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액세스 메모리 챕터2.’계승자’展
이완x7keys x 물 불 바람 계승자
장소: 화성ICT생활문화센터
날짜: 2023.4.12.-2024.2.28.
이완 개인전_랜덤 액세스 메모리 챕터 2. ‘계승자’展
화성ICT생활문화센터
2023.4.12.~2024.2.28.
주최 화성시 / 주관 화성ICT생활문화센터 / 후원 로얄앤컴퍼니
전 시 명: 랜덤액세스 메모리 챕터2. ‘계승자’
전시장소: 화성ICT생활문화센터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시청로 895-20, R5동
관람시간: 화~일요일(매주 월요일 휴관)
10:30~17:30(17:00 입장마감)
관람료: 무료(예약하러가기)
2018년 베니스 비엔날레 귀국 보고전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이완의 개인전 《랜덤 액세스 메모리 챕터 2. ‘계승자’》는 작가의 작업을 대표하는 단어인 ‘시스템’과 ‘개인’,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의 ‘불가항력’에 대한 질문들을 이어가며, ‘기술’과 ‘인간’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전시다. 이전의 작업들이 세계화의 거대한 내면을 ‘상품(Product)’을 통해 거시적 관점으로 보여주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정보 전달 기술이 사람들의 의식과 삶을 새롭게 재편성하고 있는 현 상황에 주목한다. 작가는 인류 최초의 정보전달 기술인 종이와 먹(잉크)부터 최신의 생성형 인공지능까지 아우르는 본 전시를 통해 기술이 인간의 삶에 가져올 변화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고자 한다.
R5동을 들어서면 약 30m에 달하는 거대한 스크린에 사랑에 관한 오페라가 펼쳐진다. 작가와 오랜 시간 함께 영감을 주고받아 온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술팀 7keys와 협업한 <원 위크>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오페라의 형식으로 담고 있다. <원 위크>가 흥미로운 이유는 등장인물의 사진을 제외하면 이 작품이 보여주는 이미지, 사운드, 움직임, 내용 모두 AI프로그램이 생성한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가장 본성적이고 보편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지금은 하나의 예술 형식을 지칭하지만)모든 창작 행위를 뜻했던 ‘오페라’라고 명명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인 ‘원 위크’는 극중 주인공인 인공지능이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며 내뱉는 대사 중에 등장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결국 사랑 이야기이고, AI는 사랑을 용서(Forgiveness)라고 정의한다. 이 오페라는 누가 만들었는가? 인간이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생성해 낸 사랑에 대한 정의는 우리에게 해당되는가? 인공지능은 보다 뛰어난 우리인가? 인간은 ‘원 위크’를 버틸 수 있는 존재인가?
<부유하는 사물들>은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사물들이 의미없이 떠다니는 것처럼 연출한 또 다른 중력의 세계를 보여준다. 인간의 상상을 넘어서 무섭도록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환경 파괴, 전쟁, 양극화 등의 위기로 기존의 시스템을 정교하게 유지시키던 질서가 갑자기 사라져버린듯 사물들이 부유하지만, 그 뒤에는 희미한 또 다른 시스템이 존재한다. 어둠 너머에 숨어있는 저들은 누구인가? 사물들은 어디로 향하는가?
R2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오래된 책장에 고서들이 가득 쌓여있다. 얇고 매끈한 스크린 위로 맺히는 한없이 가벼운 LED 빛이 현대의 정보 전달 모습이라면, 수백년 전의 그것은 종이 위에 잉크를 사용했고 물리적으로 면적을 차지하고 무겁다. 최초의 정보 전달 수단이었던 한국의 전통 한지와 먹(잉크), 그리고 활을 만드는 장인들과 협업한 <물·불·바람·계승자>는 인간에게 ‘정보 전달 기술’의 시작과 끝을 병치하여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는 시도이다. 한지와 먹, 활을 작가가 직접 만들고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작가의 이전 작업시리즈 <메이드 인>연작과 같은 성격이지만, <물·불·바람·계승자>라는 작품 제목에서 작가가 주목하는 것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메이드 인>이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과 자본주의 속에서 하나의 공장처럼 돌아가는 분업화된 시스템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그리고 그들의 선택을 결정짓는 불가항력에 주목했다면 <물·불·바람·계승자>에서는 한지, 먹, 활의 원산지를 국가나 지역이 아닌 ‘물’, ‘불’, ‘바람’ 이라는 보다 원초적이고 본질의 근원을 향해 들어갔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과 그것을 위한 위계와 질서, 그 위계로 야기되는 불균형을 포함한 인간 중심의 모든 결과들, 작가는 인간이 만든 모든 문명의 뿌리에 자연과 우주적 법칙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휴머니즘을 지탱해 온 가장 근원에 가까운 기술을 전시장 안으로 가지고 온 작가는 그 끝에 ‘계승자’라고 이름 붙였다. 기술과 정신성을 함께 전수받은 사람이라는 의미의 ‘계승자’라는 제목은 수천년 동안 끊기지 않고 전해진 기술을 이어 받은 장인을 지칭할 수도 있고, 한지, 먹, 활을 만드는 기술을 습득한 작가 자신을 지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물려받아 이어나가는 자, 그것이 누구이든 물려받는 과거와 이어나갈 미래는 모두에게 있기에 이 특수한 이야기는 AI가 새로운 인류 문명의 혁명적 변화를 가지고 오는 지금, 모두가 스스로에게 한번쯤 질문해봐야 하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다.
<원위크>
리브레토: 김대식, 최우정, Chat GPT
번역: 최우정
음악: 최우정, 부다혜
(생성 AI오페라, 협업7keys:김대식, 김도형, 김태용, 김혜연, 부다혜, 이완, 최우정)
2023, Chat GPT, Dall-E, D-ID, 11elevenlab, 단채널 영상, 16분 30초
약 3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스크린에 인공지능과 사람 사이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협업 오페라 <원 위크>가 펼쳐진다. 등장인물의 사진을 제외한 모든 이미지, 사운드, 움직임, 배경 그리고 스토리와 대사까지 모두 AI 프로그램으로 만든 <원 위크>를 통해 작가는 인간의 고유한 지적 영역이라 믿어온 “창작”, 기계와 인간을 구분짓던 “감정(사랑)”의 날카로운 경계선에 서서 질문을 던진다.
이 협업 오페라는 뇌과학자 김대식, 작곡가 최우정이 챗GPT로 리브레토를 생성했으며, 연출은 이완작가가 담당했고, 김태용 영화감독, 김도형 디자이너, 김혜연 안무가가 함께 디렉팅하고 출연했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공동 작업을 진행하는 생성 예술단 ‘7keys’의 첫번째 협업 작업이다.
<부유하는 사물들>
2023, 단채널 영상, 컬러
<부유하는 사물들>은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사물들이 의미없이 떠다니는 것처럼 연출한 또 다른 중력의 세계를 보여준다. 기존의 시스템을 정교하게 유지시키던 질서가 갑자기 사라져버린듯 사물들이 부유하지만, 그 뒤에는 희미한 또 다른 시스템이 존재한다. 어둠 너머에 숨어서 사물들을 조정하고 있는 존재들은 각 개별에 가해지는 여러가지 불가항력적인 시스템적 상황을 은유한다. 작가의 <회전하는 사물들>(2010) 시리즈의 연작이다.
<생성된 산수>와 <한상묵 묵장의 송연먹 설치>
장인 아카이브 작업
(안치용 한지장, 한상묵 묵장, 김윤경 궁장)
이완 작가가 세 명의 장인(안치용 국가무형문화재 한지장, 한상묵 묵장, 김윤경 국가무형문화재 궁장)과 함께 협업한 <물·불·바람·계승자>는 ‘정보 전달 기술’의 시작과 끝을 병치하여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는 시도이다.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프로세싱‘ 코드로 만든 한국의 전통 산수화 이미지를 안치용 한지장과 협업하여 제작한 8m에 달하는 거대한 한지 위에 한상묵 묵장과 협업하여 만든 전통 송연먹으로 그려낸 <생성된 산수>, 작가가 직접 만든 활, 먹, 한지로 제작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전송된 점>, 그리고 각 전통 기술을 습득하고 작품을 제작하는 전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 <물·불·바람·계승자>를 선보인다. 작가는 서로 다른 역사적 전승을 거쳐 온 기술들을 결합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 시키는 시도를 보여준다.
<물·불·바람·계승자>_다큐멘터리 영상
2023, 단채널 다큐멘터리 영상, 컬러
이완의 이전 작업시리즈 <메이드 인>에서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과 자본주의 속에서 하나의 공장처럼 돌아가는 분업화된 시스템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그리고 그들의 선택을 결정짓는 불가항력에 주목했다면, <물·불·바람·계승자>에서는 한지, 먹, 활의 원산지를 국가나 지역이 아닌 ‘물’, ‘불’, ‘바람’ 이라는 보다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개념으로 들어갔다. 작가는 인간이 만든 시스템과 시스템 속의 위계와 질서, 그 위계로 야기되는 불균형을 포함한 인간 중심의 모든 결과들과 인간이 만든 모든 문명의 뿌리에 자연과 우주적 법칙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안치용 한지장과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한지를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고 8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한지를 제작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국내 유일의 전통 송연먹 기술 보유자인 한상묵 묵장에게서 먹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국가무형문화재 김윤경 궁장을 찾아가 활 제작을 체험하고 전통 각궁의 역사를 통해 기술이 사라지지 않고 전승되어 올 수 있었던 이야기를 듣는다.
사진: 이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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