트 악센트>,<아트밴드>,등이다.  김 감독은 “이런 프로그램들에 대해 관람객이 페어장에서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평가를 내렸다”며 “일반관람객과 컬렉터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아트 쇼의 장기적 비전에 대해서 김 감독은 “시장이 선호하는 작품보다는 그것과 거리를 둔 작업을 선보이는 것이 오히려 시장의 체질과 경향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황석권 수석기자

[section_title][/section_title]

귀신ㆍ간첩ㆍ할머니를 통해 아시아를 본다

<미디어시티 서울 2014> 전시 주제 및 참가 작가 발표
<미디어시티 서울 2014>의 주제 및 참여 작가가 발표됐다. 이번 행사는 9월 2일부터 11월 2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전관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다. ‘귀신 간첩 할머니’라는 주제로 이때 ‘귀신’은 지배적 역사 서술에서 누락된 유령을 불러와 아시아의 근현대사를 되돌아본다는 의미에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상징한다.

‘간첩’은 아시아의 식민지 경험과 냉전시대를 주목하기 위한 키워드다. 특히 분단상태인 한반도에서 ‘간첩’은 간첩사건을 비롯해 민주화 운동, 금기, 망명, 은행 전산망 해킹, 영화 흥행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는 정보의 흐름과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다. 귀신과 간첩의 시대를 견디며 살아온 증인인 ‘할머니’는 소외와 억압의 표상으로 최근 위안부 할머니를 둘러싼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갈등은 전쟁 폐해의 핵심에 여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다른 한편 할머니는 민중의 염원이라는 확장된 의미를 보여주는 개념이다.
박찬경 전시감독은 “이번 행사는 아시아를 지정학적 개념이 아닌 ‘생각하는 방법’이자 공동체적 기억인 매우 복잡한 영역으로 보기를 제안한다”며 “신작 12점을 선보일 예정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참여 작가는 양혜규, 배영환, 최원준, 김수남, 민정기, 닐바 귀레쉬(터키), 타무라 유이치로(일본), 쯔엉 꽁 뚱(베트남, 사진) 등 현재 34명이 확정됐으며 최종 작가 명단은 5월 중에 발표될 예정이다.

세마_Magical Garden_1

[section_title][/section_title]

사진의 기억’을 주제로 사진의 스펙트럼 넓힌다

<2014대구사진비엔날레> 전시감독 선정 및 주제 발표
대구사진비엔날레_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_주 전시 감독(스페인)2014대구사진비엔날레>가 오는 9월 12일부터 10월 19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예술발전소 등지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사진의 기억(Photographic Narrative)’이라는 주제로 급속히 변화하는 사진의 표현방법과, 사진 원래의 정체성에 관하여 다양한 관점의 시각을 보여주고자 한다.
주 전시는 ‘기원, 기억, 패러디’를 키워드로 삼아 사진과 진실, 사적/집단적 기억으로서의 사진, 그리고 예술형식으로서의 사진의 이면 등 동시대사진의 다층적인 면모를 관람객 스스로 해석하고 경험하도록 구성된다. 전시감독은 마드리드 국제사진전 <포토에스파냐>의 창립자이자 제13회 감독을 역임한 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위 사진)가 맡았다.
<이탈리아 현대사진전>과 <전쟁 속의 여성전>으로 구성된 특별전은 주한 이탈리아문화원장 안젤로 조에와 대구미래대 석재현 교수가 각각 큐레이터를 맡아 현대사진의 다양한 표현방법과 과거의 기억을 사진이라는 기능을 통하여 보여줄 예정이다.
한편 젊은 작가 발굴 프로그램인 ‘포트폴리오 리뷰’의 올해의 우수작가로 선정된 작가는 <2015휴스턴 포토페스트> <발견展>과 <2016휴스턴 포토페스트> ‘포트폴리오 리뷰’에 초대될 예정이다. 행사기획은 송수정 큐레이터가 맡았다. 사진예술에 대한 미학적 성찰과 동시대사진의 담론을 제시하는 국제사진심포지엄은 경주대 김성민 교수가 진행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 ‘홍콩 아트바젤’

한국 갤러리 10곳 참여, 한국 작가 참가 비율 늘어나
홍콩 (1)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홍콩 아트바젤’이 3월 27일 처음으로 국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홍콩 전시컨벤션센터(HKCEC)에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39개국 245곳 갤러리가 참가하고 국내에서는 아라리오갤러리, 학고재, 국제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PKM갤러리, 갤러리 스케이프, 갤러리 EM, 갤러리 인, 리안갤러리, 박여숙갤러리 등 10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또한 홍콩의 블라인드 스팟 갤러리(노순택), 싱가포르의 STPI(양혜규), 일본의 오타파인아츠(이수경), 미국의 수잔느 비엘메터 로스 앤젤레스(민윤희) 등 6곳에서는 한국 작가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올해는 홍콩 아트센터와 공동주최로 필름섹션이 추가된다.
4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은 미국 마이애미에 이어 2011년 ‘홍콩아트페어’를 인수했으며 지난해 ‘홍콩 아트바젤’은 첫 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6만3000여 명이 다녀갔다.
홍콩 아트바젤 매그너스 랜프루 아시아 디렉터(위 사진)는 “홍콩 아트바젤은 단지 아시아의 예술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량 있는 작가들을 글로벌 무대에 소개하는 자리”라며 “전 세계 갤러리와 아시아 갤러리가 다양하게 진화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미술계 성수기를 피해 3월에 개최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대구 지역 미술운동의 플랫폼

대구현대미술가협회가 운영하는 ‘스페이스129’ 재개관
대구 미술계에서 ‘스페이스129’라는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주로 동시대미술을 옹호하는 작가들이 모여 활동한 스페이스129는 대구현대미술가협회(이하 대구현미협)의 부설 공간이었다. 1997년 대구 도심 인근 삼덕동에서 문을 연 이래 이곳은 대구현미협 작가들의 결집지인 동시에, 삼덕동 거리를 젊은 문화 명소로 일구어내는 구심점 구실을 했다. 스페이스129는 삼덕동 시대를 마감하고 같은 중구 동인동으로 이전했다. 대구현미협 달성군 가창에 있는 폐교 건물에 레지던시형 창작 스튜디오를 조성하면서, 스페이스129는 또다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는 이름도 스페이스 가창으로 바뀌었다. 스페이스129가 이처럼 이사를 거듭한 까닭은 재정적인 어려움과 대구현미협 조직 안팎의 여러 변화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129는 지금까지 맥을 이어오면서, 시기를 같이했던 다른 전시 공간 상당수가 사라지고, 현대미술을 내세운 화랑과 대안공간이 늘어난 지금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성을 가지게 되었다.
올해 새롭게 조직을 가다듬은 대구현미협이 봉산문화거리로 옮겨 스페이스129를 재개관했다. 재개관 기념 초대전이 1부와 2부로 나뉘어 지난 4월1일부터 30일까지 열렸다. 이 단체전에 초대된 작가들(1부 권정호 김정태 김호득 박남희 최병소 홍현기, 2부 김결수 노중기 박승수 백미혜 이태현 정태경 최기득)은 대구현미협의 역사에 직간접적으로 관계한 미술인들이다.
물론 이들의 작품만이 대구현미협과 스페이스129의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출범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는 과정을 전시를 통해 하나씩 재생하는 기획 의도는 좋았다. 한정된 공간 안에 여러 미술인의 작품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서 작품 수와 크기 면에서 제한되고 선별적으로 설치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아쉽다. 이 또한 200명에 가까운 대구현미협 회원들의 회비와 기금마련전의 출품을 통하여 꾸려진 운영비가 있어서 가능한 사업이다. 앞으로 스페이스129는  현대미술 작가들에게 타당성 있게 낮춰진 비용으로 대관을 추진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하여 공간의 장소성과 규모 특성에 맞춰 다채로운 미술운동을 이끌어가는 일이 지역 미술계에서 부여받은 이곳의 역할이다.
대구=윤규홍 통신원

SAMSUNG CSC

[section_title][/section_title]

대전 지역미술에 새로운 활기를 더한다

대전창작센터에 열린 <2014 넥스트 코드전>
대전 최현석대전시립미술관이 청년 작가 발굴과 육성을 연례행사로 기획한 청년작가전 <2014 넥스트 코    드>(3.4~5.6)가 개막했다. 올해 참여 작가는 오완석, 최현석, 안권영이다. 존재의 ‘있음’과 ‘없음’ 사이의 경계에 주위의 오브제를 오려내고 붙이는 행위를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하는 오완석은 이번 전시에 대전의 보도블록과 아스팔트 조각을 이용해 대전이라는 공간에 대해 일상적 사물/작품, 일상의 공간/전시공간이라는 경계의 안팎에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다. 한국화를 전공한 최현석은 민화나 궁중 기록화의 요소를 차용하여 현대를 반영하는 사건이나 사회의 단면을 풍자한다. 안권영은 기존의 철을 매개로 한 용접작업에서 벗어나, 거대 자본의 투입으로 변해가는 도시와 자연에 주목하는 영상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독립예술매개공간 12.8의 디렉터이기도 한 그는 소규모 전시와 협력과정을 살아 숨 쉬는 예술로 담아내는 데 매진하고 있다. 이번 전시가 설치와 회화, 영상 분야에서 다채로운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침체된 지역 미술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대전=이정윤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현재 문화적 위기에 대한 질문

듀오 작가 엘름그린&드락셋 전시 열려
북유럽 출신 듀오 작가 엘름그린&드락셋(Elmgreen& Dragset)이 4월 3일부터 5월 3일까지 갤러리 페로탱 홍콩에서 듀오전을 연다.  이번 전시를 통해 엘름그린과 드락셋은 글로벌화한 현대 사회에서 유럽의 역사적 정체성과 문화유산이라는 딜레마에 대한 관심을 조명한다. 두 작가는 2002 광주비엔날레, 2007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 참가한 바 있다.

GP Elmgreen Dragset selection HR-29 Final

[section_title][/section_title]

이강하 화백 추모전을 위해 가족이 나섰다

광주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와 다형다방에서 전시 개최
이강하 가족사진이강하-향기로운 아테네남도의 풍경과 정서를 화폭에 담아온 故 이강하 화백(1953~2008)의 6주기를 맞아 뜻깊은 추모이벤트가 열렸다. <화가 이강하 초대전>(무각사 로터스 갤러리 4.8~5.31)과 <양림동의 화가들 아카이브  전>(양림동 다형다방 4.1~20)이다.
<화가 이강하 초대전>은 1980년대 후반부터 세계를 돌며 그린 작품과 한국 전통미술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어린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무엇보다 이 전시회가 특별한 건 이 화백의 딸 이선 씨가 직접 기획했다는 점이다. 생전 ‘맥’ 연작을 통해 불교적이면서도 민족적인 것을 이야기했던 이 화백의 작품을 관심 있게 지켜봤던 무각사 주지 청학 스님의 요청으로 이뤄지게 됐다. 이에 앞서 광주 양림동 다형다방에서 열린 ‘양림동의 화가들 아카이브전’인 <이강하, 그 도도하고 짙푸른 물너울>은 이 화백의 아내 이정덕 씨가 기획한, 일종의 사부곡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이정덕씨는 지난해 ‘양림동 문화활동가 양성과정’에서 전시기획을 배운 후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이 화백이 생전에 썼던 노트와 작품도록, 습작 스케치북, 기행문, 각종 전시회 포스터, 소장품 등 삶의 흔적이 배어있는 유품들이 전시됐다.광주=박진현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직관을 통해 내면의 풍경을 그리다

박남재 화백 개인전, 교동아트미술관에서 열려

레이아웃 1전주 (2)지난해 대한민국예술원상을 수상한 전북화단의 거목 박남재 화백의 전시회가 3월 18일부터 30일까지 교동아트미술관(관장 김완순)에서 열렸다. 이번 개인전은 15호부터 150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작품을 선보였다. 개막식에는 지역의 선후배 작가는 물론 각계각층의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하여 망구(望九)의 나이에도 창작에 전념하는 원로의 열정에 존경의 마음을 담은 박수를 보냈다. 이번 전시는 자연뿐만 아니라 어떤 주제를 표현하건 내면의 리얼리티를 포착해 독창적인 색감과 자유분방한 표현력으로 일관되게 구상회화의 길을 걸어온 박남재 화백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전시회로 기획되었다.
박남재 화백은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를 중퇴하고 조선대 미술과를 졸업했다. 이후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및 학장을 역임했다. 대한민국예술원상, 오지호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 2011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60년 화업을 조명하는 전시회와 2013년에는 미술세계 본상 수상과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 기념 초대전을 차례로 개최했다.전주=최정환 통신원

[section_title][/section_title]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최종 3인 후보 발표

슬기와 민, 여다함, 장민승 선정돼
제15회를 맞이하는 ‘2014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최종 3인 후보로 슬기와 민, 여다함, 장민승이 선정됐다. 선정작가 3인은 에르메스 재단의 지원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심사위원단으로 작가 공성훈, 작가 홍승혜, ‘샤르자 비엔날레 12’ 주은지 큐레이터, CAPC 현대미술관 알렉시 바이앙 수석큐레이터,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팡웨이 창 시니어 큐레이터로 구성됐다.
슬기와 민은 “장식적 기능에 치우친 기존의 디자인 개념을 넘어 출판, 비평, 전시, 협업, 번역 등을 통해 예술에 대한 진정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여다함은 현실에 대한 비판보다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 영역을 넓히려는 작가로서 “대상과 관찰자라는 대상주의적 재현의 정치학에 벗어나는 작가적 태도가 돋보인다”는 점이 선정의 이유가 됐다. 사진가, 음반 프로듀서, 가구디자이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 장민승은 “역사적인 중요 장소를 텅 빈 공간으로 재현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한 시대의 상식에서 벗어난 일탈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에르_슬기와 민

여다함장민승 작가

[section_title][/section_title]

한국 여성작가들의 활약의 장

제33회 홍익루트전 열려
홍익대학교 회화과 출신 여성작가들로 구성된 동문 홍익루트가 4월 16일부터 21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협회전을 열었다. 1982년 첫 협회전을 연 이래 매해 열어왔으며, 올해가 33회째 전시다. 미술평론가 서성록은 전시 서문에서 “우리 미술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 중요성 측면에서나 역할 측면에서 현저하게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성작가의 활약이 두드러진 데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홍익루트와 같은 단체의 노력과 역할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과 같은 한국미술 지형이 형성되었다”고 밝혔다. 김령 제정자 김영자 황영자 남영희 전명자 정강자 등 1959~2014년 졸업생 95명이 참여했다.
김령 홍익루트 회장은 “그동안 회원 개개인이 성장하면서 한국화단의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홍익루트’의 현재를 점검하면서 그 미래도 엿볼 수 있는 뜻 깊은 전시”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미술관 (3)

[section_title][/section_title]

통제에 대한 실험적 고민

오민, 파리국제예술공동체 입주 작가로 선정돼
오민 작가오경민-Suite1

미디어아티스트 오민이 삼성문화재단이 지원하는 파리국제예술공동체(Cité International des Arts) 입주 작가로 선정됐다. 삼성문화재단은 “소리에 관한 감수성과 공간을 다루는 구조적인 사고가 흥미롭고, 시테 아틀리에를 활용한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2014년 7월부터 파리국제예술공동체에 거주하는 1년 동안 통제와 위계질서에 대한 연구와 작업을 <5 Portrait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오민은 서울대학교 기악과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했고 예일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독일, 네덜란드에서 2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라익스아카데미, 금천예술공장에서 레지던스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삼성문화재단은 한불 문화교류 및 한국인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996년부터 2060년까지 파리국제예술공동체(Cité)에 15평 규모의 아틀리에를 장기임차, 운영하고 있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왕복 항공료, 아틀리에 관리비와 작품 활동비가 지원된다.

[section_title][/section_title]

퇴적과 침식으로 이루어내는 한글그림

서양화가 이승현의 네 번째 개인전
오랫동안 ‘우리 소리’를 조형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에 매진해온 서양화가 이승현의 개인전 <한글그림 아리랑>이 4월 1일부터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한글갤러리에서 열렸다. 작가는 우리 소리를 담는 그릇이 한글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한글 글꼴이나 자음, 모음의 형태를 다양하게 변화시켜가는 과정에서 조형적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작가는 “누구나 쉽게,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는 생활 속의 예술을 추구한다. 한글을 조형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우리소리의 흔적을 찾으며 쉼 없이 따라가고 싶다”고 밝혔다.
작품 제작 과정은 간단치가 않다. 캔버스에 다채로운 물감을 수없이 겹칠하고 이를 갈아내고 다시 덧칠하는 과정은 우리가 발 디디고 살고 있는 대지의 지층이나 문화가 오랜 세월동안 퇴적과 침식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승현은 제주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중등미술교사로 재직하다가 2011년 퇴직이후 작품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4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갤러리 인데코 (2)

[section_title][/section_title]

 interview 미국 소노마카운티미술관에서 열린 <제주 4·3전> 공동기획자 안혜경 아트스페이스 씨 대표

“제주 4·3은 미국 역사의 일부”

안혜경 (2)이번 전시가 미국에서 열리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이 전시가 미국 샌타로사시에서 열리게 된 데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멕시코 출신의 작가 마리오 우리베(Mario Uribe)의 공이 크다. 2006년에 열린 샌타로사시와 제주도 문화교류 행사를 통해 이 작가를 알게 됐고 그의 작업이 마음에 들어 2008년 아트스페이스 씨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마침 그때가 4·3 60주년 즈음이라 제주에서 여기저기 행사가 많이 열렸고 제주를 방문한 우리베는 4·3이 미국과 관련이 있는 만큼 미국에도 알려야겠다며 먼저 전시를 제안했다. 하지만 전시가 열리기까지 시행착오가 많았다. 전시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마리오 우리베 부부와 다이앤 관장이 내한해 직접 작가를 만나고 작품 선정을 하는 등 그들의 열정 덕분에 전시가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었다.(아래쪽 사진)
전시에 대한 현지 반응은 어떠했나 다이앤 에반스 관장은 개막식 인사말에서    “4·3을 다룬 작품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고 내용이 매우 의미 있다”며 “4·3은 제주도의 역사일뿐 아니라 미국 역사의 일부”라고 밝혔다. 당일 100여 명이 넘는 사람이 방문했고 교포들도 자녀를 데리고 전시를 둘러보았다. 언론의 반응도 뜨거웠다. 미국의 다른 도시에 이 전시가 순회할 수 있도록 알아보겠다고 나선 사람도 꽤 된다.
최근 영화 <지슬>, <비념>을 통해 많이 알려졌고 제주에 정착하는 예술가가 많아지면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4·3을 주제로 한 작품이 자꾸 만들어져야 한다. 최근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작가들의 경우 작업의 밀도가 떨어지고 치유나 이런 쪽으로 피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반면 오래 작업한 작가는 구체성이 있지만 통찰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부분에서 서로 소통하며 접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는 4·3뿐아니라 고유의 무속신앙과 같은 다양한 요소가 내재된 곳이다.
2006년 아트스페이스 씨를 개관했다. 공간 운영은 어렵지 않나. 제주도는 워낙에 컬렉터 층이 약해 운영이 쉽지 않다. 갤러리로 등록했지만 나의 지향점은 복합문화공간이다. 한국에서는 작품이 좋고 나쁘고보다 작가의 유명세가 중요하다. 그걸 좇다보면 좋은 전시를 만들기 힘들다. 이 공간은 내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서 만든 것이다. 제주=이슬비 기자

소노마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