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Focus] 관객의 재료

예술작품은 관객이 있을 때에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말은 이제 당연한 전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관객은 무엇으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가. 다시 말해 관객은 각자 무슨 재료를 가지고 예술작품을 만나는가.

[Exhibition Focus] Barbara Kruger: Forever

강렬하고 직접적인 텍스트와 이미지로 현대미술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바바라 크루거의 개인전이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12월 29일까지 열린다. 관객이 수동적인 관람자가 아닌 참여자 혹은 행위자로 변모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과 관객의 관계를 재고해 보자.

[REPORT] 여행, 그림이 되다

《월간미술》은 아트투어전문 여행사 아츠앤트래블과 함께 차별화된 예술문화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 선보였다. 그 첫 번째로 10월 13일부터 22일까지 ‘여행, 그림이 되다’를 주제로 강정모 아트투어디렉터(아츠앤트래블 대표, VIATOR 선정 세계 10대 가이드)와 함께 서양미술사 거장들의 영감의 진원지인 프로방스 지역을 다녀왔다.

국립현대미술관《신여성 도착하다》전시 연계 모노드라마 <노라를 만나다>특별 공연

2018년을 사는 모던걸K. 그녀는 1890년대에 태어나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간 세 명의 ‘근대기 신여성’과 만난다. 독립 운동가이자 사회주의 운동가 주세죽, 문학가 김명순,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과 맞닥뜨리는 모던걸K는 ‘신여성의 삶과 사랑, 여성으로서의 주체적 삶’에 대한 고민을 그들과 나누는데..

서울의 봄, 경회루 누각에서 따뜻하게 맞이해볼까

문화재청은 고품격 문화유산인 ‘궁궐’이 국민 누구에게나 널리 향유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하길 바라며 오는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경회루 특별관람’을 시행한다. 특별관람은 경회루의 장엄하면서도 아름다운 건축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봄나들이 명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 4⋅3 진상규명 운동의 또 다른 역사, 25회 4.3 미술제 개최

“제주 4·3 진상규명 운동의 또 다른 역사, 4·3미술제”

올해 개최되는 4·3 미술제 <기억을 벼리다(Forged into Collective Memory)>는 ‘제주4·3사건 70주년, 2018 제주 방문의 해’를 맞아 어느 때보다 관심이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총감독은 아트스페이스 씨의 안혜경 대표가 맡았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제주 4⋅3사건의 ‘현재적 해석’에 관심을 기울인다. 전시 참여작가는 총 37팀 40명으로 회화, 판화, 만화,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되며 다양한 연계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다.

(사진 | 25회 4·3미술제 공식 포스터)[/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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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들은 제주 4·3 진상규명 운동에 누구 보다 앞장섰다. 미술인들은 1994년에 <닫힌 가슴을 열며>라는 제목으로 처음 4·3 미술제를 개최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미술제를 진행해왔다. 4·3 미술제는 21회부터 외부 감독 제도를 도입하여 제주 출신뿐만 아니라 국내외로 참여작가 폭을 과감하게 확장해 규모 있는 연대 기획 전시로 발전했다. 올해는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주목되리라 보인다. 

(사진 | 왼쪽부터 4·3 미술제 6회 도록표지 스캔본, 7회 포스터 촬영본, 8회 도록표지 스캔본, 9회 도록표지 스캔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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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목은 <기억을 벼리다>. ‘벼리다’는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든다.’는 뜻으로, 제주 4·3 사건의 기억을 되새긴다는 의미다. 제목은 팔레스타인의 시인 자카리아 모하메드(Zakaria Mohamed)의 <재갈>이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 “저 검은 말은 무얼 저리 씹고 있을까?/소년은 묻는다/대체 무얼 씹고 있을까?/검은 말은/깨물어 씹고 있다/차가둔 쇠로부터 벼리어진/한 조각 기억의 재갈을/죽을 때까지/씹고 또 씹어야 할/그 기억의 재갈을” 의 내용처럼 전시 제목은 제주도민들에게 제주 4·3사건은 검은 말이 씹고 있는 기억의 재갈과 같음을 표현한다.

전시는 아트스페이스 씨의 안혜경 대표가 감독을 맡았다. 원도심 중앙로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씨는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예술로 소통하기 위한 전시 공간으로 2006년부터 제주도 내외의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해 소개하는 일을 해 왔다. 안혜경 감독은 2008년 제주 4·3 평화공원 개관 특별전 <동백꽃 지다>를 기획·진행했고, 2014년 미국 캘러포니아주 소노마카운티뮤지엄 초대전 을 개최하는 등 제주 4·3사건과, 이를 기억하는 예술가들을 알리는 데 힘써왔다. 그는 영화에도 조예가 깊어 제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으로 오랜 기간 활약했으며 최근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 이사로도 선정되었다.

(사진 | 25회  4·3미술제 공식 포스터)

전시는 제주 4⋅3사건의 현재적 해석에 관심을 기울인다. 전시는 최근 세계적 문제로 떠오른 ‘난민’, ‘여성’ 등 소수자에 대한 이슈와 ‘이주’, ‘노동’, ‘환경’ 등 우리 삶에 밀접한 사회문제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안혜경 전시 감독이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은 70년 전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통일을 염원하며 피어오른 제주 4⋅3사건의 횃불이 부정부패 청산을 요구하며 타오른 광장의 촛불, 민주적 시민의식의 표출로 재점화된 점이다.    

‘2018 제주 방문의 해’를 맞아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된 4.3미술제는 다양한 연계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다. 홍보람 작가는 커뮤니티 아트 워크숍 <마음의 지도>를 선보인다. 작가는 제주 4·3사건 유가족들과 함께 <마음의 지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워크숍은 삶의 경험을 그림과 글로 표현하고 그것을 사람들과 공유하며 ‘지금 여기’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작가가 참여자와 직접 소통하여 참여자가 자신의 느낌과 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박주애 작가와 제주대학교 미술학부 학생들은 함께 만드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외에도 예술가와 함께하는 제주 4·3사건 유적답사, 예술포럼, 함께 보면 좋은 영화 추천 등 다양한 전시 연계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참여작가는 총 37팀 40명으로 회화, 판화, 만화,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된다. 탐미협 회원 및 도 내외, 국외 작가도 포함되어 있다. 명단은 아래와 같다.

강동균, 강문석, 고경일, 고경화, 고길천, 고승욱, 고혁진, 김수범, 김영화, 김영훈, 김옥선, 노순택, 박경훈, 박소연, 박진희, 서성봉, 송동효, 송맹석, 신소연, 신예선, 양동규, 양미경, 양천우, 연미, 오석훈, 오현림, 이경재, 이승수, 이종후, 이준규, 이지유, 임흥순, 정용성, 정현영, 홍덕표, 홍보람, 홍진숙, Guston Sondin-Kung 거스톤 손딩 퀑(미국), Jane Jin Kaisen 제인 진 카이젞(덴마크), Kip Kania 킵 카니아(미국)

○ 전시 기간 : 2018.04.03.(화) ~ 04.29(일)

○ 장소 :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 아트스페이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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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경 (monthlyart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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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글이 2018년 February 1일 8:25 am에 생성됐습니다

정강자 2018. 1. 31 – 2. 25 아라리오갤러리

정강자 :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

2018. 1. 31 – 2. 25 (서울)
2018. 1. 31 – 5. 6 (천안)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천안 동시 개최

사진 : 《정강자: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전시 전경 / 사진출처 : 아라리오갤러리

아라리오 갤러리는 故 정강자(1942~2017)의 첫 회고전《정강자: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를 개최한다. 정강자는 한국 초기 전위예술을 이끌었던 작가. 평생 ‘한계의 극복’과 ‘해방’이라는 주제를 탐구했으며 국내 여성 아방가르드 작가의 선발주자 같은 존재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이번 전시에서 故 정강자의 50년간 화업을 조명한다. 한국 현대미술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그의 생을 기리기 위해 전시는 서울과 천안에서 동시에 개최되며 서울전시관에는 대표작을, 천안 전시관에는 최근작과 아카이브 자료를 배치했다. 두 전시관을 통해 故 정강자 작가의 화업 전반을 미술사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균형 있게 재조명한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은 2월 25일까지, 천안은 5월 6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웹사이트: http://www.arariogallery.com

2012년 8월 제331호

특별기획 080

아시아 무빙이미지
통칭 ‘미디어아트’는 시간을 거치며 세분화되었다. 비디오아트, 인터랙티브아트, 넷아트, 영상설치 등으로 쪼개진 이 분야를 ‘무빙이미지’의
개념으로 통섭하려는 시도가 지난 세기말부터 계속되었다. 시간성을 바탕에 둔 영상작업은 현실의 재현을 떼놓고 말할 수 없다. 지금, 여기를
카메라에 담으며 시작된 비디오는 이미 회화 조각 사진 등의 미술 장르 또는 미술 분야 자체를 뛰어넘어 영화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 ‘무빙이미지’ 분야에서 아시아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에 대해 아시아와 비아시아, 또는 서구와 비서구를 나누는 것이 지금 무슨
의미를 갖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시아성’이라는 개념에 불편함을 내비치는 이도, 서구 미술계가 새로운 이론과 미학을 정립할 시간을
벌기 위해 아시아 미술을 끌어들인다고 비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이 공유하는 20세기의 경험은 결코 적지 않고,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공통점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직시하려는 작가들의 시선이 ‘내부 발생적’이며 지금, 여기를
포착하기에 ‘무빙이미지’가 가장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월간미술》은 ‘무빙이미지’를 다루어온 아시아 작가 7인과의 인터뷰를 싣는다. 2004년부터 아시아의 ‘무빙이미지’를 소개해온 전시
<무브 온 아시아>에 참여한 작가들로, 자국의 사회·정치적 현실과 역사를 건드리거나 나아가 비판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태국), 호 추 니엔(싱가포르), 날리니 말라니(인도), 임민욱(한국), 고이즈미 메이로(일본), 좀펫 쿠스위다난토(인도네시아),
쑹둥(중국)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무빙이미지’의 구성 요소와 주제, 전략 등을 살펴본다. 

작가
작가리뷰
130 이세현・사우스 코리아 진경(眞景) _ 정형탁
136 김상돈・욕망의 떨림이 빚어낸 목마름의 풍경 _ 박수진

전시
화제의 전시
156 <아트스펙트럼 2012展>
        아트스펙트럼? 삶의 스펙트럼! _ 이선영
전시 초점
162 <히든 트랙展>
        그들을 잊어라, 그들은 거기에 없다 _ 윤제
전시와 테마
168 <비틀즈 50년_한국의 비틀즈 마니아展>
        오! 비틀즈, 예! 비틀즈 마니아 _ 김영훈
142 전시리뷰
        최태훈・버티컬 빌리지・사이의 변칙・홍승일・이림
148 전시프리뷰

해외미술
월드토픽
114 <신디 셔먼展>
        포스트 페미니즘, 그때(1980년대)와 지금 _ 고동연
122 <스기모토 히로시展>
        숨기면 꽃 _ 최재혁

학술·자료
작업의 비밀 8 서민정
062 시간은 쌓여 힘을 발휘한다 _ 이슬비
아트 포럼
174 지젝, 희망과 함께 가는 염세주의자 _ 임민욱, 이택광
반이정의 9809레슨 3
180 2000년. 아주 오래된 브랜드 뉴, ‘일상’ _ 반이정

인물·정보·기타
028 영문요약
059 에디토리얼

핫피플
060 더그 에이트킨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 그것이 예술 _ 이슬비

현장
064 <10큐레이터 & 10개의 미래展>
        신진기획자와 작가의 균형추 맞추기 _ 이대형
066 <삼성 올림픽 게임 미디어아트 콜렉션전>
        미디어아트로 품은 올림픽 정신 _ 이건수
068 런던에 선보인 한국 현대미술
        런던을 장식한 한국미술의 열기 _ 이숙경

186 아트저널
192 아트북
194 회원동정
197 모니터 광장
198 독자선물
200 편집후기

[컬럼] 필요와 신뢰 그리고 자생의 공간

필요와 신뢰 그리고 자생의 공간

1997년 여름, <(가칭)300개의 공간展>은 아주 단순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고 있음을 감지한 작가를 비롯 미술계 젊은 일꾼들이 그나마 가능한 정보를 서로 자발적으로 교류해보자는 의도였다. 당시의 환경은 그야말로 황무지였다. 몇몇 작가에게는 등기우편 또는 전보로 전시참여 의사를 묻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며, 그나마 신세대인 젊은이들에게는 삐삐라는 무선호출기가 보급되어 비교적 수월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큐레이터 명함을 지닌 이들은 손에 꼽혔으며, 대부분 전시공간에 컴퓨터는커녕 팩스조차 없었다. 그 흔한 기관의 지원은 경력이 미천한 젊은 작가들에게는 무의미했으며 기금공모 기간조차 아는 이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20여 명의 전시공간 ‘실무자’가 모여 자신들이 알고 있는 작가들의 목록을 서로 교환하며 현장에서 진짜로 쓸모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보고자 힘을 모았다. 각 실무자들이 5~10명 내외의 작가를 추천하여 중복된 작가들이 있을 경우 300명이 될 때까지 계속 추천을 더 받는 복잡하지 않은 방식으로 일을 추진했다. 혹 물의가 있을 수 있어 다수 중복 추천된 명단은 실무자들끼리만 공유하며 되도록 외부에 공개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했다. 당시 대부분 기관장이나 전시공간의 관장들은 권위를 내세워 특정 학력 또는 공모전 특선 이상 경력을 가진 작가를 선호하던 시기여서 기존의 모든 타성을 버리고 오직 실무자의 소신으로 작가를 추천하도록 유도했음은 물론이다. 단, 이 행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소요경비였다. 어떤 정치적 이슈도 조형적 이념도 아닌 미술현장 실무자들의 단순한 정보교류 성격의 자발적 행사에다 어떤 기관의 지원과 관여도 없는 탈권위적 행사였기에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십시일반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실무자와 작가 모두에게 일정의 비용이 부담되었다. 돌이켜보면 작가와 실무자들의 ‘필요와 신뢰’가 소요경비를 비롯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큰 비결이었던 셈이다.
농담으로 미술현장에서는 양식산과 자연산을 구분한다. 주는 것만 받아먹어 수렵과 채취에는 허약하지만 곱게 자라 고귀한척 하는 부류와 어디에 갖다 놓아도 굶어 죽지는 않으나 길들지 않아 다소 엉성하고 거친 야생의 부류를 의미한다. 어차피 미술현장은 현대미술 초기부터 굳건하게 유지된 사다리 구조에 속하지 못한, 불만과 불안에 가득 찬 대다수 자연산들로 득실댄다. 그래서 개체수로 보아 자연산이 더 우세일 것 같으나 막상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은 양식산 성향이 더 짙다. 아마도 양식산은 가늠이 가능하나 자연산은 이름 그대로 야생이기에 그들의 성깔과 습성 또한 제각각인지라 파악하기 난해한 탓이리라. 이제 와서 굳이 <(가칭)300개의 공간展>의 성과를 들추자면 딱딱하게 굳은 메마른 땅에 아직 덜 갖춰진 유연한 창작의 감성을 작가와 실무자가 힘을 합쳐 ‘내 땅 갈아 내가 먹기 식’으로 대거 주입시킨 일이었다.
요사이 넓어진 문화지평에서 흔히들 창작 또는 예술활동과 단순 문화행사를 너무 쉽게 혼동한다. 특히 기관의 지원을 받는 행사인 경우, 자신들이 행정 그리고 복지 차원의 일에 복무한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물며 일정 비용을 받고 투여되는 행사인 경우 그 목적에 부합한 용역을 요구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개별 창작자나 행사 주관자 또는 실무자에게 행사에 참여 할지 결정하는 데 신중함이 요구된다. 그리고 자신의 습성과 어울리지 않다면 가볍게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행사 참여로 개인적으로 얻는 성과 또는 실적 올리기에 급급함을 떠나 그 결과의 득실이 행사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본의 아니게 영향을 주기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구나 구태의연한 행정이나 얍삽한 처세술을 예술행위 또는 권위라 착각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은 탓에 작가나 실무자 모두 쉽게 판단할 일이 아니다.
부실한 난파선에서 그나마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건강한 환경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 현실의 면면에서 체감되는 남한 사회를 비롯한 창작환경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신뢰에 선행되어야 할 의사소통 자체가 어긋나고, 행정 또는 여론의 과잉으로 비판의 대상자가 잘못 설정되거나, 생산 없이 유통 경쟁만 부풀려지는 식상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민족분단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를 낳는 세대단절은 한동안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모두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 절실하다.

최금수·이미지올로기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