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사진비엔날레

《다시, 사진으로!》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예술발전소, 경북대미술관 및 시내 일원
2023. 9. 22 – 11.5

사진 제공:대구사진비엔날래 

매체 특성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

올해로 9회를 맞이하는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박상우 예술감독을 필두로 사진 매체의 특성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꾸려졌다. 9월 22일부터 11월 5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예술발전소, 경북대미술관 및 시내 전역에서 펼쳐지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다시, 사진으로!’이다.

매체 특수성에 집중하는 이번 기획에 대해 박 예술감독은 “국내외 비엔날레에서 반복되는 유행 담론을 벗어나 오로지 사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사진적인 사진’을 다룸으로써 보는 전시이자 생각하는 전시를 구성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획의 방향성은 오늘날, 정보를 획득하는 방식과 경험하는 감각 사이에 개입하는 사진의 지대한 영향력에 근거한다. 이른바 ‘사진 인간(Photo Human)’이라고 일컬어지는 동시대 인류의 시각 경험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으므로, 사진 매체에 대한 이해는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주제전 기획에는 박상우 예술감독과 미셸 프리조(Michel Frizot) 큐레이터, 잉룽 서(Yinglung Su) 협력 큐레이터가 참여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진 주제전은 사진의 특수성에 근거해 ‘사진의 10가지 힘’ 에 해당하는 열 개의 소주제로 구성됐다. 전시가 소주제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진의 특성은 증언의 힘과 빛을 기록하는 힘, 순간 포착의 힘, 시간을 기록하는 힘, 반복과 비교의 힘, 시점의 힘, 확대의 힘, 연출의 힘, 변형의 힘, 관계의 힘이다. 비엔날레는 사진의 원초적인 힘과 에너지가 강력하게 드러나는 작품에 주목했다고 했다.

주제전은 대구문화예술회관 제 1전시실부터 10전시실까지 이어지며, 각각의 소주제에 부합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소개됐다. 사진가의 역할과 의도 등 사진을 형성하는 과정과 행위를 응축한 에두아르 타우펜바흐 & 바스티안 뿌르투 (Edouard Taufenbach & Bastien Pourtout)의 작품으로 시작해 본인의 포토저널리즘 사진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얼굴을 고른 데비프라사드 무커지(DebiprasadMukherjee) 의 사로잡는 사진으로 마무리됐다.

11전시실에서 이어지는 미셸 프리조 기획의 특별전은 ‘사진의 돌발-과거와 현재’라는 제목으로 과거의 사진과 현대의 사진 작업을 비교하려는 취지로 기획됐다. 초대전으로는 정재한 기획의 대구 사진사 시리즈Ⅲ《대구, 사진의 힘의 발원지》가 13전시실에서 열렸다. 광복, 전쟁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대구 지역 사진가와 사진 단체, 사진사 연표를 함께 제시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묘미 중 하나는 김진영이라선 대표가 기획한 프로그램 ‘포토북 페스티벌: 사진의 힘, 책이 되다’이다. 본전시의 소주제 10개에 부합하는 다양한 포토북을 모았다. 특히 주제전에 출품한 테리 와이펜박(Terri Weifenbach), 마틴 로머스(Martin Roemers), 타비사 소렌(Tabitha Soren), 섀넌 태거트(Shannon Taggart), 안준 등 일부 사진가들의 작업이 포토북으로도 함께 제시되고 있어 사진가의 의도와 작업의 방향성 등이 종합적으로 농축된 하나의 ‘작품’이자 ‘오브제’로서 포토북의 면모를 간접적으로 살필 수 있게 했다. 이외에도 마틴파, 안토니 카이른(Antony Cairns) 등의 작가와 사이먼 베이커(Simon Baker) 유럽사진미술관(MEP) 디렉터, 래슬리 마틴(Lesley Martin) 애퍼처 파운데이션(Aperture Foundatio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 포토북 전문가의 코멘터리가 전시장 벽면을 메우고 있어 2000년대 이후 회자되고 있는 포토북 열풍과 가치, 필요성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한편, 경북대미술관에서는 홍진훤 기획의 영아티스트 사진전《여전히 밝고, 아직은 어두운》이 10월 5일부터 11월 2일까지 개최됐다. 동시대적 감각을 통해 ‘사진적인 사진’ 을 확장하고자 하는 다섯 명의 작가 민영영, 박금비, 양지훈, 정현민, 현다혜가 5개월 동안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며 논의한 결과를 반영한 결과물들이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이들이 탐구하는 대상은 인공지능 알고리즘, 불펌 영상, 산불, 전쟁, 무당, 여성 노동자 등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다. 하지만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기술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매체인 사진을 탐구하는 시점과 방식을 확장하고, 그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는 점에서 서로 공명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보고, 그것을 사진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오늘날의 사진은 매체라는 공고히 다져져 있는 껍데기에 갇힌 형태가 아니다. 그것은 기술의 발전과 도입에 따라 조금씩 성격을 바꾸고, 무언가를 위해 일부의 성격이 활용되며, 예측할 수 없는 경로와 형태로 유통되는 것이다. 이 시점에 사진 비엔날레는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더욱 면밀한 접근이 요구된다. 물론, 매체만의 특성과 그 존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하도경 기자

안준〈자화상〉
152.4×114cm 2011

고층 건물에서 하이 앵글과 로우 앵글을 활용해 자신을 촬영한 작업. 셀프타이머를 설치한 작가는 짧은 시간 동안 건물의 꼭대기에서 위태로운 위치에 있는 자신의 신체 일부를 촬영함으로써 앵글과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의 특성을 극대화했다. 이는 ‘시점의 힘’ 섹션에 전시됐다. 대구문화예술회관 6전시실 전시 전경 2023

에두아르 타우펜바흐 & 바스티안 뿌르투 〈피라미드〉 150×150cm 2021

셔터를 누르는 자와 카메라 그리고 카메라가 향하는 곳과 그 카메라를 마주하고 있는 대상이 한 프레임 안에 네 개의 장면으로 배치돼 사진의 프로세스를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보여주어 ‘증언의 힘’ 섹션을 가장 잘 응축하고 있는 사진으로 제시됐다

테리 와이펜박 〈새9〉 90×60cm 2015

새집으로 이사해 자기 집 뒷마당에 나무와 꽃을 심은 작가는 2년 동안 매일 새들을 관찰한 뒤 촬영했다. 움직임을 정지시키는 고속 셔터를 사용해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순간적 움직임을 정지시켰다. ‘순간 포착의 힘’ 섹션에 소개됐다

포토북페스티벌: 사진의 힘, 책이 되다’

단순히 사진을 담은 책을 넘어, 본래 사진이 가지고 있었던 의미와 영역을 확장하는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작품으로서 포토북을 조명했다. ‘포토북에 관한 책’ 섹션에 포토북의 역사와 의미를 다룬 책을 배치함으로써 포토북의 동시대적 가치를 조명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12전시실 전경

《여전히 밝고, 아직은 어두운》
경북대미술관 전시 전경 2023

“무수한 의심과 질문들이 지금의 사진 그 자체”라는 믿음에 근거해 고정될 수 없는 사진의 숙명을 짚고, 이를 끝없이 극복하고 갱신해야 할 대상임을 드러내 보였다

박금비 〈덤〉 20분 14초 2023

작가는 이미지를 둘러싼 알고리즘 역사가 실은 현재까지 사진이 담당해온 일과 다름없음을 폭로한다. 사진의 기계, 화학, 광학의 역사는 동시대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같은 욕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 보인다

김경태 〈황동육각너트 M14.IMG〉(사진 가운데)
225×180cm 2016

‘확대의 힘’ 섹션에 전시된 작업. 클로즈업을 통해 사물을 극대화했다. 너트와 조화의 표면을 클로즈업한 수백 장의 사진 중 초점이 맞는 부분만을 자동으로 합성하는 ‘포커스 스태킹’ 기술을 활용해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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