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디자인비엔날레

《Meet Design》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광주시립미술관
2023. 9. 7 – 11.7

사진 제공:광주디자인비엔날래 

‘디자인’ 비엔날레는 어떠해야 할까?

올해로 열 돌을 맞이한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디자인은 과거 – 현재 – 미래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문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디자인을 만난다’라는 뜻의 《Meet Design》을 주제로 잡았다. 나건 총감독의 지휘 하에 50여 국가의 195개 기업과 국내외 디자이너 855명이 참여해 2,718점에 이르는 작업물을 선보였다.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린 본전시를 비롯해 특별전과 연계 기념전 등 11개의 디자인 전시와 포럼과 토크로 구성된 2개의 국제학술행사 프로그램, 5개의 디자인 체험, 교육 및 시민참여 프로그램,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및 디자인마켓 등으로 꾸려졌다.

본전시는 ‘테크놀로지’, ‘라이프스타일’, ‘컬처’, ‘비즈니스’라는 4개 주제에 부합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테크놀로지’관에는 가전, 컴퓨터부터 AI, 3D 프린팅을 이용한 아트토이, 웨어러블 로봇 등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지 디자인과 기술의 융합으로 탄생한 결과물들이 제시됐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회전목마 형태의 전시관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한서디자인융합센터와 ㈜디엑스랩, ㈜테드웍스가 공동 제작한 결과물이다. 주방과 사무실, 공장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연출해 나란히 전시함으로써 작업을 위한 공간에 적용된 디자인 기술과 이로 인한 생활방식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포착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많은 인파가 모여 있던 곳은 9.7~11.7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광주시립미술관 4560디자인하우스가 출품한 ‘시대를 초월한 아이콘’관이다. 이곳에는 1950년대 이후 독일과 이탈리아, 덴마크를 대표하는 브랜드 및 디자이너들의 시대를 초월한 제품 140여 점이 소개됐다. 불필요한 장식은 배제하고 기능과 실용성을 강조하는 미니멀리즘을 표방한 TV, 라디오, 전화기, 음향 기기 등 저마다의 용도를 지닌 물건들이 전시됐다.

라이프스타일’ 섹션은 생활방식과 디자인 간의 관계와 의의를 넓게 펼쳐냈다. 가장 사적인 공간 중 하나인 집 내부 풍경부터 환경보호를 위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브랜드, 나아가 KAIST 남택진교수연구실이 개발한 이동형 모듈 음압병동 등 일상에 깃든 디자인 실천 사례가 소개됐다. 이외에 ‘컬처’ 섹션에서는 세계 무대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한국의 디자인을 조명했고, ‘비즈니스’ 섹션은 디자인이 경제와 산업, 문화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비즈니스 섹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업물 중 하나는 아시아디자인의 아이덴티티를 제안하고, 전통문화를 재발견해 이를 현대 라이프스타일과 생활공간에 맞게 오브제의 형태로 제시한 ‘아세안 웨이(Asean Way)’다. 우리나라의 전통 옻칠 방식을 적용해 친환경적 요소도 부각했다.

전시 이외에 포럼 및 토크도 진행됐는데, 그중 국제 콘퍼런스는 (사)한국디자인단체 총연합회(회장 김현선)와 공동 주관했다. 권영걸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피터 젝(Peter Zec) 독일 레드닷디자인 어워드 회장 등 국내외 인사들이 참여했다. 피터 젝 회장은 ‘경험의 질과 성공 디자인’을, 권영걸 위원장은 ‘다변하는 디자인 가운데 불변의 가치’에 대해 발표했으며, 김난도 서울대 교수와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 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 제임스 셀프 UNIST 교수 등이 가치, 트렌드, 미래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팬데믹 시기를 지난 뒤 처음으로 열린 대면 행사라는 점을 부각하며 ‘만남’이라는 다소 정적(情的)인 주제를 취했다. ‘만남’이라는 키워드가 트렌드에 민감한 디자인이라는 영역을 수식하는 모양새라 동시대 디자인 영역에서 중시되고 있는 ‘협업’의 가치라든지, 순환경제, 지속가능성, 혁신적 재료, 인공지능 및 도시재생 등 범국가적인 가치와 필요성 등을 보다 뾰족하고 확고하게 드러낼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주제와 짜임새, 드러내고자 한 가치들의 연결이 느슨했기 때문인지 이에 가닿지 못했다.

‘디자인’ 비엔날레는 어떠해야 할까? 단순히 성공적이고, 유의미하다고 여겨지는 사례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이 시대의 트렌드를 짚고, 상생을 위한 비전과 방안을 모색하고 요청하며, 디자이너와 기업 나아가 국가와 세계를 연결하는 시도까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도경 기자

김현선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회장이 기획하고, 전해갑 아원고택 대표와 이이남 작가가 참여한 ‘아원의 시(詩)공간’은 3전시실에 설치돼 있다. 전북 완주에 위치한 ‘아원고택’을 미디어아트와 건축디자인으로 재해석하고자 했다

‘시대를 초월한 아이콘: 유럽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역사’가 전시되고 있는 1전시실. 바우하우스 설립의 역사부터 브라운(Braun)의 설립과 발전의 이야기와 디터 람스가 브라운에 합류하고 난 이후의 이야기까지 연보로 소개한 뒤 디터 람스와 마리오 벨리니 등의 인물이 디자인한 가구와 기기 등을 나란히 전시했다

스푸어 코리아의 버섯 균사체를 토대로 만들어진 소재는 농업 폐기물을 활용해 제품과 패키지를 만들고, 사용 후에는 자연 분해되는 지속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이 소재를 활용해 제작한 관과 화분을 전시장에 배치해 인간과 자연 모두 최후의 순간에는 자연으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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