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ATOR'S VOICE 사물들: 조각적 시도

1.11~2.18 두산갤러리

추성아 | 독립 큐레이터

〈사물들: 조각적 시도〉를 본 관람자 대다수는 덩어리와 물성이 두드러진 작품들을 “오랜만에 접한다”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전시가 끝나가는 시점에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에서는 “그렇다면 현재 조각은 무엇인가?”와 같이 조각이라는 특정 장르에 대한 정의 내리기가 지속되었다. 최근 몇 년간 젊은 작가들의 회화에 대한 탐구, 영상, 설치, 퍼포먼스, 그래픽 디자인, 아카이브 전시들이 중심과 주변을 이루던 와중에 관람자들은 분명 눈으로 매스(mass)를 훑어나갈 수 있는 작품이 반가웠을 것이다. 기획자 3명(김수정, 추성아, 최정윤)은 전시를 기획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오늘날의 조각은 이러해야 한다는 식으로 규정하는 것을 피하고 동년배 작가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각적 시도(sculptural practice)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필연적인 조각의 특수한 감각에 초점을 두었다.
미술사에서 조각의 성격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해체되었기에 장르의 경계 짓기가 무의미할 수 있는 지금 우리가 다시금 조각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져본다. 조각이 갖는 속성이 오늘날 1980년대생 작가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사물과 이미지를 마주하는 납작해진 현실에서 시의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일상에서 2D와 3D가 뒤섞이는 모바일이나 컴퓨터 화면의 인터페이스에서 과하게 압축되고 빠르게 유포되는 비물질화된 데이터는 곧 이미지이며 이미지가 곧 비물질화된 사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제목 〈사물들: 조각적 시도〉에서 ‘사물들’은 그것이 담고 있는 포괄적인 개념이 조각적 시도와 필연적으로 맺는 지점을 건들며 조각이 갖는 특수한 영역에서 제자리를 지키게끔 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이 전시는 우리가 평면과 입체를 인식하고 “시각적 유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조각의 가치를 묻고 제안해 본다. 동시대적으로 공유되는 사물과 이미지의 시각성에 대해 문이삭과 황수연은 인체에 대한 감각의 반응을 형태에 대한 가장 초보적인 경험의 출발로 보고 역으로 매체가 갖고 있는 기본 속성에 충실하다. 조재영은 사물의 속이 비어있는 껍데기를 실존하지 않는 다른 공간의 표면으로 매핑하며, 최고은은 기성품을 해체해 완전히 다른 형태의 오브제를 실험해나간다. 이처럼 참여 작가들의 조각은 상징과 서사가 사라진 과정과 행위에 집중하며 매스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관념을 넘어서 표면 중심의 조각을 탐구하는 영역에 이른다.
기획단계에서 조각이 공간을 점유하고 서로 견주어보는 과정이 드러나는 지점은 참여 작가의 조각들이 물리적인 공간에 놓였을 때 상호-충돌하면서 발생하는 감각적인 순간들일 것이다. 이를 위해 전시를 준비하면서 설치 과정에 여러 번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한 노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조각이 서로 가까이 있을 때의 어색함, 비슷한 크기의 조각들이 놓였을 때의 빈약함, 물성과 재료가 유사한 조각의 충돌이 주는 조잡함 그리고 각자 뿔뿔이 흩어졌을 때 공간의 흐름이 끊기는 당혹스러운 풍경들이 조각 작업의 설치가 어려운 숙제임을 체감하게 하였다. 조각이 담고 있는 입체의 공간 차지와 시각적인 양감과 중량감까지 동원되어야 하는 특성은 어느 한 작가의 단일한 조각 오브제만 드러나게 하는 것이 아닌 주변 그 자체로부터 하나의 복합적인 형태를 시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6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에서 기획자 3명은 과거 전시와 달리 조각이라는 특정 장르의 형식을 화두로 던진 동시에 단정적으로 규정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불식하듯 작품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태도와 공간의 충돌이 일으키는 감각적이고 물리적인 시선이 기획자나 관람자에게 꽤 유사한 잔상으로서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 남게 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는 조각의 단편들에 대해 정의하기보다 조각적인 것에 균열을 가하며 진행형인 일련의 현상을 느슨하게 조망해보는 시도일 것이다. 나아가 “나, 조각을 한다!”고 거리낌 없이 외칠 수 있는 젊은 작가들이 수면으로 올라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위 조재영 〈Through another way〉(왼쪽)  판지, 나무 60×310×230cm 2014

REVIEW

이인 개인전
1.19~2.22 갤러리초이

도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돌. 작가는 정적이며 거친, 무심하며 온기어린, 그러나 작위적이지 않은 ‘돌’에 대한 감정을 무채색으로 담담하게 표현했다. 문학작품에서 차용한 텍스트는 증류된 기억을 언어화하는, 캔버스 위 캔버스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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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100 Albums 100 Artists
2.10~3.12 롯데백화점 잠실점 애비뉴엘관

국내 작가 100인이 참여한 이 전시는 《롤링스톤》이 선정한 100대 명반(LP)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들은 앨범 이미지와 수록 곡 등을 참고하여 LP앨범커버 사이즈로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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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비아

김주리 개인전
1.24~2.9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작가는 물이 많은 환경에 취약한 ‘백묘국’이라는 식물을 모티프로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풍경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번 전시는 사루비아다방의 중장기 작가지원 프로그램 〈SO.S(Sarubia Outreach & Support)〉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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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역삼

5인의 High Noon
1.19~3.16 신한갤러리 역삼

〈신한 영아티스트 페스타 그룹공모〉 5주년 기획전. 그 동안 공모에 선정된 작가들 중 허보리(2012), 김유정(2013), 임영주(2014), 이들닙(2015), 최병석(2016) 등이 전시에 참여했다. 새벽녘을 지나 정오에 다다른 이들의 발전된 작업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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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도돌이표 – Da CAPO 2017
2.1~12/14~25 갤러리 담

2016년 한 해 동안 진행한 전시 중 다시 살펴봤으면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았다. 1부(SINZOW, Toshimatsu Kuremoto, 신나군)와 2부(김성호, 김정은)로 나뉘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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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인

노수인 개인전
1.24~2.5 인디아트홀 공

시인 이제니의 〈별 시대의 아움〉에서 비롯한 작가의 개인전은 현장에서 관람객과 함께 완성하는 작품으로 꾸며졌다. 작가는 세계 질서의 해체와 그것의 재조립을 통해 인식의 구조를 이루는 외부 요소를 시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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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

노상호 개인전
1.20~3.8 송은 아트큐브

인터넷에서 수집한 이미지들을 아크릴 물감이나 수채화로 옮기는 ‘데일리 픽션’ 작업을 선보인 전시. 작가는 가상세계와 현실의 물성을 넘나드는 작업 방식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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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숙

명정숙 개인전
1.25~31 갤러리 루벤

닭의 해를 맞아 닭과 그것이 낳은 황금알을 주된 소재로 한 작업으로 꾸며졌다. ‘대박’으로 명명된 전시를 준비한 작가는 현재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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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서금

박상천 개인전
1.21~2.3 서울아산병원갤러리

생성, 소멸, 탄생이라는 생명의 순환을 우주 생성의 원리로 풀어낸 ‘아름다운 시간(Lovely Moment)’과 우리 전통놀이인 딱지 문양을 통해 내면을 우주화하여 재현한 ‘Korean Papers Game’ 등이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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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선김강

김연선 개인전
2.2~7 한전아트센터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상상 속의 내면과 전생, 현생이 어우러지는 스토리를 보여줬다. 이를 통해 내면을 현실에 등장시키고 있는데, 그 매개체가 바로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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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김근태 개인전
2.22~3.1 조선일보미술관

오랜 시간 단색화 작업을 이어온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20여 점의 작품이 벽면을 메웠다. 단조로움과 다채로움이 공존하는 그의 캔버스는 심오한 철학적 사유와 역사의 질곡을 품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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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희하미

한승희 개인전
2.1~28 몽갤러리

16회를 맞는 작가의 개인전.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작가는 그곳에서 취한 소재를 바탕으로 캔버스를 꾸몄다. 이를 위해 수없이 선을 그어 중첩시키는 지난한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PRIVIEW

상상적 아시아
3.9~7.2 백남준 아트센터

아시아가 공유하는 다양한 역사적 경험들을 자기체화적인 개인의 역사로 풀어낸 전시. 기록과 허구,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를 교란하며, 개인의 상상을 통해 진실을 도출하고 현실 속에서 불일치의 흔적들을 주시하는 이번 전시는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공유이미지들의 형식적 변화와 함께 이를 이용한 예술의 발전을 함께 이야기해 본다. 시대의 상황을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상상하는 작가인 아이다 마코토,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하룬 파로키, 호 추 니엔, 문경원&전준호 등 아시아권역 17명(팀)의 영상작가들이 참여해 아시아의 다양한 이야기를 펼치며 백남준에서 시작된 무빙 이미지라는 융합적인 장르를 다층적으로 탐구한다. 또한 혼돈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예술과 이미지가 가져오는 사실과 허구, 사적 사유와 공적 사유의 영역 해체 등 매우 유기적이면서도 확장적인 가능성을 알아본다. 호 추 니엔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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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근민, Matter Cloud, 2016, 캔버스에 유채, 182.9 x 457.2cm

예술만큼 추한
3.7~5.14 서울대학교미술관

아름다움과 대치되는 ‘추(醜 ugly)’의 감각에 주목하는 이번 전시는 미술에 기대되는 기존의 ‘미(美)’적 기준으로는 쉽게 정의되지 않지만 명백히 존재하는 강렬한 성향들을 다각도로 조망한다. 이근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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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열이거

오세열
2.22~3.26 학고재갤러리

은유적 메시지들, 익명적인 인물의 형상의 기호와 장시간 덮인 바탕의 화면이 어우러져 독자성을 확보한 오세열의 개인전. 회고전 성격을 띠는 이 전시는 작가의 지난 30여 년간의 작품 활동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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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래정_작품_이미지

핑크 포이즌
3.10~6.11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일상 속에서 발견한 재료들을 감각적으로 조합하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온 구민정 심래정. 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상대를 매혹하는 달콤한 원동력과 속임수, 그리고 욕망의 배신으로 인한 소화불량 상태와 이로 인한 구토를 표현한다. 심래정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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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Albrecht_Fuchs

프레젠테이션/리프레젠테이션
3.17~5.28 성곡미술관

독일 현대사진전으로, 독일 전역에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독일 현대미술 작가들의 최근 경향을 살펴 본다. 이번 전시는 특정한 모티프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비교 분석하는 ‘다큐멘터리 언어’를 공통으로 구사한 작가 개개인의 표현 방식과 예술적 전략을 통해 기록, 문서 역할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예술창작 매체로서 현대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번 참여 작가는 컬러사진, 대형 출력, 디지털이미지 제작 등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 화가의 영역이던 자유로운 이미지 구성은 물론 새로운 형식의 이미지를 창조해낸다. 현실을 대하는 작가들의 변화된 태도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으며 실재를 재현하기보다는 개념적 사고에 기반을 둔 생생한 시각적 이미지의 메타포로 세계를 제시한다. 알브레히트 푹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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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미_0_and_chair_190x126cm_Inkjet_Print_2016

유현미
3.8~4.7 사비나미술관

공간을 회화로 전환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과 가상의 세계에 대한 인식의 혼동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선보여 온 유현미의 개인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조각, 회화, 사진의 장르를 넘나들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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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리 시메티

투리 시메티
3.15~4.29 리안갤러리 서울

캔버스 화면에 대한 도전적 실험을 선보이며 새로운 모노크롬 회화의 가능성을 연 투리 시메티의 개인전. 한국의 단색화와는 또 다른 1960년대 이탈리아 모노크롬 회화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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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블럭-제이미리

4慮공간
3.9~5.21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레지던시 결과보고전. 김선영 신선주 임승천 제이미리가 창작을 위해 부단히 고민한 흔적을 펼쳐놓는다. 4명 작가의 회화, 설치, 드로잉 등 다양한 작업으로 구성된다. 제이미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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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김남표

像.想 상상-환상과 실재의 경계
2.14~3.31 리나갤러리

상상(想像)의 어순을 바꿔 환상이 실재가 되고, 실재가 환상이 되는, 지각과 사유의 모호한 경계를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구이진과 김남표가 참여해 실재인듯한 환상, 환상인 듯한 실제를 화면에 구현했다. 김남표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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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named-1

Lappland de 13
3.3~17 라플란드

사회적 약자로 분리되는 여성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요즘 여성예술가가 모여 여성인권에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13명의 작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여성 권리 신장에 다각적으로 접근한다. 김명미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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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하

정주하
3.4~5.10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한국사진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통합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시작과 시작”의 첫 전시.
일상 속의 은폐된 불안을 드러내고 핵문제에 천착해온 사진가 정주하의 작업으로 테이프 커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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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1503,181x227cm,캔버스에채색,2015

이만수
3.29~4.11 갤러리 그림손

사물과 자연 그리고 사이에 맺힌 일상적 삶의 모습들에 대한 개인적이고 경험적인 기억들을 표현하는 이만수의 개인전 〈투명한 회화〉. 작가는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숨은 희로애락의 주름들을 감성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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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최한결

그림과 그림
2.23~3.12 누크갤러리

김지원 작가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과정에 재학 중인 ‘김지원 스튜디오’의 김민수 안혜상 임희재 정주원 최한결이 함께하는 전시. 동시대에 서울이라는 같은 공간 안에서 겪어온 각자의 경험을 나름의 방식으로 그림에 담아 풀어낸다. 최한결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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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환

배윤환
3.1~29 두산갤러리

다양한 서사구조를 갖는 회화, 드로잉, 영상을 만들어 온 배윤환의 개인전. 이번 전시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생산자라는 위치와 스스로 공간을 점유하고 의미를 만들어가는 작품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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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 가노미츠오

영상과 물질 – 1970년대 일본의 판화
2.10~3.24 KF갤러리

실크스크린, 옵셋 인쇄 등 새로운 판화기법을 선보인 일본판화 52점을 소개한다. 또한 일본의 현대미술을 주제로 한 강좌 등 전시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 참여 기회를 마련해 일본판화에 대한 전방위적인 이해를 돕는다. 가노 미츠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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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김성호
3.8~4.16 두가헌갤러리

현대인의 소유욕을 책과 장난감이라는 소재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해온 김성호의 개인전. 작가는 신작에서도 책과 장난감으로 캔버스 위에 새로운 질서를 세우며 기존의 구조들이 내포하는 모순과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대안적 가능성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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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_손진아,_Inscape_Scape,_acrylic_on_canvas,_60cm(지름),_2016

손진아
3.9~4.1 갤러리 비케이

손진아는 점, 선, 면, 색이 이끌어내는 기본적인 조형요소와 구조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러한 관심은 화면을 빼곡하게 채워나가는 반복적인 행위들로 이어지며, 이 행위들은 유려한 선과 긴장된 선 사이에 무한한 패턴의 바다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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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래

박명래
3.22~27 가나인사아트센터

자연적으로 생성된 암석의 변화를 사진으로 담는 박명래의 개인전, 작가는 지속되는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생기는 변화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사진에 담기는 순간은 한 지점이지만 흐름 속에서 읽히는 사진의 맛을 통해 지속성과 연속성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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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0202017-P1

박종하
3.2~29 갤러리 초이

세상의 근간을 이루는 ‘도(道)’와 그것을 완성시키는 ‘상대성’. 박종하는 작업 ‘창세기’를 통해 이러한 모든 변화와 운동을 상징적인 붓의 흔적과 생, 그리고 다양한 성격의 선을 이용하여 표현함으로써 만물을 존재하게 하는 근원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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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den blue 101x70cm mixed media on hangi_3

김선형
3.13~4.28 갤러리 마리

순수한 자연의 이미지를 푸른색으로 표현하는 김선형의 개인전. 응집되고, 풀어지고, 짙어지고 옅어짐을 반복하며 각각 다른 사물들이 결이 다른 호흡을 맞춰가며 부대껴 살아가는 모습에서 단편적이나마 현실에서 살아가는 삶의 이상적인 조화로움을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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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lyn Monroe(John F. Kennedy),53 X 45.5 cm, Oil on canvas, 2016

오세열 & 김동유
3.7~4.7 갤러리 조은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자신만의 영역을 공고히 다지고 있는 작가 오세열과 김동유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난다. 이번 전시는 신작과 미발표작 포함 오세열이 15점, 김동유가 10점을 선보인다. 김동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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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구 안숙

Oscillate
3.3~31 갤러리 구

안숙과 김수민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교차점인 〈Oscillate〉, 즉 운동적인 감각, 심리적인 마음이 ‘왔다갔다’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때로는 엇나가고, 때로는 미완으로 남아 있는 고민의 과정들을 펼쳐 보인다. 안숙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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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윤

송재윤
3.7~25 갤러리 다온

먹과 물감을 사용해 전통적인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그려내는 송재윤의 개인전. 현대 사회안에서 여행이 삶의 숨을 틔어준다고 생각하며 그림으로 여행을 떠나는 작가는 그림을 통해 세상을 새로운 풍경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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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나

임안나
3.2~21 스페이스22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무기, 전쟁에 대한 이미지와 실제 그것들이 가진 이미지 사이에서 새로운 감각을 찾아내는 임안나의 개인전 〈차가운 영웅〉. 전시와 같은 제목의 책 출판기념회도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REGIONAL NEWS

제주
태풍의 눈처럼 고요했던 그날
〈바람 잔 날, 그때 제주〉 2016.12.15~3.15 제주 4·3평화기념관

김남흥, 김산, 김성오, 김시현, 조기섭, 강술생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해 32점의 작품을 선보인 〈바람 잔 날, 그때 제주〉는 2018년 4·3사건 70주년을 준비하는 프롤로그 성격의 전시로, 4·3 이전의 제주 풍경을 보여준다. 전시제목 ‘바람 잔 날’은 4·3 ‘이전의 시간’을 의미한다. 그때보다 과거인 때를 돌아보며 그날 이후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금 환기시킨다. 전시된 작품에는 하나같이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적막한 골목과 초가집, 파도가 일지 않는 침묵의 바다, 어둠과 빛이 대비되는 동굴의 모습 그리고 앙상한 가지들. 작품에 나타난 풍경들은 곧 다가올 광풍을 예견하는 듯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고 고요하며 정적이다. 역사와 예술이 끊임없이 맞물리며 이어져온 4·3미술의 한 예를 보여준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가 담긴 공간을 예술로 시각화하고 공유하려는 고민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올해로 24회를 맞이하는 4·3 미술제 또한 한 달가량 앞두고 있다. 4·3을 직접 경험한 세대와 현 세대 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요즘, 예술과 문화가 하나의 매개가 되어 무엇을 기억하고 드러낼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이승미 미술사
위 강술생 〈그리운 얼굴〉철 구조물, 천, 끈, 돌,스마트스트립조명,거울, 아크릴판,300×300×300c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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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이정기〈표리부동-사과〉혼합재료 60×60×60cm 2015

전주
호남 미술, 작품으로 말하다
〈호남의 현역작가들〉 2.10~3.26 전북도립미술관

호남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알아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전라도’라는 동질성을 갖는 전북과 광주·전남 지역 현역 미술가 교류전 형식이며 서로의 역량을 살피고 호남 미술의 외연을 확장하는 전시로 총 16명의 전업 작가가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전북작가는 김성민, 김영봉, 박성수, 서완호, 이가립, 이주리, 조헌, 홍남기 등이고, 광주·전남 작가는 김명우, 박세희, 박정용, 송영학, 설박, 이인성, 이조흠, 이정기 등이다. 김영봉은 인간의 생리적 현상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는 에너지원을 모으고 이를 생태계로 되돌리는 설치작품인 〈생태화장실〉을 출품했다. 조헌의 〈상대적 시간1〉은 자화상 연작으로 자신의 본모습을 잊고 있다가 가끔씩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게 됐을 때 느끼는 여러 결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정기는 사람에게 상처받은 경험을 빛깔은 좋지만 속은 곯아있는 사과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김명우는 흰 바탕 위에 검은 모래를 사용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면 링크된 포털 사이트의 영상을 볼 수 있는 QR코드를 만들었다. 최신 기법이지만 정작 재생되는 영상은 엉터리 한국어 강좌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의 과도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전북도립미술관과 광주시립미술관이 지난해 호남 미술 발전을 위해 체결한 업무협약(MOU)에 따라 두 미술관이 협력하여 진행한 첫 번째 전시이며 오는 2018년에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동일한 주제로 새롭게 작가들을 구성하여 전시를 개최할 계획이다.
양승수 소리문화의전당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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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주
아카이브로 만나는 원로작가 3인의 작품세계
〈호남미술을 말하다〉2016.11.15~2.19 광주시립미술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조선후기 문장가 유한준(1732~1811)이 한 말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유홍준, 1993) 서문에 인용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애정 어린 호기심으로 지식을 확장해가는 과정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녹아들 것임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이번 광주시립미술관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동선을 따라 아카이브(기록물 자료)를 효율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원로작가 3인, 탁연하, 조규일, 박행보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전시장을 꾸몄다. 작가별로 구획된 독립 공간에 창작물과 유기적 연관성을 갖는 기사, 도록, 사진, 문헌 등의 1차 자료와 원작을 함께 배치해 그들의 예술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실증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또한 작품 제작 동기와 과정을 채록한 인터뷰 사운드가 전시장을 은은하게 감싸며 분위기를 환기시켜 관객이 작품 설명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하였다. 1970~1980년대 광주 전남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한 3인의 원로작가 활동 전개과정을 담은 기록 자료는 지역 미술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연구 자료로도 가치가 있다. 단순한 구도와 밝은 색감으로 생동감 있는 자연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조규일, 간결한 필선과 먹의 농담, 그리고 자유분방한 표현력으로 한국화의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한 박행보, 4·19기념탑(1961), 어린이헌장탑(1966)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초기 광주 조각계의 기반을 다진 탁연하의 작품을 아카이브 속에서 감상하다 보면, 그 동안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되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이부용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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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ture accidentee dans une rue du quartier de Songpa-gu, Seoul. Air -Terre Projet Korea - ON/OFF Tendance Floue / Coree France 2015-2016

파트릭 투르는뵈프〈대기/땅〉 2,524장의 사진, 비디오 1,290,000초, 2015 ⓒ고은사진미술관

부산
낯선 이곳의 익숙한 시선
〈KOREA ON/OFF〉 2016.12.17~2.22 고은사진미술관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의 마지막 공식프로그램인 이번 전시는 프랑스의 사진창작집단 탕당스 플루가 지난 16개월(2014.10-2016.1)간 한국의 면면을 기록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사진전이다. 총 14명의 작가로 이루어진 탕당스 플루는 독립성을 원칙으로 삼아 1991년부터 협업해오는 그룹으로, 이번 전시에는 12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태극기의 구성 요소인 음양과 사괘를 모티프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경향’을 뜻하는 ‘탕당스(tendance)’와 ‘희미함/흐릿함’을 뜻하는 ‘플루(flou)’의 합성어이기도 한 이 작가그룹이 바라본 한국은 어떠했을까? 인종이 다르다는 이질감에서 기본적으로 받게 되는 낯선 자극을 초월한 ‘한국적’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파트릭 투르는뵈프는 궁전이나 저택의 외관을 흉내 낸 채 원색적인 네온사인으로 괴이함을 더하는 ‘한국적’ 모텔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플로르-아엘 쉬렁이 담은 무당들의 굿판 표정은 수많은 영혼을 담아낸 그들에게서 비선형적 시간성이 감지되기도 했다. 알랭 빌롬은 2015년 메르스(MERS) 사태에 공포를 느끼며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사람들에게서 탈(가면/탈이 나다)을 발견해냈다. 한국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근대성을 언제나 낯설게 느껴온 필자지만 남성적이고 피상적인 근대성 그 자체인 한국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보고 왠지 모를 민망함이 느껴졌다. 프레임을 탓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단지 보이는 것을 찍었을 것이다.
박수지 독립큐레이터, 《비아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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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구
지난 10년, 대구 미술의 변화와 흐름
〈2017 DAC 소장작품전 [지난 10년]〉1.25~2.26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문화예술회관은 해마다 전년도 수집 작품을 선보이는 〈소장작품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 10년’이란 제목으로 2007년 이후 수집한 작품 가운데 40점을 선별했다.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사유와 몽상 사이’에는 대구의 대표 작가 이명미, 정은주의 작품을 비롯한 회화 15점이 전시되며, ‘두 개의 현실’은 미디어, 설치작품을 통해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매체의 조형 언어를 제시한다. ‘보다, 다시 보다’는 사진 등을 중심으로 사회, 문화에 대한 다각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지난 10년간 대구 미술계의 변화와 흐름을 살펴보고자 기획되었는데, 신진 작가 양성을 위해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주최해온 〈올해의 청년작가전〉에 선발된 작가들의 작품이 두드러졌다. 참여 작가 40명 가운데 37명이 〈올해의 청년작가전〉에 선발된 작가들로 꾸려졌으며, 이들은 점차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하는 추세이다. 작가의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연결되고 신진작가 지원 정책이 어떻게 지속적인 작업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이민정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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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전
공동체를 보는 방식
〈대전다큐멘타 2016: 공동체감각〉 2016.12.16~3.1 dtc갤러리

복도의 끝에서 끝까지 걸으며 텍스트와 그림을 보는 사이 승하차 승객들이 서로 반대 목적지로 이동하면서 버스처럼 아쉬움을 남기고 작품 앞을 떠나는 모습. 대전복합터미널의 dtc갤러리에서 열리는 〈대전다큐멘타 2016: 공동체감각전〉의 제목은 필자에게 어떤 공동의 목적도 이념도 없는 ‘무위의 공동체’를 떠올리게 한다. 전시에 포함된 4인의 작가는 ‘임동식, 석용현, 우평남, 전범주’이며, 이들은 전문 화가의 길을 걸어온 작가와 일상 속에서 예술을 몸으로 습득한 작가로 분류된다. 문화관광박사로 일하면서 구름, 나무 등에 부처의 얼굴을 그리는 작가 석용현과, 산에서 주운 무뿌리 그대로 조각(자연물조각)을 만드는 우평남, 이들은 임동식의 그림 〈자연예술가와 화가〉에서 만나게 되는 일상의 화가들이다. 화가를 화가로 규정하는 것도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결정되는 관점일지 모른다. 전범주의 알록달록한 아크릴판 작업 〈The Way of See the World〉에서 눈에 힘을 주어 글자를 찾아 읽으면 ‘블랙’은 흰색 점들로 쓰여 있고 ‘화이트’는 검은색 점들로 쓰여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나의 시선이 편견이나 선입견의 망점들로 뒤덮인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화가와 비화가, 전문가와 비전문가에 대해 갖는 우리의 환상 혹은 선입견들은 공동체 내부를 가르고 반목시킨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여기 예술가들처럼 오로지 그림이 좋아서 자신의 전시를 할 뿐이다. 어떤 특정한 목적으로 공동체를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전시는 말하는 것 같다.
유현주 미술평론

최예선의 달콤한 작업실 16

달콤한작업실 16(2)

소리와 목소리

폴은 작은 물건들을 파는 가게를 운영한다. 카푸친 수도회의 수사 같은 스타일을 하고서는 도자기를 굽고 세계 여러 곳의 독특한 물건들도 수집해서 판다. 그녀는 나와 동갑내기인데다 동향인 점은 우연이라 해도, 검은 수사복 같은 옷차림을 좋아하고 성별 구분하는 장신구를 썩 좋아하지 않는 취향까지 관통하는 사이다. 게다가 그녀와 나는 둘 다 연남동에서 용산으로 이사를 한 경험도 공유하고 있다. 나는 폴의 가게에 가끔 가서 물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독특한 물건들이 갖고 있는 제각각의 이야기를. 그리고 꿈값을 내듯 값을 치르고 하나씩 내 작업실로 옮겨온다.
이번에 가져온 것은 음반이다. 다홍색 천으로 감싼 음반 케이스 중앙에 정사각형 산화구리판이 붙어있었는데, 적황색의 금속은 미세하게 녹슬어 제 몸에 기묘한 무늬를 만들었다.

“DMZ에서 녹음한 사운드 스케이프예요. 제작자는 영화음악감독 출신이고요.”

그녀는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 별로 없는데”라며 음악을 틀었다. 폴의 가게에 스산한 바람 소리가 휘몰아쳤다. 열두 개 트랙 모두 바람 소리로 가득했다. 풀잎이 바스락거리고 빗방울이 떨어지고 폭우가 쏟아지고 새들이 지저귄다. 산사의 풍경 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무심한 바람. 이 길 위의 소리를 붙잡기 위해 복잡한 녹음 장비를 싣고서 얼마나 자주 그곳에 갔을까.

묘하게도 바람 소리에서 계절이 느껴졌다. 여름의 바람과 겨울의 바람은 소리에 묻어있는 물기도, 그 무게도 다르다. 온전한 자연의 소리가 남아있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오직 DMZ(비무장지대)뿐일지도 모른다. 오직 민간인통제구역이라는 경계 너머에서만이 자동차 엔진 소음이 자연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연의 소리만을 담으려 한 것도 아니다. 국적을 가진 자의 발걸음을 허락하지 않는 어느 경계에서 들리는 소리인 것이다.

그 소리들은 특별히 아름답거나 영롱하지 않았다. 황량했다. 숲을 스치고 언덕을 기어오르고 강물을 쓰다듬고 무심하고 아슬아슬한 소리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정리되지 않은 소리들 속에 도시의 틀 안에서 안주하는 인간은 절대 범접할 수 없는 어떤 질서를 이해했다. 이 소리들도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을까? 영화 〈컨택트〉에서 들은 외계어 헵타포드어처럼, 목소리 같기도 하고 목소리가 아니기도 한 어떤 소리처럼. 자연이 내는 소리는 우리의 언어와 완전히 다른 체계의 언어일지 모른다. 혹은 노래인지도 모른다. 가령 이런 의미를 가진 노래. “…북쪽에서 철새 떼가 곧 도착한다니. 나무가 다칠까, 물이 병들까 걱정하지 말기를. 이미 많은 새가 오는 길에 죽어버렸으므로…거대한 폭풍이 시작되어 길 잃은 별들이 쏟아지고 세상은 아래와 위가 뒤바뀐다 하네…”

DMZ에서 시작된 바람은 남산 꼭대기에도 잠시 머물렀다 갈 테고, 어쩌면 나는 그와 닮은 소리를 이곳에서도 들을지 모른다. 남산 아랫길 해방촌 작은 서점에 한 문학평론가의 이야기를 들으러 간 그 밤에 내 귀를 때리던 찬바람의 소리도 DMZ의 그 바람 소리였을지 모른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그 소리 위로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이야기를 하는 목소리는 달콤했다. 겨울이야말로 인간의 언어에 압도적인 권력을 주는 계절임이 틀림없다. 나붓한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언어의 주술에 나는 휘둘리고 만다. 목소리에는 무언가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다. 서점의 고요한 공기를 가르며 따뜻한 저음이 끊어질듯 이어졌다. 목소리는 강렬하게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다. 탄생과 더불어 소멸하는 것이다.

젊은 평론가는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이야기했다. 나는 카버의 작품 《대성당》(문학동네, 2014)을 떠올렸다. 《대성당》의 내용은 이렇다.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과 함께 TV를 보게 된 주인공은 채널을 돌리다 대성당이 나오는 화면을 고정한다. 눈앞에 펼쳐진들 결코 보지 못하는 맹인은 당연히 대성당의 형태를 알지 못한다. 그는 맹인의 요청대로 대성당을 설명하려다 종이에 연필을 쥐어주며 그림을 그려 보인다. 그러니까 맹인의 손과 자신의 손을 겹친 채로 무언가를 그린다. 어느 순간 그는 눈을 감고 손에 의지하며 그림을 그렸다. 그리하여 비로소 거대한 건축물의 경이를 맞닥뜨린 주인공의 경탄에 찬 목소리가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큰 따옴표는 멋진 도구다. 목소리의 실체를 드러내는 유일한 도구)

눈을 감고서 더 잘 보이는 것이 있고 목소리를 듣고서 더 잘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소리는 풍경이며 목소리는 안내자이므로, 이 둘은 우리의 상상을 더욱 거대하게 만든다. 젊은 평론가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작업실로 돌아오니 벽을 통해서 옆집 사는 나이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후암동 작업실은 오래된 목조 집인데다 한 채의 집을 절반으로 나누어 각각 한 집씩 들어와 사는 구조다. 게다가 나무벽으로 두 집이 나뉘어 있으니 목소리와 다양한 소리들이 서로 넘나드는 것이다.

벽을 통해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자분자분 길게 말이 이어지지도 않았고 부부의 대화가 흐르지도 않았다. 기침소리, 낮은 탄식과 신음, 단발적인 응답의 목소리가 웅얼거리는 TV 소리 사이로 들린다. 그 소리와 목소리로 나는 무언가를 조금 알아챈다. 타인의 삶이 흐릿하지만 분명하게 다가온다. 매일 저녁 6시엔 샤워를 하는 아들과 감기를 앓고 있는 아버지와 말없이 TV를 보는 어머니의 존재를 느낀다. 오래 지속되어온 한 가족의 삶, 나와 한 번도 교차한 적 없는 타인과 이렇듯 가까이 있음을 미세한 소리와 목소리로 듣는다. 그렇다면 나는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벽의 반대편에서 들리는 소리와 목소리는 어떠할까? 그들에게 ‘나’라는 상상은 어떤 형태일까? ●

ART BOOK

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

《동무론》 《동무와 연인》 《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 김영민 지음, 한겨레출판

20여 년 전, 예술이 가진 의미와 가능성 그리고 예술가에 대한 환상(?)을 품은 한 민간인이 사표를 던지고 미술계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동시대 예술이 학연, 지연 그리고 제도와 자본에 의존적일 수 있다는 현실 혹은 조건을 확인한다.(심지어 학원과 화실 인연까지 등장한다!) 현대예술의 가치와 맥락 아래 기울어진 운동장이기도 하고 농담처럼 성골과 진골 그리고 육두품이라 이야기한 미술계 내부 시스템과 제도는 여전히 가려져있다. 그렇게 학연과 지연이란 연고의 공동체, 공공미술에서 전형화된 공동체가 아닌, 세 번째 공동체를 위한 조건과 가능성에 관심을 두면서 송도 삼부작(2009~2011)을 기획할 무렵 김영민의 동무론 3부작을 한 번에 만났다.

동무론은 《동무와 연인》(2008) 《동무론》(2008) 이후 《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2011)로 이어진다. 《동무와 연인》은 ‘말, 혹은 살로 맺은 동행의 풍경’이란 부제 아래 철학자와 예술가들의 지적이고 예술적 관계로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살핀다. 종합 일간지 연재 성격의 글인지라 비교적 수월하게 읽히는데, 순우리말 ‘동무’는 친구(親舊)도 동지(同志)도 연인(戀人)도 아닌, 동무(同無)로 재구성된다. 차이의 서늘한 긴장 속에 함께 길 없는 길을 걷다 그림자조차 감춰버릴 수 있는 모호한 관계다. 《동무론》은 ‘인문 연대의 미래 형식’이란 타이틀을 가지며 신뢰를 바탕으로 실천적 관계를 지향한다. 신자유주의의 물신주의자들과 세속에 상처받는 선량한 바보들의 사잇길, 그 틈 속에 동무의 길이 있다고 말하며 무능의 급진성을 이야기한다.

《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는 ‘공부가 된 생활’과 ‘생활이 된 공부’가 겹치는 장소, 즉 “비평과 생활이 일치하는 곳”으로서 “비평의 숲”을 탐색한다. 필자는 비평을 제도권 학제의 ‘인식의 노동’이 아닌, ‘체계의 노동’과 ‘정서의 노동’을 가진 모든 활동으로 재구성한다. 비평은 “동무로서의 생활을 말하는 것”으로, 비평이 성숙, 만남, 사귐, 평등, 자유, 해방, 치유, 구원이 되면서 ‘화이부동(和而不同, 화합하되 하나가 되지 않음)과 ‘화이불류’(和而不流, 화합하되 휩쓸리지 않음)하는 나무들의 숲, ‘비평의 숲’으로 나아간다. ‘동무 공동체’는 비평의 숲을 이루는 ‘인문학적 교양’의 공동체로 타자와 함께 사유하고 상상하고 실천하는 과정으로 가능하다. 또한 공동체의 기원과 전유를 재구성하여 다른 공동체성을 위한 정치성을 상상케 한다. ‘비평의 숲’과 ‘동무 공동체’의 장소는 기존의 사유와 실천을 온전히 재배치하는 개입의 방식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희망의 공간’이다. 이 책은 앞선 2권의 책에 비해 쉽게 읽히진 않는다. 하지만 ‘인문’을 ‘미술’로 바꿔 생각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주장할 때, 삶과 예술의 일치라는 수사가 있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정권이며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가 도입되어 내밀화하던 때에 이 수사는 문화 정책의 슬로건 혹은 공공 기금을 따내기 위한 기획서용 키워드로 재생산됐다. 동시대 예술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며 예술의 의미를 이야기하고자 했지만, 결국 그 방식과 과정은 신자유주의에 더욱 포섭되어왔다. 비평을 예술가(작가와 기획매개자들을 모두 포함한)가 자본과 제도에 건강한 긴장 관계를 갖기 위한 모든 사유, 상상 그리고 실천이라 한다면, 지금 여기에 든든한 뿌리를 가지고 진지전으로 비평과 생활이 일치하는 장소성을 가진 숲을 함께 이루어가려 한다면, 세월호 사건 이후 혹은 현 시국에 예술의 무용(無用)과 무능(無能)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 같다.

무엇보다, 2000년대 중반부터 공동체 담론이 조금씩 생겨나면서, 장 – 뤽 낭시, 자크 랑시에르, 조르주 아감벤, 모리스 블랑쇼, 알폰소 랑기스, 마이클 테일러, 막스 베버, 알렉상드르 마트롱, 안토니오 네그리 등 서구 이론가들의 책들과 이론들이 소개됐다. 공동체 담론은 커먼스(Commons) 이론까지 확장되었지만 역시 서구 이론이 압도적이다. 예술의 사회적 의미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 겸 기획자로서 현대미술과 공동체 담론의 관계를 공부해야 하는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좋은 말이고 좋은 의미인 건 알겠다. 그런데 붕 떠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아주 살짝 떠있는 긴장을 유지하면서 지금 여기에 비평적 상상과 실천을 위한 연대를 이야기하는 김영민의 동무론은 소중한 의미를 가진다. 전형적이고 세속적인 공동‘체’가 아닌 ‘아직,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한’ 동무 ‘공동’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사회에서 예술을 계속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 되지 않을까.
채은영 미술이론, 임시공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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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5120세기의 한국미술2
김영나 지음
미술사학자인 저자의 《20세기의 한국미술》 시리즈의 두 번째 책.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 가운데 형성된 미술의 양상과 시대정신, 작가별 특징 등을 30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세밀하게 조명한다.
예경 383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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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37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박규리 지음
산을 모티프로 하는 비구상적 형태의 자연을 선, 면, 색채로 탐구한 화가 유영국의 예술 여정을 다룬 책.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 추상미술의 터전을 개척해가는 작가의 삶의 궤적을 담았다.
미술문화 224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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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34세계, 인간 그리고 다큐멘터리
스튜어트 프랭클린 지음 / 허근혁 옮김
국제 보도사진가 단체 매그넘(Magnum) 소속 사진가인 저자가 다큐멘터리 사진의 미학과 의미를 재조명한다. 인간의 삶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사진 역사 속 주요 사건과 쟁점들을 분석한다.
토러스북 216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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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60위대한 화가들
디미트리 조아니데스 지음 / 주일령 옮김
미술사학자이자 근 · 현대미술 분야 전문 경매사인 저자가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서양미술 대가 52인과 가상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독창적인 작품세계와 새로운 기법, 당시의 시대상 등을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한다.
이숲 220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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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35안목
유홍준 지음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세 번째 시리즈. 안목의 본령이 예술을 보는 눈이라는 관점을 통해 우리나라의 훌륭한 역대 안목들이 미를 어떻게 보았고 그 안목을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소개한다.
눌와 320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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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48샤넬, 미술관에 가다
김홍기 지음
2008년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동일한 책의 개정증보판. 시대별 복식의 변천사, 패션 용어의 유래, 역사적인 배경 등을 통해 그림 속에 등장하는 패션 아이템의 역사와 패션과 미술의 관계를 설명한다.
아트북스 304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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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57미식의 역사
질리언 라일리 지음 / 박성은 옮김
예술작품을 통해 음식문화사를 연구하는 저자가 고대부터 르네상스까지 다양하게 변모해온 미식의 역사를 담았다. 그림, 조각, 시 등 18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인류가 사랑한 요리법들을 살펴본다.
푸른지식 408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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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47프랑스 시노그라퍼
뤼크 부크리스 외 4인 지음 / 권현정 옮김
연극 · 오페라 · 무용 · 전시 등 다양한 공연예술작품에 적합한 공간을 구상하고 연출하는 ‘시노그라퍼’ 57명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171점의 사례를 통해 각 세대별 시노그라퍼들의 작품세계와 작업 방식을 설명한다.
미술문화 304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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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예술에 미치다
전기열 지음
20대 때부터 고미술을 수집해온 저자가 조선 도자기에 깃든 한국인의 미의식을 자신의 소장품과 함께 들려준다. 한중일 도자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수집 체험을 바탕으로 조선 예술을 보는 기준을 제시한다.
아트북스 336쪽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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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41럽의 시간을 걷다
최경철 지음
영국에서 건축을 전공하며 유학 기간 동안 가이드 일을 했던 저자가 관광객의 눈으로 유럽의 숨은 명소를 소개한다. 중세의 로마네스크부터 근대의 모더니즘까지 도시를 명소로 만든 건축물의 역사를 안내한다.
웨일북 536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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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54좋은 건축의 10가지 원칙
루스 슬라비드 지음 / 김주연, 신혜원 옮김
각양각색의 목적에 부합하는 건축의 기본을 알려주는 입문서. 건축 전공자나 관련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축의 10가지 기본 원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시공아트 19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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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543위작의 기술
노아 차니 지음 / 오숙은 옮김
유럽과 북미를 오가며 미술 위조 범죄 사례를 추적, 연구해 온 저자가 르네상스 시대 이후 오늘날까지 성공한 위조 범죄와 실패한 사례를 분석한다. 돈, 권력 등이 뒤얽힌 범죄의 배경을 파헤치며 예술품 위조의 위험성을 알린다.
학고재 352쪽 · 22,000원

ART JOURNAL

수교 130주년을 맞은 한국과 영국이 함께 이뤄가는 창의적인 미래
〈2017 – 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한국 내 영국의 해〉 개막

한국과 영국의 문화예술을 상호 교류하는 국내 최초의 공식 행사, 〈2017-18 한영 상호교류의 해 한국 내 영국의 해〉(이하 한영 상호교류의 해)가 2월 20일 개막해 2018년 3월까지 공연, 전시, 음악, 스포츠, 과학 등 다양한 영국문화예술행사가 서울, 부산, 대전, 전주, 통영 등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다. 이를 통해 영국의 혁신적이고 우수한 예술과 창조산업을 소개하고, 두 나라의 문화예술 공동협력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개막을 알리는 기자간담회가 2월 20일 김혜선 〈한영 상호교류의 해〉 총감독(아래 사진 왼쪽부터),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 캐런 브래들리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 장관, 마틴 프라이어 주한영국문화원 원장, 그라함 셰필드 영국문화원 글로벌 예술 본부장, 최석규 〈한영 상호교류의 해〉 예술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주한 영국대사관저에서 열렸다. 주한영국문화원이 이번 행사에 내건 슬로건은 바로 “크리에이티브 퓨처스(Creative Futures)”. 한국과 영국의 문화예술과 창조산업 분야 교류를 통해 ‘장기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공동협력과 제작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이번 〈한영 상호교류의 해〉는 5가지 주제별(다양성과 통합, 디지털 기술을 통한 변화와 혁신, 창의 기업가정신, 창의 교육) 접근을 통해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차별성을 보여준다. 주제에 맞춰 마련된 행사로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와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센터가 협력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Connected City〉가 있으며, 셰필드의 사이트 갤러리와 영도의 깡깡이 예술마을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플랜비가 협력해 영도를 재생시키는 〈부산 – 셰필드 : 인터시티 아트 프로젝트〉가 부산에서 진행된다. 또 이번 행사는 중심과 주변의 경계 해체를 시도한다. ‘장애와 예술’ ‘예술과 고령화 사회’ ‘성소수자 인권과 젠더 문제’를 키워드로 한 공연, 콘퍼런스, 연구, 영화 행사가 예정돼 있다.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테크놀로지와 예술이 융합한 아트 프로젝트가 서울, 대전에서 진행된다. 또한 창의교육을 모토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영국왕립예술협회가 협력하는 〈한영 창의교육 전문가 방문교류 및 콘퍼런스〉가 5월에 열리며, 그 외 오페라, 무용, 시각예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워크숍, 레지던시, 포럼, 마스터 클래스 등이 행사 기간 내에 다채롭게 진행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시각예술 행사를 소개한다. 〈한 · 영 현대미술교류전 페인팅쇼〉(7.4~9.24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테이트미술관 컬렉션-누드>(8.11~12.24 소마미술관), 〈영국문화원 소장품 기획전 God Save The Queen(가제)〉(9.12~11.12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윌리 도허티>(10.1~31) 곽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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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도 이어지는 별들의 전쟁
박경근, 백현진, 송상희, 써니 킴 〈올해의 작가상 2017〉 후보로 선정돼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하는 작가를 지원, 육성, 후원하고자 제정된 〈올해의 작가상 2017〉 후보 작가 리스트가 발표됐다. 박경근, 백현진, 송상희, 써니킴(사진 왼쪽부터). SBS문화재단 후원작가로 선정된 후보 4인은 ‘올해의 작가상’ 운영위원회가 위촉한 미술계 전문가로 구성된 ‘작가추천위원단’의 추천을 받았다. 이들은 국내외 각 4,000만 원의 창작후원금을 지원받으며, 향후 7개월간 오는 9월 13일부터 2018년 2월 1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되는 〈올해의 작가상 2017〉에 선보일 신작에 대한 협업을 이어간다. 전시 기간 중 진행되는 2차 심사를 통해 최종 수상 작가를 선정한다. 최종 수상자는 1,000만 원의 후원금을 추가 지원받는 동시에 작가 다큐멘터리가 SBS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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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술 공간 나들이
313 아트프로젝트, 수애뇨 339, 보리생명미술관

313

최근 들어 미술관·갤러리가 속속들이 들어서고 있는 서울 성북구에 또 하나의 미술공간 ‘313 아트프로젝트’가 새 둥지를 틀었다. 재개관 기념전으로 이완의 〈무의미한 것에 대한 성실한 태도〉를 마련했다. 313 아트프로젝트가 독자적 주제를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표현하는 30~40대 작가 8명의 개인전을 올 한 해 동안 순차적으로 개최하는 ‘성북동 프로젝트’의 첫 번째 전시로,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이기도 한 이완의 회화 연작 〈무의미한 것에 대한 성실한 태도〉가 비엔날레보다 앞서 국내에 공개되며 영상작업 〈메이드인〉 시리즈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3월 10일까지.

수애뇨 (2)
서울 종로구 평창길에 예술공간 ‘sueno 339’가 문을 열었다. 그 첫 번째 전시로 공간 이름인 수애뇨를 주제로 한 〈터. 위. 꿈展〉이 3월 5일까지 이어진다. 수애뇨는 스페인어로 ‘꿈’을 뜻한다. 역량과 가능성이 엿보이는 젊은 작가 강현선, 권대훈, 박용호, 정정주, 조소희가 참여해 회화, 조각, 영상, 설치작업 15점을 선보인다.

보리생명
지난 2월 13일 충남 천안시에 ‘보리생명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천안 백석대(총장 최갑종)가 백석학원설립 40주년을 맞아 개관한 이 미술관의 명칭은 ‘보리작가’로 알려져 있는 송계 박영대 화백의 작품세계를 담아 정해졌다. 개관전으로는 박 화백이 기증한 1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향후 다양한 기획전으로 백석대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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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인사 소식
최효준 서울시립미술관장, 이화익 제18대 한국화랑협회장

프로필 12월 9일 최효준 관장(사진 왼쪽)이 서울시립 미술관 제5대 관장으로 취임했다. 최 관장은 2월 20일에 열린 취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관람객의 심리적, 경험적 측면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mindful) 미술관’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한 운영 전략으로 1) 공공성과 대중성의 균형 2) 현실적 사회적 의제를 콘텐츠화 3) 지역 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조직 4) 분관들을 통한 지역 거점 특성화와 개념적 통합 등을 설정했다. 최 관장은 삼성문화재단 수석연구원(1993~1998),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2000~2002)으로 근무했으며 전북도립미술관장(2004~2009),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장(2009~2011), 경기도미술관장(2011~2015)을 역임했다.

[이화익갤러리] 이화익 대표 프로필 사진한국화랑협회 회장 선거가 2월 8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이화익갤러리 이화익 대표가 새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2년이다. 이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동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한 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와 갤러리 현대 디렉터를 거쳐 2001년 9월 종로구 인사동에 이화익갤러리를 열었다. 이 대표는 그동안 화랑협회에서 총무이사, 홍보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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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JCC예술상 및 프론티어 미술대상〉 수상자 발표
〈JCC예술상〉 이승택, 〈JCC프론티어 미술대상〉 진기종(대상) 임선이 차승언

재단법인 재능문화(이사장 박성훈)가 예술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제정한 〈제1회 JCC 예술상 및 JCC 프론티어 미술대상〉 수상자가 지난 1월 31일 발표됐다. 〈JCC예술상〉은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9명의 미술계 인사로 구성된 작가추천 위원회를 통해 12명의 작가를 추천받은 후 2회의 심사를 거쳐 이승택(사진 왼쪽)을 최종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0만 원이 지급된다. 공모를 통해 진행된 〈JCC프론티어 미술대상〉(진기종 임선이 차승언)에는 총 270명이 지원해 예선 및 본선 심사를 거쳤다. 대상에는 상금 2000만 원, 우수상에는 상금 1000만 원이 각각 지급된다. 수상자들은 3~5월 JCC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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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겸재정선미술관장 별세
겸재와 미술을 사랑한 인문학자

_MG_0975미술사가 겸 미술평론가 이석우 겸재정선미술관장이 2월 14일 별세했다. 향년 76세. 전라남도 해남 출신인 이 관장은 경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드리안대와 일리노이대 등에서 서양사를 공부했다. 1980년부터 2006년까지 경희대 사학과 교수와 경희대 중앙박물관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9년부터 서울 강서구에 있는 겸재정선미술관장을 맡았다. 이 관장은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 회원으로 역사와 미술을 접목한 글쓰기에 주력한 미술사가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예술혼을 사르다 간 사람들》, 《역사의 들길에서 내가 만난 화가들》(상 · 하), 《역사의 숨소리, 시간의 흔적》, 《그림, 역사가 쓴 자서전》, 《명화로 만나는 성경》, 《대학의 역사》, 《아우구스티누스》 등이 있다. 《겸재 정선, 붓으로 조선을 그리다》는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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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개최
세종대왕 탄신 620주년 기념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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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은 세종대왕 탄신 620주년을 기념하여 《훈민정음》에 담긴 한글 원형을 디자인으로 풀어낸 디자이너 23팀의 작품을 소개하는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 전을 2월 28일 개막했다. 전시는 1부 ‘쉽게 익혀 편히 쓰니 : 배려와 소통의 문자’, 2부 ‘전환이 무궁하니 : 디자인으로 재해석된 한글의 확장성’ 두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28개의 한글 문자가 만들어진 원리를 소개한다. 2부에서는 점 · 선 · 원에 기초한 한글 원형을 다양한 디자인으로 풀어낸 영상, 입체, 그래픽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5월 28일까지.
한편 국립한글박물관은 매해 ‘국어 · 문화사’, ‘박물관 소장품’, ‘한글 디자인’을 큰 축으로 삼아 기획전시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한글 디자인’을 주제로 한 전시의 경우 한글의 가치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먼저 국외에 선보이고 다음 해에 국내에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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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아트 바젤 홍콩〉 개막
34개국 242개 갤러리 참가, 홍콩 컨벤션 전시센터에서 3월 23~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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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아트페어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in Hong Kong)〉이 3월 23~25일에 열린다. 이번 아트페어는 ‘갤러리스(Galleries)’, ‘인사이트(Insights)’, ‘디스커버리스(Discoveries)’ 총 세 가지 섹터로 구성된다.
‘갤러리스’는 근·현대미술을 선보이는 갤러리 190개가 참여하는 메인 섹터이다. 아쿠아벨라 갤러리스(Acquavella Galleries), 하우저&워스(Hauser&Wirth), 가고시안(Gagosian), 화이트큐브(White Cube), 데이비드 즈위너(David Zwirner) 등 세계 유수의 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PKM갤러리 등이 참여한다. ‘인사이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작가들을 소개하는 섹터이며 ‘디스커버리스’는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플랫폼이다.
행사장 곳곳에 대형 설치미술작품을 선보이는 ‘엔카운터(Encounter)’ 프로그램에서는 17개의 프로젝트가 소개된다.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 티나킴갤러리가 김수자 작가의 〈연역적 오브제(Deductive Object)〉를 선보인다. 또한 홍콩 작가 킹슬리 응(Kingsley Ng)은 홍콩을 대표하는 이동수단인 트램과 홍콩 유명 소설가의 텍스트를 활용한 작품 〈25분 이상(Twenty Five Minutes Older)〉을 선보인다. 이 트램 작품은 행사기간 동안 운행되며 탑승객들은 트램이 담아낸 홍콩 시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행사의 VIP 프리뷰는 3월 21~22일, 베르니사지(Vernissage)는 3월 22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열리며, 일반 개장은 3월 23일부터 25일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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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인의 축제
〈제6회 경주민화포럼〉 열려

〈2017년 제6회 경주민화포럼〉이 2월 24, 25일 양일간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렸다. ‘채색문화와 작가정신’이란 주제 아래 다양한 민화실기 재료에 대한 연구와 지금까지 민화계에 등장하지 않은 학자와 원로 작가를 초청해 그들의 작품세계를 들어보고 교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민화 이론과 기조를 다룬 지난 포럼과 달리 올해에는 민화에서 볼 수 있는 색과 기법, 재료 등을 심도 있게 다룬다. 첫째 날에는 송규태 화백의 ‘나의 민화 인생 80년’ 제하의 강의 및 토크쇼와 최엽 강사의 ‘불교 회화와 민화와의 관계’, 김병기 화백의 ‘현대미술관 民畵性’ 등이 진행됐다. 둘째 날에는 성파스님의 ‘전통 미술재료와 옻칠민화’, 장경희 교수의 ‘규방자수와 민화’, 황재형 화백의 ‘창작과 작가정신’ 강의가 이어졌다.
한편, 올해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윤범모 한국민화센터 이사장은 “민화의 이론과 실기 부문 양쪽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민화를 연구하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 분들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을 고려해 여건 개선과 폭을 넓히고자 노력”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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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 개인전 개최
《세계일보》 창간 28주년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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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가 주최하고 스포츠월드가 후원하며 KT&G가 협찬하는 〈세계미술전〉 개막식이 2월 21일 서울 경희궁길 서울예술재단에서 열렸다. 이날 개막식에는 미술계 등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번 〈세계미술전〉에는 김선형 작가가 초대됐다. 김선형 작가는 지난 10여 년간 ‘가든 블루’를 주제로 작업해왔으며 수묵화 같은 붓터치로 블루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 작가는 홍익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현재 경인교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시는 3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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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바친 성상화(ICON)
부산 미광화랑, 서상환 회고전 열어

한국 성상화의 거장 서상환 화가. /서순용 선임기자 seosy@

1960년부터 지금까지 성상화 작업에 매진한 서상환 작가 회고전이 2월 10일부터 25일까지 부산 미광화랑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총 50여 점의 회화, 판화, 조각작업이 선보였다. 작가는 60여 년에 이르는 화업을 이어가는 동안 일관되게 성상화의 요소들을 기묘하게 변형시켜 비의적, 밀교적 양상을 띠는 독특한 형상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독보적인 종교화의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바, 회화, 목조각, 판화, 도자 등의 양식을 과감하게 넘나들고 있다.
작가는 1940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1946년 귀국, 1960년부터 경남미술원 서양화부에서 미술을 배웠다. 경성대 신학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내셔널 크리스천대학교와 루이지애나 침례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45회에 이르는 개인전을 열었으며, 국내외에서 열린 400여 회의 기획전과 그룹전에 출품했다. 18권의 화집을 펴냈으며, 현재 부산에서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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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프로젝트 비아 결과공유 세미나: 비아 살롱〉 열려
해외 전문가 특강을 통해 내용·규모 확장

비아살롱 현장사진_제니퍼프레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선영)가 주관하는 〈2016 프로젝트 비아 결과공유 세미나: 비아 살롱〉이 2월 16, 23일 디뮤지엄에서 열렸다. 그동안 소규모 세미나 형태로 운영돼온 비아 살롱의 규모가 확장되어 해외 전문가 특강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프로그램은 총 3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리서치에서 프로젝트까지’를 주제로 비아를 통해 해외 리서치를 진행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한 시각예술 기획자들의 사례가 소개됐다. 같은 날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서는 ‘미술시장과 아트페어’란 주제로 유럽, 미국, 아시아로 리서치를 다녀온 결과를 발표한다.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랑스 피악(FIAC)의 디렉터 제니퍼 프레이(사진 오른쪽)가 특강을 진행했으며 국내 전문가들과 라운드 테이블에 참여했다. 23일에 열린 마지막 세션에서는 ‘뮤지엄 마케팅’을 주제로 리서치를 다녀온 선정자들이 미국 미술관들의 마케팅 현장에 대해 논의하고 뮤지엄 멤버십, 온라인 마케팅, 인게이지먼트 마케팅을 주제로 한 발표 및 토론과 미국 휘트니 미술관의 기업협력 디렉터 유니스 리의 특강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