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7구역-당신의 상상공간》

안양예술공원 (구)농림축산검역본부
2023. 8. 25 – 11.2

사진: 박홍순

공공예술, 장소를 넘어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이하 APAP)는 변화하는 도시 안양의 맥락과 환경을 공공예술로 풀어내는 프로젝트로, 올해로 7회를 맞이했다. APAP7《7구역 -당신의 상상공간》은 시간대별로 프레프로젝트, 메인 프로젝트, 포스트 프로젝트로 구성되었다. 지난해 안양 시민이 직접 참여한 프레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메인 프로젝트의 실내 전시에서도 공개되었다. 또한, 시민 간담회와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APAP의 방향성을 설정하여 메인 프로젝트에 반영했다. APAP7 메인 프로젝트는 야외 전시, 실내 전시, 온라인 전시로 구성된다. 야외 전시는 (구)농림축산검역본부와 안양예술공원 일원에서 진행되었고, 실내 전시는 휴먼 스페이스, 에코 스페이스, 스마트 스페이스로 범주화하여 미래도시에 관한 담론인 인간, 생태, 테크놀로지를 탐구했다. 메인 프로젝트가 준비되고 종료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공유하는 포스트 프로젝트는 청년 비평가 육성을 위한 서포터즈, APAP 7 프렌즈와 더불어 시민, 전문가 사후 평가회로 진행됐다.

이번 APAP7 은 처음으로 대규모의 실내 전시를 기획했다. 실내 전시는 (구)농림축산 검역본부 본관동 건물을 개조해서 이뤄졌다. 본관동 건물은 (구)농림축산검역본부 전신인 가축위생연구소로 1963년 신축된 후 2016년 본부가 김천 청사로 이전하기 전까지 수의학 업무의 주 공간으로 쓰였다. 본부 이전 이후 오랫동안 개방하지 않고 유휴 공간으로 남아있었다. 본관동 건물은 이광노가 설계한 근대건축유산으로, 옥상에는 소, 말, 돼지, 토끼 등 주로 실험체로 쓰이던 동물과 함께 비커, 플라스크 등의 실험 도구가 새겨진 부조가 있다. 가축 방역, 수출입 동식물 등의 검역을 수행하던 건물의 공간성을 반영한 작품으로, 1960년대에 제작된 조각 대부분이 인물상이던 시절 동물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간 창작자가 불분명했으나 큐레토리얼팀의 지속적인 조사 결과 이 부조는 조각가 김세중의 도안임이 확인됐다. 메인 프로젝트를 감상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곳곳에서 과거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신뢰받는 검역 검사, 우리의 자랑입니다” 와 같은 문구나 수입 동물 및 축산물 검역 절차를 안내하는 게시글을 발견할 수 있다.

김성호 예술감독은 실내 전시를 통해 “야외 전시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회화, 설치, 퍼포먼스 아트,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공공예술 콘텐츠” 를 선보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APAP 7 은 공공예술을 설치된 장소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도식을 탈피하고 그간 축소되었던 공공예술의 의도를 복원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그간 APAP 가 야외의 공공장소 위주로 진행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 APAP7은 실내 공간에서 대부분의 작품을 선보였음에도 공공(public) 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공공예술프로젝트로 유효하다. 프레프로젝트, 메인 프로젝트, 포스트 프로젝트의 구성을 통해 전시를 진행하고 있을 때뿐 아니라 전시의 전후로 시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참여한 국내 작가 중 해당 지역 작가 비율이 절반을 넘게 조정해 지역 예술을 활성화하고자 했다. 더 나아가 오디오 가이드에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을 제공하고 어린이 예술 탐험단을 공동 운영할 뿐 아니라 다양한 유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색약자를 위한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했다. 즉, 취약 계층의 적극적 참여를 견인하는 ‘모두를 위한 모두의 공공예술프로젝트’ 를 지향 한 것이다.

다만, 몇 가지의 의문점은 남는다. 시민이 공공예술을 주도했다기보다는 축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시민을 초대했다고 보는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시에 참여하지 않은 안양 시민 구성원의 합의를 얼마나 도출할 수 있을까? 그동안 APAP 는 예술작품 관리와 낡은 작품의 철거비용으로 막대한 시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어 지역 주민들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간 사용된 예산만 250억원에 이르며, 허원구 안양시의회 의원은 “17년 동안 설치된 예술작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흉물이 됐고, 시민들이 철거를 원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고 발언한 바 있다. 공공의 참여를 고려한 전략을 통해 정작 안양시민들은 알지도 못하는 공공예술프로젝트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까? 오랜 기간 (구)농림축산검역본부 앞 정원만 산책할 수 있었던 주민들이 APAP7 이후 (구)농림축산검역본부 및 안양의 도시를 어떻게 감각하게 될지 궁금하다.

노재민 기자

이자스쿤 친치야 〈보자기 라운지〉
섬유 직물, 나무 사다리, 금속판, 타이어, LED조명, 스피커 등 가변 설치 2023

메인 프로젝트의 야외전시에 프로젝트 기간 임시설치된 작품. 보자기에 내용물을 담고 노리개로 장식하는 한국 전통 포장 문화를 차용하여 고안된 의자와 램프는 색색의 직물을 재단해 이어 붙인 천으로 감싸져 있다. 한국 전통문화와 (구)농림축산검역본부의 장소적 특성이 건축적 설치를 매개로 융화되도록 고심한 이자스쿤 친치야의 철학이 담겼다.

제작자 미상〈본관동 동물 부조〉
콘트리트 260×1130cm 1962년 추정

창작자는 여러 매체를 통해 ‘김문기’로 알려져있지만 배경이 명확하지 않아 조사를 진행했고 김세중 도안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부조 제작 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부조와 유사한 혜화동 성당의〈최후의 심판도〉가 제작되었던 점, 검역 본부의 건축가인 이광노와 김세중이 생애 지속적인 교류가 있었던 점, 그리고 건물 설립 당시 부조 제작 담당자였던 박근식 소장 자서전 등에 창작자가 김세중이라고 거론된 점을 그 근거로 들 수 있다

김유정 〈퍼블릭 플래닛_얼룩진 통로〉
틸란드시아, 폐전선, 나무 뿔 모델, 개나리 형태 스테인리스 스틸, 영상 가변설치 2023

공기 정화 식물로 알려진 틸란드시아를 활용한 설치 작업. 식물의 힘과 생명, 문명과의 관계에 대한 성찰적 의미를 전달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식물의 생존 방식은 작업의 큰 모티프로 작용하며, 들쑥날쑥 자라난 듯한 식물들은 인간주의적 관점을 위협하는 듯하면서도 인간과 자연의 필연적 공생을 강조한다.

테오 트라이언티파일리디스 〈버그심(페로몬 스파)〉
라이브 시뮬레이션, 울트라 와이드 모니터, 게이밍 PC, 사운드바 2.0 무한 재생 2022

전면에는 분주하게 보라색 구조물을 만들고 있는 개미들과 그 주변으로 벌이나 쇠똥구리 같은 여러 곤충이 작은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이질적인 존재가 테라리움을 기웃거리며 유기체들을 감시하듯이 살피고 있는데, 국내 최대 왕개미 서식지인 (구)농림축산검역본부 야외 정원의 모습과 닮아있다

얄루 〈APAP 위키드 오션〉
영상 설치, VR 가변 설치 2023

호모 사피엔스와 해조류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공적으로 진화한 신인류인 호모 폴리넬라와 함께 불사조, 봉황과 같은 신화 속 생물들이 등장하는 심해의 도시를 탐험하게 한다.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 없이 다양한 객체들이 모여 서로 스며드는 풍경을 제시하며, 모든 생명체의 가치가 공존하는 대안 세계를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이탈 〈민중 기계-호외(號外)〉
액츄에이터, 스포트라이트, 모니터(3), 라즈베리 파이 4 모델 B, 아두이노, 릴레이, 센서, 전선 4사 HIV 전선 0.5SQ, 금속 프레임에 텍스트
320×400×120cm 2023

민주화와 현대화를 성취한 오늘날, ‘자본주의가 모든 도시 공간을 점령한 후 남긴 찌꺼기’라는 의미로 프레드릭 제임슨(Fredric Jameson)이 호명했던, 이른바 ‘정크 스페이스’의 파편들을 모아 목숨을 연장한 기계 생명체를 선보였다

국형걸 〈팔렛세움〉
팔레트 500×2530×2530cm 2023
사진: 이좌규 제공:안양문화예술재단

프로젝트 기간 임시 설치된다. 자체로 독립된 작품인 동시에 개막식과 커뮤니티 아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무대로 기능한다

마리 멍크, 스티네 데예 〈신성한 욕망〉
아연 강철, 알루미늄, TV, 폴리우레탄 고무, 피그먼트, 폴리스티렌, 방염원단, 비닐 프린트, 나무 구조물, 사운드
모터 머리: 250×75×390cm,
가리키는 손: 163×88×330cm,
누워있는 손: 80×80×210cm 2022

안양파빌리온에 설치된 작업. 정보 사회에서 쏟아지는 정보들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며 기계적으로 습득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손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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