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삼성미술관 Leeum 개관 10주년

interview

성미술관 리움 학예연구실장 우혜수

 “Beyond and Between은 리움의 비전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DF2B4191먼저 이번 전시를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겠다. 특히 처음으로 리움 전관(全館)에 걸쳐 전시하는 것도 꽤나 부담이 컸으리라. 전시 개막 후 주위 반응이나 평가는 어떠한가?
많은 분이 리움 개관 10주년을 축하해주신다. 이번 전시는 개관 10주년 기념전시이자 첫 전관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교감(交感)’이라는 주제는 이 시대의 화두이기도 하고 리움의 향후 방향 설정의 중심이 되는 것으로서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해주신다. 전시 면에서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상설전시실의 변화에 중점을 두었는데,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교감을 시도한 고미술 상설전시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밖에도 국내외 작가의 신작을 준비했고, 로비 같은 공용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볼거리가 많은 전시로 준비했다. 어떤 분이 ‘종합선물세트’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분 표현대로 어릴 때 특별한 날 선물로 받았던 ‘종합선물세트’의 행복한 느낌 일거라는 생각을 하니 매우 감사하고 덩달아 기뻤다.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함께 보여준 점이 특히 돋보인다.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리움의 소장품 특성이 잘 드러난 것 같다. (현대미술 전공자로서) 고미술에 대한 이해나 접근 방식을 어떻게 설정했는가?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로부터 가장 주목 받는 전시가 고미술 전시실, 즉 Museum 1에서 열리는 ‘시대교감’이다. 지금까지 흔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관객의 호응과 관심이 이어진 것으로 받아들인다. 소장품 전시실 가운데에서도 특히 고미술 소장품 전시실에서 이루어지는 시도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고미술은 그 존재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름다움을 그 자리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시점으로 불러들여 지속적으로 새롭게 해석해내고 맥락화할 때 생명을 갖는 존재가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고미술에 대한 연구와 해석은 미술사를 전공한 학자에 의해서만, 혹은 고미술 전시를 통해서만 이루어졌다. 반면 이번 리움에서의 시도는 고미술에 대한 작가들의 연구와 해석이다. 이것은 분명히 생동하는 가치 부여이며 유의미한 예술적 연구라고 확신한다. 많은 분이 이런 시도가 지속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이야기해주셔서 반갑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두 분야 큐레이터의 연구는 물론이고 현대미술 작가와도 오랜 시간 연구와 토론을 통해 작품과 전시 구성을 완성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번처럼 완성도 높은 전시를 다시 기획하려면 최소한 1~2년의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교감(交感)’이라는 타이틀은 시기적으로나 주제를 드러내는 면에서도 적절한 것 같다. 영문으로는 ‘Beyond and Between’이라고 표기하는데, 타이틀에 대한 부연 설명을 부탁한다.
교감, 소통, 공감 등은 우리 사회의 화두이다. 이것은 예술과 사람이 함께 하는 미술관에서도 중요한 주제이다. 특히 한국의 고미술과 현대미술, 외국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리움의 소장품은 전통과 현대의 단절 문제, 동양과 서양의 복잡한 관계 등을 복합적으로 담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시대적 간극을 뛰어넘는 교감, 현대미술에서 한국과 서양이라는 지역을 초월한 교감을 통해 예술 간의 단절을 극복해 보고자 했다. 그리고 리움이라는 미술관이 관람객에게 더욱 가까운 도심의 휴식처가 되고자 하는 바람을 관객교감이라는 주제에 담고자 했는데, 이 세 교감은 미술관이 중점을 두게 될 미래를 담는 것이기도 하다. 영어로 Beyond and Between은 많은 의미를 담기 위해 다소 의역한 면이 있다. Beyond는 경계를 초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Between은 예술과 사람, 과거와 현재, 예술과 과학 등 다양한 가치들을 포괄하고 예술로서 매개하고자 하는 뜻을 갖고 있다. Beyond and Between은 미술관의 슬로건이기도 한데, 리움의 비전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소장품 외에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 혹은 특히 눈여겨볼 작품을 소개해달라.
<교감전>에는 리움 소장품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이 제작된 작품이 여럿 있다. 특히 로비의 작품들은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용공간에 설치되어 누구나 가까이 접할 수 있다. Museum 1 계단 공간에 설치된 올라퍼 엘리아슨의 네온 설치, 플라스틱 바구니로 만든 최정화의 18미터 높이의 기념비적 기둥, 카페 공간을 변화시킨 리암 길릭의 벽 설치작업과 파티션은 모두 리움 공간을 면밀히 관찰, 분석하고 주제에 대한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신작이다. 특히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은 고미술 상설전시실과 현대미술 상설전시실을 연결하는 계단에 위치하는데, 이 공간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사실 외국 작가가 이 공간의 의미를 해석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고미술관을 나오면서 마주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많은 고려가 있었다. 오랜 기간 작가와 논의해 우리는 태양계 우주공간을 창조하게 되었다. 이것은 우주라는 영원한 시간과 공간을 표현한 것으로 인류와 예술이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 영속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고미술 상설전시실과 현대미술 상설전시실을 연결하는 상징적 의미다. 로비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고헤이 나와의 유리구슬로 뒤덮인 사슴도 매우 아름답다.

‘관객교감’이라는 주제가 눈에 띄는데 기획의도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관객교감이라는 주제는 세 관의 주제를 하나의 주제 아래 놓고 볼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우리에게 미술관은 어렵고 엄숙한 듯 보이며, 특히 현대미술은 난해하다. 대중에게 미술이 어떻게 하면 흥미롭고 즐거우며 가끔은 단순하게 몸을 움직여 걸어 다니기만 해도 즐길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관객교감이라는 주제를 설정하고 구성했다. 네토는 자칫 현대미술이 간과하기 쉬운 아름다움, 즐거움, 휴식 등과 같은 요소들을 우리에게 선사하는 작가로 이해되며, 티라바닛은 예술작품의 역할과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관점의 변화를 일관되게 추구해 온 작가이다. 재닛 카디프 & 조지 뷰어스 밀러의 작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통한 공간 창조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온 작가이다. 그리고 인사이트씨잉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젊은 작가들이다. 리움이 이태원에 자리 잡은 이래 이 지역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것은 예술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리움과 이태원은 알게 모르게 소통하며 서로를 변화시켜왔다고 보며, 작가들이 이태원을 연구함으로써 리움과 개인을, 나아가 예술이 사회와 세계를 매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다. 작품을 감상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표면적인 흥미로 작품을 즐기는 것도 충분히 좋고, 그 이면에 자리 잡은 맥락들을 해석해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이는 모두 보는 사람의 몫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대로 즐길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

삼성미술관 학예사들에게도 이번 전시는 새로운 경험이자 도전이었을 듯싶다. 전시를 준비하며 고미술과 현대미술 전공-담당 학예사 간의 의견 조율은 어떻게 했나. 혹시 이견은 없었는가?
리움의 고미술 학예실과 현대미술 학예실이 통합된 지도 이제 6년이 넘었다. 리움 개관 이전 오랫동안 서울과 용인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두고 있었던 두 학예실이 통합된 후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늘 가까이 대화한다. 또한 정기적으로 회의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전시에 대해 토의한다. 처음 ‘교감’과 ‘시대교감’이라는 주제를 논의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그간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04년 리움이 개관할 당시 고미술 학예실과 현대미술 학예실은 ‘고미술 상설전시실은 조선말기까지, 현대미술 상설전시실은 그 이후부터’라는 시기 구분 외에는 함께 논의한 것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서로 놀랐다. 고미술 전시실은 고미술 작품의 크기를 고려한 전시실의 형태와 작품 보호를 위한 고정된 진열장으로 인해 장르 간의 교류나 전시 실간 교체 등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도 큰 제약이었다. 또한 현대미술과의 표피적인 교류가 되지 않기 위해 현대미술 큐레이터뿐만 아니라 작가들도 고미술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작품이 나오기를 서로 원했고, 따라서 오랜 기간 학예사들 간에 주제와 작가 선정을 위한 토론, 고미술/현대미술 학예사와 작가의 토의를 거쳐 작품이 완성되기에 이르렀다. 길고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의미 있고 뿌듯한 일이었다.

리움 전시실의 전시환경은 국내 최고수준이다. 소장품을 보존 관리하는 수장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소 소장품 관리와 연구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미술관의 근간은 소장품이다. 리움은 사립기관으로는 드물게 보존연구실이 있는 미술관으로 늘 소장품을 최상의 상태로 관리,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면, 이번에 상설전시에 처음 나온 박노수의 <산정도>는 오랜 기간 복원처리를 통해 공개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오래된 고미술, 근대미술의 보존과 복원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레지스트라는 작품에 대한 정보를 빠짐없이 관리한다. 크기, 서명, 재질 등은 물론이고, 이동에 대한 세세한 기록도 놓치지 않는다. 이러한 일은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의 기본적 활동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임을 늘 생각한다. 학예사들은 소장품으로 구성되는 상설전시를 위해 각각의 소장품을 늘 연구하며 또 그 작품들의 맥락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리움처럼 한국 고미술, 현대미술, 외국 현대미술에 이르는 방대한 소장품을 가진 미술관에서는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이번 10주년 기념전은 오랜 기간 소장품 연구의 축적으로 맺은 열매이다. 앞으로도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새로운 소장품 전시들을 기획할 계획이다.

개관 10주년 기념전 이후 계획하고 있는 일정이 있다면 소개 바란다.
올 연말까지 <교감전>이 열리고, 내년 상반기에 작가 양혜규의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2015년은 삼성문화재단이 창립 50주년을 맞는 해다. 이를 기념해 삼성미술관의 근간이 되었던 고미술 분야를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호암미술관과 리움에서 기획하는 2개의 고미술 특별전이 있고, 연이어 한국 고건축을 다루는 전시가 리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올해 새로이 개편한 아트스펙트럼도 지속하면서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등 시대와 지역, 장르를 초월하여 다양한 분야와 중요한 문화적 가치를 아우르는 전시들을 기획하고자 한다.

이준희 편집장

[Special Feature] 삼성미술관 Leeum 개관 10주년

삼성미술관 Leeum 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 특별전을 둘러보고

안휘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2014년 8월 20일 오후 나는 그동안 써오던 논문 한편을 대충 마무리 짓자마자 서둘러 삼성미술관 리움으로 향하였다. 전날 공개하기 시작한 <리움 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交感)>을 빨리 보기 위해서였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조지윤·이승혜 학예원이 나와서 맞아주었다. 모처럼 만난 이 제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고미술 상설전시관인 Museum1의 4층으로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 고려청자 전시부터 보기 시작하였다. 평소 상설전시를 통하여 눈에 익은 작품들 이외에 보지 못하던 새로운 자기들도 여러 점 볼 수 있어서 반갑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고려청자들은 구면이든 신출이든 단 한 점도 예외 없이 지고(至高)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뛰어난 조형성과 형태미, 그윽하고 고운 비색(秘色, 翡色)의 유약(釉藥), 섬세하고 세련된 문양 등 무엇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다.
송나라의 태평노인(太平老人)이라는 학자가 그의 저술 《수중금(袖中錦)》에서 ‘천하제일(天下第一)’을 꼽으면서 고려의 비색, 즉 청자를 꼽은 사례가 떠올랐다. 고려청자는 하버드대의 박물관 전시에서도 ‘천하제일(The First under the Heaven)’으로 소개되었을 정도로 서양에서도 그 진가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최고 중의 최고(The best of the best)라고 부를만하다. “어떻게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낮은 신분의 고려 도공들이 이처럼 놀라운 수준의 아름다움을 그토록 다양한 방법으로 창출할 수 있었을까” 늘 경이롭게 느꼈지만 이번에는 더욱 감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역시 자신들의 비법을 소중하게 여기고 철저하게 지켜낸 ‘청기와쟁이들’의 작품 답다. 청기와도 청자를 굽던 청자 도공들이 만든 것이어서 ‘청기와쟁이’는 ‘청자쟁이’로 바꾸어 불러도 상관없을 것이다. 청자는 공예이면서 유약의 제조법과 번조법 등 전 제작과정이 당시로서는 최첨단 과학기술이었던 것이다. 영국의 한국도자기 전문가 곰퍼츠(Gomperts)가 고려청자의 4대 업적으로 꼽았던 ‘아름다운 조형성’, ‘신비로운 유약색깔’, ‘상감기법(象嵌技法)의 창안’, ‘진사(辰沙)의 최초사용’ 등도 절감하며 재확인하였다.
평생 걸작들 앞에서도 알량한 미술사가의 냉철한 객관성을 보도(寶刀)처럼 앞세워 표정관리를 엄격히 하면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자 애를 썼건만 이제는 늙어서일까 이번에는 보석 같은 청자들 앞에서 자제력을 잃은 듯 한숨과 감탄이 입에서 저절로 주체할 수 없이 튀어나왔다. 실로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품의 높은 격조와 다양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였다. 이어서 보게 될 다른 전시도 대단한 것임을 예감케 하였다. 4층의 고려청자실에서 나는 이미 미적 포만감을 충분히 느꼈고 설령 더 이상 다른 전시를 못 본다 해도 아쉬울 것이 없을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두 제자는 3층의 조선시대 도자기실로 나를 이끌었다. 조선왕조 전반기에 우리 도공들이 발전시킨, 다른 나라에는 없던 조선 고유의 각종 분청사기와 조선시대 초기부터 말기까지 간단없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진 순백자 및 청화백자를 위시한 다양한 백자들은 잠시 동안이지만 나를 시각적 충격 속에 어리둥절하게 하였다. 마치 4층에서 3층으로 갑자기 떨어진 것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별개의 세계로 옮겨진 듯 혼미하게 느껴졌다. 한국의 도자기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아마도 4층의 고려도자실을 본 다음에 3층의 조선도자실로 들어서면서 ‘같은 나라의 도자기 맞아?’라는 의문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고려와 조선왕조의 도자기들이 드러내는 차이는 새삼스럽게도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전에는 늘 같은 층의 다른 전시실에서 두 시대의 도자기들을 수평적으로 이동하면서 보았기 때문에 느끼지 못했으나 이번의 리움 전시에서는 같은 건물의 4층에서 3층으로 수직 이동한 후 층을 달리하여 보니 그 차이가 그렇게 별나게 두드러져 보일 수가 없었다. 이번의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를 통하여 겪은 새로운 시각적 경험이었다.
이 방의 압권은 그 유명한 얼룩진 달항아리이다. 둥글고 아담하고 덕스러운 몸매, 희고 깔끔한 피부, 넘치는 안정감 등등 흠잡을 데 없는 보름달 같은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얼룩마저도 흰 캔버스 위의 담갈색 추상화같이 보여서 전혀 밉지가 않다. 다음 기회에는 조그만 별실을 만들어 따로 모셨으면 좋겠다. 주변에 누구의 어떤 작품을 갖다 놓아도 압도당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귀얄문 편병도 형태의 특이함과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귀얄무늬가 돋보이는 세계 유일의 대표작이다. 그렇다고 다른 분청사기들이 그보다 못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각종 분청사기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와 무늬와 유약의 안정적인 소박성, 넘치는 창의성과 누구도 지울 수 없는 또렷한 한국성, 확연한 시대성과 지역성을 이번 전시에서 다시 한 번 절감하고 거듭 확인하였다.
15세기의 <청화백자매죽문 항아리> 앞에서는, 중국 것보다 뛰어난 우리나라 미술의 대표작들을 선정하여 기술한 졸저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사회평론, 2010)에 여러 차례의 주저 끝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을 거듭거듭 후회하며 개탄하였다. 중국에서 워낙 뛰어난 청화백자들이 원대부터 청대에 이르기까지 수도 없이 생산되었기 때문에 우리의 이 가작을 누를 수 있는 작품이 혹시라도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앞서서 포함시키기를 망설였던 것인데 역시 포함시켰어야 마땅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참으로 후회스러운 일이다. 이 항아리에 그려진 매화와 대나무 그림은 일류 화원의 작품이 분명하여 회화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처럼 도자사 뿐만 아니라 회화사의 측면에서도 더없이 중요한 작품인 것이다. 이 청화백자의 아름다움과 뛰어남을 거듭 재확인한 것을 소득으로 여기며 마음을 달랬다. 이번 전시에서 얻은 또 다른 큰 소득이다.
2층으로 내려가니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정선의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군선도> 등 국보들이 반겨주었다. 정조대왕의 화성 능행(陵幸) 장면을 그린 그림 중의 한 폭인 <환어행렬도>도 낙폭이지만 최고 수준의 궁중기록화로서 눈길을 끈다.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하였다는 서도호의 <우리나라>는 수많은 아주 작은 인물상을 군집시켜 한반도 형태를 재현했는데 작품 속에 깃든 젊은 작가의 남다른 창의적 생각과 수고로움을 마다않는 성실함이 합쳐져 관객들의 눈길을 끌어들인다. 평면미술인 회화의 방에서 회화도 아닌 엑스트라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작가의 능력과 평판, 작품이 지닌 한반도의 지도와도 같은 조형성이 합쳐진 결과일 것이다.
1층 전시실에서는 불교미술과 금속공예를 감상하였다. 국보 제196호인 통일신라의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과 변상도, 국보 제218호인 고려의 불화 <아미타삼존내영도>와 삼국시대 및 후대의 불상들, 금관을 비롯한 각종 금속공예들이 각기 뛰어난 아름다움과 함께 역사적 의미를 드러낸다. 불화와 불상 곁에 배치된 마크 로스코의 추상화와 자코메티의 조각은, 이번 전시의 기획자들이 보여주고 싶어 한 ‘교감’에 대한 강한 의도를 엿보게 한다. 이로써 Museum1의 고미술전시관을 터질 듯한 미적 포만감 속에서 떠날 수 있었다.
이어서 ‘동서교감’을 느끼게 하고자 계획된 한국의 근현대미술과 서양의 미술을 Museum2 현대미술관에서 보게 되었다. 현대미술의 조형적 변화, 예술의 본질에 대한 탐구, 다양화하는 여러 가지 특성 등을 엿볼 수 있었다. 현대미술 전시는 Museum2의 2층부터 지하 1층까지 차지하고 있다. 동서 현대미술의 여러 경향과 대표적 작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실험적 성격의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현대미술 전시는 기획전시실과 로비로 까지 이어졌다.
이번 전시는 고미술 상설전시관인 Museum1과 현대미술 전시관인 Museum2 등 삼성미술관 리움 전체의 공간을 모두 활용하여 한국의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을 위주로 하면서 서양 및 중국 등 외국의 현대미술까지 포함하여 최대한 많은 작품을 ‘교감’이라는 시각에서 효율적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이번의 삼성미술관 리움 10주년 기념전은 종래의 전시들과 원칙적인 점에서는 공통된다. 다만 전시의 규모가 훨씬 더 커지고, 박물관 전시공간을 비우지 않고 꽉 메우듯 최대한 활용하여 동서고금의 다양한 미술의 흐름과 특성을 되도록 많이 소개하되 ‘교감’이라는 큰 명제로 조화롭게 묶어보고자 한 점이 두드러진 차이일 뿐이다.
지금까지 삼성문화재단은 1965년 설립 이후 호암미술관, 호암갤러리를 거쳐 삼성미술관 리움, 플라토(구 로댕갤러리)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삼성미술관 리움만이 할 수 있는 전시’, ‘삼성미술관 리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전시’를 개최해왔다. 1990년대에 호암갤러리에서 개최했던 <고려, 영원한 美>, <大고려 국보전>, <조선전기 국보전>, <조선후기 국보전>, 리움에서 열었던 <조선말기 회화전>, <금은보화전>, <조선화원 大展> 등은 그 대표적인 예들이다. <리움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은 특히 더욱 주목할 만한 전시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아니면 어떤 박물관이 이런 대규모의 폭넓고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다양한 전시를 할 수 있겠는가. 한국의 고미술은 물론 현대미술, 그리고 서양의 현대미술까지 어우르는 다양하고 수준 높은 막강한 소장품, 대규모의 전시가 가능한 넉넉한 전시공간, 뛰어난 전문 인력, 옹색하지 않은 예산 등이 모두 갖추어져 있는 삼성미술관 리움 같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전시들이다. 이런 전시들을 통하여 국민은 많은 문화적 혜택을 누려왔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실제로 가까이서 보고, 느끼고, 생각만 하고 글로써 드러내지 않았던 몇 가지를 이번의 전시를 핑계 삼아 털어놓고자 한다. 만약 삼성미술관 리움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문화와 문화재, 현대미술이 어떻게 되었을까를 전제로 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리움이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이 열 수 없는 ‘굉장한’ 전시회를 끊임없이 열어왔으나 그 중요성을 제대로 아는 국민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막연히 ‘돈이 많으니까 하는 일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문화를 키우고 문화재를 보전하겠다는 투철한 인식과 애국심이 없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크나큰 중대사가 바로 문화재와 미술품을 수집하고 박물관을 세워 국민을 위해 전시하고 교육하는 일인 것이다. 실로 국가를 위해서 또는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해서 하는, 숭고한 애국적 문화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 고마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는 것은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리움은 지나치게 좌고우면하지 말고 당당하게 홍보를 보다 적극화하고 국민들은 그런 전시들을 통하여 우리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현대미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기르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만 한다.
둘째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오랫동안 수집해온 수많은 문화재와 현대미술품의 엄청난 가치를 정부와 국민 모두가 올바르게 인식하고 인정해야 마땅하다는 점이다. 간송 전형필 선생 이후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 홍라희 관장 부부, 호림박물관의 윤장섭 회장을 비롯한 문화재 및 미술품 수집가들이 없었다면 간송선생 사후의 문화재 분야의 공백을 누가 메우고 가꾸며 끊임없는 문화재의 해외 밀반출을 어떻게 막을 수가 있었겠는가. 간송선생과 더불어 후대의 애국적 문화재 수집가들에 대해서도 올바른 평가가 똑같이 공평하게 이루어져야만 하고 대등하게 고마운 존재들로 대우해야 마땅하다.
셋째는 삼성미술관 리움 같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문화융성’ 차원에서 정부의 정책이 마련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1000개의 박물관 늘리기는 언뜻 성공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진정으로 견실한 사립박물관과 미술관은 지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전문가들은 훤히 알고 있다. 우선 돈 많은 재벌들이 리움 수준의 튼실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세울 수 있도록 정부는 세제상의 혜택을 부여하는 등 정책적 배려를 하는 것이 장족의 국가 발전과 문화융성을 위해서 절실하게 요구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생산하는 재벌은 자동차박물관, 소비재를 주로 만들어내는 재벌은 소비재박물관의 설립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나라가 선진국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숫자가 얼마나 되며 그것들이 또 얼마나 알찬지도 중요한 잣대가 됨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10주기를 충심으로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해 마지않는다. 훌륭한 전시를 위해 애쓴 홍라희 관장과 홍라영 상임부관장, 우혜수 학예실장을 위시한 직원 모두에게도 전시를 만끽한 관람자의 한 사람,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끝으로 오늘의 리움이 있게 한 이건희 회장의 빠른 쾌차를 마음으로부터 기원한다. ●

[Special Feature] 삼성미술관 Leeum 개관 10주년

블랙박스 속 현대미술의 교감

정연심  홍익대 교수

재난이 유난히 많이 발생한 올해, 예술이 우리 사회에 근원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플라톤이 이상국가에서 예술을 추방한 것은 어쩌면 예술이 가진 전복적인 힘, 예술이 미메시스로서 모방 차원이 아니라 ‘예술작품에서 그려진 이미지, 재현 그 자체가 현실이 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예술은 사회에서 때때로 전복적인 힘을 가지고 충격효과를 더해서 기존의 질서에 혼란을 가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반대로 전복적인 현실, 어려운 현실을 마주한 채, 오히려 예술작품 그 자체에서 위안을 받으려 기대를 걸기도 한다. 삼성미술관 리움 개관 10주년 기념전으로 개최되는 〈교감〉은 우리 사회가 가진 여러 형태의 갈등과 충돌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소통’과 ‘함께함(Being-together)’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전시를 구성하는 상이한 미학적 요소들, 시대적 배경, 다양한 역사성과 예술성은 시대와 특정 장소를 초월하는 독특한 미적 언어로 다가온다.
특히 삼성미술관 리움의 블랙박스에 배치된 현대미술은 참여를 지향하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지점들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글로벌한 맥락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대미술가들을 중심으로 비엔날레, 도쿠멘타 등을 통해서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들인 에르네스토 네토(Ernesto Neto), 리크릿 티라바닛(Rikrit Tiravanija), 재닛 카디프와 조지 뷰어스 밀러(Janet Cardiff & George Bures Miller), 함경아, 문경원+전준호, 이세경, 아이웨이웨이(Ai Weiwei), 최정화,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리암 길릭(Liam Gillick) 등이 이 전시에 참여한다. 이들의 작품을 함께 모아주는 요소들은 한 단어일 수 없지만, 그들의 작품을 통해서 200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동향이나 단면들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현대미술은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을 바탕으로 전개되면서, 이전의 예술과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관람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인터랙션(interaction)의 증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시각예술은 이제 시각성이나 시각적인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인 것을 확장하여, 인간이 가진 또 다른 감각들에 반응하거나 작용하는 예술로 나아간다. 시각적인 것을 넘어서는 보이지 않는 것, 인체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지각에 이르기까지 현대미술가들은 시각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예술을 정의하고자 한다. 1964년 브라질 태생의 미술가인 에르네스토 네토는 리우 데 자네이루의 파르크 라즈 시각예술학교(Escola de Artes Visuais do Parque Lage)에서 수학하였는데, 그의 설치미술은 관람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관람자들은 네토의 비정형적인 설치물 안으로 걸어가면서, 브라질의 원시림을 걷는듯 정향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심비오인테스튜브타임-향기는 자궁집에서 피어난다>(2010)에서, 반투명한 재질들은 조각적이면서도 건축적이고, 또 은신처처럼 따뜻하고 포근하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번잡한 일상에서 잠시 떠나 명상에 취할 수도 있다. 아로마 향을 맡으면서 말이다.
전통미술을 바라보는 수동자의 위치가 아니라, 작품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원형무대 위로 직접 올라가야 한다. 니콜라 부리요가 관계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선정했던, 리크릿 티라바닛은 <데모스테이션 No.5>(2006~2014)를 통해 관람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유도한다. 실제로 작가는 영감의 원천으로 회화를 삼차원적 입체 조형물처럼 전시했던 프리드리히 키슬러를 들고 있다. 관람자들은 미술관 안에 배치된 놀이터와 같은 <데모 스테이션>에서 같이 온 사람들과 담소를 나눌 수도 있고, 날씨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일종의 벤치, 혹은 공연장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미술관에서 오브제는 만지지 말아야 할 대상이었던 역사가 무색하게 이제 관람자는 작품을 직접 사용하는 공간의 유저(user)가 되는 것이다.
이번 리움 전시에서 전통미술을 관람하고 내려오는 순간 발견할 수 있는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은 ‘세런디퍼티(serendipity)’이다. 실내공간에서 인공자연과 빛을 주로 다뤄온 작가(1967년생)는 덴마크 태생으로 아이슬란드에서 성장했다. 북유럽의 사회주의적인 공동체를 주장하듯, 그의 작업에는 유난히      ‘당신/당신들(you)’이라는 대명사가 많이 등장한다. 엘리아슨의 신작인 <중력의 계단>은 벽 전체를 거울로 덮어 무한한 우주 공간을 만들고, 그 위로 태양계를 상징하는 빛의 고리들이 부유하게 하였다. 그는 문화의 공간인 미술관 안에서 빛과 거울, 기계장치들을 사용함으로써, 미술관 내에 자연의 시뮬라크라를 형성한다. 천장에 비춰지는 관람자 자신과 상대방의 모습은 그 공간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공간과 빛을 새롭게 체험하게 한다. 그는 미술관 안에 이끼, 버섯, 가짜태양 등을 설치하여 관람자들이 순간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낸 바 있다. 그것은 지속되지 못하는 공동체이지만, 리암 길릭의 <일련의 의도된 전개>처럼 예술작품과 사물의 경계를 계속해서 얄팍하게 만들면서, 관람자들을 오브제의 향유자가 아니라 ‘설치’라는 물리적 공간의 개입자들로 존재하게 한다.
카디프(1957년생)와 밀러(1960년생)는 각자 단독 작업도 하지만, 사운드설치 협업 미술가들로 활동한다. 두 작가는 72개의 스피커를 설치하여 피아노, 첼로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소음이나 대화 등을 사용하여 전시 공간에 아우라를 만들어낸다. F#의 음악은 다양한 스피커 아래에 설치된 센서들을 통해 관람자들의 움직임에 반응하는데, 특히 그림자는 다양한 소리를 이끌어낸다.  이 작품은 관람자 수와 위치에 따라서도 인터랙티브하게 반응한다. 그들이 모두 떠나면, 이 작품이 놓인 룸은 고요와 침묵이 흐르는 빈 방으로 바뀌게 된다. 카디프는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중세분관에서 현대미술로는 처음으로 <40성부 모테트(40 Part Motet)>를 설치하여, 소리가 만들어내는 공간성을 새로운 조형요소로 실험하였다. 이러한 사운드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리 채집인 경우도 있지만, 종교적인 숭고함과 경건함마저 느끼게 한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이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현존성(presence)을 강조했다면, 아이웨이웨이와 문경원+전준호의 작업은 심리적이고 실존적이다. 대표적인 저항 미술가인 아이웨이웨이는 중국 남부지방에 버려진 나무들을 가져와 전통방식으로 이어 중국정원을 만들었다. 멀리서 보면 한 그루의 나무지만, 가까이서 보면 상처받고 어눌하게 이어진 나무 정원은 실제로 오늘날의 사회를 말해주는 듯하다. 문경원과 전준호의 신작 <q0>는 이번 전시의 주제에 맞춰 특별히 제작된 신작이다. 영상은 리움의 소장품인 통일신라시대의 <금은장 쌍록문 장식조개>를 소재로 이용하여, 소지섭 등이 등장하는데, 그 내용은  유물의 탄생과 역사를 가상적인 시나리오로 연결한다. 소장품과 영상작업 사이에 위치한 관람객은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는 것 같은 순간적인 아찔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넓은 스크린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람자가 설 수 있는 공간이 다소 좁아서, 영상 속의 이미지와 관람자의 몰입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을 이용하는 이세경은 <카펫 위에 머리카락>으로 전혀 예기치 않은 공간에 사람들이 직접 밟아서 들어올 수 있는 작품 위의 길을 만들어낸다. 함경아는 추상화가 모리스 루이스의 회화 형식을 차용하되, 인터넷 뉴스에서 가져온 문구들을 이용하여 탈추상화시키는 작업을 보여준다. 그리고 4명의 젊은 작가로 구성된 인사이트씨잉 그룹은 영상작업인 <잇!태원: 감각의 지도 프로젝트>에서 상황주의자들처럼 여기저기를 표류하며,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을 들추어내어 과거의 기억 지도를 재편성한다. 낯설다고 느껴지는 현대미술은 최정화의 <연금술>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맞이하게 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봐온 플라스틱들을 이어 붙여서 만든 연금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동아줄 같기도 하지만, 로툰다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머리를 내밀고 끝없이 긴 선을 보면 아찔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그에게 ‘연금술’은 일상적인 것을 예술적인 가치의 오브제로 변형시키는 일이며, 그 어떤 신비로움을 발견하는 연금술사의 비밀이 내재된 것 같다. 전통미술을 보면서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서도호의 <우리나라>와 고려청자 옆에 배치된 바이런 킴의 <고려청자 유약> 작품들, 그리고 지금까지 살펴본 작업들은 어려운 비평언어 속에 매몰되어버렸거나, 예술의 전복적인 은유 속에 은폐되어버렸던 예술작품의 근본적인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설치들은 작품 속 몰입과 비평적 거리두기를 적절하게 작동시키는 동시에 관람자들의 물리적 참여와 개입, 심리적 교감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을 만들어낸다. <교감>전은 미술관의 공적 기능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서구와 한국의 지리성과 시간성을 수직적인 위계 관계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인 실천, 수평적인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어 2000년대 이후 한국미술의 동시대성과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

Museum3 블랙박스 아래 언더그라운드 전시장 광경

Museum3 블랙박스 아래 언더그라운드 전시장 광경

 

[Theme Feature] Korean Biennales 2014 Preview 2014광주비엔날레

2014광주비엔날레
터전을 불태우라

9.5-11.9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중외공원 일대

역동적 움직임을 즐겨라

9월 5일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라는 화끈한 주제를 내건 광주비엔날레의 막이 열린다. 1980년대 초 미국 언더그라운드 밴드 토킹 헤즈의 히트곡 제목에서 따온 이번 전시의 주제는 ‘물리적 운동과 정치적 참여’를 반영한다. 불이 가진 역동적이고 강렬한 인상만큼이나 전시의 메시지와 움직임은 강하다. 이번 전시에는 36개국, 106명(팀)의 작가가 참가하며 특히 사운드, 댄스, 퍼포먼스 등이 강조된다.
전시장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관객은 전시관 외관 벽면을 가득 채운 제레미 델러의 작품과 마주하게 된다. 시민 권력의 장악력을 상징하는 거대한 문어가 마치 화재가 난 건물을 탈출하는 듯 보인다. 이와 함께 전시관 마당에 설치된 스털링 루비의 주철로 만든 작품인 거대 장작 스토브에 장작불을 지펴 전시 주제를 피부로 느끼게 한다. 전시가 열리기 15일 전 찾아간 비엔날레 전시관에는 스케일이 큰 작업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연기 이미지를 벽지로 제작한 엘 우티모 그리토의 작업은 전시장 전체를 관통했다. 그의 작업은 전시장 곳곳에 월페이퍼로 사용되어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그 위에 전시된다. 이를 통해 전시의 연속적 이야기를 전개한다. 또 다른 월페이퍼로 이목이 집중되는 작가가 있다. 뉴욕에 있는 자신의 집을 극사실주의 사진을 사용해 벽지로 제작하고 전시장에 가건물을 세워 그 벽지를 붙인, 취리히 출생의 작가 어스 피셔다. 그의 작업은 마치 자신의 집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온 듯 보인다. 작품 입구에는 피에르 위그의 <네임 어나운서> 퍼포먼스가 지역 작가 등 10여 명의 참여로 이뤄지고 가건축물 내부에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놓인다. 이외에도 전시 기간 10여 개의 퍼포먼스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손으로 노동하는 직업군의 사람들이 입장하는 관객을 악수로 맞이하는 알로라&칼자디아의 <기질과 늑대>, 임민욱 작가의 대규모 오프닝 퍼포먼스 <네비게이션 ID> 등이 전시장 곳곳에서 벌어질 예정이다. 관객은 전시장 속 전시장, 집 속의 집, 작업 위의 작업 등 전시장 내외부에서 동시 발생하는 역동적인 미술의 스펙터클 속에 놓이게 된다. 다양한 작품의 홍수를 세밀한 이야기로 이어간 전시감독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이번 전시를 보는 관람포인트가 될 것이다.
90%이상의 작가가 광주비엔날레에 처음 소개되는 만큼 예술의 저항, 혁신의 힘을 보여주는 세계무대 속 작가들의 작품이 어떤 시각적 유희와 충격을 줄지 궁금하다. 2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가 그간 보여준 전시와 어떤 차이점을 내포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까. 국내 가장 오래된 비엔날레 행사인 광주비엔날레가 명불허전의 전시가 될지, 실망을 안겨줄지 이제 관객들이 판단할 시간이다.
광주=임승현 기자

최수앙  2014의 전시 설치 중인 모습

최수앙 <흔적> 2014의 전시 설치 중인 모습

카르슈텐 휠러(Carsten Höller) Sliding Doors 2003 Installation view atée d'Art Contemporain, Marseille. Photo by Attilio Maranzano. Courtesy of the artist

카르슈텐 휠러(Carsten Höller) Sliding Doors 2003 Installation view atée d’Art Contemporain, Marseille. Photo by Attilio Maranzano. Courtesy of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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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광주비엔날레 이은하 전시팀장

“예술을 통한 한국현대사회의 검증과 치유”

이은하 인물전시 라인업과 함께 플로어 플랜까지 5월에 이미 공개되는 등 순차적인 전시진행과정을 보여주었다. 그간의 여정이 궁금하다.
지난해 6월 전시총감독 선임 후 숨 가쁜 일정을 달려왔다. 같은해 9월 전시협력큐레이터 선정 이후 다수의 리서치와 전시기획회의를 거쳐 전시 주제가 연말에 발표되었고, 올 5월에 전시구성, 참여 작가가 발표됐다. 실질적으로는 1년 반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준비되는 셈이다. 물리적으로 매우 빡빡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예년보다 더 체계적이고 내실 있게 진행되고 있다. 차질 없이 체계적으로 준비된 데에는 기획자의 뛰어난 역량과 더불어 지난 20년간 쌓인 광주비엔날레 조직의 노하우와 경험이 뒷받침했다고 자부한다.
9월은 비엔날레의 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유사한 비엔날레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며 각각의 비엔날레만 색깔이 흐려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비판도 있다. 타 지역 비엔날레와 비교해 광주비엔날레만의 차별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광주비엔날레는 예술을 통한 한국현대사의 실체적 검증과 치유라는 동기를 가지고 탄생했다. 개최지의 역사ㆍ문화와 밀착되면서도 이를 인류 공동의 이슈나 화두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세계 비엔날레들 가운데서도 가장 특징 있는 행사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즉, 창설 배경의 하나인 5・18 광주민주화항쟁의 경험과 상처, 에너지를 문화적으로 승화시켜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로서 ‘광주정신’을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점을 특화된 강점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광주비엔날레는 국가 문화행사 브랜드 인지도 1위의 행사다. 그만큼 국내외적으로 확실한 위상과 퀄리티를 인정받았다. 다만 그 위상에 걸맞은 국가적 지원이 절실할 뿐이다.
고정 관람객 수가 어느 정도 되는가. 그중 지역주민과 미술전문가의 비율이 어떤지 궁금하다.
<2012 제9회 광주비엔날레> 관람객 수는 645만51명으로 집계됐다. <1995 제1회 광주비엔날레>는 163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으며 이후 40~50만명의 고정 관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중 지역 주민을 따로 카운트하고 있지 않지만 광주 전남권 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두드러진다.
이번 주제인 ‘터전을 불태우라’에서 터전이란 단어의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의견이 있다. ‘터전’이란 긍정적인 의미가 다분한 어휘로 ‘삶의 근원, 바탕’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터전’의 의미를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삶의 근원, 바탕’의 의미, 당연히 긍정적인 해석도 전시 주제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인간의 역사와 문화는 혁신과 부정을 통해 발전과 변화를 위한 긍정적인 힘을 찾아가는 반복적인 과정의 결과물이지 않은가. 이번 전시에는 관습과 권력, 부조리의 팽배, 개발 위주 현대 사회, 인간성 말살, 재난, 빈부 격차 등의 글로벌 이슈들이 정치·사회·역사적 맥락에서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의 물질을 변형 가능케 하는 힘, 생성과 소멸의 이중성, 인류학적 문맥에서의 변화와 가치 등을 지닌 ‘불’의 속성과 메타포가 이번 전시의 의미를 구성・기획하는 방법의 중심이 되고 있다. 기존의 터전을 불태우고 우리들 미래의 ‘삶의 근원이자 바탕’인 터전을 더 견고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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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창립 20주년 특별 문화행동 프로젝트
<달콤한 이슬, 1980 그 후>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하기 한 달여 전인 8월 8일, 광주비엔날레 창립 20주년 특별 문화행동 프로젝트가 열렸다. <달콤한 이슬, 1980 그 후>가 그것.      ‘광주정신’을 되새기며 인권, 민주, 평화의 증진을 문화, 인문, 사회학적 방법으로 모색하는 프로젝트로 전시, 강연, 퍼포먼스 총 3개의 분야로 나눠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행사의 주최 측은 “역사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해석하고 1980년 광주를 기억하며 오늘의 우리 사회에 대한 위로와 치유, 동시에 비판의식을 일깨우겠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시 개막 전 광주시가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작가 홍성담과 20명이 공동 참여한 대형 걸개그림 <세월오월>의 전시를 불허하면서 ‘사전 검열’논란이 일었다. 이에 전시 참여작가인 이윤엽과 홍성민이 작품을 철수하고, 윤범모 책임큐레이터가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파행이 지속됐다. 8월 24일에 홍성담이 자신의 작품을 비엔날레 특별전에서 자진철회하기로 결정하고 윤범모는 사퇴를 철회하고 특별전을 온전히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달콤한 이슬, 1980 그 후> 강연시리즈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진행된 원탁 토론회를 시작으로 초청강연과 심포지엄을 진행 중이다. 특히 8월 8일 개막식에 앞서 개최되는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사람들’ 좌담회는 후 한루, 카스퍼 쾨니히 등이 참여해 광주와 현대미술사 30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광주비엔날레 폐막식이 열리는 11월 9일에는 광주 발(發) 마니페스토를 선포한다. 또한 강좌 시리즈와 함께   ‘오월 길’ 행사 같은 퍼포먼스도 진행 중이다. 이번 특별전의 강연과 퍼포먼스는 광주비엔날레 2014에서 벌어지는 퍼포먼스와 강연과 함께 상호간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승현 기자

[Theme Feature] Korean Biennales 2014 Preview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
귀신, 간첩, 할머니

9.5-11.9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한국영상자료원

아시아의 개념에 질문을 던지다

<미디어시티서울>이 <SeMA 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 >로 명칭을 변경하고 9월 1일 새롭게 우리를 찾아왔다. 이름이 변했다고 내용이 달라질까? 사실 행정적인 차이가 있을 뿐 <서울미디어시티>가 가진 미디어라는 매체를 기반으로 이루워진 비엔날레라는 특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런데 이번 전시의 타이틀 ‘귀신, 간첩, 할머니’가 심상치 않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근현대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핵심 단어들의 조합이다. 식민시대와 냉전, 그리고 그 시대를 견뎌온 타자인 할머니의 등장은 전시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이번 비엔날레 감독을 맡은 박찬경은 “강력한 주제전이며 아시아 작가가 참여 작가의 주를 이루고 있다. 당대의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비엔날레는 거의 없다”며 타 비엔날레와의 차이를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17개국에서 42명(팀)의 작가가 참가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이 주제를 해외작가들은 과연 어떻게 읽어냈을까. 이에 대해 박찬경 감독은 “아시아 작가들은 역사적 맥락이 유사해서 쉽게 주제를 이해했으며 서구 작가들의 경우 이를 동양적 주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편적 주제로서 받아들였다”라며 “결국 전시에서 말하려는 아시아는 서구의 대상으로서 상대적인 개념도 아니고 대상화된 개념도 아니다. 구조적인 역사로 바라보면 살아있고 변화하는 역사이다”라고 설명했다. 거칠게 표현하면 아시아라는 개념의 모호성, 불확실성에 의문을 던지는 전시라고 볼 수이다. 그렇기에 전시에서는 아시아가 무한히 소통 및 교통해 온 모습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북한의 예술가와 기술자들이 아프리카 몇몇 독재 국가에 초대형 동상을 제작하는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담은 최원준의 작업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는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다. 그 외에 가상의 해녀들의 위험한 일상 속 삶과 죽음을 표현한 미카일 카리키스의 <해녀>, 카일라스 산에 이르는 여정을 독특한 산의 풍경과 성스러운 영적 공간으로 표한한 자오싱 아서 리우의 <코라> 등은 이번 전시의 주제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는 프레비엔날레부터 대중에게 공개해 개방적인 태도를 취했다. 프레비엔날레에서 진행된 학자들의 토론은 여럿이 함께 주제를 잡아가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비엔날레는 서울시립미술관 직영이 되면서 포스트 뮤지엄 비전을 내건 미술관의 특성상, 그리고 지리적 위치상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과거 비엔날레에 15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하니 대중의 관심도가 어림짐작된다. 그렇다고 대중성을 의식하여 전시를 기획할 수는 없다. 다만 전시 참여작가이기도 한 장영혜중공업이 전시 트레일러를 만들고 배우 박해일과 최희서가 각각 국영문 오디오가이드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관객과 만난다. 이와 더불어 전시 기간 중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쉽게 풀어내 관객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려 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함께 전시가 진행되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영매(9.2~5)’,‘아시아고딕(9.11~17)’, ‘냉전극장(10.14~19)’, ‘그녀의 시간(11.4~9)’, ‘다큐멘터리 실험실(11.18~23)’이라는 주제로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영상작품을 진득하게 앉아 관람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다른 전시와 달리 비엔날레를 찾는 관람객은 공부하는 태도를 취하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에 현대미술에 대해 무작정 어렵다는 편견보다는 전시와 작업의 소통의 맥을 이해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누구나 전시를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박찬경 감독의 말이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작가 지원에 대한 노력이 눈에 띈다. 우선 양혜규, 배영환을 비롯 12점의 신작이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의 커미션으로 제작되었다. 또한 ‘SeMa-하나 미술상(가제)’이 신설되어 전시기간에 참여 작가 중 최우수 작품을 선정하여 상금 5000만 원을 수여할 예정이다. 알쏭달쏭한 주제어에 맞춰 어떤 시각미술이 펼쳐질지 궁금하다면, 시간 여유를 갖고 서울 미디어시티의 구석구석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그 속에 당신이 모르던 아시아 혹은 작가가 놓친 당신의 아시아가 펼쳐질 것이다.

임승현 기자

안드레아의 하늘

자오싱 아서 리우 Kora

양혜규

양혜규 소리나는 타원 놋쇠,니켈 도금 100×70×8cm 2013 Private collection Trets photo by Florian Kleinefenn

 

 

[Theme Feature] Korean Biennales 2014 Preview 2014 부산비엔날레

2014 부산비엔날레
세상 속에 거주하기

9.20-11.22

부산시립미술관
부산문화회관
고려제강 수영공장

세상을 살아가는 능동적인 태도

‘세상 속에 거주하기’를 주제로 내건 <2014부산비엔날레>가 9월 20일부터 두 달간의 여정에 나선다. 전체 행사를 통틀어 30개국 160여 명(팀)의 작가가 참여해 380여 점을 선보이며, 이 중에서 신작이 43점으로 구성된다.
본전시 감독을 맡은 올리비에 케플렝(Olivier Kaeppelin)은 “불안정한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겠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계에 거주하기’란 능동적인 태도이자 생명력을 표현하는 의지”라고 강조하며, 바로 이러한 에너지와 유동성이 부산이라는 도시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본전시는 ‘추상/운동’, ‘우주’, ‘건축적 공간’, ‘정체성’, ‘동물성’, ‘역사’, ‘자연’ 7개의 키워드를 앞세워 동시대 작가들의 고민을 반영한다. 케플랭은 김수자, 쑤이젠궈, 아니쉬 카푸어, 아드리안 파시, 자멜 타타, 치하루 시오타 등을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로 내세웠다. 부산문화회관에서는 이건수 전《월간미술》편집장이 기획한 아카이브전 <한국 현대미술 비엔날레 진출사 50년>이 열리며, 큐레이터 4명(서준호, 하나다 신이치, 류춘펑, 조린 로)이 공동 기획한 아시안 큐레토리얼전 <간다, 파도를 만날 때까지 간다>가 고려제강 수영공장과 부산시민공원에서 선보인다.
이번 부산비엔날레는 진행 과정에서 전시감독 선임문제로 논란이 불거졌으며 부산문화연대가 나서서 비엔날레 보이콧을 벌이고 오광수 운영위원장이 사퇴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지난 6월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직개선에 나섰다. 현재 운영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권달술 부위원장은 “부산비엔날레의 위상을 재검토하고 현지 체제에 맞게 수정할 것”이라며 강한 개선 의지를 보였다.
부산=이슬비 기자

자멜 타타 Untitled 캔버스에 유채, 왁스 220×160cm(21점) 2005

자멜 타타 Untitled 캔버스에 유채, 왁스 220×160cm(21점) 2005

[Theme Feature] Korean Biennales 2014 Preview 제6회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2014

제6회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2014
옆으로 자라는 나무

8. 29 – 11. 30

금강쌍신공원
금강국제자연미술센터

자연의 근원적 본성에 대한 성찰

<제6회 금강자연비엔날레 2014>는 비엔날레 형식으로 전환한 지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뜻깊은 행사다. 하지만 그 역사를 들춰보면 행사의 주관인 (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野投)가 33년, 국제전 형식으로 전시를 개최한 햇수도 23년의 관록에 빛난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옆으로 자라는 나무(Horizontally Growing Trees).’ 김성호 총감독은 이 주제에 대해 “우리 동양의 자연에 대한 개념 역시 이러한 개체와 개체들의 조화를 담고 있다”며 “주제는 서구적이다, 동양적이다 하는 개념을 떠나서 자연의 근원적인 본성에 대해서 성찰해보자는 의도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즉 일반적으로 자연을 상징하는 나무는 수직으로 성장하나, 그것의 집합체인 숲, 자연은 수평적인 개념을 야기하며 확산되고, 탈중심적이며 개방적으로 변환됨을 의미한다.
이번 대회는 크게 야외전과 실내전으로 나뉜다. 금강쌍신공원과 금강국제자연미술센터가 각각 그 장소이며, 이곳에서 펼쳐지는 본전시에는 총 26명(팀)의 작가가 참여했다. 또한 특별전으로 <옆으로 자라는 나무_비밀정원>은 12인(팀)이 참여하는데 자연과 인공의 만남을 내러티브로 탐구하는 자연미술을 지향하는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부속행사로 자연미술심포지엄, 야투국제프로젝트 자연미술 여름워크숍 2014, 그리고 자연미술 포럼이 예정되어 있다.

황석권 수석기자

금강 (1)

특별전에 출품하는 윤영화의 유산에서 자연으로

 

 

 

[Theme Feature] Korean Biennales 2014 Preview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
사진적 서술

9.12-10.19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예술발전소
공산문화회관등

사진의 새로운 정체성을 탐구하다

올해 5회째를 맞이하는 <2014대구사진비엔날레>는 ‘사진적 서술(Photographic Narrative)’을 주제로 내건다. 기계의 눈을 빌린 객관적인 기록으로서의 사진과 환경이 급변하고 표현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인간의 기억을 조작하고 해체하는 사진의 새로운 정체성을 들여다보고 현대사진의 경향을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주 전시는 스페인 국제사진전 <포토에스파냐(PHotoEspana)> 설립자이자 국제적인 사진전문 기획자로 활동하는 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Alejandro Castellote)가 감독을 맡았다. 그는 “올해가 사진발명 175년이라는 점에 주목해 ‘기원, 기억, 패러디’라는 주제로 고전적 사진기법에서 최첨단 기술에 이르기까지 동시대사진의 다층적인 면모를 선보일 것”이라며 “18개국 30여 명의 참여 작가 대부분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된다”고 밝혔다. <전쟁 속의 여성>, <만월: 하늘과 땅의 이야기>, <이탈리아 현대사진전>으로 구성된 특별전은 대구미래대 석재현 교수, 전시기획자 이일우,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인 안젤로 조에(Angelo Gioe)가 각각 기획을 맡아 사진을 둘러싼 다양한 함의를 조명한다.
그리고 2008년부터 시작한 작가발굴 프로그램인 ‘포트폴리오 리뷰’(송수정 기획)는 국내외 사진전문가 30여 명으로 구성된 리뷰어와 70여 명의 사진작가가 참여해 작품 활동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우수작가로 선정된 경우 미국 휴스턴 <포토페스트(Foto Fest)>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이슬비 기자

왼쪽・리처드 모스  Safe From Harm, South Kivu, Eastern Congo  2012

왼쪽・리처드 모스 Safe From Harm, South Kivu, Eastern Congo 2012

 

[Theme Feature] Korean Biennales 2014 Preview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
달그림자

9.25-11.9

돝섬 마산항중앙부두
창원시립문신미술관
창동일대

장르의 특화된 비엔날레의 방향을 제시한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조각이라는 장르에 특화된 전시다. 알려졌다시피 2010년에 시작된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을 모태로 하여 출발하였으며 2012년 마산합포구에 있는 돝섬을 배경으로 <제1회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전시공간을 돝섬에 한정지었던 것에 비해 이번 대회는 돝섬은 물론 마산항중앙부두, 창원시립문신미술관 그리고 작가 창작촌이 형성된 창동일대로 넓혔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달그림자(月影, The Shade of the Moon)’이며 아시아 11개국의 작가 42명(팀)이 참여한다.
이번 주제는 마산합포구 월영동에 있는 ‘월영대(月影臺)’에서 착안한 것으로 신라시대 최치원이 세운 정자의 이름이자 다양한 전설이 든 곳이기도 하다. “예술과 세계가 조화를 이루고, 나아가 예술이 삶 속으로 확산해 나가는 동시대의 예술지형을 반영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전시 특성상 지역에 대한 생태연구가 선행되었다. 이에 대해 예술감독을 맡은 최태만 국민대 교수는 “장르적 특성이 두드러진 오브제를 도시에 파종하듯이 심는 것은 비엔날레가 지향할 방향이 아니다”라며 “신생 비엔날레가 국제성을 내세우면 오히려 독자성을 훼손시킬 수 있고 미약하게 만들 수
있겠다 싶어 지역성을 살리는 방향을 잡았다”고 이번 비엔날레를 설명했다.
황석권 수석기자

0718611-10

[Theme Feature]Korean Biennales 2014 Preview 프로젝트대전 2014

프로젝트대전 2014
더 브레인

11.22-2015.2.22

대전시립미술관
중앙과학관
카이스트
원도심 일원
 

뇌과학의 원용을 통한 이성과 감성의 조망

어떤 도시를 규정하는 말에는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적 정서가 숨어 있다. 대전을 말할 때 ‘과학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격년마다 펼쳐지는 <프로젝트대전>은 이 도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구성되는 전시다. ‘비엔날레’라는 용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비엔날레다. 별도의 전시전담 기구 없이 대전시립미술관 자체 기획으로 진행하여 올해 2회 대회를 맞이하는 <프로젝트대전 2014>는 지난 대회의 주제인      ‘에네르기(Ener 氣)’에 이어 ‘The Brain’을 주제로 삼았다. 모든 생물의 의식과 행위를 관장하는 주요 장기로서 뇌는 그 중요성에 비해 아직도 그 구조와 기능의 생리학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신비로움 그 자체로 남아 있다. 김준기 학예연구실장은 “전시에서 추구하는 것이 과학예술이다. 첨단의 과학적 의제, 방법론, 문제의식, 윤리의 문제를 예술을 통해 건드리는 작업이 전시의 목적이다”라며 “가장 핫한 주제인 뇌과학을 원용해, 인지란 무엇인가, 감성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총제적으로 마음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전시 주제를 설명했다.
본전시 격인 주제기획전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국내외 작가 15명이 참여하는 과학예술레지던스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협업프로그램은 중앙과학관 특별전시관에서 열린다. 또한 과학자와 예술가의 협업 작업은 10명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카이스트 KI빌딩에서 열리며, 창작센터와 스카이로드에서는 원도심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대전=황석권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