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화연, < 세레나데 >, 단채널 영상, 7분 24초, < 마음의 흐름 > 설치 전경, 2020. | 사진: 김익현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12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해 온 무용가 최승희(1911-1969)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최승희는 일제 식민기에 태어나 열여섯에 일본으로 건너가 현대 무용가 이시이 바쿠를 사사하고 다시 한국 전통 무용과 동양 무용을 탐구한 무용가. 그의 춤과 행보는 당시 조선과 일본,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구 사이에 선 예술가의 주체성에 대한 고민과 시대적 갈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해방 후 남편인 안막과 함께 월북한 이후 최승희에 대한 자료는 현재 매우 한정적으로 남아 있을 뿐인데, 남화연의 작업은 이 같은 조각난 기록과 이미지 위에서 하나의 경로를 상상하면서 출발한다.

< 마음의 흐름 > 전시 전경, 2020. | 사진: 김익현

< 마음의 흐름 > 전시는 부족한 아카이브를 퍼포먼스 아카이브의 태생적 불완전성과 연결했던 작가의 퍼포먼스 < 이태리의 정원 >(2012)과 개념적으로 연결된다. 당시 작업에서 최승희의 개인사와 전형적인 이미지를 최소화하고 퍼포먼스를 통해 나타났다 사라지는 임시적이며 대안적인 아카이브를 상상했다면, 이번 전시는 그동안 축적된 최승희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는 동시에 지난 수년간 작가가 쌓아온 최승희에 관한 아카이브와 해석을 함께 엮는다. 여기에는 최승희의 각기 다른 안무 작업을 다양한 형식으로 풀어낸 영상들과 전시 동안 2주간 매일 진행되는 퍼포먼스가 포함된다. 자료와 작업이 엮인 이 아카이브는 역사적 사실을 실증적으로 검토하고 작가의 작업 과정을 설명하기보다 실제 빈자리에서 우회하고 이탈하며 이미지를 쌓아 나갈 때 발생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하는 장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