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 녹색연구-서울-공터

2020. 5. 1 – 5. 31

원앤제이 갤러리

oneandj.com


강홍구, 〈 녹색연구-서울-공터-창신동 4 〉, 캔버스 위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200 x 560 cm, 2019.  | 이미지 출처: 작가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5월 31일까지 강홍구 개인전 < 녹색연구-서울-공터 >를 개최한다. 강홍구는 촬영한 사진을 캔버스 천에 흑백으로 출력한 후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올려 덧그리는 방식을 구사한다. 그가 이미지를 물감으로 덮는 행위는 우리에게 두 가지 면을 상기시키는데 하나는 디지털카메라 등장 이후 사진 매체를 향한 고질적인 의심, 즉 보이는 대상이나 기록된 이미지에 대한 의심이며 또 하나는 실제와 비슷해 보이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다른 언캐니(uncanny)함이다.

강홍구, 〈 녹색연구-서울-공터-서울숲 〉, 캔버스 위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140 x 200 cm, 2019. | 이미지 출처: 작가

분할된 화면과 그 위에 올라간 물감은 이미지(정보)의 취약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물감 아래 가려진 본래 이미지는 관람자에게 능동적인 사고와 상상을 요청한다. 작가의 이러한 조작은 매끈한 듯 보이는 우리 사회 역시 어떤 조작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임을 은유한다. 또한 이를 해석하는 과정은 작업을 시작하기 이전, 사회 구조의 이면을 들추고자 했던 작가의 사고를 따라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강홍구, 〈 녹색연구-서울-공터-선유도 〉, 캔버스 위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140 x 200 cm, 2019.  | 이미지 출처: 작가

작가가 인위적으로 흑백 출력한 이미지는 우리 주변 어디선가 보았을 자연스러운 장면을 회색으로 만든 결과이며 물감으로 본래 색을 찾는 피사체는 자연스러움을 얻고자 하는 인공이다. 본래 자연이었던 것의 이런 기괴한 시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원인을 알 수 없는 죄책감과 불편함, 그리고 두려움을 상기하는 언캐니(uncanny)한 느낌을 선사한다.

강홍구, 〈 녹색연구-서울-공터-노들섬 〉, 캔버스 위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 140 x 200 cm, 2020. |  이미지 출처: 작가.

강홍구는 1990년대부터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을, 2009년부터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도시화와 재개발로 인해 사라져가는 동네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더욱 정교해진 사회 폭력을 언급했다. 작가가 녹색 물감으로 가린 공간의 민낯과 그 폭력의 주체는 아무리 애써봐도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다. 기이한 사건과 상황들, 어색할 정도로 매끈한 이미지만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을 뿐이며 그 아래 구조는 더욱 복잡하게 얽혀있어 무엇이 진실이고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더 이상 찾을 길이 없다. 그것은 10여 년이 넘도록 녹색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작가에게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다. 그는 복잡한 구조를 파헤쳐내는 대신 그것을 덮는 자신의 모습, 그렇게 덮인 기이한 이미지를 보여줄 뿐이니 말이다.

자료제공 : 원앤제이 갤러리
© (주)월간미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