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 ・ 후기 작품 9점, 국가 보물 된다
문화재청은 「이정 필 삼청첩」등 조선 중․후기 서화가들의 작품 6건과 전적(典籍), 불화 등 3건을 포함해 총 9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하였다. 문화재청은 간송미술문화재단과 협력해 그동안 국가 지정에서 소외되었던 조선 시대 서화가들의 작품을 발굴하여 가치를 재평가했다. 그 결과,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외 이정(李霆), 이징(李澄), 심사정(沈師正), 김득신(金得臣) 등 조선 중후기를 대표하는 조선 예술가들의 작품이 보물 지정에 포함되었다. 사군자, 화조화, 풍속화 등 다양한 분야가 선정됨으로써 해당 분야의 보존관리 환경을 구축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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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지정 예고 작품 1 : 탄은 이정 – 「이정 필 삼청첩(李霆 筆 三淸帖)」
⠀탄은 이정(灘隱 李霆, 1554~1626)은 조선 시대 묵죽화(墨竹畫)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정 필 삼청첩(李霆 筆 三淸帖)」은 그가 1594년(선조 27년) 12월 12일 충남 공주에서 그린 그림. 감색으로 물들인 비단 위에 매화, 난초, 대나무를 금니(金泥 ; 금가루를 아교에 섞어 만든 물감의 일종)로 그렸으며 식물의 생태와 형상을 매우 우아하고 정교한 필치로 묘사하였다. 삼청(三淸)이란 세 가지의 맑음을 뜻하며, 군자의 덕을 상징하는 매화, 난초, 대나무를 일컫는다. 「이정 필 삼청첩(李霆 筆 三淸帖)」은 조선 시대 사군자화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작품이자 당시 최고의 묵죽화가 이정의 수준 높은 필력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라는 점에서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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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지정 예고 작품 2 : 허주 이징 – 「 이징 필 산수화조도첩(李澄 筆 山水花鳥圖帖) 」⠀⠀⠀⠀⠀⠀⠀⠀⠀⠀⠀⠀⠀⠀⠀⠀⠀⠀⠀⠀
「이징 필 산수화조도첩(李澄 筆 山水花鳥圖帖)」은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화가 허주 이징(虛舟 李澄, 1581년~미상)의 그림을 모은 첩이다. 이식(李植, 1584~1647년), 이명한(李明漢, 1595~1645년) 등 당대 유명 문인들의 시문 37점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서화첩은 이징의 62세 무렵인 1652년(인조 20년) 경 제작된 것으로, 당시 그는 도화서(圖畵署: 조선 시대 그림을 담당한 관청) 교수로 활약하며 예술 기량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였다. 「이징 필 산수화조도첩(李澄 筆 山水花鳥圖帖)」은 화조(花鳥)‧영모(翎毛) 분야를 비롯해 산수까지 선도한 이징의 역량을 보여주고,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기준작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서화 합벽첩(合璧帖)*이자 조선 중기 산수화 조화 중 드물게 작가와 제작 시기를 알 수 있는 작품이어서 한국 회화사 연구의 중요한 편년작이다. ( * 합벽첩(合璧帖): 보배로운 글이나 그림을 모아 놓은 첩이라는 의미로, 보통 시와 글씨,그림[詩‧書‧畵]으로 꾸미기 때문에 ‘시서화 합벽첩’이라고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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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지정 예고 작품 3 : 현재 심사정 – 「심사정 필 촉잔도권(沈師正 筆 蜀棧圖卷)」
「심사정 필 촉잔도권(沈師正 筆 蜀棧圖卷)」은 조선 후기 대표 문인화가 현재 심사정(玄齋 沈師正, 1707~1769년)의 작품. 그가 죽기 1년 전인 1768년 8월에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시 「촉도난(蜀道難)」을 주제로 하여 촉(蜀)으로 가는 험난한 여정을 그린 대규모 산수화이다. 기이한 절벽과 험준한 바위가 촉도(蜀道)의 험난한 여정을 시사하는 듯 변화무쌍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양한 색감과 치밀한 구성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하였다. 심사정이 평생에 걸쳐 이룩한 자신의 모든 화법(畵法)을 집성하여 8m에 이르는 화면 위에 완성한 작품으로 동아시아 산수화의 수준 높은 경지를 보여주는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보물 지정 예고 작품 4 : 긍재 김득신 – 「김득신 필 풍속도 화첩(金得臣 筆 風俗圖 畵帖)」
「김득신 필 풍속도 화첩(金得臣 筆 風俗圖 畵帖)」은 조선 후기 화가 긍재 김득신(兢齋 金得臣, 1754~1822년)이 그린 풍속도 8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김득신의 본관은 개성으로, 백부 김응환(金應煥), 동생 김석신(金碩臣), 아들 김하종(金夏鐘)으로 이어진 18세기 이름난 직업화가 가문 출신이다. 이 화첩은 화가로서 김득신의 기량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상황과 역할에 따른 인물들의 움직임을 절묘하게 포착한 섬세한 감각이 돋보인다. 조선 시대 서민의 일상을 담담하면서 해학적인 감성으로 표현했다. 구도, 인물묘사, 공간감 등에 있어 김홍도 풍속화를 계승하면서도 인물의 표정과 심리묘사에 능했던 김득신의 개성이 드러난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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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지정 예고 작품 5 : 추사 김정희 – 「김정희 필 서원교필결후(金正喜 筆 書員嶠筆訣後)」
「김정희 필 서원교필결후(金正喜 筆 書員嶠筆訣後)」는 조선 후기 서예가 이광사(李匡師, 1705~1777)가 쓴 『서결‧전편』의 자서(自序)에 해당하는 부분을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년)가 비판한 글이다. 행서(行書, 약간 흘려 쓴 한자 서체)로 서술한 김정희의 친필 원고다. 특히 글씨를 연마하는데 있어 금석문 고증의 필요성을 강조한 내용은 우리나라 서예이론 체계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김정희 서예이론의 핵심을 담고 있는 글이자 조형성이 뛰어난 추사체(秋史體)의 면모가 잘 드러나 있어 조선 말기 서예사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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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지정 예고 작품 6 : 추사 김정희 – 「김정희 필 난맹첩(金正喜 筆 蘭盟帖)」
「김정희 필 난맹 첩(金正喜 筆 蘭盟帖)」은 묵란화(墨蘭畵) 16점과 글씨 7점을 수록한 서화첩으로, 김정희가 전담 장황사(粧䌙師, 표구장인) 유명훈(劉命勳)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글씨 뿐 아니라 사군자(四君子)에도 능했던 김정희는 관련 작품을 여럿 남겼지만 「난맹첩」처럼 묵란만 모은 사례는 이 작품이 유일하다. 난의 형상을 서예적 필법으로 표현한 한편, 조형성을 염두에 둔 경물 배치와 인장(印章)이 한 화면에 어울리게 구현한 추사의 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된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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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지정 예고 작품 7 : 대연 – 「감지은니 범망경보살계품(紺紙銀泥梵網經菩薩戒品)」
「감지은니 범망경보살계품(紺紙銀泥梵網經菩薩戒品)」은 보살이 갖춰야할 마음의 자세와 실천덕목을 담은 경전으로, 14~15세기에 활동한 승려 대연(大然)이 주도하여 만들었다. 절첩(折帖; 일정한 크기로 접어 병풍처럼 펼치며 보도록 장정한 형태) 형식으로 앞부분에는 설법 중인 부처를 비롯해 제자들을 금니(金泥)로 섬세하게 그린 변상도(變相圖)가 수록되었다. 이처럼 변상도를 갖춘 조선 시대 사경(寫經)은 매우 드물며, 그 중에서도 「범망경」은 「백지금니범망보살계경」(1364년, 보물 제1714호) 등 소수가 알려져 있을 뿐이다. 「감지은니 범망경보살계품(紺紙銀泥梵網經菩薩戒品)」은 조선 시대에는 드문 형태의 사경(寫經: 불교 경전을 필사한 것)이라는 점, 수준 높은 변상도를 갖춘 점, 그리고 한국 불교 계율의 기초가 성립된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불교사‧서지학‧미술사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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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지정 예고 작품 8 : 「송조표전총류 권6~11(宋朝表箋總類 卷6~11)」
「송조표전총류 권6~11(宋朝表箋總類 卷6~11)」는 왕실의례에서 국왕에게 올리는 표문(表文;임금에게 진정‧하례할 때 소회(所懷)를 적어 올리는 글 )과 전문(箋文; 나라에 길흉사가 있을 때 또는 왕후의 하례에 올리는 글 ) 작성에 참고하기 위해 송나라의 표전 중 모범이 될 만한 내용을 모아 놓은 참고용 책이다. 1403년(태종 3년)에 편찬되었다. 금속활자인 계미자(癸未字)로 인쇄되어, 현존하는 사례가 매우 희귀하고 완질본(完帙本)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이 책은 현재 국보 제150호로 지정된 「송조표전총류 권7」에 비해 수록범위가 넓고, 자료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조선 개국 후 처음으로 국가에서 만든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이다. 고려와 조선의 활자 주조 연구에 있어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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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지정 예고 작품 9 : 「대곡사명 감로왕도(大谷寺銘 甘露王圖)」
「대곡사명 감로왕도(大谷寺銘 甘露王圖)」는 1764년 불화승(佛畵僧) 치상(雉翔)을 비롯해 13명의 화승이 참여해 그린 불화다. 감로왕도(甘露王圖)는 ‘감로탱(甘露幀)’이라고도 불리며, 망자(亡者)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식인 수륙재(水陸齋) 때 사용한 불화로 다양한 풍속과 재난, 지옥장면이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어 제작 당시의 사회 환경과 신앙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대곡사명 감로왕도(大谷寺銘 甘露王圖)」는 화기(畵記)가 일부 손상됐으나 ‘대곡사(大谷寺)’라는 문구를 통해 원래 경상북도 의성 대곡사에 봉안(奉安)되었던 불화로 추정된다. 상단에는 칠여래(七如來)를 비롯한 불‧보살이, 중․하단에는 아귀, 영혼, 의식장면, 생활 장면 등이 짜임새 있는 구도로 배치되어 있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색조가 조화를 이루어 종교화로서 숭고하고 장엄한 화격(畵格)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제작 시기가 분명하고 봉안사찰, 시주자명, 제작주체 등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18세기 불화 연구의 기준작으로서 가치가 높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한 「이정 필 삼청첩」등 9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소외분야의 문화재를 지속해서 발굴하여 국가 지정 문화재(국보‧보물)제도 아래 소중한 문화재를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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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민경 (monthlyart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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